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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104화 (104/240)

<내 상태창 2개 - 104화>

104 하데스와의 재회 (1)

A등급?

영검 이놈, 이거 뭐냐. 성장형 검인가?

여의가 A등급 무기인데 이건 시작이 A네.

나랑 같이 등급이 오르면 상당하겠는데……?

로키가 결국 배달한 선물 보따리에 이런 물건이 있을 줄이야.

영혼 계열 각성자에게는 엄청난 효율을 자랑하는 데다가 성장까지 하니 최고의 무기인데 말이야.

그놈도 이게 그렇게 강한 검인지 알고 준 건가?

그놈 말고 봉인된 신들의 아바타도 이런 보물을 다 뿌렸다고?

그들이 진행한 프로젝트에 따르면 나 말고도 선물 보따리를 여럿에게 보낸 거 아니야.

다 실패했다지만.

이 정도면 엄청난 무기인데, 봉인된 신들이 이걸 껴 줄 여유가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내 손 안에 들어온 보물은 잘 챙기기로 했다.

영검을 끄자 남은 시간이 2분 떴다.

다음에는 SP 충전을 해야겠네.

“방금 그거, 영기발출이죠?”

엘프리안이 놀란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네.”

“원래 이렇게 강하셨나요?”

“헤라클레스에게 멘토링을 받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 검과 시너지를 이루니 출력이 엄청나네요.”

“지금 반신 등급인데 이 정도라니.”

“이 검, 비슷한 격의 상대를 소멸시키니 소폭 강화한다고 나왔네요. 혹시 아시는 거 있으세요?”

“아니, 성장형 아이템인가요? 그건 지고의 보물인데. 보물 등급이 어떻게 되죠?”

“A요.”

“설마 A부터 시작한 건가요?”

“지금 처음 쓰는데 A라니까 그러지 않을까요?”

그러자 심각한 얼굴로 영검을 바라보는 엘프리안.

“성장형 무기가 첫 등급이 A면 SSS까지 갈 수 있습니다. 3단계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니까요. 그 정도면 천 년 전쟁을 한 번 더 벌여도 모자람이 없는 보물입니다. SSS급 무기는 대신보다도 드무니까요.”

“그런가요?”

“네. 저희 세계에는 SSS급 무기가 없었고, 제가 아는 한에서는 제우스의 번개 ‘아스트라페’밖에 없습니다.”

“아스가르드에도 없어요?”

“제가 알기론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허, 그 정도야?

SSS급 대신은 은근 즐비하던데, 오히려 아이템이 없구나.

흠. 그런 물건이라면 로키가 절대 껴서 보냈을 거 같지 않은데.

미래의 선물 보따리에 대해 의문이 다 풀린 줄 알았더니 뒤를 안 닦은 듯 찝찝하구만.

“여기엔 뭐 감시 마법 같은 건 없어 보이나요?”

“네, 그런 건 없습니다. 제가 힘을 쓸 수 없다고 해도 안목까지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무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는 엘프리안.

대신급의 안목이니 일단 믿어 보자.

너무 좋은 무기니 잘 써먹어야지.

“이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디아나의 말에 엘프리안이 땅을 발로 툭툭 쳤다.

그러자 대지가 흔들리며 전투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워 버렸다. 처음 그대로의 모습처럼 나무가 가득한 숲이었다.

“꽤 강력한 반신이 죽었으니 적들이 조사할지도 모릅니다. 영기발출을 발견할지도 모르니 일단 지워 놨습니다. 이제 이동하죠.”

엘프리안이 뛰자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꽤 강력한 반신이 죽어서 그럴까.

적의 추격이 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자 엘프리안은 나무 몸에 팔이 하나 생겼다. 오른쪽에 떡하니 생긴 나무 팔.

“김지호 님과 디아나 덕분에 적에 대한 걱정을 안 해도 돼서 재생이 더 빨라졌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팔이 생기자 그녀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아직은 나와 디아나의 능력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다음 날 그녀의 팔이 하나 더 생기자 헤르메스의 가속을 쓰고서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와, 진짜 빠르시네요.”

“지호 님, 저분은 엘프의 신이십니다.”

디아나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숲의 종족 엘프의 신이니까 숲 지형은 아주 물 만난 고기겠지.

“내일은 제가 이동 버프를 좀 드릴게요.”

여유롭게 말하는 엘프리안.

자세히 보니 나무로 이루어진 몸 중 발끝은 하얀 살갗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는 나무에서 신체로 바뀌려나.

“엘프리안 님. 한쪽으로 계속 가시는데, 이쪽으로 계속 가면 무엇이 나옵니까?”

디아나의 정중한 어조에 엘프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디아나, 그곳에는 원군이 있단다.”

“원군 말입니까?”

“그래, 아무리 내가 대신으로 완전재생을 한다 한들 올림푸스를 상대하기엔 힘이 부족하단다. 도와줄 이가 필요하지.”

도와줄 이?

케브리안에서 딱히 올림푸스를 적대할 이가 있던가.

어…… 그러고 보니 하나 있긴 하네.

“혹시 사령대제인가요?”

“예, 사령대제 하데스라면 올림푸스에 원한이 깊으니 도움이 될 거예요.”

“과연 도움이 될까요……? 완전 미쳤던데. 나중에 배신이라도 하는 거 아닌지 걱정되네요.”

“저도 완전히 믿지는 않아요. 가기 전에 힘을 좀 회복하고 아바타로 가서 협상해야겠죠.”

“흐음…… 거기에 그들은 케브리안을 침공한 원수인데, 도와줄까요?”

엘프리안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원수는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죠. 그들이 저희 대신을 봉인하고 우리의 권위를 빼앗았어요. 그리고 혼돈을 일부러 불렀죠.”

“일부러 불렀다고요? 블랙 드래곤이 드라키아를 잊지 못해 소환한 거로 알고 있는데…….”

“저들이 어떤 이들인데 그깟 블랙 드래곤 하나가 혼돈의 문을 열게 놔뒀겠어요? 다 저들이 의도한 거라고 생각해요.”

확신에 차서 말하는 엘프리안.

그렇다고 해도 혼돈과 손을 잡을 이유는 되지 않을 텐데?

특히 헤라클레스는 부서진 세계를 두고 올림푸스와 혼돈이 협약을 맺었다고 했지.

나는 그녀에게 헤라클레스가 나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말했다.

“헤라클레스는 저번에 저에게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올림푸스의 제안에 따라서 부서진 세계에서 나오는 SP를 반반씩 나눠 가지기로 했다고. 대신 혼돈 쪽은 지구 침공을 유예하기로 했고요.”

그러자 열심히 달리던 엘프리안의 몸이 멈췄다.

“그래요?”

“네, 그래서 3:2로 지구에 그냥 쳐들어가자는 투표가 부결되었다고 하네요.”

“하아, 그럼 좀 곤란한데…….”

“하데스가 헤라클레스랑 같이 올림푸스에 원한이 있기는 하지만 협약 맺은 게 있어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고민에 빠진 엘프리안.

하지만 금방 결심한 듯, 나와 디아나를 차례차례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 해도 가 봐야겠습니다. 대신 힘을 다 회복하고, 협상 자리엔 저만 아바타를 보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거기까지 안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이미 결심이 굳은 듯 보이는 엘프리안.

뭐, 이야기는 해 볼 법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아바타만 보내면 별일 없겠지.

그렇게 결정하고 4일을 더 달리자, 엘프리안의 신체는 완전히 회복해 있었다.

온몸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초록색의 빛.

미모는 엘프의 신답게 초월적이었는데, 이게 대신이라 그런가? ‘와, 너무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경건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이제 살 것 같네요.”

엘프리안은 영체화를 해서 땅에서 나무줄기를 올려 보고, 정령을 소환해 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남은 SP는 얼마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하급 신까지는 제압할 수 있겠어요.”

“그렇군요.”

“이제 SP도 대자연에서 본격적으로 흡수할 수 있네요. 여기에 영혼 중개까지 포함하면 금방 회복할 거 같아요. 빨리 김지호 님 영혼 중개 레벨이 올랐으면 좋겠군요.”

뭐, 2천만으로 줄었다지만 일일 SP 소득이 60만이니까 아직 멀었지.

특히 케브리안은 10일이 지나야 지구 시간 하루니까.

“일단 이번 일이 끝나고 지구에 가야 가능할 것 같네요.”

“예,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럼 여기서 대기하고 있죠. 혼돈의 영역은 이제 근방이니.”

엘프리안이 손을 들자 땅에서 흙벽이 올라오더니 성벽처럼 주위를 둘러쌌다.

그리고 안에 나무 의자와 테이블이 올라왔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찻잔이 세 개 생겨났다.

손짓 한 번에 이걸 다 만드네.

“이제 3일간 힘을 더 회복하고 하데스와 협상할 겁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3일 만 같이 계셔 주세요.”

“적들이 오지 않을까요?”

“하급신 정도는 저 혼자서도 상대 가능합니다. 그래도 그러면 회복이 느려질 테니 반신 정도의 적까지는 부탁 좀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확실히 힘을 회복했는지 자신만만한 엘프리안.

나도 동일 등급의 적을 제압하면 영검을 성장시키니깐 나쁠 거 없지.

“그럼 차 한 잔 마실까요? 세계수의 뿌리로 달여서 잠재력을 올릴 수 있을…….”

쿵!

갑자기 들려오는 폭발 소리.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엘프리안이 기껏 세운 흙벽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건 거대한 전차.

황소같이 우락부락한 말 두 필이 이끄는 전차 위에 황금 갑옷을 입은 미남이 씩 웃으며 서 있었다.

소프트 모히칸 헤어스타일로 닭 벼슬처럼 붉은색 머리를 올린 남자.

짜증 날 정도로 잘생긴 미남은 오랜만에 보는데?

왼손에는 은색 원형 방패를 들고 있고, 오른손에는 금빛 창을 들고 있는 남자.

딱 봐도 세 보인다.

저번에 내가 죽인 놈보다 강한 것 같았다.

“하하하, 아킬레우스 등장이시다! 네가 그 문제의 여신이냐?”

엘프리안에게 창을 겨냥하며 호쾌하게 외치는 남자.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 많이 들어 봤는데.

그래.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 아킬레스건으로 유명한 사람이네.

여기서도 발뒤꿈치가 약점인가? 전차 때문에 보이지는 않는다만…….

흠, 유명한 영웅이니 세 보이는데.

“하급신 주제에 건방지군요. 거기에 신위를 지닌 채 현신하다니…… 당신들은 혼돈과 개입 불가 협약을 맺은 거 아니었나요?”

“비상사태라서 말이야. 제우스께서 나에게 후딱 네년을 제압하고 돌아오라고 명하셨지.”

“흥.”

엘프리안의 몸이 투명해진다.

그와 동시에 손을 튕기자 땅에서 나무뿌리가 총알같이 쏘아진다.

이게 영체화로 공격하는 건가?

나무뿌리 하나하나에 영력이 느껴진다.

전차 위의 아킬레우스를 그대로 옥죄려는 듯 날아가는 나무뿌리.

이를 보고 아킬레우스는 코웃음을 쳤다.

“헹, 성질도 급하긴.”

아킬레우스의 몸도 투명해지더니 그의 은색 방패가 미친 듯이 회전한다.

그러자 아킬레우스의 몸을 노리던 나무뿌리가 모조리 방패로 빨려들어 가 블랙홀에 빨리듯 소멸한다.

이를 보고 입술을 깨무는 엘프리안.

“잔재주를……!”

콰르르르르.

땅이 울리며 나무뿌리가 전차부터 조여 오고, 나뭇잎이 아킬레우스에게 화살처럼 쏘아진다.

겨우 나뭇잎?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하나하나 영력이 담겨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공격.

아킬레우스도 웃는 표정을 멈추고 방패와 창을 휘두르며 나뭇잎을 쳐 낸다.

방패가 반, 창이 반을 막아 냈는데 미약한 흰색의 영기가 맴돌고 있었다.

영기발출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약한 효과지만 그래도 영기는 영기.

영체화 상태에서 힘을 쓴다는 게 저런 것인가? 검이나 창에 마나를 부여하는 거랑 뭐 엇비슷해 보이네.

소모되는 게 SP로 다를 뿐.

“나락으로 떨어져도 대신은 대신이군! 그래야 사냥할 맛이 나지!”

나뭇잎을 모조리 쳐 낸 아킬레우스의 모습이 사라진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

뭐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하늘!”

디아나가 하늘 위를 가리켰다.

어느새 허공 위에서 이쪽으로 돌진해 오는 아킬레우스.

디아나가 화살을 쐈지만 그의 방패에 그대로 빨려들어 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거…… 나도 가세해야겠는데?

영검을 꺼내 힘을 부여하려고 하자 엘프리안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영기발출을 쓰지 마세요! 그는 신위에 오른 이. 거기에 여기서 영기발출을 쓰면 올림푸스가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SP가 부족하긴 하지만…….]

주위의 나무가 기묘하게 꺾이며 아킬레우스를 압박한다.

나무줄기가 사방에서 그를 결박하려고 파고들자 그는 공중에서 혼자 창과 방패를 휘둘러 이를 모조리 쳐 내고 있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지 화면으로 보일 정도다.

그는 가만히 서 있는데, 주변에서 날아오는 나무줄기가 모조리 싹둑싹둑 베이고 있었으니까.

안력에 최대한 집중을 해야만 그 움직임이 보일까말까 할 정도다.

이건 좀 심하게 빠른데……?

“대신인 주제에 이것밖에 힘을 못 내느냐, 하하하!”

“큭…… 하루만 더 있었어도……!”

자식, 계속 웃고 있네.

그 여유로운 표정과 다르게 엘프리안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SP가 딸리나?

으, 어쩔 수 없군.

영혼 거래다.

영혼 거래창을 열어 엘프리안에게 50만 SP를 투척했다.

들키는 것도 문제지만, 저 녀석은 내 지금 스탯으로는 못 잡아.

영기발출이 아무리 최강의 공격 스킬이라고 해도 일단 공격이 먹혀야 가능하지.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일단 지금 상황에선 엘프리안을 밀어준다.

“이게 무슨……?”

“예 눌러요.”

엘프리안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SP를 받는다.

그리고 50만을 수혈한 엘프리안은 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아킬레우스와 다시 싸우고 있었다.

나무줄기도 더 많이 튀어나오고, 나뭇잎도 사방에서 총알처럼 쏘아져 나간다.

챙!

“아직 힘이 꽤 남았구만!”

아킬레우스는 허공에서 접근하지 못하고 계속 엘프리안의 공세를 막는 데 집중했다.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입가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투를 아주 즐기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지.”

그러게. 뭔가 좀 색다른 공격을 한번 해 줘야 할 텐데.

엘프리안이 힘이 달려서 그런지 공격이 단조로웠다.

10여 분 동안 총공세를 펼쳤지만 이를 모조리 막던 아킬레우스.

엘프리안의 공격이 눈에 띄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SP 또 지원해야겠는데?

영혼 거래창을 열러던 순간.

“이제 곧 제압해 주마!”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던 아킬레우스.

그러던 그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푹!

“큭……?”

종잇장처럼 찢긴 아킬레우스의 황금 갑옷.

그 앞으로 거대한 대낫이 휙 튀어나왔다.

사신이나 들 법한 커다란 대낫.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공격을 가볍게 막던 아킬레우스가, 그대로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 허공에서 주저앉았다.

“이 힘은…….”

“킬킬킬. 아킬레우스, 당신이 왜 여기 있죠? 올림푸스와 저희의 계약, 잊지는 않았을 텐데…….”

이 목소리는…… 하데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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