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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117화 (117/240)

<내 상태창 2개 - 117화>

117화

“어, 나야 좋지만 오늘은 그냥 술이나 마시면서 쉬려고 했는데.”

엘프들도 술 마시나?

케브리안에서 승전할 때 보니 마셧던 거 같긴 하다만.

“그럼 같이 마셔요!”

“그래그래, 나야 술친구 있으면 좋지. 근데 오늘 왠지 적극적이다?”

“그게…….”

말끝을 흐리던 디아나. 그러더니 존경과 선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아까 영체화한 지호 님 모습을 보니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고 있어요. 너무 멋지고, 위엄 넘치고, 세상을 압도하는 그 모습…… 마치 신 같아서…….”

그러면서 얼굴을 붉히는 디아나.

한 눈에 반한 모습이다.

흠흠, 디아나 같은 미녀가 이렇게 나오니 기분이 좋네.

이거야 원 신이 되어도 미녀의 눈길에 두근거리는 건 똑같네.

아…… 신?

“디아나, 내 사도라서 그런 거 아니야? 난 신위에 올랐잖아.”

“아아! 어쩐지 너무 멋있으셔서 신성한 느낌까지 들었어요!”

그러더니 눈을 반짝거리는 금발 엘프.

흥분했는지 귀가 쫑긋쫑긋 움직인다.

“평소에는 같이 있고 싶어도 폐가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났는데…… 지호 님의 모습을 보니 자제가 안 돼서…… 오늘은 꼭 같이 있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강렬하게 호소하는 눈빛을 보내는 디아나.

뭐, 좋지 나야.

오늘 하루는 술도 마시면서 디아나랑 푹 쉬어야지.

“좋아, 그럼 술 사 올게. 잠깐만 기다려.”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디아나에게 집을 지키라고 한 후 문을 나섰다.

정석적으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저런 미녀를 불러 집에서 단둘이 술을 마신 적이 있었나?

“없었어…….”

아니, 애초에 내 인생에서 여자랑 달콤한 이벤트는 없었잖아.

지방 대학에서 자취할 때도 그런 건덕지는 없었고.

공무원 시험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지.

헌터가 되고 나서도 하도 여기저기 치이는 바람에 정신만 없었잖아.

그때는 나름 썸이 있긴 했지만 결정적인 행동은 없었지.

강시아랑은 썸인지 아닌지 애매하기도 했고……

와, 진짜 뭐가 없네.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 디아나랑 저번에 사고 친 거 말고는…….

와, 인생…….

신위에 올랐는데 뭔가 허무하네.

그래서일까.

아까 디아나의 눈빛이 더 생각났다.

나에게 명백히 호감이 있고, 육체 관계도 한 초미녀 하이엘프와 단둘의 술자리……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진다. 무한정력 때문에 기억이 싹 다 날아갔지만…… 오늘은…….

흐음……!

오늘이 바로 ‘기회’가 아닐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편의점으로 뛰었다.

스탯이 너무 대폭 올랐기에 조심조심하면서.

“어서 오세요.”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술을 사러 갔다.

원래는 혼자서 입에 익은 소주, 맥주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눈에 양주가 보였다.

흠…….

디아나도 반신인 데다가 나도 이제 신위에 달했으니 소맥 가지고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

그래, 양주 정도는 되야지.

어느덧 내 손이 양주를 향해 뻗고 있었다.

“여기 봉투 좀 주세요.”

하나둘 휙휙 담다 보니 어느새 편의점에 있는 양주를 싹 다 쓸어버린 상황.

“여기 양주 더 있어요?”

“저, 그게 단데요…… 근데 어떻게 들고 가시려고…….”

편의점 알바가 미친놈 바라보듯이 날 바라보았다.

편의점 코너에 있는 양주를 싹 다 쓸어가니 그럴 법도 하지.

흠흠, 어설픈 도수로는 취한 기분이 전혀 안들 테니까 다 사 가는 거야.

“결제해 주세요.”

알바가 카드를 긋자 양주를 죄다 인벤토리에 넣었다.

화들짝 놀란 알바.

“뭐…… 뭐죠? 마법?”

“아, 예. 뭐…….”

대충 넘어가려고 했는데 알바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닌데, 마법사가 이런 마법을 쓴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흐으. 이 알바, 헌터 매니아인가?

헌터 마법사들은 대부분 공격 마법 위주지 이런 인벤토리 마법 같은 건 없지…….

쩝, 일반인에게 용언을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안 되겠군.

“‘인벤토리에 대한 기억은 잊어라.’.”

그러자 눈에 초점이 사라지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알바생.

그렇게 해서 나오자 마음이 갑자기 급해졌다.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영체화를 하고 투명해지겠다고 생각하자 반투명했던 몸이 스르르 빛을 잃어 간다.

완전히 세상과 동화된 육신.

그 상태로 그냥 집으로 날아갔다.

이거 완전 유령이네.

“이건 여기에 놓고…….”

그 상태로 집에 들어서자 디아나가 보였다.

마루의 소파 테이블에서 세팅을 하고 있는 디아나.

접시와 컵, 숟가락과 젓가락이 탁탁 보기 좋게 세팅되고 있었다.

디아나 세계에서는 젓가락 없을 텐데, 잘 아네?

근데 접시에 담을 먹을 게 없군.

애초에 먹을 필요가 없는 몸이라 냉장고에는 음식이 없었다.

거기에 어쩌다 쉴 때면 그냥 시켜먹고, 술이나 마셨으니…….

음.

너무 술만 사 왔나 싶어 투명 상태로 다시 집을 나섰다.

근처의 마트로 날아가 다급하게 빵과 샐러드, 내가 먹을 치킨, 거기에 양주도 더 보충했다.

그리고 다시 날아가자 세팅이 다 끝난 상태.

디아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뭔가 안절부절못한 채 몸을 비비꼬고 있는 디아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정령까지 불러서 상담을 한다.

“술……. 이제 A급이라 술에 안 취할 것 같은데…… 취한 척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지?”

작은 사람 같은 불, 물, 바람, 땅의 정령이 다 소환되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고 있었다.

으음…… 이거 여기서 불쑥 튀어나오면 뭔가 노매너남이 될 느낌이군.

얌전히 현관문 쪽으로 가 육신으로 화한 후 문을 열었다.

“지호 님 오셨어요?”

그러자 바로 뛰어오는 디아나.

홍조는 감추지 못한 채였다.

“응, 먹을 거도 좀 사 왔는데……. 오, 세팅해 놨네?”

세팅을 처음 본 거처럼 리액션을 한번 해 준 후 인벤토리에서 양주 수십 병과 먹을 걸 꺼냈다.

내가 인벤토리에서 꺼낼 때마다 그걸 두 손으로 받아서 소파 테이블에 올려놓기 시작하는 디아나.

양주가 너무 많아서 바닥에 쭉 진열했다.

“술이 참 많네요.”

“우리 등급이 워낙 높잖아. 안 취할 거 같아서 좀 많이 사 왔어.”

워낙 많은 술을 넘기고 이제는 안주 차례.

그녀에게 치킨을 넘겨주며 물었다.

“디아나 육식은 못하지?”

“아, 할 수는 있는데 좋아하진 않아요. 하지만 지호 님께서 가져오신 거니 먹을게요.”

“아냐, 샐러드도 사 왔어. 이거 먹어.”

그러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디아나.

“신경 써 주셔서 고마워요, 지호 님.”

아니, 신이 된 위력이 이렇게 크단 말이야?

기껏 샐러드 하나 줬다고 저런 눈으로 쳐다보다니…….

내 사도인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러려나?

흠, 이진성이 저러면 한 대 때리고 싶겠군.

“그럼 마셔 볼까?”

그리고 시작된 술자리.

집에 흔한 와인 잔도 하나 없어서 그냥 컵에다가 양주를 따라 마셨다.

독한 맛이 느껴졌지만 뭔가 밍밍한 느낌.

전혀 취할 거 같지가 않은데, 이거.

디아나도 바라보니 그저 얼굴을 갸우뚱하고 있었다.

“지구의 술은 약하네요.”

“우리 등급이 너무 높은 거 아닐까? 이거 원, 전혀 취기가 없으니 그냥 쓴 물을 마시는 거 같네. 취하기 쉽게 마법이라도 걸어야 하나.”

“앗, 지호 님이 용언으로 한번 해 보세요.”

그러자 나도 호기심이 생겨 용언으로 명해 보았다.

“‘취하기 쉬워져라.’.”

그러자 살짝 빛이 번쩍였는데, 별다른 변화는 잘 안 느껴졌다.

된 건가?

“한번 마셔 봐요.”

“그래. 짠하자, 짠.”

머그컵으로 하이 엘프랑 소파 테이블에서 짠 하다니.

이거 참, 화려한 디아나의 외모와 더욱 대비되어 너무 없어 보인다.

와인 잔도 사 올 걸 후회되네.

그리고 마셔보니 아까보다는 좀 나았다.

양주를 무슨 맥주처럼 드링킹해야지 취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아까 같은 밍밍한 느낌은 아니었다.

나와는 대조되게 얼굴이 빨리 빨개지기 시작하는 디아나.

“어……? 저는 살짝 올라오고 있어요.”

“잘됐네. 그럼 먹을까?”

술잔이 한 잔 두 잔 오간다.

과거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면서 몸에 서서히 올라오는 취기를 즐긴다.

그렇게 한두 시간이 지났을까.

디아나가 슬슬 몸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용언 마법이 나보다는 디아나에게 더 잘 먹힌 느낌이야.

그건 그렇고, 취기가 올라온 디아나 느낌이 좀 요염한데…….

양주를 맥주처럼 퍼마시니 내 속도를 따라오려는 디아나.

“앗…… 저…… 저도 마실게요.”

“아, 속도 안 따라와도 돼. 좀 취한 거 같은데.”

“마…… 마실 쑤 있어요!”

혀가 벌써부터 꼬여 가는데.

자기가 술을 따르려고 나에게 다가오다가 갑자기 그녀가 힘이 빠진 듯 꼬꾸라진다.

나에게 털썩 몸을 기대오는 디아나.

술을 그렇게 마셨으니 술 냄새가 나야 하는데 디아나 특유의 청량한 향기가 난다.

“지호 님…….”

몸을 기대다가 고개를 푹 숙이는 디아나.

자나?

얼굴을 바라보니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다.

에라이, 내가 이렇지 뭐.

디아나는 재우고 양주나 더 마시자.

침대로 눕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를 안아 들고 침실로 갔다.

그리고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그녀의 두 팔이 내 목을 감쌌다.

어?

“헤. 신께 거짓말은 못하겠네요…….”

눈을 감고 있던 디아나가 눈을 뜨며 미소를 지었다.

“저, 별로 안 취했어요.”

그러며 내 목을 그대로 끌어당기는 디아나.

입술이 닿자 그대로 혀가 들어온다.

그러자 드는 생각은 그녀의 부드러운 혀나 청량한 향기가 아니라…….

아, 이 병신 같은 놈!

이었다.

어차피 마음은 이런 걸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디아나가 이렇게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았으면 취하지도 않는 양주나 계속 마실 뻔했다.

그러고 나중에 화장실 벽이나 쳤겠지.

혀와 혀가 오간다.

설왕설래.

신의 육체가 된 이후로 체온 변화가 없었는데……

갑자기 몸이 후끈해진다.

방 안이 덥다.

끝나지 않을 키스를 계속하다가 잠시 멈춰 고개를 든다.

그러자 누운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디아나.

그 푸른 눈이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힌다.

후, 그녀가 여기까지 상황을 만들어 줬는데 가만히 있으면 고자겠지.

“나도 하나도 안 취했어.”

“다행이에요.”

“오늘 안 잔다.”

“저, 은총을 받는 건가요?”

“그래, 영혼신의 첫 은총이야. 영광으로 알아.”

저번처럼 기억을 잃을까 두려워 무한정력 스킬을 OFF한다.

그래, 이제 나는 S급이다.

신위에 달한 몸.

그깟 스킬…… 없어도 돼!

없어도 강해질 수 있어!

* * *

상쾌한 아침이었다.

침대 옆자리에는 디아나가 쌔근쌔근 잠자고 있었다.

하, 그녀는 정말…….

여신이었다.

어제는 S등급에 오른 거 보다 밤을 불태운 게 더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군.

밖에서 태양이 뜨면서 방을 밝게 비추는데, 뭔가 센치한 기분이 든다.

커피나 한 잔 할까.

침대에서 나왔다.

그러자 갑자기 뜨는 메시지.

[위험감지- 예지가 발동합니다.]

엥? 지금?

100일 후가 아니라?

그와 함께 눈앞에 하나의 반투명한 스크린이 뜨기 시작했다.

마치 TV를 보는 듯한 느낌.

지지지직.

TV 채널을 잘못 돌릴 때 나오는 것처럼 새하얀 화면이 나타나다가, 갑자기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처음 나온 화면은 새하얀 불길에 불타오르는 거대한 홀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안에는 저번에 보았던 에인헤랴르가 백색의 불꽃에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이 불꽃, 익숙한데.

영기발출을 쓸 때 나오는 백염과 똑같잖아.

화면의 포커스가 불타오르는 에인헤랴르를 비추더니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계단.

이를 따라 올라가는 화면.

불타서 없어지는 에인헤랴르, 발키리들이 눈에 띈다.

화면상에 몇 분이고 올라갔을까.

계단의 끝은 아까의 홀과 비슷한 느낌의 공간.

천장이 뚫려 있고, 그 공간을 통해 비와 번개가 내려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거대한 이.

인간이라기엔 너무 크고, 거인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키. 땅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장발과 수염, 기다랗고 새하얀 로브.

오른손에는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있다.

그의 한쪽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으며 다른 한쪽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저 눈, 예전에 오딘에게 당했던 전능안과 비슷하다.

이자, 오딘인가?

“후후…….”

그는 웃고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이대로 끝인가?”

그의 시선이 밑을 향한다.

새하얀 불꽃이 계단을 타고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라면 폭풍신의 권능으로 불꽃을 제압할 수 있을 텐데 오딘은 그저 헛웃음만 짓고 있었다.

“대계가 이렇게 끝이 났구나. 영혼 각성자, 분명히 신위에 오른 것을 확인했거늘…… 분명히 봉인했거늘…….”

허탈한 음성의 오딘.

하나 그 속에 담긴 말은 신경이 팍 쓰인다.

영혼 각성자라고 하면 날 지칭할 테고, 신위에 오른 걸 확인했다는 건 S등급에 오른 걸 말하겠지.

신위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날 봉인했다고?

나른했던 정신이 확 깬다.

좀 더 들어 봐야겠다.

화르르르.

어느새 끝까지 올라온 백염.

불길을 보던 오딘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지팡이의 끝을 향했다.

그러자 오딘의 앞으로 붉은색의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마치 맞불을 놓은 느낌.

두 불길은 서로 부딪쳤지만 백염은 너무나도 손쉽게 붉은 화염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허…… 이 무슨 강함인가.”

그걸 보고 혀를 차는 오딘.

그러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쉰다.

“SP를 채무 추심하다니…… 이런 게 나의 최후란 말인가? 이게 아스가르드의 최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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