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02화 (102/240)

<내 상태창 2개 - 102화>

“당신이 왜 여기에 있죠?”

[나도 그와 협력 관계다.]

“정말인가요?”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엘프리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 표정을 풀고 한숨을 쉰다.

“그와는 원수 관계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군요.”

[그래, 우리의 영역을 먼저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오랜 원한은 나중에 해결하자.]

“좋아요.”

자식의 원수임에도 엘프리안은 처음에만 표정을 찌푸렸을 뿐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하긴, 제우스도 엘프리안 눈앞에서 자식을 먹었다고 했지. 원한으로 따지면 제우스네가 더 심하지 않겠어?

그놈들한텐 다 털렸으니까.

[판단이 빠르군. 좋아. 근데 엘프리안, 저 정도 적에게도 고전했던 건가? 남아 있는 힘이 없나 보지?]

“오히려 그 반대예요. 김지호 님의 영혼 중개 때문에 SP가 확보되어 완전 재생 중이었어요. 저들은 타이밍 좋게 들이닥친 거죠.”

[완전 재생이라. 그럼 대신의 힘을 다시 회복할 수 있나?]

“제 영역에서라면 가능해요.”

[그럼 네 영역 안이라면 저들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겠나?]

그러자 입술을 꾹 깨무는 엘프리안.

나무인형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간다.

“올림푸스의 하급신이라면 열. 중급신이라면 셋, 대신이라면…… 하나도 감당하지 못해요. 저들은 같은 대신급인데도 기이할 정도로 강합니다.”

[시간 회귀를 통해서 대신들도 강해진 것 같다.]

“그 면만을 보기엔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많아요. 어쨌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저 정도입니다.”

[그래…… 정면 승부는 역시 힘들어.]

그러더니 갑자기 엘프리안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투명한 용, 드라키아.

붉은빛을 띠는 반투명한 육체는 나만 한 크기였다.

“드라키아 당신은 아직 회복하려면 멀었군요.”

[행성 하나를 폭파시키는 바람에. 그 와중에 꽤 흥미로운 걸 찾아냈지.]

그가 입을 벌리자 검은 공간이 열리더니 무언가가 여러 개 툭툭 떨어져 나왔다.

어? 이거…….

“이거 크로노스의 파편 아닌가요? 거기에 우르드의 파편도 있네요.”

[칼바인 행성의 용들을 폭주시키면서 용의 신전에 가 보았지. 그런데 이런 게 묻혀 있더군.]

“이건 세계수에도 묻혀 있었습니다.”

[아마 저들이 지구 말고 타 행성도 시간 회귀를 하기 위해선 이 파편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 어차피 저들과 정면 승부는 할 수 없으니 일단 파편을 찾지.]

시간 회귀와 두 파편이 연관이 있는 건 분명하다.

일단 둘 다 시간의 신들의 파편이잖아?

“회수나 파괴는 하지 않구요?”

[일단 위치만 파악하도록 하자. 내가 용의 신전에서 파편들을 챙기니 토르의 수하들이 아주 발광을 하더군. 위치를 파악해 뒀다가 한 번에 수거하는 게 낫다.]

엘프리안도 드라키아의 의견에 선선히 동의했다.

“제 힘이 회복된다면 제 영역 내의 파편은 다 찾을 수 있어요. 당신이 문제겠군요.”

[영혼 중개자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으니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그건 그래요. 정말 놀랍더군요. 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렇게 급격히 강해지신 거죠?”

엘프리안과 드리키아의 시선이 모두 이쪽으로 모인다.

그러자 디아나가 앞으로 나섰다.

“김지호 님은 스킬 스톤을 통해 강해지셨습니다.”

[스킬 스톤?]

“아니, 그 보물을 어떻게…….”

“구할 방도가 있으셨죠. 그래서 스킬 스톤을 사용한 결과 효과가 두 배 오르셨습니다.”

디아나가 이렇게 나선 건 스킬 스톤 달라고 말하려고 하는 건가?

에이, 그래도 조상신에게 스킬 스톤 달라고 하게 둘 수는 없지. 이런 건 직접 말해야지.

디아나가 말을 이으려고 하자 그녀의 어깨를 잡고 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래서 말인데, 스킬 스톤 좀 지원해 주시죠.”

“스킬 스톤을요?”

[크흠…….]

엘프리안은 당황한 기색이고, 드라키아는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한다.

아까워하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드는구만. 이 자식들이 지금 누구 덕에 호흡기 달고 있는데 말이야.

“스킬 스톤을 써 보니 스킬 업그레이드 비용 감소 항목이 있더군요. 지금 5천만 SP가 듭니다.”

“5천만…… 엄청난 수치군요.”

“이 비용이 줄어서 레벨이 오르면 중복 중개도 가능합니다. 스킬 스톤이 있으면 좀 지원해 주시죠. 제가 중개 수수료도 낮추고, 중복 중개도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두 신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스킬 스톤 때문에 천 년 전쟁이 벌어진 게 생각나는군요.”

[벌어진 거? 운석은 내 영역에 떨어졌다. 전쟁은 네가 시작하지 않았느냐. 스스로 세계수 일부를 불태우고는 무도한 용들을 징벌한다고 선동했지.]

“호호, 당신이 두 개를 다 가져갔다면 제가 결국에는 케브리안의 패권을 빼앗겼겠죠. 저로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천년 전쟁?

유명한 전쟁인가 해서 디아나를 보니 그녀는 크게 놀란 기색이었다.

“그럴 리가……. 세계수가 불탄 건 용들의 음모인 줄 알았는데…….”

하면서 벌린 입을 못 다물고 있었다.

[결국 운석에서 나온 스킬 스톤은 두 개였지.]

“예, 하나씩 가져갔죠.”

[그대는 썼나?]

“당신은요?”

잠시간 침묵이 흐른 채 서로를 쳐다보는 두 대신.

눈치를 보는 게 장난이 아니다.

[난 잘 기억이 안 나는군.]

“저도 그래요.”

[그대는 머리가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용신만 하겠어요?”

아, 이 신들 진짜.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 견제하냐?

“서로 눈치 보지 말고 동시에 주세요. 제가 수수료 20%로 깎아드리죠. 지금 스킬 스톤으로 스킬 업그레이드한다고 올림푸스 이길 수 있어요?”

“그건 아니지만…….”

“그럼 그냥 저 주시죠?”

서로 눈치를 보던 두 대신.

먼저 행동에 나선 건 드라키아였다.

[좋아……. 어차피 이번에 내가 소멸하면 사라질 물건, 지원하겠다. 용신의 보물고를 열 수 있게 회복한 이때 딱 말하다니, 참 타이밍이 좋구나.]

“그 오랜 전쟁을 통해 겨우 얻었는데 이렇게 넘길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지호 님, 추가 중복 영혼 중개 때도 수수료 차감해 주시는 거죠?”

엘프리안은 참 알뜰살뜰하게 챙기는군.

일단 스킬 스톤이 중요하다.

“예, 알겠습니다. 두 분 다 동일 조건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이제 주시죠.”

[그래, 거기에 조건을 하나 더 덧붙여도 되겠는가?]

“뭐죠?”

[혹시 일이 틀어져 또다시 과거로 돌아갈 시, 나를 도와다오.]

“저도요.”

그거야 뭐……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두 대신의 협력은 필수적이니까.

“그렇게 하죠.”

이 조건까지 받아들이자 둘은 협조적으로 나왔다.

드라키아가 내게 다가오더니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나오는 초록색 보석, 스킬 스톤.

좋아, 하나 챙겼고…….

엘프리안도 나무눈을 번뜩이자 안구가 내 손으로 날아왔다.

나무로 만들어진 눈동자가 손에 닿자 금세 스르르 초록색 보석으로 변했다.

얻은 두 개의 스킬 스톤 중 하나를 그 자리에서 바로 사용했다.

스킬 업그레이드 비용 감소를 사용하자 5천만 SP의 비용이 2천만 SP로 60%가 감소했다.

이거면 금방 올리겠는데?

그리고 하나를 더 쓰려고 하자 메시지창이 떴다.

[스킬 ‘영혼 중개’에 스킬 스톤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항목이 하나씩 사라지더라니, 더 이상은 못 쓰는 건가?

아쉽네.

일단 하나는 킵해 둬야겠다.

다른 스킬에 쓰든지 해야지.

스킬 스톤을 인벤토리에 넣고 하는 김에 영혼 중개 수수료도 조절했다.

모든 과정이 끝나자 엘프리안이 말했다.

“저, 수수료는 줄어들었는지요?”

“예, 지금 조정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열흘만 저를 지켜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은 계속 무방비 상태신가요?”

“네, 지금까지는 이렇게 심하게 견제가 들어오질 않았는데 제가 완전 회복하려고 하니 본격적으로 추격이 들어오네요. 저들의 정찰대가 전멸했으니 이 지역으로 곧 몰려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돕도록 하죠.”

아까 정도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더 강한 적이 와도 신이 아닌 이상에는 충분히 대적할 만해.

“감사합니다, 김지호 님. 근데 아직 올림푸스와 완전히 척을 진 상태는 아니시죠?”

“그렇습니다.”

“그럼 여기서 모습이 드러나면 안 될 테니 제가 위장시켜 드리겠습니다. 갑옷을 해제해 주세요.”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을 해제하자 그 자리를 나무 갑옷이 대신한다.

얼굴 부분은 거의 가면처럼 눈코입만 살짝 드러나 얼굴은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디아나에게도 똑같이 나무 갑옷을 씌우는 엘프리안.

그녀는 드라키아와 드라키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당신들은 용의 힘이 너무 강해서 위장하기 힘들군요.”

[그래, 아까 같은 수준이면 둘로도 충분할 거야. 영혼 중개자여,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드라키나를 소환해라. 나는 그녀와 함께 중립 영역에 가 있겠다.]

“알겠습니다.”

드라키아는 땅에 떨어뜨린 시간의 신의 파편을 그대로 입으로 빨아들였다.

그러더니 멀뚱멀뚱 서 있는 드라키나 쪽으로 날아갔다.

[가자.]

“알겠습니다.”

투명한 용신의 몸이 드라키나에게 빨려 들어간다.

드라키나는 이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쏜살같이 사라져 갔다.

쟤도 참 고생이야.

펑.

갑자기 커다란 폭죽 소리와 함께 하늘 위에서 신호탄이 터진다.

사방에서 터지는데 이쪽만 터지지 않는 신호탄.

엘프리안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진다.

“이쪽 방향에만 신호탄이 터지지 않았으니 저들이 이 방향을 중심으로 추격해 올 겁니다. 빨리 피하죠.”

두 팔 없는 엘프리안이 앞장섰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무기를 인벤토리에 다 넣었다.

만천하에 내가 올림푸스랑 적대한다고 대놓고 드러낼 필요는 없으니까.

여의도 넣고 아르테미스의 활도 넣고 아이기스의 방패 스킬도 해제하고 하니 무기가 없었다.

“엘프리안, 무기로 쓸 만한 거 없겠습니까?”

“지금 완전 회복 중이라 무기를 생성하질 못하겠군요. 사실 당신에게 쓴 갑옷만 해도 꽤 힘을 쥐어짠 겁니다.”

진짜 여력이 없어 보이는 엘프리안.

이쪽에서 무기를 얻는 건 단념하고…….

그러고 보니 올림푸스한테 정체를 안 들키려고 하니까 참 싸울 스킬이 없네.

주로 쓰던 뇌신, 여의, 화염 전차 다 올림푸스한테서 받은거고.

불사조도 마찬가지지.

흐으음, 용언 위주로 싸워야 하나?

용언으로 무기 만드는 건 안 되나?

“화염검을 만든다.”

그러자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이 내 손에 생성되었다.

하나 불의 마나로 이루어진 검이라 그런가?

뭔가 여의처럼 착 달라붙는 맛이 안 나네.

이거 휘두를 바에야 그냥 불마법을 쓰는 게 낫겠다.

따끔.

왼쪽 뺨이 갑자기 따가워진다.

그와 함께 붉어지는 시야.

오랜만에 느끼는 위험감지다.

요즘 위험을 겪을 일이 그다지 없었는데, 갑자기……?!

얼굴을 쑥 빼자 그대로 지나치는 커다란 창.

나를 지나친 창은 숲 속의 나무를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커다란 나무가 포탄에 뚫린 듯이 거대하게 구멍이 뚫려 쓰러지고 있었다.

“이쪽이다!”

그 소리와 함께 금방 나타나기 시작하는 적들.

숫자는 열 명.

커다란 방패를 등에 메고 쌍창을 들고 있었다.

저들, 아까 쓰러뜨렸던 전사에 비해 확실히 강하다.

“제우스께서 도망친 여신의 사지를 다시 찢고 범하라 하신다.”

“여신을 범하고 또 범하라. 신위를 얻을 것이다.”

“신위를!”

신위를 외치며 눈이 벌게지는 전사 무리.

일제히 창을 든다.

이런…….

아이기스의 방패를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테나 스킬인 게 너무 티가 나서 그렇군.

일단 용언으로 막아 본다.

“타올라라.”

열 명을 모두 불태우라고 명하자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흡!”

하나 전사들이 창 한 번 휘두르자 피어오르던 불길이 소멸한다.

좀 센데?

“저도 가세하겠습니다.”

사대 정령이 모두 나와 적들에게 쇄도한다.

평소 보던 작은 정령들과는 다르게 인간보다 큰 거대 정령들.

불과 물, 바람과 땅의 정령이 적과 가까워질수록 점차 불어난다.

“정령 먼저 제압하라!”

창을 던지려던 전사들이 멈칫하더니 정령에게 창을 던진다.

창에 맞자 크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정령들. 창은 정령을 뚫더니 부메랑처럼 적의 손에 되돌아온다.

그래도 창격을 이겨 내고 적에게 도달한 정령들.

디아나도 뒤에서 활을 쏘며 정령을 엄호한다.

나도 용언을 통해 마법을 썼지만 신통치가 않았다.

적의 창 휘두름 한 방 한 방에 죄다 부서지는 마법.

위력이 6서클이라 그런가?

A급 던전에서 약한 적만 만나서 6서클 마법도 부족하다 느낀 적이 없었는데…….

적이 좀 강해지니 골치가 아프군.

뇌신도 여의도 쓰지 못하고…….

아, 그래.

“용의 힘!”

퀘스트 깨고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용의 힘.

그 스킬을 사용하자 양팔이 시뻘건 불꽃으로 타올랐다.

순수한 염화. 이에 내포된 거대한 존재감에 전사들도 몸을 움찔했다.

이거, 위력만으로 따지자면 뇌신은 비교도 안 되네.

뭐, 좋아. 근접전이라도 이 힘이면……

“빠, 빨리 취소하라!”

그때, 엘프리안이 나를 보며 다급히 외쳤다.

의아한 눈으로 엘프리안을 바라보니, ‘갑옷! 갑옷!’ 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아차 하며 주먹을 보니 용의 불꽃이 나무 갑옷을 조금씩 집어삼키고 있었다.

불타면 재생하고 불타면 재생하고를 반복하던 나무 갑옷이었으나 워낙 불이 강하여 점차 영역을 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짧은 시간에도 이러니 싸우면 갑옷이 다 타 버리는 건 시간문제.

정체를 숨길 수 없겠네.

마법도 안 통하고, 용의 힘도 못 쓰면…….

직접 육탄전을 해야겠군!

드래곤 하트를 이용하여 마나를 소모하여 신체 능력을 끌어 올린다.

그리고 정령과 대치 중인 적을 향해 그대로 뛰어들어갔다.

“이놈!”

“죽으러 왔구나!”

일제히 쏟아지는 창격.

하나 강화된 신체 능력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하나하나 피하고 쳐 내며 적에게 접근한다.

휙!

“크…… 컥!”

일권에 머리가 으깨지는 전사.

강한 적이지만 반신급은 아니다.

지금 강화된 상태라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해.

“이 힘…… A급을 능가한다.”

“큭. 이 녀석부터 제압해!”

사방에서 찔러 오는 창.

전방위를 점하여 도저히 피할 각을 주질 않는다.

팔로 창을 쳐 내지만 아까는 튕겨 냈던 창이 이제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왜 갑자기 강해졌어?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적의 공격도 나에겐 먹히지가 않으니까.

창격을 몸으로 막아서면서 디아나의 엄호를 받는다.

디아나의 화살과 나의 주먹에 하나둘씩 쓰러지는 전사들.

수가 넷 정도 남았을까.

“저기다!”

“빨리 추격대와 합류하라!”

적의 원군이 도착한다.

넷밖에 안 남은 적의 등 뒤로 20명이 넘는 쌍창의 전사들이 추가된다.

이런…… 시간을 끌면 좋지 않은데.

드래곤 하트로 마나를 소모해서 신체 능력을 끌어 올리는 것도 계속해서 쓸 수는 없다.

“진을 짜라!”

“저자부터 제압하자.”

등에 멘 방패를 꺼내 방진을 짜기 시작하는 전사들.

24명이지만 모이니 꽤 단단해 보인다.

디아나의 정령 화살도 튕겨 내고 있었다.

후, 이거 시간을 너무 끌면 사방에서 원군이 오겠는데.

안 되겠다.

이번만은 빨리 쓸어버려야겠네.

인벤토리에서 여의를 꺼내려는 순간, 위험감지가 전신에서 발동했다.

몸을 황급히 뒤로 빼자 비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창.

그 기세가 흉험한 게, 저거 몸으로 받았다간 꽤 타격이 컸겠다.

그래, 일단 최선을 다해 제압해야겠어.

손에 잡힌 여의를 들었다.

아니, 여의인 줄 알았다.

손에 쥔 것은 검은 쇠막대기.

미래의 김지호에게 받은 물건 중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게 소환된 것이다.

아놔, 이게 왜 지금 나와?

당장 집어넣으려고 하는 순간,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영검(靈劍)을 발동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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