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20화 (120/240)

<내 상태창 2개 - 120화>

120 SP 거래소

3달 안에 SP 거래소를 열라는 헤라클레스.

2달이면 설립할 SP는 충분하다. 다만 아스가르드 때문에 좀 주저하는 마음이 들 뿐이지.

“오딘네가 호시탐탐하게 노리고 있는데, 대책을 마련하고 오픈 미루는 게 낫지 않을까?”

“대책은 아바타 교환으로 일단 마련했다고 봐야지. 그리고 SP 거래소는 어마어마한 확장력이 있어. 이걸 포기하면 아무리 영혼신이라고 해도 좀 뛰어난 일반 하급신에 불과할 거다.”

“흠…….”

“거래소를 연다고 해도 저들이 바로 널 공격하거나 할 수는 없을 거다. 이번 일로 인해 지분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자신이 투자한 5%의 결실도 보고 싶다는 헤라클레스.

흠, SP 거래소.

저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걸 보면 어마어마한 확장력을 가진 건 틀림없다.

이걸 계속 경계만 해서 오픈을 미룬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야.

“알았어. 열게.”

“좋아, 그럼 1억 SP를 주지.”

시스템의 계약을 통해 헤라클레스와 SP 거래를 끝냈다.

그는 거액의 SP를 준 후 산 밑을 내려다보았다.

“SP 소모가 너무 많군.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저 땅을 쓸어버리고 SP를 회수하고 싶어…….”

계약만 아니었어도 벌써 쓸어버렸을 거라며 혀를 끌끌 차는 헤라클레스.

이럴 땐 확실히 혼돈의 군주 같아.

“난 가 보련다. 아바타 잘 사라.”

소울 배리어를 해제하더니 휙 사라진다.

SP도 받았으니 이제 구매해야지 싶어 SP 상점을 열려다, 일단 엘프리안에게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케브리안에서 일단 아바타의 거처를 하나 마련해야지.

“헤임달의 귀환.”

헤임달의 귀환을 써서 케브리안 행성으로 간다.

예전에 엘프리안과 헤어진 이후 케브리안 행성에도 좌표를 하나 찍어 뒀지.

“예전에 찍은 좌표 모습이 아니네.”

헤임달의 귀환으로 도착한 장소는 숲 안.

왜 숲이지?

예전에 귀환 위치로 찍은 곳은 황무지였는데.

이 지역, 사령대제랑 자기가 같이 관리할 테니 올림푸스에게 위치를 파악 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지.

[혹시 김지호 님…… 이신가요?]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청아한 소리.

내가 알고 있는 엘프리안의 목소리였다.

이 숲, 그녀가 조성한 건가?

“네, 맞아요.”

[역시…… 그때 봤을 때보다 힘이 너무 강해지셔서 긴가민가했어요. 신이 되신 건가요?]

“예, S급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엘프리안은 없는데, 어디서 소리를 내는 거지?

[이쪽으로 오세요.]

내 앞에 갑자기 바람이 일렁이더니 연두색 빛을 내는 나뭇잎이 공중에 둥둥 떴다.

그 나뭇잎은 허공에서 스스로 움직여 나를 어디론가로 안내했다.

그 뒤를 10분 정도 따라갔을까.

커다란 바위 더미들과 함께 동굴이 보였다.

[들어오세요.]

그녀의 말에 따라 동굴에 들어섰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넓고 탁 트여 있었는데, 식물이 정원처럼 자라 있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전등처럼 빛을 내며 동굴 안을 밝히고 있었다.

꽃에는 조예가 없지만 신기한 광경이군.

저벅, 저벅.

꽃밭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엘프리안.

연두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로 나를 미소 지으며 맞이했다.

“김지호 님, 신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90도로 꾸벅 인사를 했다.

나도 마주 인사를 하자 그녀가 손을 바닥에 뻗어 의자와 책상을 생성했다.

“앉으세요.”

“예, 감사합니다.”

그녀와 마주 보면서 앉았다.

앉자마자 내 앞에 생성되는 찻잔과 찻물.

뭐 정령이 나선 것도 아니고, 그냥 손짓 한 번에 물건이 휙휙 생긴다.

이런 거 보면 신기해.

나도 용언으로 가능한가?

“알크린 꽃잎에 제 권능을 부여해서 만든 차예요. 영체까지도 환기시켜 주는 특이한 효능을 지니고 있답니다.”

영체를 환기한다고?

그녀의 말에 호기심이 들어 차를 마시니, 확실히 몸뿐만이 아니라 영체까지도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괜찮네요. 신에게도 팔 만하겠어요.”

“후후, SP 상점에서 제가 이미 팔고 있답니다. 나름 인기가 괜찮아요.”

그렇게 차 한 잔 하고 훈훈한 분위기로 엘프리안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바타를 놓을 은신처가 필요하시다고요?”

“예, 아스가르드가 본격적으로 저를 노릴 것 같아서요.”

예언에 대한 것까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이 정도만 말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엘프리안.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제 말대로 하길 잘했죠?”

“뭘요?”

“아바타 교환.”

“아…… 그러네요.”

“은신처는 얼마든지 제공해 드릴 수 있어요. 제가 김지호 님 덕분에 여기까지 회복할 수 있었는데요. 근데…….”

근데 나오면 조건을 제시하던데.

웬만한 건 들어 주자 생각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스가르드와 본격적으로 사이가 안 좋아진 거면, 그들과의 영혼 중개를 취소하고 저 좀 더 중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영혼 중개를 취소하라고요?”

“네, 아직 완전히 적대하는 모양새가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흠. 생각해 보면 오딘이 나에게 전능안을 썼는데 계속 영혼중개는 해 주고 있었네.

굳이 이놈들에게 SP를 더 중개해 줄 필요는 이제 없을 거 같은데.

오딘이 지구에서 가장 많이 SP를 벌지만, 이건 뭐 영혼밀수로 받아가면 그만이잖아.

영혼밀수는 2자리로 영혼중개분의 100%를 먹는 건데, 지금은 영혼중개로 얻는 수익의 50%를 가져가니까.

실질적으로 나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똑같지만 적이 될 애들을 도와줄 필요는 없지.

아예 이왕 이렇게 된 거 올림푸스도 정리하자.

이놈들은 내 꿀을 너무 많이 빨아먹었어.

“일단 영혼중개는 다 취소해도 되겠네요. 엘프리안 님 하나 더 추가해 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제가 김지호 님 아바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뛸 듯이 기뻐하는 엘프리안.

사실 별 기대도 하지 않아 보였다.

그러다가 내가 막상 된다고 하니까 이게 무슨 횡재냐 하는 얼굴.

영혼 중개창을 열어 다른 신들을 죄다 취소한다.

영혼 중개 취소하려면 뭔가 사유가 있어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 S등급에 올라서 그런지 자유롭게 취소가 가능했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엘프리안의 이름이 이미 두 개가 떠 있는 게 보였다.

아, 엘프리안은 이미 2개 중복이지?

그럼 더 추가가 안 되지 않나?

궁금한 마음에 엘프리안을 적자, 2개까지가 최대라고 나오는 메시지창.

[영혼중개 레벨이 15가 될 경우, 중복중개가 1자리 더 가능합니다.]

이거 안 되겠네.

“영혼중개 레벨이 낮아서 중복중개가 안 되네요. 두 영혼중개 수수료를 5%씩 깎아드리죠.”

“아…… 그렇군요. 예, 그것만 해도 정말 감사합니다.”

약간 실망하는 기색이었으나 곧 표정을 바꾸어 고마워하는 엘프리안.

자기가 나서서 계약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계약서 양식이라도 있는지 엄청나게 긴 내용이 시스템창에 뜬다.

대략 요약하면 내 아바타를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고, 안전한 장소에 모시겠다는 내용.

나는 그냥 아바타 맡겨야지, 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그녀는 아바타의 안위에 대해 나보다도 더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와…… 이 짧은 시간에 이런 계약서를 준비하셨나요? 아바타 건드리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고…….”

“당연하죠. 김지호 님의 아바타는 영혼신의 아바타. 수많은 대신들이 SP를 많이 주고 사거나 실험하고 싶어 할 겁니다. 이 항목은 필수죠.”

그 생각은 못했네.

그녀가 이런저런 점을 잘 짚어 준 덕에 아바타를 안전한 데에 보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녀와 계약을 맞춘 후 SP 상점에서 아바타를 구입했다.

헤라클레스에게서 받은 1억이 그대로 날아가며 시스템 창에서 메시지가 뜬다.

[SP 상점에서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아바타를 생성합니다. 생성시킬 땅을 지정해 주십시오.]

꽃밭 가운데에 아무것도 없이 남아 있는 동굴바닥을 지정하자, 새하얀 마법진이 바닥에 그려진다.

빛이 잠시 올라오더니 마법진과 함께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육체가 벌거벗은 채 누워 있었다.

아바타가 나타나자마자 잠잠했던 아바타 교환 스킬이 갑자기 혼자 발동했다.

[사용자의 아바타를 감지합니다. 아바타 교환 스킬의 대상으로 지정하시겠습니까?]

예를 누르자 잠시 붉게 빛나는 김지호의 육신.

[지정되었습니다.]

지정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아까와 똑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저게 1억짜리란 말이지…….

“저게 지호 님의 아바타군요. 제가 지금 바로 안전한 곳에 둬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나와 같이 내 아바타를 보던 엘프리안.

그녀가 작게 손짓하자 내 아바타가 누워 있던 땅이 갑자기 휙 열린다.

그러더니 땅 아래로 사라지는 내 몸.

“땅 밑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습니다. 올림푸스가 저를 잡아간다고 할지라도 지호 님의 아바타까지 찾을 순 없을 거예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엘프리안.

음…… 믿어도 되겠지.

“그간 별일은 없었나요?”

그러자 엘프리안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쉰다.

“시간의 신 파편을 찾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어요. 근데 하데스의 부채가 영 부담이 되네요.”

“하데스 사령사랑 거기에서 빌린 거예요?”

“네. 그때는 10%로 해 준다고 하더니, 뭐 이것저것 항목을 붙여 가지고 실질적으로는 1년 이자가 20%에 육박해요. 하아…….”

“아니, 뭔 20%예요?”

“뭐 이런저런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둥, 원래 SP 상점에서는 안 되는 불법 거래라는 둥 이것저것 핑계를 붙이더군요. 다 합치니까 거의 20%가 돼요. 거기에 틈만 나면 이자 높이려고 혈안이 되니…….”

얼굴이 어두워지는 엘프리안.

“이래서야 케브리안 독립을 이룬다고 해도 하데스의 반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그렇게 많이 빌렸습니까?”

“예…… 뭐 조금…….”

말문을 흐리는 꼴을 보니 엄청나게 빌렸구만.

그런 그녀를 보자 채무추심을 당해서 불타오르던 아스가르드가 떠올랐다.

하데스네는 빚 안 갚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거 안 갚으면 어떻게 돼요?”

“그럼 그의 노예로 전락하죠…… 영체 포기 각서니까요. 제가 그렇게 되면 괴물들을 낳는 모체로 전락할 거예요.”

미간을 찌푸리는 엘프리안.

이거 참…… 이미 계약서로 다 묶어 놓았네.

그런 그녀를 보니 내가 설립할 SP 거래소가 생각났다.

그 SP 거래소가 정말 추측대로 SP를 빌려주거나 한다면, 그녀에게 내가 SP를 빌려주면 되는 거 아닐까?

“이런 게 생기면 어떨 거 같으세요? 많이 이용할 것 같아요?”

SP를 빌려주는 공식적인 거래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반색하는 엘프리안.

“그런 게 생기나요?”

“아직은 아닌데, SP 거래소를 설립하면 그런 기능이 있을 것 같아서요.”

“와, 있으면 정말 좋죠. 하데스 같은 사채업자한테 뜯기지 않고 공식적인 업체에서 빌려주는 건데……. SP 거래소는 지호 님이 설립하시는 거죠?”

“네.”

“그거 정말 센세이션할 거 같아요. 지호 님, 빨리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더니 그녀는 하데스랑 SP 대출에 대해 상담을 받는데 상담 와중에도 엄청난 문의가 들어오고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의 하데스 사령사랑 사무소에 초대되어 가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어요. 하데스의 아바타도 100명이 동시에 사무소 업무를 보는데, 어마어마한 SP를 벌어들이고 있더라고요.”

“오호…….”

“영상 통화를 하는데 얼마나 잘난 척을 하는지……. 신들이 제발 제발 하면서 비는데 킬킬대면서 으스대는 꼴 하고는……. 노예로 끌려오는 신들도 몇 봤어요…….”

흠, 하데스라면 당연히 그럴 법하지.

절규하면서 끌려온 노예가 된 신들이 어디론가 끌려가 사라지는 걸 보면서 섬뜩했다는 엘프리안.

이거 뭐 신이 돼서 불멸의 존재가 돼도 노예 되면 말짱 황이잖아.

오히려 불멸이니까 끝나지 않는 지옥인가.

“김지호 님이 공식적인 업체를 만들면 다 그리로 갈 수요예요. 아니, 지금은 하데스 사령사랑이 영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거기서 안 빌리는 거지, 공식적인 업체가 생기면 엄청나게 신들이 미어터질 거예요.”

“그렇군요.”

“아. 저도 남은 SP가 있으면 투자하고 싶네요. 어마어마할 거 같은데…….”

정말 아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엘프리안.

지금까지 맑고 청량하던 눈빛이 갑자기 묘한 분위기를 띤다.

엘프의 신답지 않게 뭔가 요사한 느낌이 드는데……

뭔가 이대로 있으면 잡아먹힐 거 같은 강렬한 시선.

갑자기 신성해 보이던 그녀의 미모가 확 요염해졌다.

이거 혹시 꼬드기려는 거냐?

미모가 워낙 여신이라, 그녀가 작정하고 꼬드기면 넘어갈 거 같단 말이야.

음, 일단 자리를 떠야겠어.

여기서 잘못해서 넘어갔다가 지분이라도 홀라당 내주면 무슨 손해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준비를 해야겠네요. 제 아바타 잘 부탁드립니다.”

“아…… 벌써 가시게요?”

“네, SP 거래소 준비도 해야 해서.”

“아쉽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아바타는 잘 보호하고 있을게요. 시간 되시면 한번 놀러 오세요.”

아쉬워하는 엘프리안.

하지만 내가 간다고 하자 순순히 나를 배웅해 주었다.

뭐, 작정하고 꼬드기려고 든 건 아니었나 보네.

그녀에게 아바타를 맡기고 지구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SP 중개창을 다시 채워 넣기 시작했다.

날려 버린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의 자리를 대신해서 밀수 위주로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한 번 중개창을 싹 정리하고 자니까 SP 수입이 500만까지 올라왔다.

영력 수치의 상승에, 그간 별 도움 안 되던 신 정리를 하고 효율 위주로 배치하니 수익이 또 팍 늘었네.

SP 거래 레벨이 9라, 1억만 모으면 10이 되는 상황.

20일이면 되겠군……

20일간 에슈타르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거 참, 뻔질나게 오네.”

“멘토링 효과는 다 누려야지.”

“던전은?”

“뭐, 지금은 클리어해 봤자 별 의미가 없더라. 근데 시간을 빨리 보내야 하니 그냥 소환해 줘.”

“알겠다.”

A급 던전을 돌면서 얻은 영혼 약탈의 SP는 모두 멘토링 받던 스킬에 찍었다.

한번 돌 때마다 1레벨씩 오르는 스킬들.

20일을 하니 영혼 약탈자의 스킬은 모두 레벨이 40이 되어 있었다.

SP는 이제 거의 1억에 다다른 상태.

지금 당장 거래소를 열 수 있지만 멘토링 꿀을 조금 더 빨아야겠다는 생각에 며칠 더 던전을 돌았다.

영혼 약탈자 스킬들이 레벨 50이 되자 메시지가 떴다.

[멘토의 스킬 레벨의 50%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멘토링 효과를 누릴 수 없습니다.]

아, 100까지 올리고 싶었는데 100은 무리인가……

이제 이 노가다도 끝났군.

이제는…… SP 거래소를 지을 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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