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06화 (106/240)

<내 상태창 2개 - 106화>

106 지구 귀환, 사도를 임명하다.

“그게 뭐죠?”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파편입니다.”

“크로노스……. 그 존재감 없던 녀석 말이군요…….”

하데스는 크로노스의 파편을 단안경을 들어 살펴보았다.

“클클, 아버지 크로노스의 기운도 느껴지는군요.”

“둘이 같은 신 아닌가?”

“다른 신입니다. 아버지는 농경을 담당했지요. 제우스에게 쫓겨나고 담당하던 농경까지 빼앗겨 올림푸스에서 중급 신으로 전락했는데…… 흠,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융합한 건가?”

크로노스의 파편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하데스.

그 눈에는 흥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거 저한테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분석해서 그 내용을 알려 드리도록 하지요.”

엘프리안은 이에 선뜻 동의했다.

“네, 가져가시지요.”

“클클, 어떤 사람과는 다르게 화통하시군요. 그래, 이 거랑 독립은 무슨 관련입니까?”

“올림푸스와 당신 혼돈 쪽이 협약을 맺었다는 이야기는 방금 들었어요.”

“흠, 그건 또 어떻게……. 아하, 귀환자 때문에 알았군요. 킬킬, 정보도 많으셔라.”

“그래서 올까말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아까 아킬레우스를 베는 모습을 보니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클클클, 좋은 판단입니다.”

크로노스의 파편을 넘긴 엘프리안은 본격적으로 하데스에게 물었다.

“먼저 물어볼 게 있어요. 당신들의 협약에 따라 일부 지역의 시간을 계속 되돌리는 행위 말이에요.”

“예, 저들과 SP를 나눠 먹겠다고 나머지 세 혼돈의 군주가 동의했습죠.”

“그거랑 이 파편은 관련 없나요?”

“없습니다. 일부 지역의 시간을 되돌리는 건 그게 없어도 가능합죠.”

“그럼 크로노스의 파편은 지구와 연계해서 시간을 돌릴 때 쓴다고 추측해도 되겠군요.”

“클클, 그럴 법한 추측입니다.”

크로노스의 파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엘프리안.

“지금 그 파편과 아스가르드의 과거의 신 우르드의 파편이 케브리안에 묻혀 있어요. 이 파편을 모조리 찾아내서 없애면 저들의 시간 회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호오…… 해 볼 만하군요.”

하데스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크로노스의 파편을 이리저리 다시 살펴보는 하데스.

“킬킬, 이대로 계속 시간이 돌아가는 걸 지켜보느니 당신네를 돕죠. 올림푸스 놈들을 하루라도 빨리 처치해야 하니까요.”

“아, 그러면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클클클, 올림푸스와의 계약이 있으니 제가 대놓고 도와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아까처럼 신급이 강림하면 처리는 해 드리지요. 신이 강림하면 제 힘의 제약도 풀려나니…… 클클.”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거기에 파편도 찾아드리겠습니다. 아, 근데 생각해 보니 만약 독립을 한다면 저도 꽤 손해인데 말이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하데스.

“저들과 SP를 나눠가지기로 했는데 그게 모조리 사라지니까, 클클. 그건 좀 타격이 큰 거 같은데요.”

“당신은 저들과 원수 아닌가요? 시간회귀에서 벗어나고 싶으실 텐데요?”

“클클클. 뭐 그건 그거고, 손해 보는 건 손해 보는 거지요. 적당한 대가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보아하니 어느 정도 회복도 하셨겠다, SP상점도 이용 가능하신데…… ‘하데스 사령사랑’ 검색해 보시지요.”

그러자 표정이 대번에 굳어지는 엘프리안.

저거, 나도 들어 본 거잖아.

하루에 SP 대출 이자 1% 매기는 미친 고리대금업.

엘프리안은 SP 상점을 열고 검색을 해 보더니 대번에 경악한다.

“SP 대출하는 데 하루 이자 1%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군요.”

“아, 제가 수정을 하지 않았군요. 1년 이자 10%만 받겠습니다. 크하, 이 정도면 거의 봉사 수준인데.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 제가 특별히 싸게 해 드리는 겁니다.”

“이자 10%면…… 괜찮군요.”

“대출의 양은 당신이 이 세계에서 얻는 SP량에 따라 결정하는 거로 합시다, 클클.”

그러더니 나와 디아나를 쳐다보는 하데스.

그가 우리를 향해 저리가라고 손짓을 한다.

“이제 대신끼리 계약할 게 있으니 외부자들은 이만 나가 주시죠. 클클클.”

그러며 씩 웃는데 사기꾼의 스멜이 팍팍 난다.

이거 그냥 계약하게 두면 엄청 손해 보는 거 아냐?

하지만 엘프리안은 시스템창을 바라보는 건지 그냥 넋이 나가 있다.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막 눌러보는데, 뭔가 불안불안한데…….

“엘프리안?”

“아! 지호 님, 디아나. 그의 말이 맞습니다. 이제 제 호위는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거기에 그와 계약 문제로 할 이야기가 많아서…….”

미안하지만 이만 물러나 달라는 뉘앙스를 보내는 엘프리안.

“엘프리안 님…… 너무 많은 대출은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아나도 옆에서 말려 보았지만 엘프리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디아나, 그렇지 않단다. 지금은 SP가 무엇보다도 중요해. 힘을 더 되찾아야 나의 영역을 수복할 수 있단다. 날 믿어 보렴.”

“예…….”

이거야 원.

이미 대출받을 생각에 들뜬 거 같은데, 눈이 돌아간 상태다.

에휴,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해.

여기서 대출 풀로 받아서 어떻게든 영역을 회복하는 게 낫지.

대출 안 받았다가 SP 딸려서 또다시 봉인되면 얼마나 후회되겠어?

드라키아가 엘프리안이 교활하다고 평가했으니까, 뭐 알아서 하겠지.

“디아나, 이제부터는 우리가 개입할 일이 아닌 거 같다. 돌아가자. 일단 역소환할게.”

“네, 지호 님.”

디아나가 역소환되자 엘프리안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대출에 정신이 팔려 있던 그녀가 웬일로 온화한 얼굴이었다.

“김지호 님, 디아나가 당신을 따르기로 결심했나요?”

“아, 그렇습니다만…….”

“디아나가 좋은 분을 만났군요. 그녀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옙…….”

그러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엘프리안의 눈빛.

그녀는 디아나가 나에게 속한 게 오히려 기꺼운 기색이었다.

근데 뭔가 쳐다보는 눈빛이 좀…….

“클클, 아까 하이 엘프가 당신 딸입니까? 장모처럼 쳐다보고 있어요, 왜.”

“모든 엘프는 제 자식이랍니다.”

“키킥, 대신끼리 그런 뻔한 소리는 하지 맙시다. 뭐가 있나 보네. 그래도 당신, 좋겠어요. 난 아주 고생했는데 말이지…… 클클.”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자 그녀의 어머니인 대지의 여신이 태업했다는 일화는 유명했지.

아, 근데…….

“대지의 여신이 당신 장모지? 근데 대지의 여신이랑 당신은 남매지간 아닌가? 조카랑…… 와…….”

“킬킬. 뭐, 사랑에 불가능이 어디 있습니까? 거기에 올림푸스 개족보는 저만 국한된 게 아니지요. 애초에 페르세포네는 제우스와 데미테르의 딸입니다. 남매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라고요.”

아, 그래?

진짜 개족보구나.

하긴, 제우스가 뿌린 씨가 워낙 많아야지.

불현듯 제우스가 창조주가 되면 지구는 여자만 있을 거란 이야기가 확 와 닿았다.

제우스가 지배하는 세상, 역시 끔찍할 거 같아.

한 번 더 올림푸스를 막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돌아가려고 하자, 하데스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 페르세포네의 파편 또 발견하면 저에게 연락하시죠. 그때도 좋은 물건 드리겠습니다.”

“뭐, 대가만 준다면야.”

“클클…… 그럼 기대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나에게 손을 흔드는 하데스.

깔끔하게 보내 주네.

영혼 각성자라고 하면 귀찮게 할 줄 알았더니 의외다.

영혼 각성자를 건드리면 시스템의 보복을 받는다고 해서 그런 건가?

“그럼 엘프리안, 가 보겠습니다.”

“네, 디아나를 잘 부탁해요.”

귀환을 쓰고 지구로로 돌아왔다.

이제 익숙해져 가는 내 방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침대에 털썩 누워 케브리안에 간 소득을 점검해 보았다.

일단 스킬 스톤.

두 대신에게 2개나 얻어 내서 1개를 남겼지.

1개는 어디다 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일단 킵해 두고 상황을 지켜보자.

거기에 인벤토리에 있는 영검도 활성화시켰어.

영검이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아버지 쪽네 봉인된 신 진영에 물어보긴 해야겠지만…….

성장형 무기라니까 잘 키워서 써먹어야지.

거기에 SS급 스킬 아바타 교환.

이 스킬을 쓰면 적에게 ‘죽은 척’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했는데…….

흠, 쓸 상황이 나올까?

일단 아스가르드 쪽과 적대하게 되면 쓸 도주기로 킵해 두자.

케브리안 자체는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얻은 물건이 꽤 풍성하다.

다만…….

“내가 너무 약하군.”

아직 신급의 경지에 있는 적에게는 맞서질 못한다.

아킬레우스의 움직임이 아예 보이질 않았지.

물론 그에 비해 능력치와 등급이 밀리니 어쩔 수 없다 해도…….

결국 등급 상승을 위해서는 신을 살해해야 한다.

SP 수입에만 신경 쓰다 보니 막상 능력치 부분이 약해. 게임으로 치면 일꾼만 잔뜩 뽑고 병사를 안 뽑은 격이군.

이번에 영혼 중개자 업그레이드하면 능력치에도 좀 투자해야지.

일일 60만씩 들어오니 30일 조금 넘으면 충분히 업그레이드 가능해.

그럼 다시 헤라클레스네 가서 던전 노가다 뛰어야 하나?

거기 가기 전에 지구에서 할 일이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흠. 그러고 보니 사도 확충을 하자고 그랬었지?

의견을 제시한 디아나한테도 의견을 좀 들어 봐야겠군.

“디아나 소환.”

마루로 가서 디아나를 소환하자 그녀가 나타났다.

초록색의 타이트한 옷을 입고 있는 그녀.

물의 정령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채였다.

“어머, 씻고 있었는데…….”

“아, 쏘리.”

“괜찮아요. 어차피 정령이 씻겨 주는 거니까.”

그러게, 어차피 옷 다 입고 있었다.

아쉽게 말이야.

“이곳이 지호 님의 지구 집인가 보죠?”

물의 정령이 사라지자 뽀송뽀송해진 그녀.

신기한 듯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소파 옆 티비 위에 쌓인 먼지를 발견한다.

“지호님 집을 오랫동안 비우셨나요?”

“뭐, 거의 에슈타르의 헤라클레스 던전에서 사니까.”

“아, 그래서 그런지 먼지가 좀 있네요. 정령으로 청소해도 될까요?”

“그래주면 고맙지.”

그러자 바람의 정령과 물의 정령이 나와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판타지 소설 보면 정령이 아주 청소부던데.

바닥까지 싹 쓸어서 먼지와 작은 쓰레기를 모아 없애준다.

그렇게 청소하는 동안, 현대문물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는 그녀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티비도 켜 보고 핸드폰도 보여 주고 하자 어느덧 30분이 넘게 지나 있었다.

티비의 헌터 채널을 켜 두자 그거를 유심히 보던 디아나가 한 사람을 가리켰다.

“저 사람, 지구인 최강자라는데…… 사도로 받아들이시는 게 어떨까요?”

티비를 보니 미국인 헌터 데이비드가 나오고 있었다.

“쟤? 예전에 까불던 애였어. 네가 지구 최고 헌터 맞냐고 하면서.”

“지금도 지구 최고의 헌터시잖아요.”

“아스가르드에서 1년만 숨기라던데. 거의 다 지나긴 했네.”

뭐, 지구는 아직 강한 던전도 안 나오고 조용한 편이라…….

1년 지났다고 나 원래는 짱세요 여러분! 하면서 힘자랑할 생각은 없는데.

애초에 에슈타르에 있느라 그럴 시간도 없고 말이지.

“그럼 지인 분들 중에서 적당히 각성자 분 없으신가요? 케브리안 때 지구인 각성자 분들 많았는데.”

그러자 몇몇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그중 이진성을 제외하고는 다 지금의 나와는 인연이 없는 상태.

아, 그래.

이 녀석한테 사도 제의를 해 볼까?

“내 친구 중에 덩치 큰 대머리 있거든?”

“아, 저도 본 것 같아요. 정령마 타시던 분.”

“그래. 케브리안 클리어할 때 왔었지……. 한 번 연락해 봐야겠네.”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어.]

“야, 중요 용건이다. 우리 집으로 와 봐.”

[뭔데. 그 저주받은 아파트는 안 간다니까. 술 먹을 거면 밖에서 봐.]

“어허, 스탯 10%를 올릴 수 있어. 이거 밖에서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야.”

[뭐? 10%?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시발.]

“야, 진짜라니까. 진짜 중요한 비밀이야. 밖에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내가 두 번 세 번 강조하니 알겠다고, 10분만 있다가 나갈 거라며 투덜거리는 이진성.

디아나랑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곧 딩동 소리가 들렸다.

“아. 뭔…… 헉!?”

“안녕하세요. 디아나라고 합니다.”

디아나가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하자 입을 쩍 벌리는 이진성.

“에…… 엘프? 와…….”

그저 넋이 나갔구나.

하긴, 디아나한테 나도 익숙해서 그렇지…… 라이아나로 TV에서 처음 봤을 땐 진짜 컬쳐 쇼크였지.

나는 놀라 넋이 나간 이진성을 끌어다 앉혔다.

그리고 내가 사도 임명을 할 수 있고, 내 사도가 되면 스탯의 1%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너 돌았냐?”

“흠,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지.”

스탯창을 열어 질서진영 스탯창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또다시 입을 쩍 벌리는 이진성.

“뭐야…… 200이 넘어……? A급……? 야…… 야! 뭐냐, 이거? 사기지? 와,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시발, 친구한테 사기 치는 거 아니다.”

음…… 쉽게 납득을 안 하는군.

입장 바꿔 생각하면 나도 사기라고 생각할 듯해.

나는 그냥 바로 녀석에게 사도 임명을 했다.

그러자 표정이 이상하게 바뀌는 이진성.

“뭐냐 이 메시지창…… 사도가 되겠냐고 물어보네? 헐, 진짜냐?”

“어. 야,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게.”

신들의 음모와 시간 회귀.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뀐 거라고 하니까 날 다시 미친놈 바라보듯 본다.

“하! 야. 그냥 해 준다, 해 줘.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그러면서 손을 움직이는 이진성.

[C급 각성자 ‘전사 이진성’이 사도에 추가되었습니다.]

“으아아악!”

그 메시지가 뜨자마자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으며 쓰러지는 이진성.

갑자기 발작하듯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엇? 뭐지?!

부작용인가?

일단 치료 마법을 써야겠어!

“회복하라!”

용언으로 명하자 이진성의 몸에 하얀빛이 일었다가 사그라진다.

그러자 발작이 좀 멎는 이진성.

그래도 몸을 간헐적으로 떨고 있었다.

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사도 취소해야 하나?

그러다가 말문을 여는 이진성.

“으으…… 나…… 살았나?”

“야, 괜찮아?”

“어…… 지호. 너…… A급 던전 클리어하러 가지 않았냐? 으으…… 뭐야, 발키리? 뭐지……? 이 기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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