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15화>
115화 S등급 (1)
스쿨드가 오딘이 확인할 거라고 하더니 이렇게 바로 올 줄이야.
뭐, 나도 예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
거기에 A등급이니 시스템의 보호도 있고…….
꿀릴 필요는 없지.
“뭐요?”
그래도 대신 중의 왕인데 반말하기는 그렇군.
내 대답에 아리아에게 강신한 오딘이 말했다.
“스쿨드를 그냥 처형해 주면 되는데, 혹여 쓸데없는 정보를 너무 많이 알았나 싶어서 왔지.”
“두 번째 예언까지 듣고 세 번째 예언을 들으려고 했는데 번개가 너무 쾅쾅 쳐서 말이죠. 그녀가 그냥 죽여달라고 하더군요.”
그러자 번뜩이는 붉은 왼쪽의 눈.
[주신 오딘의 전능안에 속박당합니다.]
[저항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내 입에서 저절로 말이 토해져 나왔다.
“다만 내가 당신의 대적자고, 새로운 세계를 열 영혼신이라고 하더군요. 이게 세 번째 예언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오딘의 눈빛을 보자마자 술술 나오는 말. 거기에 덧붙여 나의 의견까지 말한다.
뭐야, 이거?
이게 전능안이라는 오딘의 권능인가……?
펑!
갑자기 터져 나가는 오딘의 붉은 눈.
사방에 피가 튀기고 안구의 파편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오딘은 당황하지 않고 왼손을 가져다가 그 부위를 휙 쓰다듬었다.
그러자 검은 안대가 스르르 생겨났다.
“아무리 뛰어난 발키리라 한들 결국 필멸자.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전능안의 힘이 급감합니다.]
[전능안에 저항합니다.]
눈알이 터지자 그제야 자유를 되찾는 몸.
“아니, 이건……?”
“호오, 아무리 눈이 터졌다 한들 벌써 몸의 자유를 찾다니. 역시 영혼 각성자인가.”
대적자에 새로운 세계를 연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는 오딘.
그도 알고 있던 사실인가?
음…… 내가 대적자인 걸 알면 당장 조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냥 멀뚱멀뚱 지켜만 보고 있네.
아리아의 얼굴을 한 오딘이 피식 웃었다.
“의아한가 보군.”
“대적자라는 데 별로 적의가 없으시군요.”
“그에 관해선 신경 쓰지 않는다. 세 번째 예언에 대해서만 모르면 될 뿐. 너는 하던 대로 해라.”
그에 관해선 정말 관심 자체를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세 번째 예언만 모르면 하던 대로 하라고 자유롭게 풀어 주는 모습.
정말 신경도 안 쓰는구먼.
“발키리의 몸이 한계군. 나는 이만 물러가마.”
그러더니 풀썩 쓰러지는 아리아의 몸.
진짜 예언 아는지 그 유무만 확인하고 간 거야?
이러니까 더 궁금하네.
쓰러진 아리아가 곧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눈을 부여잡은 채.
“으으…… 눈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찾아온 격통에 눈을 매만지던 아리아.
“김지호 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왜 제 눈이…….”
“오딘이 강림했는데요.”
“오딘께서 강림하셨다구요? 으윽…… 그래서 눈이…… 무슨 일로 강림하신 거죠?”
“스쿨드 신살과 관련해서 뭐 일이 있어서…….”
그러자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아리아.
“관우를 죽인 것과 오딘께서 강림하신 게 무슨 연유가 있죠?”
무슨 관우야?
“스쿨드요, 스쿨드. 당신네 시간의 신 스쿨드. 미래를 보는.”
“김지호 님. 자꾸 관우를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잘 알아듣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스쿨드에 대해 이야기해도 관우라고 알아듣는 아리아.
“됐습니다…… 말하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오딘께서 강림하셔서 권능까지 사용하셨다면 이 눈은 치료할 수 없겠군요……. 전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자신의 눈을 만지던 아리아.
곧 빛으로 화해 사라진다.
어이고.
평소라면 날 엘리베이터에 태워 보내 줬을 텐데.
눈 사라진 게 충격이 컸는지 혼자 텔레포트 같은 걸 쓴 거 같았다.
흠, 이거 혹시 오딘이 뭔 수를 썼나?
이게 아리아만 못 들은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도 스쿨드라는 이름이 안 들리는 건지 모르겠군.
일단 에인헤랴르 석상이 날 노려보는 이 공간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다.
이제는 헤임달의 귀환을 써도 되겠지.
“헤임달의 귀환.”
헤임달의 귀환을 써서 집으로 텔레포트 한다.
집에 도착하자 이게 아리아에게만 적용되는 건지, 다른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디아나를 소환했다.
“지호 님. 잘 갔다 오셨어요?”
“스쿨드, 스쿨드.”
혹시 디아나에게도 스쿨드가 관우로 들리나?
“네? 스쿨드? 스쿨드가 뭐죠?”
하지만 다행히 정상적으로 스쿨드라고 알아듣는 디아나.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반문했다.
아스가르드의 신이라 그런지 역시 알지 못하는군.
“다행이네. 오늘 이런 일이 있었거든.”
스쿨드의 예언을 듣다가 오딘의 방해로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일.
스쿨드가 갇혀 있던 공간에서 나오자마자 오딘이 튀어나와 다짜고짜 심문했던 일.
그리고 아리아의 이상한 반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디아나가 표정을 굳혔다.
“미래를 보는 신이 그런 예언을 하다니…….”
“뭔가 이상하지?”
“네. 제우스가 오딘을 공격하는 미래, 지호 님이 오딘을 파멸시키는 미래…… 너무 내용이 상이하네요.”
“오딘이 제우스를 패퇴시켰으면 모르겠는데, 제우스한테 습격받았으면 동맹도 끝 아닐까?”
“그러니까요. 딱히 그런 기미는 없어 보이는데…….”
디아나는 생각에 잠기더니 나에게 말을 꺼냈다.
“로키를 한번 떠보는 게 어떨까요? 지호 님에게 하급신을 준비했다고 한 걸 보면 그는 이 사실을 모를 것 같은데.”
“로키? 그래, 그는 대신이니까 스쿨드를 관우로 듣진 않겠지.”
그의 반응을 듣기 위해 로키에게 통신을 연결해 보았다.
한데…….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하다고 뜨는 메시지 창.
그런데 어제까지만 해도 잘 연결이 되던 로키와의 통신이 연결되지 않았다.
갑자기 왜 안 되지?
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
“로키랑 연결이 아예 안 되네.”
“그럼 다른 분에게 물어보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지구 일이니 지구의 신들에게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럼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 봐야겠군.
[어, 지호야. 요즘 SP들어오는 게 장난 아니더구나. 네 덕에 가브리엘님도 곧 깨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거 다행이군요, 아버지. 근데…….”
아버지랑은 시스템 통신이 연결되는군.
내가 이번에 생긴 일을 말하자 대번에 표정이 찌푸려지는 아버지.
[묵과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이상하죠?”
[그래. 제우스와 오딘의 반목이 사실이라면 우리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기엔 오딘의 태도가 너무 이상해. 흠…… 미카엘께서 혹시 시스템 메시지에 오딘이라고 떴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시는구나.]
사실은 오딘이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둔 건가?
하지만 아까 권능안에서 뜬 시스템창에서의 메시지는 오딘이 확실했다.
“주신 오딘이라고 확실히 떴는데요.”
[흠…… 그러면 오딘이 맞을 텐데.]
“근데 시스템창도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로키도 여신 행세를 했잖아요.”
[로키가 분장한 아우렐리아는 하위급 신이고, 오딘은 SSS급 최고위 신. 약한 신으로 변신하는 건 쉽지만 고위급 신으로의 위장은 힘들 거다. 특히 오딘 같은 주신은 더더욱.]
아버지의 머리에서 새하얀빛이 맴돌더니 갑자기 눈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랜만이군, 영혼 각성자여.]
“직접 강림하신 겁니까?”
[그래. 그냥 넋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아버지의 등 뒤에는 빛으로 넘실거리는 날개가 보였다.
하, 이러니까 진짜 대천사장의 아바타란 느낌이 확 오네.
[오딘 정도의 대신이면 동급의 신은 분장할 수가 없다. 시스템에서도 오딘이라고 나왔으면 그가 맞을 거다.]
“그렇군요.”
[그가 대체 왜 스쿨드를 숙청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로키와 통신이 연결이 되지 않는 이유는 알겠다.]
“왜죠?”
[오딘이 강림했기 때문이지. 주신인 그가 강림하면서 전능안까지 사용했으니 그 여파가 꽤 클 것이다.]
오딘이 예정에 없던 강림을 해서 그런가 보군.
그렇게 강림해놓고는 세 번째 예언은 모른다고 하니까 불쑥 가는 거 봐.
[그래도 그의 강림시간 자체는 짧았으니 그렇게 오래도록 통신연결이 안 되지는 않을 거다. 한두 달이면 재개되겠지.]
“그렇군요.”
[그동안은 그들도 개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돕다뇨? 어떻게요?”
[폴룩스 제압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러며 말을 시작하는 미카엘.
미카엘은 아수라가 힘을 되찾고 있지만 폴룩스를 완전히 제압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원래 아수라와 폴룩스를 비교하면 그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겠지. 하지만 아수라는 봉인에서 간신히 풀린 상태. 지닌 SP가 얼마 없다. 그에 비해 폴룩스는 수호신도 하면서 SP가 상당하겠지.]
“인드라 때도 그렇고, 폴룩스 있는 상태에서도 잘 나오던데…….”
[모르는 줄 알았지만 이미 탈출하는 걸 알아챘더군. 이제는 그만 나가라며 중국의 신 관우를 끌고 갔다.]
원래 신살의 대상은 관우였지.
봉인지에서 차출된 거였구만…….
흠, 폴룩스 제압이라.
지금 당장 대답할 사안은 아닌 거 같다.
신살을 했다지만 이미 다 제압당한 스쿨드를 죽인 것일 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신, 그것도 전투에 관련된 신과 싸우기는 더 준비가 필요해.
“지금 당장 대답은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일단 아스가르드의 동태를 파악하고 S등급으로 올라간 후 상황을 보아 힘을 보태드리도록 하지요.”
S급이 되어서 스쿨드의 조각도 개방해 봐야지.
지금 당장은 좀 그렇단 말이야.
[그래, 기대하지. 우리도 좀 더 회복하고 있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눈에서 빛이 멎더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오신 건가?
[지호야, 그럼 잘 부탁한다. 등급을 올린 후 연락 다오.]
“알겠습니다.”
흠, 지구의 대신들과 연락했지만 로키와 통신이 사라진 이유만 알 뿐이었군.
오히려 폴룩스 제압 권유만 들었네.
“디아나, 아무래도 S등급에 진입해야겠어.”
“네, 모든 조건이 충족되신 건가요?”
“이제 모든 능력치를 1,000으로 찍으면 돼.”
“1,000…… 어마어마한 숫자네요.”
S등급에 올라서 스쿨드의 조각을 개방해야겠어.
이대로 의문점을 남긴 채 있다간 호되게 뒤통수를 맞을 거 같단 말이야.
상태창을 열어 보니 지금 내 질서진영 스탯은 300대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원래는 250대였던 게 효율 좋아진 능력 흡수 덕택에 여기까지 올랐다.
스쿨드의 능력치도 질서진영에서 올랐으면 좋았을 텐데, 중립진영에서만 오른 게 아쉬웠지.
근데, 이거…… 양 상태창 스탯을 다 꽉꽉 채워야 하는 거겠지?
상태창 2개로 능력치 더블 버프 재미를 봤었는데, S급 오를 때 되니 두 배로 소비되는 게 아쉽네.
중립진영은 반 채워졌는데 이거부터 채울까 싶었지만, 애초에 조건이 모든 능력치 1,000인 만큼 질서진영 스탯부터 올리기로 했다.
SP가 얼마나 들려나…….
지금은 2천만 조금 더 있었는데, 이 안에서 해결되었으면 좋겠군.
“간다.”
“힘내세요, 지호 님.”
디아나의 응원을 받으며 내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질서진영의 스탯창 +를 미친 듯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힘, 민첩, 마력을 번갈아 가면서 마구마구 눌렀다.
두두두두두두.
마구마구 올라가는 내 능력치.
그와 비례해서 2천만에 달하는 SP가 조금씩 줄더니 갑자기 팍팍 감소하기 시작했다.
스탯이 600이 넘어가자 옆에서 디아나가 탄성을 내질렀다.
“와…… 엄청난 마력이 느껴져요. 이렇게 능력치가 순식간에 오르다니…….”
“진작 올릴 걸 그랬나 봐.”
“근데 지금까지 딱히 스탯이 필요하진 않으셨잖아요. A급 던전만 도셨으니.”
“그건 그렇지.”
SP 수급이 제일 중요했으니 SP 모으는 족족 영혼 중개에 몰빵했었지.
그래도 이렇게 능력치를 파바바바박 올리니까 신이 난다.
몸도 한층 더 강해진 느낌이 들고, 마력은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스탯이 300대에서 600이 넘어가니 숫자상으론 2배 차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뭐, 그만큼 SP도 쭉쭉 빠졌지만.
그렇게 기분 좋게 누르다 보니 어느새 SP 2천만이 900만대로 진입하고 있었다.
어느새 이렇게 쓴 거지?
능력치는 어느새 900대에 진입.
“지호 님 손가락이 이제 보이질 않아요…….”
민첩이 900대로 진입하니 두들기는 속도도 엄청나졌다.
그와 함께 쭉쭉 빠져나가는 SP.
아, 안 돼.
1000 찍어야 하는데……!
[신격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 1,000 이상 조건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오오!
됐다.
SP는 100만밖에 안 남았지만 무사히 올스탯 1000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오딘이 준 2천만 보너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겠군.
[질서진영의 S등급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질서진영의 신으로 승급 가능합니다. 승급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스지.
나는 바로 예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