<내 상태창 2개 - 121화>
121 SP 거래소 (2)
1억 SP를 들여서 SP 거래 스킬을 10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뜨는 메시지.
[이제부터 SP 거래소가 설립 가능합니다.]
[SP 거래소를 설립하시겠습니까?]
SP 거래소 설립에 예를 눌렀다.
과연 어떤 것이 나올까……?
[SP 거래소 창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시스템에 SP 거래소가 추가됩니다. 이를 주관하는 이는 영혼신 김지호입니다.]
[영혼신 김지호의 SP 거래소는 금융에 특화됩니다.]
어…….
시스템에 벌써부터 추가되는 거야?
시스템 항목을 보니 SP 거래소가 신설되어 있었다.
와, 이렇게 단번에 신설이 되는 거였나?
거기에 대신들도 무서워하는 시스템에 딱 ‘SP 거래소’라고 입점해 있으니까 뭔가 감개무량하다.
그래, 이 거래소에서는 대체 무슨 항목을 다루는 걸까?
금융 역할에 특화되었다고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SP 거래소를 열어 보았다.
그러자 그냥 텅 빈 거래소.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은 몇 개 없었다.
[예금.]
[대출.]
[설정.]
[업그레이드.]
4개.
예금, 대출은 그 은행에서 하는 거랑 비슷한 거지?
설정과 업그레이드는 딱 봐도 관리자인 나를 위한 기능이겠지.
일단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다.
[예금.]
[SP를 SP 거래소에 예금합니다. SP 거래소에서 1년에 1%의 이자를 보증합니다. 예금 한도는 1억 SP입니다.]
이자 1%.
엄청 낮네.
1억 SP를 예금하면 100만 SP를 받는 거네.
이거 참, 누가 예금 할까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수하게 뜨는 메시지.
[8,877계의 대신 ‘!#[email protected]$#*)%’가 1억 SP를 예금했습니다.]
[1,732계의 대신 ‘알브로트’가 1억 SP를 예금했습니다.]
[17,344계의 대신 ‘제우스’가 1억 SP를 예금했습니다.]
[17,344계의 대신 ‘포세이돈’이 1억 SP를 예금했습니다.]
메시지가 미친 듯이 뜨기 시작한다.
제우스랑 포세이돈처럼 눈에 익은 신도 있는 반면, 특수문자 신이나 이상한 문자의 신도 적지 않았다.
아니, 뭔 세상에 이렇게 신들이 많아?
1억 SP가 아니더라도 천만, 2천만을 예금하는 신들을 합하니 그 명단이 상당하다.
삽시간에 채워지는 SP 거래소의 SP.
갑자기 메시지가 미친 듯이 뜨기 시작했다.
[SP 거래소의 SP 저장 한계가 80% 찼습니다. SP 거래소를 업그레이드 해 주십시오.]
[SP 거래소의 SP 저장 한계가 90% 찼습니다. SP 거래소를 업그레이드 해 주십시오.]
아, 저기 뭐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예금하시면 안 되는데…….
거기에 은행에 예금한 SP는 내 건 아니지 않나?
업그레이드 가능하긴 해?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부딪쳐 보자.
일단 업그레이드 항목으로 갔다.
그러자 뜨는 메시지.
[SP 거래소의 예금 자산 10%를 이용하여 SP 거래소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SP 거래소를 업그레이드 하겠습니까?]
SP 거래소 저장 한계를 보니 1,000억 SP.
아니, 이게 열자마자 1시간도 안 지나서 꽉 찬 거야?
이 드넓은 우주에 얼마나 많은 대신들이 있는지 실감이 났다.
금방 1천억을 채우다니…….
놀람을 진정시키고 메시지창을 면밀히 주시한다.
SP 거래소 업그레이드에 드는 비용, 100억 SP.
참나…….
SP 거래소 예금 자산의 10%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 다 써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네.
결국 예금을 꽉 채워야 SP 거래소를 확장시킬 수 있는 거였구만.
“업그레이드한다.”
그러자 간단하게 [100억 SP를 사용하여 SP 거래소를 2레벨로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라고 떴다.
[SP 예금 한도가 2억 SP로 상향 조정됩니다.]
[SP 거래소의 총 저장 한계가 5천억 SP로 상향됩니다.]
[이자율 조정이 가능합니다. 예금 이자율의 최하 한도는 1%입니다.]
[SP 거래소의 레벨이 30이 될 경우, 안정성을 인정받아 지급준비율 조절이 가능합니다. 현재 지급준비율 비율은 100%입니다.]
지급준비율은 또 뭐냐?
하…… 금융이랑은 거리가 아주 먼 삶을 살아와서 그런지 뭐가 뭔 소린지 모르겠구만.
이자율 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굳이 올릴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메시지창이 계속 쭉 떠.
[1,294,194계의 대신…….]
[373,195계의 대신…….]
이 우주는 대체 세계가 몇 개나 있는 거냐?
대신들이 아주 SP 싸 들고 와서 예금하느라 난리가 아니구나.
이자 1%만 준다고 해도, 고객이 아주 넘쳐 흘렀다.
차곡차곡 쌓이는 거래소의 SP.
SP가 꽉 차면 업그레이드하고, 다시 업그레이드하고 하다 보니 어느새 SP 거래소 레벨은 10이 되었다.
SP 거래소의 총 저장 한계는 50조가 되었고, 한 신당 예금 한도는 10억 SP로 상향조정되었다.
50조…… 10억…….
진짜 현실감 제로네.
지금 내가 가진 SP는 2천만 정도밖에 안 되는 데 말이야.
흠, 근데 이렇게 예금을 받는다 쳐도 이걸 빌려줘야지 이득을 보는 거 아닌가?
은행 돈벌이가 뭐겠어.
돈 빌려주고 이자 타 먹으면서 돈 버는 거잖아.
근데 딱히 대출 요청은…….
[112,341계의 대신에게서 SP 대출 요청이 들어옵니다.]
[8,471계의 대신에게서 SP 대출 요청이 들어옵니다.]
이런 메시지가 쭉 뜨기 시작한다.
이게 메시지가…….
쭈우우우욱 뜬다.
그냥 한눈에 들어오지가 않고, 마치 엔터를 실수로 꾹 누른 듯 쫙 내려오는 스크롤.
스크롤 압박이라는 소리가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무슨 버그가 난 것처럼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출 요청을 한다고.
뭔 놈의 세계는 이리 많은지, 무슨 계 무슨 계 하면서 미친 듯이 뜨기 시작하는 메시지.
그러면서 다 나보고 검토하라고 한다.
으아아아아, 이게 뭐야?!
이거 언제 다 검토해?!
이러다가 SP 거래소에 그냥 묶여 살겠는데??
애초에 시바 8,471계의 대신이 SP 대출 요청을 하는데, 이놈이 SP를 갚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내가 어떻게 아냐.
8,471계의 대신은 뭐 어디 처박혀 있는 놈이야?
이걸 어떻게 일일이 검증하냐…….
으, 이대로는 안 돼.
무슨 옵션이 있을 거야.
선택 항목을 이것저것 눌러본다.
일단 [설정].
설정을 누르자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조정할 수 있었다.
지금 설정된 예금 금리는 1%.
대출 금리는 5%.
대출 금리는 10%까지 늘릴 수 있고, 예금은 3%까지 늘릴 수 있었다.
흠, 하데스의 대출 금리가 따지고 보면 20%는 나온다고 했지?
엘프리안한테 10%라고 꼬드기고 20%를 지불하라고 했단 말이지…….
그럼 내가 10%로 설정해도 뭐 별로 비싼 거 아니겠네?
가볍게 설정으로 대출 금리를 10%로 만든다.
그러자 뜨는 경고 메시지.
[예금 금리에 비해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설정하셨습니다.]
[예대마진이 9%에 이릅니다. 정말 이대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예대마진은 뭐래.
아…… 예금 1%.
대출 10%니까 9% 이득 보는 걸 뜻하는 건가?
어차피 지금 대출한다고 줄 선 상태다.
10%면 싼 거지.
경쟁 업체가 20%인데 뭐.
가볍게 10%로 설정하자 메시지가 또 뜬다.
[신들의 대출회수 저항이 늘어납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채무 추심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채무 추심단…….
이건 분명 빚을 못 갚은 상대에게 깡그리 다 털어오는 애들을 뜻하는 거겠지.
갑자기 아스가르드를 새하얀 불꽃으로 불태우던 광경이 생각났다.
이거, 그거랑 관련이 있는 건가?
이거도 투자하자.
나한테 빚을 지고, 갚지 않는 건 용납하지 못하지.
대출 회수가 제일 중요해.
업그레이드 버튼을 보니 채무 추심에 대한 업그레이드 항목도 있었다.
거기에 SP를 쫙 투자하니 어느새 LV 10 MAX가 된 채무 추심 레벨.
[채무 추심 LV.10]
[SP 거래소를 이용하는 신들이 빚을 갚지 못할 시, 채무 추심단을 보냅니다. SSS급 대신까지 확정적으로 SP를 추심합니다.]
SSS급까지는 확정…….
아주 좋아.
이 정도면 뭐 마음을 놔도 되겠지.
채무 추심에 투자하자 SP 거래소의 예금 자산 10%를 다 썼다고 메시지가 떴지만, 또 금방 SP 거래소의 예금 신청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으으. 스크롤의 압박이 너무 심하다.
이걸 내가 일일이 다 승낙해야 하나?
아니, 분명 시스템이라면 뭔 방안이 있을 거야.
업그레이드 항목을 면밀히 살펴본다.
업그레이드 항목의 스크롤을 내리니 ‘SP 거래소 매니저’라는 항목이 보였다.
아, 이거다 싶어서 당장 업그레이드하니까 예금된 SP의 10%가 쭉 빠져나간다.
[SP 거래소 매니저가 생성되었습니다.]
그러자 내 눈앞에 황금색의 새끼 돼지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황금 돼지의 황금 날개.
돼지 주제에 안경도 끼고, 학사모도 쓰고 있다.
이게 매니저인가?
돼지가 날 바라본다.
눈빛은 돼지답지 않게 아주 총명한 눈빛.
그 눈을 보자 이 녀석이 왠지 나보다 똑똑할 거 같다는 예감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투자 성향을 어떻게 설정하시겠습니까?]
공격적-보통-방어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투자 성향.
흠, 원래 이런 건 중간이 제일 좋은 거 아닌가?
‘보통’으로 설정하자,
[SP 거래소 매니저가 활동을 개시합니다…….]
[SP 거래소 매니저가 이자율을 검토합니다…….]
엇, 이러면 대출 이자율을 낮추려나?
지금 시장에 하데스 말고는 경쟁 상대가 없어서, 이자율을 굳이 낮출 필요는 없는데…….
하지만 SP 거래소 매니저는 내 생각보다 똘똘했다.
[SP 거래소가 독점적인 상태입니다. SP 거래소 매니저는 당신에게 더 가혹한 대출 이자율을 권장합니다.]
[SP 거래소 매니저가 당신에게 SP 거래소 레벨업을 추천합니다. 현재 무주공산인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합니다.]
그러면서 매니저에게서 엄청나게 메시지가 쏟아진다.
나와 SP 거래소를 생각해서 하는 조언.
그러다가 내가 금방 반응을 하지 않자, 돼지가 직접 입을 열었다.
“꿀꿀. 주인님, 예대마진을 극대화하셔야 합니다.”
“꿀꿀. 주인님, 지금 시장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이런 기회는 오지 않아요. 지금 우리가 SP 시장을 다 쓸어버려야 합니다.”
“꿀꿀. 탐욕, 탐욕스러워야 합니다. 주인님.”
계속 꿀꿀거리면서 말하는 황금 돼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데 침마저도 황금색이다.
와…… 돼지 매니저 믿음직스럽기는 한데…….
뭔 소린지 모르겠어…… 시바…….
이럴 줄 알았으면 금융 공부를 할 걸 그랬나?
황금 돼지의 눈에 내 얼굴이 비친다.
멍청한 표정.
진짜 맹하다.
영혼신까지 왔는데, 쏟아지는 금융 정보에 머리가 탈탈 털린 모습.
아…… 이건 아닌데…….
[SP 거래소 매니저에게 SP 거래소의 운영을 맡기시겠습니까? SP 거래소의 배당수익 1%를 SP 매니저에게 추가로 부여합니다.]
내가 직접하면 100%를 먹고, 이 돼지한테 맡기면 99%를 먹는 건가?
헤라클레스에게 5%를 떼준다고 했으니 95, 94%인가…….
하아…….
그래, 이런 건 전문가가 해야지.
금융 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일단 돼지한테 맡겨 놓자.
내가 예를 누르자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황금 돼지.
“꿀꿀. 주인님,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주인님을 부자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오냐.”
이쪽 지식을 좀 더 갖추기 전까지는 일단 돼지에게 맡기자.
황금 돼지에게 일임하니 저절로 이것저것 업그레이드를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일단 확인 메시지는 다 나에게 뜨니까, 최종 결정권은 나에게 있는 셈.
일단은 돼지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예를 다 눌렀다.
그러자 나에게 고개를 푹 숙이는 황금 돼지.
“꿀꿀. 주인님, 이렇게 전폭적인 신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꼭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꿀꿀.”
“뭐, 최대한의 수익을 부탁해. 그래야 너도 좋고 나도 좋으니.”
“꿀꿀, 물론입니다. 대신들을 착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클클…… 싸가지 없는 대신들……. 클클클클클…… 나를 돼지라고 했겠다…… 킬킬킬킬킬…….”
음…….
끝말은 왠지 돼지의 꿀꿀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잘못 들은 거겠지.
“꿀꿀. 주인님, 그럼 저는 SP 거래소 운영에 전념하러 가겠습니다.”
“어, 잘 들어가.”
“꿀꿀. 예, 매일 보고를 드릴 테니까 꼭 챙겨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흐름을 놓치면 안 되니까요, 꿀꿀.”
돼지는 나에게 고개를 푹 숙이더니 사라졌다.
자식, 매일 보고한다고 하니까 뭔가 믿음직스럽네.
잘 뽑았어.
“후…… 집에 갈까.”
일단 좀 세월이 지나야지 뭔 소득이 생기는지 알 수 있겠어.
거기에 에슈타르에서 멘토링 효과를 누리려고 30일간 대기 타서 그런지 뭔가 집이 그리웠다.
이제 여기서 노가다를 할 필요도 없으니 집에 가서 하루 이틀 정도는 좀 쉬자.
“헤임달의 귀환.”
귀환을 써서 도착한 집.
드넓은 공간에 비해 황량한 풍경이 내 집 그대로였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
은은한 커피향이 난다.
인기척이 느껴져 소파를 바라보니 눈에 익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흠. 지금 왔나? 꽤 기다렸다고.”
“……로키?”
검은 머리의 미남자.
언뜻 보면 여성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미모다.
그 얼굴로 화산의 여신으로 분장해서 날 속여먹었지…….
이 자식, 언제 무단침입해서 내 찻잔에 커피 타 마시고 있었어?
“야, 여기 우리 집이거든?”
“에헤이, 우리 사이에 내 집 네 집이 어디 있어?”
“우리 사이는 얼어 죽을…… 왜 왔냐?”
내가 쏘아붙이니 후루룩 커피를 다 마신 로키가 벌떡 일어났다.
“용건이야 간단하지…… SP 거래소 때문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