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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114화 (114/240)

<내 상태창 2개 - 114화>

114화 신살 (2)

“제가 처음으로 본 장면은 아스가르드의 멸망이었습니다.”

소울 배리어를 더욱 강화한 덕분일까.

스쿨드의 사지를 묶던 전기 밧줄이 힘을 잃고 바닥에 축 늘어졌다.

그러자 몸이 좀 자유로워진 스쿨드가 좀 더 편하게 말했다.

“혼돈의 창궐, 이미 멸망한 지구 땅에서는 던전 포탈이 끊임없이 열렸습니다. 혼돈의 군주는 각 대륙에 나와 지구를 찢어발겼으며, 에인헤랴르를 모두 학살했습니다.”

뭐, 창조신 된다더니 결국은 창조신 못되고 혼돈한테 학살당하는 미래였나?

하지만 계속 회귀하고 있으니 미래는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시간대에는 패배할지라도 계속 과거로 가면 이길 수도 있잖아.

내가 이렇게 내 생각을 말하니 스쿨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과거 회귀에 대해서도 아시는군요. 예, 맞아요. 저도 매번 똑같은 미래를 보았으니까요. 혼돈을 이기지 못하고 지구를 못 지키는 미래를요. 한데…….”

스쿨드는 이를 악물었다.

“새로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어떤 거죠?”

“제우스가 나왔습니다.”

제우스?

제우스도 같이 망했나?

그러더니 눈을 부르르 떠는 스쿨드.

“제우스가 오딘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오딘은 밀리고 있었죠.”

제우스가?

동맹인데 오딘을 친다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제우스 맞나요?”

“저는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우스가 확실합니다.”

“아니, 변장했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변장해도 오색으로 빛나는 번개 아스트라페까지 따라 할 수는 없습니다.”

흠, 단언하는 걸 보면 제우스가 맞는 것 같은데…….

왜 제우스가 오딘을 공격하지?

거기에 혼돈이 아스가르드를 쳐들어왔는데, 제우스는 오딘을 제압한다고……?

“혼돈은 아스가르드를 치는데 제우스는 오딘을 공격하면…… 둘이 사실은 같은 편이었다는 건가요?”

“제가 본 미래의 장면은 시간의 선후가 일정치 않습니다. 제우스가 오딘을 공격하는 게 먼저일 수도 있죠.”

그렇군. 그럼 제우스가 오딘을 공격하는 게 먼저일 수도 있겠구나.

왜 그랬지?

SP를 다 모았나……?

그럼 창조주가 되어서 세계 창조를 하면 그만일 텐데. 굳이 오딘을 제압할 필요도 없이.

“대체 왜 제압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원래의 목적인 창조주가 되었다면 그냥 자기 입맛대로 세계 창조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저도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그 장면을 보아서 놀라 오딘에게 갔었죠.”

근데 왜 이런 꼴이 된 거야?

이 정보를 알려 줬으면 고마워해야지.

“제우스가 오딘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려 줬는데 왜 당신을 오히려 가두고 있죠?”

그러자 스쿨드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그걸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오딘 그자가 조심하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저를 심문하더군요. 또 다른 예언이 없냐고 물으며.”

“또 다른 예언이라…… 그런 것도 있었나요? 설마 오딘의 대적자라고 한 이야기가?”

오딘을 파멸시킬 대적자.

새로운 세계를 열 영혼신.

그게 나라면 이미 공격받은 오딘은 뭐야?

밀리고 있다가 반격에 성공한 건가?

영 의문이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예, 심문을 당하기 직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건…….”

또 다른 예언.

그 이야기를 시작하자 갑자기 소울 배리어를 부수려던 번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또다시 금이 가기 시작하는 소울 배리어.

엄청나게 공격이 쏟아붓고 있었다.

이런, 또 충전해야겠네.

하나 스쿨드는 강력하게 몰아치는 전격 공격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

“또 다른 예언을 이야기하려고 하니 오딘이 본격적으로 방해에 나서려고 하는군요.”

“흠, 대체 그 내용이 뭐기에…….”

“저는 당신이 대적자인 것을 제외하고는 이 예언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그 내용을 들려 주었다가는 당신마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오딘은 모든 힘을 사용해 당신을 추궁할 거예요.”

“전 원형 유지가 있는데요.”

“그는 계약으로 세 번째 예언에 대해 아냐고 물어볼 겁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오딘의 눈으로 파악할 수 있겠죠.”

스쿨드의 두 눈이 흔들렸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

휙.

갑자기 그녀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위로 뻗친다.

머리카락의 색은 금방 새하얗게 변하더니 중간에서 툭 끊겨 떨어졌다.

그러자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흰색으로 빛나면서 나를 주시한다.

수초가 흘렀을까.

눈동자가 다시 검게 물들며 그녀가 나직이 탄성을 토해 낸다.

“아…… 이런. 여기가 내 마지막…….”

지지지지직.

[소울 배리어에 강력한 공격이 들어옵니다.]

[SP가 더 필요합니다. 충전하시겠습니까?]

“충전한다.”

[SP를 10만 소모합니다.]

금이 더욱 심하게 가는 소울 배리어.

SP를 충전하자 황금빛 배리어가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하나 곧 삽시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소울 배리어.

헤라클레스가 쓸 때는 그렇게 단단해 보이더니 여기선 왜 이리 연약하냐.

또다시 부서져 가는 소울 배리어.

스쿨드는 그걸 보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절 죽여 주세요.”

“예……? 예언은 어쩌고.”

아니, 세 번째를 알려 줘야지.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은데.

하지만 스쿨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소울 배리어를 쓴 덕택에 오딘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절 여기서 죽이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설마 아까 눈이 새하얗게 변한 게?”

“네…… 여기서 죽어야 합니다. 저는.”

그러면서 스쿨드는 말을 덧붙였다.

“당신이 지금 세 번째 예언을 듣게 되면 오딘이 어떤 수를 쓰든 파악할 겁니다. 그의 눈은 피할 수 없어요. 지금은 모르시는 게 낫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영혼 각성자를 제압하면 시스템의 보복이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그가 무리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니요, 저는 미래를 보았습니다. 당신이 여기서 저를 죽이셔야 아스가르드가 살 수 있습니다.”

확신을 가진 채 나를 바라보는 스쿨드.

스스로 이렇게까지 죽고 싶어 하다니…….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오히려 그녀가 보챈다.

“영혼 각성자여, 어차피 절 죽이러 온 거 아니었나요? 세 번째 예언은 추후 아실 수 있습니다. 제가 미래를 보았어요.”

그러며 두 눈을 감는 스쿨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지만 다문 입에서는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그 검으로 단칼에 보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어쩔 수 없군.

절대 말을 해 주지 않을 심산이다.

거기에 내가 알면 내가 더 위험할 거라는 스쿨드.

미래를 보는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지.

“영기발출.”

영검에 다시 영기를 불어넣는다.

새하얗게 올라오는 백염(白炎).

아까처럼 다리 하나를 자르는 게 아니라 신을 죽이는 만큼 최대한의 힘을 불어넣었다.

어떻게 해야 고통을 덜 줄 수 있을까?

이미 그녀의 육신은 신.

아까 자른 다리에서는 피도 슬쩍 나왔다 금방 지혈되어 있었다.

영체까지 싹둑 잘려서 사라졌을 뿐.

그냥 고전적인 방법으로 심장을 찌르자.

어차피 영체가 타오르는 거라 어딜 베어도 아플 거 같아.

푹!

“으…….”

표정이 찡그려지는 스쿨드.

심장에서 시작된 새하얀 불꽃이 삽시간에 그녀의 전신을 가득 휩쓸기 시작한다.

화르르르르.

새하얀 불길 속에서 스쿨드의 얼굴이 보인다.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지는 그녀의 얼굴.

하나 몇 초 지나지 않아 곧 표정이 사라진다.

그와 함께 그녀의 육신이 깡그리 타오르며 영체만 남는다.

반투명한 영혼의 모습.

영혼도 그녀의 육체와 똑같은 크기다.

영체는 육신과는 달리 사지말단에서부터 타올라 간다.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하는 스쿨드의 영체.

하나 영체 상태라도 고통스러울 법한데도 그녀는 이미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그녀의 영체가 완전히 소멸했다.

중급 신이 이렇게 쉽게 사라지나……?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소울 배리어를 두들기던 번개도 멈추었다.

그와 함께 뜨기 시작하는 시스템창.

[SP가 250만 소모되었습니다.]

[영검이 소모된 SP를 환혼합니다. SP가 50% 회복합니다.]

[영검의 등급이 낮습니다. 한 번에 환혼할 수 있는 SP는 총 20만입니다.]

무조건 다 50%를 주는 게 아니구나.

A등급 검으로 SS등급 신을 죽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다리만 자른 건 환혼 카운트가 되지 않았는데, 상대를 소멸시키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월등한 격의 상대를 소멸시켰습니다. 영검이 대폭 강화합니다.]

[영검의 등급이 S등급으로 오릅니다.]

[영검의 효율이 크게 오르며 SP 활용 한계가 높아집니다.]

[영기발출의 SP 환혼률이 60%로 업그레이드됩니다.]

[한 번에 환혼할 수 있는 SP가 50만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영기발출의 영혼 흡수 효율을 올립니다.]

죽이고 나니 업그레이드가 되었네.

좀 아쉽긴 하지만 순서가 순서니 어쩔 수 없겠지.

영검은 살짝 길어지긴 했지만 기존과 모양새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영기발출로 인해 소멸된 혼의 일부를 흡수합니다. 영혼 흡수가 발동합니다.]

[중급 신의 영혼을 소멸, 일부를 흡수합니다…….]

원래 영기발출로는 영혼 흡수가 되지 않지만 영검이 있어서 가능한 일.

평소랑은 다르게 ……이 붙어 있는 게 꽤 수치가 큰가 싶었다.

[영혼약탈 레벨이 낮습니다. SP를 최대 500만까지 흡수합니다.]

[능력 흡수 레벨이 낮습니다. 능력치가 대폭 오릅니다.]

[회수하지 못한 영혼 및 능력은 사라집니다.]

스탯이 대폭 올랐다기에 상태창을 보니 질서 진영 상태창은 변화가 없는데 중립 진영 능력치가 대폭 늘어나 있었다.

올 S였지만 아직 게이지가 한참 남았었는데, 다들 게이지가 50% 이상 상승한 상태였다.

개중 가장 높게 오른 능력치는 행운.

오딘에게 배신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그녀가 행운은 또 가장 높았다니.

아이러니하군.

[신살에 성공하셨습니다. 신살자(神殺者) 칭호를 받습니다.]

신살자 칭호라…….

[신살자.]

[등급 SSS.]

[불멸의 존재, 신을 소멸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신은 원래 소멸시킬 수 없으나, 영혼 각성자만이 이를 가능케 합니다.

영혼 각성자의 공격 스킬, 방어 스킬의 효율이 100% 오릅니다.

일반 영혼 계열 스킬의 효율이 크게 상승합니다.]

100%?

거기에 일반 스킬 효율 상승까지…….

미쳤네, 아주 그냥.

칭호를 당장 바꿨다.

지구인 선구자-전설 등급에서 신살자로.

그러자 영기발출, 소울 배리어도 40배던 게 80배로 바뀌었고, 각종 스킬 효율도 대폭 상승했다.

“엄청난데…….”

[신격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을 하나 달성했습니다.]

[신살 조건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추가로 신격으로 오르기 위한 조건까지 클리어.

이제 남은 건 올 스탯 1,000밖에 없다.

그거는 SP를 사용하면 가능할 테니 사실상 가장 쉬운 조건이나 다름없었다.

하아아, 이제 진짜 S 등급이 코앞이구나.

신격에 도달하는 게 이렇게 쉬웠나?

제우스가 오딘을 쳤다는 사실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하는데…… 지금 당장은 알 방도가 없군.

스쿨드도 그냥 죽어 버렸으니.

위이이잉.

번개가 멈춘 이 땅에 내가 들어왔던 것과 똑같은 포탈이 생겨났다.

돌아가라는 건가?

더 이상 있을 필요야 없지만…… 세 번째 예언을 듣지 못하니 아쉽군.

그래도 더 있을 수는 없어서 포탈로 걸어갔다.

헤임달의 귀환을 써 볼까 했지만 그러면 진짜 나한테 예언 정보가 있는 줄 알고 죽을힘을 다해 쫓아올 거 같다.

포탈로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죄지은 것도 아니고.

그러며 천천히 걸어가는 도중 잠깐 발끝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해서 발을 들어 보니, 스쿨드가 눈이 하얗게 변하면서 떨어뜨렸던 짧은 머리카락이었다.

하얀색의 머리카락.

원래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가는 머리카락이지만 이상하게 이건 스스로 빛을 내듯 존재감이 눈에 띄었다.

원래 여기에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 신기하네.

거기에 맨발도 아닌데,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따가워?

뭐 특이한 건가?

“어, 없어졌네.”

앉아서 주워 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사라진 스쿨드의 하얀 머리카락.

뭐지 싶었는데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스쿨드의 조각을 흡수합니다.]

[사용자의 등급이 낮습니다. S등급이 될 시 자동으로 개방됩니다.]

스쿨드의 조각이라니…… 그녀가 본 미래가 이거였나?

S등급이 되어야 개방할 수 있다고 하니 빨리 능력치를 올려 개방해야겠어.

일단 지금은 지니고 있자고 생각하며 포탈을 넘었다.

포탈을 넘어서자마자 팔짱을 낀 아리아가 서 있었다.

분위기가 평소랑은 좀 틀린데?

거만한 표정에 여유가 느껴졌다.

뭔가 나를 내려다보는 분위기랄까?

거기에 그녀의 왼쪽 눈은 붉은색으로 빛이 나고 있었다.

살벌할 정도로.

“왔구나. 영혼 각성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남성의 것.

목소리와 함께 기세가 일변한다.

대기가 나를 짓누른다.

어깨에 짐 덩이를 얹은 듯 온몸이 무거워진다.

쿵쿵.

에인헤랴르 석상이 쿵 소리를 내며 움직여 나를 일제히 쳐다본다.

이 공간을 이미 포위하고 있는 석상.

“영혼 각성자여. 나 오딘, 그대에게 확인할 일이 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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