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19화>
119 아바타 교환
“야, 설마 날 봉인하게?”
“그래. SP 얼마 드는지나 보자. 궁금하지 않냐? 진정한 영혼신은 봉인하려면 얼마나 SP가 필요한지.”
확실히 알긴 알아야 하는 정보다.
이게 게임으로 치면 내 한계 체력을 알아보는 과정과 비슷하니까.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야 나중에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지.
하지만 내 머리통만 한 주먹을 보니까 갑자기 주저되는군.
“아니, 굳이 그 핵주먹을 맞아야 하나 싶은데…….”
“이건 영기발출도 아니라 소멸 염려도 없어. 혼돈의 군주로서 그냥 꿀밤 한 대 때리는 거지.”
주먹이 내 머리보다도 큰데 뭔 꿀밤이야.
“아, 그 주먹은 좀 아닌 거 같아.”
“야, 나 못 믿냐? 자식이 지 몸은 잘 챙겨요. 맹세할게. 영기발출 안 쓰고 봉인 테스트만 한다고.”
헤라클레스가 맹세하자 시스템에서도 맹세 메시지가 뜬다.
이 자식, 뭐 이렇게 급해?!
“그거 꼭 해야 하냐?”
“당연하지. 네 한계치가 얼만지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내가 공짜로 해 주는 걸 다행으로 알아. 그리고 테스트일 뿐이야. SP가 얼마 드는지만 알면 공격 접을 거야.”
그러며 헤라클레스가 말하길 자기가 날 봉인하려 들 때 시스템에서 SP 소모 비용이 뜬다고 했다.
봉인시키는 게 아니라 그 시늉만 하는 거면 알아볼 만은 하네……, 한번 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을 때 헤라클레스가 주먹을 휙 휘둘렀다.
[위험 감지가 발동합니다.]
업그레이드된 위험 감지가 궤적을 보여 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빨리 뻗어 오는 헤라클레스의 주먹.
위험 감지 스킬 업그레이드 돼서 미래를 예지한다고 하더니 붉은 형상의 궤적보다는 주먹이 먼저 닿는다.
SSS급 혼돈의 군주의 공격은 제대로 읽지 못하는 건가?
코앞에서 멈춘 주먹.
가까이서 보니 내 머리보다도 커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주먹이 멈추자 광풍이 불어온다.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내 몸까지도 날아갈 것 같은 바람.
쾅!
내 뒤편은 난리도 아니다.
산이 깎이며 바위가 날아가는 소리.
하, 그냥 휙휙 했는데 산이 무너지다니…….
이게 SSS급 혼돈의 군주구나.
S급에 올라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실감이 난다.
그렇게 주먹을 내뻗은 헤라클레스.
그가 깜빡했다는 듯 말했다.
“아, 그래. SP 다 써 봐.”
“왜?”
“이 상태에서 나한테 맞으면 네 SP가 우선적으로 달아. 그럼 SP를 그냥 허공으로 날리는 거라고.”
가지고 있는 SP가 우선적으로 소모되고 그 이후에는 신을 봉인하기 위해 SP가 따로 든다고 했다.
헤라클레스한테 맞아서 날리느니 내가 써 버리는 게 낫겠군.
지금 내가 가진 SP는 250만.
영력에 다 투자하자 영력이 1,010이 되었다.
“다 썼어.”
“그래, 간다.”
다시 주먹을 내뻗는 건가?
하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의 주먹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검지만 뻗었을 뿐이다.
가볍게 내 머리에 닿는 헤라클레스의 검지.
그러더니 미약한 압력이 느껴진다.
이 정도면 아무것도 아닌……?
뿌드득.
뼈가 부서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며 그대로 머리를 뚫고 들어오는 손가락.
최초엔 통증이 느껴졌으나 곧 아무 감각이 들지 않는다.
뇌를 그대로 뚫어 버리는 헤라클레스의 손가락.
내가 인간이었다면 이 공격 한 번에 정신을 놨겠지.
하지만 너무 멀쩡하다.
그냥 미간을 찌푸릴 정도의 통증.
육신은 그냥 육신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영체에는 타격이 없으니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이 SP는 너무 심한데……?”
내가 내 몸에 신기해하고 있을 때 헤라클레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SP 얼마 나왔는데?”
“잠깐만. 잘못 봤나……?”
두 눈을 비비기까지 하는 헤라클레스.
그러더니 나직이 탄성을 토해 낸다.
“허, 1,000억……. 아무리 영혼 각성자라고 해도 하급신인데 1,000억이나 들다니. 정말 영혼 계열 각성자는 시스템의 사랑을 받는군.”
1,000억.
감도 안 잡히는 엄청난 수치다.
다른 하급신은 얼마나 드는지 궁금하군.
“다른 하급신은 얼마 드는데?”
“기껏해야 1천만에서 1억일 거다. 다들 보유 SP로 봉인 안 당하려고 하지. 일반적인 신들 입장에서는 보유 SP가 가장 중요해.”
다른 하급신은 봉인까지 1억인데, 나는 1,000억……
최소 1,000배네.
“예언에서 아스가르드는 날 봉인했다고 했거든? 그럼 그쪽 애들도 천억 SP를 썼다는 건데…… 아스가르드가 그렇게 SP가 많나?”
“그럴 리가 없어. 너 봉인한다고 천억 SP를 쓰느니 그냥 그거 좀 더 모아서 창조주로 업그레이드하고 말지. 천억 SP는 엄청난 수치다. 이런 수치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 해 봤어.”
헤라클레스는 주먹을 뺐다.
그러자 서서히 수복하기 시작하는 육신.
뇌가 재생하고 뼈가 다시 만들어지며 머리를 예전처럼 봉합한다.
“어, 몸이 저절로 재생하네?”
“그래, 지금의 네 육신은 아바타로 바뀌었을 테니까. 진정한 원형인 영체에 맞춰서 다시 수복하는 성질이 있지. 흠, 그래. 아바타…….”
나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헤라클레스.
그러더니 갑자기 단어 하나에 꽂힌다.
“아바타…… 그래……. 너 아바타 관련 스킬 뭐 있다고 했지?”
아바타 하니 하데스가 생각났다.
에슈타르에서 엘프리안을 지켜 주고 있을 때 그녀와 협상을 하겠다고 나타났던 하데스.
그때 그에게서 ‘아바타 교환’이라는 스킬을 받았지.
[아바타 교환.]
[액티브 스킬.]
[등급 : SS.]
[아바타와 본체를 완전히 교환합니다. 그 어떤 제약에도 얽매이지 않고, 영체의 위치를 완전히 바꿉니다. 남겨진 아바타는 사용자의 행동 양식에 맞춰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스킬 시전 후 재시전까지는 200일이 걸립니다.]
페르세포네의 물건을 주고 받은 스킬.
막상 써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애초에 A급 때는 반신이라 아바타도 없었고, 교환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도 딱히 안 나왔지.
하데스에게 아바타 교환 스킬을 받았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는 헤라클레스.
“아바타 교환 스킬을 받았다고?! 그거라면 네가 봉인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 그 스킬. 아주 쓸 만하거든.”
“어떤 면에서 그런데?”
“흠…… 봐 봐.”
땅바닥에 주저앉은 헤라클레스.
그러곤 손가락으로 바닥을 파기 시작한다.
“여기 있는 에슈타르의 김지호가 A, 지구 모처에 있는 김지호 아바타가 B라고 쳐 봐.”
A, B를 그리는 헤라클레스.
그는 그림에서 A 글자에 X 표시를 했다.
“네가 에슈타르에서 너무 위험한 상황에 처했어. 이대로라면 봉인될 판이야. 다른 순간 이동의 권능을 사용하려고 해도 추격당할 거 같아. 이때 아바타 교환을 사용해 주는 거야.”
“다른 권능보다 아바타 교환이 뛰어난 거야?”
“내가 보기엔 그래. 네가 이 스킬을 쓰면 지구에 있는 B 아바타로 튈 수 있어. 그럼 일단 이 동네에서는 해방되는 거지.”
에슈타르에 있는 A 아바타에서 지구에 있는 B 아바타로 몸을 갈아치운다.
여기까지는 알겠어.
“근데 그거랑 봉인이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A에서 B로 간다고 해도 A가 갑자기 실 끊어진 인형처럼 툭 주저앉는 게 아니야.”
“흠. 스킬 설명엔 자동으로 움직인다고 하던데, 그거랑 연관되어 있나?”
“어, 아바타로 몸 바꾸면 빠져나간 아바타는 지가 알아서 움직여.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걸맞게. 그 상태로 봉인도 당할 수 있어.”
내가 B 아바타로 도망친다고 해도 A 아바타가 평소처럼 행동한다는 뜻이군.
그러면 이미 도망쳤다는 티가 작게 날 테니까 아주 유용하겠네.
근데 봉인은 영체가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닌가?
“봉인은 영체만 되는 거 아니야?”
“응, 그렇지.”
“근데 내가 도망간 A 아바타에는 영체가 없는 거잖아? 근데 봉인을 어떻게 해.”
“영체가 아예 없지는 않아. 네 영체의 일부는 남아 있어.”
영체가 아예 없으면 아바타는 그냥 인형일 뿐이라는 헤라클레스.
아바타 교환을 하면 통상적으로 영체가 5~10% 정도는 남겨지게 된다고 했다.
“어…… 그럼 그렇게 남겨진 영체는 다시 회복하나?”
“다 회복은 못하지. 대신 남겨 둔 네 아바타한테 가면 영체를 다시 흡수할 수 있어. 남겨 둔 아바타가 봉인당했다면 봉인부터 풀어야겠지만.”
“그러면 아바타 교환으로 무한정 도망가기는 힘들겠네.”
“그래, 스킬 써서 도망치면 영체가 조금씩이지만 계속 사라지니까, 언젠가는 자기 영체를 찾아야지.”
그러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헤라클레스.
자신이 그린 A, B를 손으로 쓱 쓰다듬어 지우더니 나에게 말한다.
“그 예언에서의 너는 아바타 교환으로 도망간 상태인 거 같군. 네 본체를 1,000억 SP 주고 봉인할 리는 없으니까.”
“오호…… 그러네.”
아스가르드가 나를 제압하고 봉인하려고 들었을 때 아바타 교환을 사용해서 튄다.
남은 아바타는 저들이 봉인했겠지.
그러면서 날 봉인하고 희희낙락하다가 사실은 살아 있던 내가 완벽하게 뒤통수를 친 건가?
그래서 아스가르드 불바다행?
호오, 괜찮은데……
“영체의 5~10%가 남으면 남은 아바타 봉인 시 1,000억 SP 대신 50억이나 100억 SP가 드는 건가?”
“그 정도는 아닐걸.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다. 한번 실험해 보고 싶은데 아바타 교환의 쿨타임이 200일이라 섣불리 하기가 그렇군.”
나도 그 의견은 동의했다.
200일 안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실험 때문에 기회를 날릴 순 없지.
헤라클레스는 땅바닥에서 일어났다.
“예언이 꼭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혹시 모르니 아바타를 하나 마련해 두는 걸 추천한다. 안전한 곳에 보관해 둬. 지구는 말고.”
안전한 곳?
지구를 제외하니까 딱히 없는 거 같은데.
“그나마 여기?”
“음…… 여기도 프레이야가 지켜보고 있어서 추천하진 않는데. 내가 항상 소울 배리어를 쓰는 것도 아니니까.”
“그건 그러네.”
“어, 에슈타르는 아스가르드의 장악력이 안정되어 있는 곳이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거다. 다른 행성이 더 안전할걸?”
다른 행성이라…….
후보가 케브리안 행성 하나밖에는 안 떠오르는군.
엘프리안이 은신처 제작에는 일가견이 있는 거 같은데, 그녀에게 부탁해야겠다.
“좋은 말 고마워. 아바타 교환, 참 쓸모 있구만. 근데 넌 이 스킬에 대해 어떻게 이리 잘 알아?”
“아바타 교환은 혼돈의 군주라면 모두 들고 다니는 기본 스킬이다.”
“하데스 단독이 아니라?”
“그래, SS급이지만 상당히 중요한 스킬이라 외부 유출은 거의 안 하는 편인데…… 아무리 페르세포네의 파편이라고 해도 너무 과한 대가다.”
나를 유심히 살피는 헤라클레스.
그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우리 쪽에서 널 혼돈의 군주로 만들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군.”
“무슨 혼돈의 군주야?”
“아바타 교환 스킬을 준 건 그 정도의 의미다. 아직 명확한 건 없으니까, 아바타 구입하고 안전한 장소에 일단 보관해 둬.”
그 정도의 스킬인가?
하데스 놈, 매일 킬킬대더니 그래도 이럴 땐 좋은 스킬을 주네.
“아바타는 SP 상점에서 팔아?”
“어, 네가 만들 수도 있어. 스킬 없나?”
헤라클레스의 말에 스킬창을 뒤져 보았지만 아바타 생성 스킬은 없었다.
없다고 하자 고개를 갸웃하는 헤라클레스.
“흠, S급 오르면 다들 생기는데…… 영혼신이라 다른가? 상점에서 사, 그럼. 어차피 만드는 거나 사는 거나 SP는 그게 그거야.”
그의 말에 SP 상점을 뒤져 보니 아바타를 판매하고 있었다.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했는데, 인간형뿐만이 아니라 종족도 바꿀 수 있었다.
“종류가 뭐 이리 많아?”
“이런저런 종류의 종족으로 강림이 가능하지. 어차피 영체가 중요하지 아바타는 껍데기니까. 그래도 적합도 가 높아야 하니 네 영체랑 같은 인간형 아바타로 사야 해.”
“적합도?”
“아바타랑 영체의 파장이 맞는 걸 말하지. 아바타 교환을 쓰기 위해선 적합도 90% 이상의 아바타를 써야 해.”
결국 인간형을 사야겠네.
한번 드래곤 사 보고 싶었는데 드래곤은 적합도가 높아 봤자 30%도 안 된다.
엘프 같은 인간형 이종족도 7~80%가 전부고……
결국은 인간이구만.
이왕 사는 거 적합도 99%를 사려고 눌러 보았다.
그러자 뜨는 가격.
[1억 SP.]
“아니, 뭔 죄다 억대야.”
“아바타가 억이라고?”
“어, 적합도 99% 고르니까 억이네.”
“1억이라니, 고작해야 인간 아바타인데 비싸군. 난 99%도 천만쯤 하던데. 영혼신이라 그런가?”
하, 영혼신 영혼신 해서 혜택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데서 비싸게 지불해야 하네.
바로 사서 은신처에 놔두려고 했는데, 이거 참 계획이 어긋나는군.
400만씩 들어오니까 25일이면 맞추기는 하는데…….
25일 내에 뭔 일 터질지 어떻게 알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헤라클레스가 눈에 보였다.
그래, 여기 부자가 있잖아.
빌리면 되지.
“헤라클레스.”
“왜?”
“1억만 빌려줘.”
“……이 자식이 맡겨 놨냐? 1억이 얼마나 큰 가친지 알기나 하냐?”
“아, 이자 줄게. 한 달 뒤에 5% 쳐준다.”
“5%? 흠…….”
그러자 급 약해지는 헤라클레스.
한 달 뒤에 이자 5%면 엄청 큰 거지.
곰곰이 생각하던 헤라클레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와.
말하면서도 사실 줄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아낌없이 퍼 주는 헤라클레스.
물론 한 달 5%라는 이자를 물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디야.
“대신, 조건이 있어.”
“뭔 조건?”
“SP는 천천히 갚아도 되니까 그거 갚으려고 하지 말고 SP 거래소를 빨리 열어.”
“SP 거래소를?”
“그래. 적어도…… 3달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