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18화>
118 예지, 발현하다 (2)
SP를 채무 추심 한다고?
아니, 사채업자도 아니고 무슨…….
분위기를 보아하니 채무 추심 당하는 게 아스가르드와 오딘 같네.
새하얀 불꽃은 이제 오딘의 몸에 닿아 불타오르고 있었다.
오딘은 붉은색의 배리어를 소환하여 이를 막으려 했지만 그대로 뚫고 들어오는 불길.
아스가르드의 최고위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그는 불타 사라졌다.
불길이 워낙 강해서 비명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오딘.
그와 함께 화면이 휙 꺼졌다.
“이게 스쿨드가 본 미래인가?”
위험 감지- 예지가 발동했다고 나오기는 했지만 이 내용만 봐서는 딱히 내가 위험해 보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아스가르드를 채무 추심하면서 오딘까지 불태우는 멋진 상황인데?
오딘 놈은 근데 왜 이 예언을 한 스쿨드를 숙청했을까? 내가 오딘이면 위험을 가르쳐 줘서 고맙다고 할 거 같은데.
거기에 나에게 강림까지 해 가지고 이 사실을 아냐 모르냐 집요하게 물어보고 말이야.
의문이 드네.
“근데 내가 빌려 준 SP가 어디 있다고 채무 추심을 하지?”
로키가 주기로 예정된 1억 5천 SP 가지고 채무 추심을 당한 건 아니겠지.
헤라클레스도 1억씩 쏘는데 아스가르드 전체가 1억 5천이 없다고 다 타오를 거 같지는 않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 내가 오딘네에게 SP를 빌려줬다는 건데…….
아스가르드가 갚지 못할 정도로 많은 SP가 나에게 있었다고?
그럼 엄청 미래의 일인가?
한데 그러기에는 ‘분명 신위에 오른 걸 확인했거늘…… 분명히 봉인했거늘…….’ 이랬단 말이지.
신위에 오르고 금방 봉인시켜 버린 느낌이란 말이야.
그러고 보면 신위에 오른 걸 확인하고 봉인했다라…….
내가 질서진영 S급이 되니까 그거 알고 봉인해 버린 걸까?
하지만 중립진영은 A급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보복을 당해서 아스가르드가 불타오른 걸까?
그럴듯하긴 한데…….
그러면 채무 추심이라고 하는 게 또 이상하단 말이야.
시스템의 페널티, 거기에 빚진 거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건가.
왜 아스가르드 놈들이 나한테 빚을 지는 거지?
으으, 전혀 모르겠네.
예언을 봐도 의문만 늘어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망하는 미래는 아닌 거 같아.
일단 아스가르드, 오딘 속이 시커먼 건 알겠으니 거기에 주의해야겠네.
“지호 님, 일어나셨어요?”
영상이 꺼지자 어느새 옷을 입은 다이나가 나에게 눈을 비비며 다가왔다.
“어, 미래예지가 발동했는데…….”
“정말요?”
내가 그 내용에 대해 말하려 하자 디아나가 나를 말린다.
“이 세계는 아스가르드가 지배하지요? 혹시 모르니 메시지로 말씀해 주세요.”
흠, 그런가?
그 정도로 나를 스토킹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자.
소울 배리어를 칠까 했지만 나 수상해요, 라고 하는 거 같으니 그냥 메시지만 보내야지.
그녀에게 사도 메시지로 예언에 대해 알려 주었다.
디아나는 그걸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채무 추심이요?]
[응, 보니까 황당해서.]
내 말을 듣던 디아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나에게 물었다.
[채무 추심이면 일단 빚을 져야 하는 거죠?]
[그렇지.]
[음…… 그럼 지호 님의 SP 거래소에서 SP를 빌려주는 기능이 있는 거 아닐까요?]
[흠…… 상점이 아니라?]
디아나의 의견이 그럴듯했다.
SP 거래소에 해답이 있는 거 같군.
상태창을 보자 SP가 400만이 조금 더 추가되어 500만이 되어 있었다.
하루에 400만이 조금 넘게 들어오다니…….
이게 S급의 힘인가?
여기에 스탯 영력을 더 올리면 더 늘어나려나?
궁금해져서 영력을 올리려 하니 SP가 한 포인트당 50만씩 들었다.
엄청 나가네…….
그래도 이왕 칼을 뽑은 거 250만 투자해서 5만 올렸다.
영력 1,005.
과연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졌다.
스탯을 찍고 나자 디아나가 주저주저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저, 지호 님.”
“응?”
“저한테 평소보다 SP가 너무 많이 들어왔는데, 다른 분도 그런지 확인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거야 당연하지 않나? SP 중개 효율이 올랐으니 디아나도 SP를 더 얻었겠지.
“신급 돼서 스킬 효율이 올랐어.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
“그렇다기엔 10배나 넘게 들어와서…… 혹시 어제 일 때문에 들어온 건 아닌지…….”
10배?
10배는 좀 많은데……?
어제 일이라면…….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가 얼굴이 벌게진 디아나를 보자 곧 이해했다.
설마 어젯밤에 그거 했다고 SP가 추가된 거야?
다른 사도에게도 물어봐야겠네.
나는 이진성에게 사도 메시지로 연락해 보았다.
[야, 평소보다 SP 많이 들어왔냐?]
[어, 한 6배는 더 들어오는 거 같은데? 거기에 몬스터 잡을 때마다 느는 SP는 엄청 뛰었어. 영혼 약탈했다고 뜨고.]
영혼 약탈이 떴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래.
[엥, 너한테는 영혼 중개만 했을 텐데?]
[그러니까 나도 신기해. 아, 나 B급 돼서 웨폰 마스터로 전직했다. 그거 때문인가?]
전사 B급은 업그레이드된 클래스로 전직이 가능하구나.
언제까지 E등급 때의 직업으로 있게는 안 하네.
이진성이 나 제외하고는 인류 최초의 B등급이려나?
어쨌든 웨폰 마스터 때문은 아니겠지.
[그거보단 이 형이 신이 돼서 그런 거 같은데.]
[……신? 뭔 신이냐. 미쳤냐?]
[S급되면 신 된다.]
[헐, S급 됐어? 와…… 너 어디냐? 당장 그리로 간다.]
집이라고 하니까 바로 튀어 갈 테니 좀만 기다리라고 하는 이진성.
지구에 있었나 보군.
디아나와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며 어제 사 온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적당히 식사가 끝날 때쯤 이진성이 도착했다.
“야. 진짜 신…… 어……?”
문을 열어 주자 벌컥 들어오던 이진성이 갑자기 날 보더니 얼었다.
그대로 딱 굳은 채 흔들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이진성.
“어, 이…… 이거 왜 이러지……?”
그러더니 갑자기…….
털썩.
신발장에서 나한테 무릎을 꿇는다.
아니, 이 새끼 왜 이래?
“야, 너 미쳤냐?”
“아, 시발. 이게 아닌데……? 몸이 저절로 움직…… 읍, 읍.”
[당신의 사도가 불손한 언사를 지속적으로 누적했습니다. 사도 ‘이진성’에게 신벌을 내리시겠습니까?]
갑자기 나한테 뜨는 메시지.
뭐 이런 기능도 있어?
아니오를 누르자 그때서야 몸의 속박이 풀린 듯 일어나는 이진성.
그는 질린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야, 아니 신님. 신벌 줬냐?”
“신님은 뭐냐. 평소대로 해라.”
“아니, 뭐 별말 한 거 같지도 않은데 불손하다고 신의 심판을 기다리라고 나왔어. 관대한 신의 처사로 풀려났다고 신을 찬양하래.”
뭐 이런 기능이 있냐고 투덜거리는 이진성.
난 내 수호신이던 신들에게 나중엔 그리 공손하게 말 안 했던 거 같은데, 그때 이런 페널티는 없었는데…….
내 직속 사도라 다른 건가?
신기한 기능이긴 하네.
“아, 이거 좀 폐지할 수 없냐? 아니면 이제 신이 되더니 죽마고우에게도 존칭을 받고 싶으신 겁니까? 김지호 신님?”
“아, 좀 기다려 봐. 나도 신된 지 얼마 안 돼서 찾아봐야겠다.”
내가 그리 말하자마자 또 시스템 메시지가 뜬다.
[사도에게 가하는 제한을 조절하시겠습니까?]
예를 누르자 다섯 단계로 나눠져 있는 가로 바가 생겨났다.
왼쪽은 없음, 오른쪽은 최대.
최대로 되어 있는 걸 적절하게 2단계 약간으로 맞춰 두었다.
이젠 나아지겠지.
“야, 다시 막말해 봐.”
“아이, 시발!”
그러면서도 살짝 움츠러드는 이진성.
쫄긴…….
그러더니 금방 표정을 핀다.
“어, 괜찮네?”
“말하니까 조절 바가 나오더라. 약간으로 해 놓았다.”
“그래, 굿이다.”
무릎꿇던 몸을 일으킨 이진성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다가 디아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이진성.
“디아나 님?”
“안녕하세요, 이진성 님.”
“이 이른 아침부터 왜 여기에…….”
그러더니 나와 디아나를 번갈아 보는 이진성.
금세 히죽거린다.
“남녀가 이른 아침부터 같이 있다니, 이거 이거…….”
“뭐, 니가 생각하는 게 맞다.”
“햐, 부럽네. 그럼 둘이 사귀는 거야?”
그러자 디아나가 급히 손사래 친다.
“아니에요, 사귀다니요. 신의 반려는 신만이 될 수 있어요. 그저 신께 은혜를 받았을 뿐이에요.”
그러자 나를 쓰레기 보듯이 보는 이진성.
“야, 너 진짜 신 되었다고 너무하는 거 아니냐? 여자의 순정을 가지고 놀다니.”
“와, 아냐. 디아나가 한사코 저러는 거라고.”
내 말에도 진짜 나빴다면서 쯧쯧거리는 이진성.
와, 억울하다.
같이 밤을 보낼 때 이런 어정쩡한 관계를 지속하지 말고 사귀자고 했는데 오히려 디아나가 거절했다고.
자기도 불멸자가 되어야 같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야.
쩝.
안 그래도 되는데 디아나 스스로가 결사반대해서 일단은 알았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설명을 했음에도 나쁜 놈이라고 야유하는 이진성.
디아나가 나서서 아니라고 하자 그제야 멈췄다.
이 자식…… 온 김에 그거 테스트나 해야겠다.
“아, 그래. 너 온 김에 이거 좀 봐 봐라.”
“뭔데?”
“영체화.”
디아나는 영체화를 보고 넋을 잃었지.
이진성은 어쩌려나?
“정말 하시려고요……? 이진성 님도 저랑 같은 감정이 들면…….”
디아나가 왠지 불안한 듯 나에게 말했다.
음, 그건 끔찍한데.
빡빡머리 남자한테 사랑을 갈구받으면…….
나와 디아나가 주저하자 표정이 굳는 이진성.
“디아나 님이 저러니 뭔가 불안한데…….”
“으음…… 나도 좀 불안하긴 하네. 하지만 실험할 게 너밖에 없다. 여차하면 기억 지울게.”
“큭, 뭐 반하기라도 하냐?”
“음…… 그런가 봐.”
“에이, 시발. 내가 니한테 반하겠냐? 별거 있겠어? 한번 해 봐.”
녀석의 동의를 얻자 영체화를 시전해 본다.
순식간에 몸이 투명하게 변한다.
그 상태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디아나는 양 볼에 가득 홍조를 띤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털썩.
나를 보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또다시 무릎을 꿇는 이진성.
아, 친구놈 자꾸 무릎 꿇게 하니까 미안하네.
영체화를 풀고 육신으로 돌아오자 이진성이 아직도 무릎 꿇은 채 계속 있었다.
“야, 어땠어?”
“…….”
“어이. 정신 차려.”
직접 가서 몸을 흔들자 그제야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이진성.
“와, 씨. 뭐냐…….”
나를 바라보는 이진성.
그 눈에는 미미한 떨림이 담겨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아직도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와, 이번 건 좀 센데…….”
“어떤데?”
“아, 지금 아직도 여파가 있네. 그냥 니가 존나 위대하고 압도적으로 보였어. 내 안의 관우가 잠시 사라졌을 지경이야.”
이 상황에서도 관우 타령이냐, 이놈은.
“진짜 신이 강림하면 이런 느낌인가? 이거 친구로 지내려면 나도 S급이 돼야겠는데? 디아나 님이 한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좀 이해가 갈 것 같아.”
“네, 본질적으로는 한 단계 위의 고차원 존재로 느껴져요.”
그의 말에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디아나.
그 정도인가?
등급 하나 올랐는데 어마어마한 차이군…….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흠, 사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내가 메시지를 보내니까 흠흠 하면서 듣던 이진성.
다 들은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양손을 들었다.
[뭔가 수상해 보이는데…… 난 모르겠다. 헤라클레스한테 가 보지그래? 그는 뭘 알지 않겠어?]
[흠, 그래야겠네……]
[내 기억은 지워 버려. 오딘이 직접 내려와서 검사했다며. 엄청 중요하게 다루는 거 같은데 주변인도 죄다 붙잡아서 심문할 수도 있잖아.]
녀석의 말이 맞다.
세 번째 예언에 대해 직접 강림할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던 오딘이다.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겠지.
용언으로 기억을 지운 후 둘에게 말했다.
“그럼 난 헤라클레스에게 갔다 올게. 디아나는…….”
“전 사도의 정원에 가 있을게요.”
“알겠어. 진성이 넌 던전 돌 거냐?”
“어, 신 친구 하기 쉽지 않네. 빨리 레벨업해서 나도 S급 노려본다.”
아까 무릎을 꿇은 게 충격이었는지 굳은 의지를 다지는 이진성.
B급 되고 태만했는데 천외천을 봤다며 다시 빡세게 레벨 업하겠다고 집을 나섰다.
“디아나, 그럼 나중에 봐.”
“네, 들어가 볼게요.”
디아나를 역소환한 후 에슈타르로 헤임달의 귀환을 쓴다.
예전에 아스가르드에서는 그냥 자기네 이용해 달라고 자제 요청했지만, 이제는 S급인데 그쪽 통해서 이동이 안 될 거 같단 말이야.
에슈타르의 산 정상.
나란히 떠 있는 A급 던전 포탈을 지켜보고 있자니 헤라클레스가 불쑥 튀어나왔다.
“S급에 들었군! 축하한다.”
나를 보자마자 축하해 주는 헤라클레스.
그와 자리에 걸터앉아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예언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헤라클레스.
“일단 이거는 소울 배리어를 쳐야겠군.”
산 정상을 넓게 감싸는 소울 배리어.
그에게 예언 이야기를 쭉 하자 표정이 심각해진다.
“채무 추심이라니……. 그건 아무래도 네 SP 거래소와 관련이 있겠군.”
“거래소를 열어 봐야 알겠는데, 정작 중요한 SP 거래 스킬 레벨이 낮아서 아직 오픈은 못한 상태지.”
“그거야 뭐 금방 오픈 가능하겠지……. 일단 SP 거래소를 열어야 확실히 파악이 가능하겠어.”
그러면서 SP 거래소 설립을 일단 우선하라는 헤라클레스.
그러더니 화제를 바꾼다.
“흠…… 그건 그렇고, 저들이 너를 봉인한 줄 알았다고? 영혼 계열 신은 봉인하기가 엄청 힘들 텐데.”
헤라클레스는 내 봉인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래?”
“응, 나도 올림푸스에 쫓기면서도 금방 봉인당하지 않은 이유가 영혼 계열인 게 컸지. SP가 어마머마하게 필요하다고 하더라. 나는 반쪽짜리에 불과한데도.”
“호오…….”
그럼 기습적으로 바로 봉인되거나 하긴 힘들려나?
한계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말인데, 한번 실험해 볼까?”
그러면서 양손에 주먹을 쥐는 헤라클레스.
어…….
이놈, 설마 나한테 봉인 실험 하자고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