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00화 (100/240)

<내 상태창 2개 - 100화>

100 협력관계가 되다.

“폴룩스는 제 수호신이었죠. 헤르메스가 벌을 준다고 하더니 봉인지에 있었군요.”

“벌이라니?”

나를 천사화시키려던 폴룩스와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 중에서도 특출난 싸움꾼이다. 올림푸스에서 벌을 줄 리가 없지. 너와의 일 때문에 봉인지를 지키라고 보냈나 보구나.”

그러더니 한숨을 푹 쉬는 아버지.

“그래서 그놈이 눈에 불을 켜고 봉인지를 지키고 있었군. 더 많은 대신들을 꺼내와야 하는데 그 때문에 해방이 불가능했다. 우리의 존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싶지만…….”

“그냥 난봉꾼인 거 같았는데, 투신이 필요한가요?”

그러자 대답하는 관세음보살의 화신.

“예, 그는 제우스의 아들로 반신일 때부터 불사였습니다. 주먹을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거기에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적을 휘몰아치며 여신 한정으로는 거의 대신에 필적할 정도로 강해져서 아주 까다로운 상대입니다.”

자식이, 근데 준 스킬이 무한정력이냐? 주먹질이 장기면 권투형 스킬이나 줄 것이지.

뭐, 무한정한 체력으로 나름 쏠쏠하게 써먹기는 했지만…….

“그럼 아수라를 중개하겠습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아수라를 중개하자 중개창 빈 자리가 6자리로 줄었다.

이렇게 되면 일일 소득이 기대되는구만.

대강 정리가 끝나자 난 아버지께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근데 아버지.”

“응?”

“아까 존재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거 같다고 하셨는데, 로키는 알잖아요?”

“아우렐리아가 로키 확실한 거냐?”

내가 확실하다고 단언하자 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상하군. 그와 협력한 건 아주 예전인데 그때는 우리의 힘이 아주 약했다. 제압하려면 단번에 가능했을 텐데.”

“그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긴 해요……. 아, 근데 그러고 보니까 제가 천사화가 되려고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폴룩스가 나를 소환하더니 성령을 돌진시켜서 터뜨렸었지.

[잊혀 버린 신을 잊지 않고 떠올린 성인의 영혼. 질서 계열의 신을 향해선 아주 신실한 이들이지. 등급이 오르고 너의 영혼도 이들처럼 신실하게 변할 거다. 천사로 귀의하고 싶을 정도로…….]

내 사방에서 터지던 성령을 보며 폴룩스가 나에게 한 말이다.

신실한 이들의 영혼.

모조리 올림푸스의 정원에 감금하고 있었지.

“잊혀 버린 신을 잊지 않은 성인의 영혼이라고……?”

“네. 저한테 터뜨려서 신실한 질서의 사도로 만든다고 했는데.”

“이런……! 그래서 아바타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거였군…….”

“어쩐지 초창기 이후에는 적합한 사람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아바타로 만들 만한 성령이 없어서 전력 추가가 안 되는 상황.

“이대로라면 고사할 뻔했군.”

“여기서 아바타들이 더 합류하지 않으면 저들을 막을 수 없었겠죠.”

“그래도 영혼 중개자가 있으니 돌파구가 생겼어.”

“신들이 봉인지에서 SP를 모아 스스로 나오면 애초 계획보다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겁니다.”

둘의 말을 들으니 좀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계획이 대체 뭐였는데 내가 그냥 봉인된 신에게 SP 중개하는 걸 택해?

뭔가 엄청난 대계획이 있는 줄 알았는데 믿음이 안 가네.

“원래 계획이 뭐였는데요?”

“음, 원래는 테러였다.”

“테러요?”

“어, 저들이 우리 대신을 모두 대체하고 있지 않느냐. 하지만 그 대체 고리는 매우 연약하여 부수기 쉬운 형태다. 그걸 파괴하려고 했지.”

지금은 교회에서 오딘을 찬양하는 판국이니까, 그 신앙의 고리를 부수면 저들에게 가는 SP가 사라지겠지.

그럴 법한 계획이긴 한데…….

“근데 부숴도 과거 회귀하면 장땡 아닌가요? 그리고 이쪽 세력이 드러날 텐데.”

“그래서 아바타 한 명씩 희생하기로 했다. 아바타가 최근 늘어나지 않아서 우리의 숫자가 허용 최대치인 줄 알았거든. 저들이 성령을 가둬놨을지는 몰랐다.”

너무 뒤가 없는 계획 아닙니까?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자 손으로 코를 킁 푸는 아버지.

저거 할 말 없을 때마다 나오는 아버지 전매특헌데?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군.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우리도 한계 상황이었으니까. 그래도 네 덕에 정말 숨통이 트였구나. 지금 들어오는 SP를 보면 100년이면 화신 미카엘이 대신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겠어.”

“100년요?”

“그래, 저들이 평균 2년마다 시간을 되돌리니까 50번의 회귀가 끝나면 대신 부활이 가능하겠지.”

50번이나 무한 반복을 더 해야 해?

으, 별로 그러고 싶진 않은데.

“지호야, 우리와 힘을 합치자. 네 힘이라면 지구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거다.”

“신이 다 부활하면 저들을 막을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 저들이 기묘하게 강하긴 했지만 결국 우리는 각개격파를 당한 것에 불과했지. 지금 신들은 자신을 봉인한 저들에 대해 적개심이 상당한 상태다. 서로에 대한 과거의 은원은 모두 잊고 힘을 합치기로 했다.”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를 제외한 모든 신이 동맹을 맺어서 저들을 팬다…….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말이다.

아니, 지금 상황에선 이거 외에는 대안이 딱히 생각이 안 나.

“이기면 지구에 피해는 없나요?”

“모두 온전히 돌릴 거다. 그리고 혼돈과도 협약을 맺어 다시 돌려보내야지.”

“저들이 물러날까요?”

“저들의 장난질이 멈추면 침공의 명분이 없게 된다. 물러날 수밖에 없지. 이건 네 아버지로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절대신을 보좌하던 대신 미카엘로서 말하는 거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이 제일 나아.

지금 힘은 완전 약하지만 뭐, 영혼 중개로 키워 주면 되겠지.

일단 올림푸스 아스가르드 놈들은 믿을 수가 없고 혼돈도 마찬가지니까.

일단은 협력 관계로 있어 보자.

“좋아요.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지금 타 행성의 대신들과 연계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죠?”

“네, 드라키아와 엘프리안이 있죠.”

“그들을 이용해서 밖에서 저들을 흔듭시다. 행성을 주름잡던 대신이니만큼 지호 님이 SP를 안정적으로 공급만 해 주면 저들의 전력이 분산될 겁니다.”

애초에 나도 그러려고 했던 방법이다.

그 말에 동의하자 신이 나서 말을 이어 가는 관세음보살녀.

“그리고 저희가 대신들의 명단을 보낼 테니 영혼 중개를 해 주십시오. 그들이 힘을 하나씩 회복하면 중개 대상을 바꿔서 하나하나 회복하셨으면 합니다. 지금 남은 자리가 혹시 어떻게 되나요?”

6자리가 남았지만, 2자리는 빼자.

두 개는 킵해 둬야지.

“4자리 가능합니다.”

“그럼 저희가 토의해서 신의 명단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영혼 중개가 끝나면 우리가 시간 가속을 번갈아 가면서 하겠다.”

“그럼 금방 끝날 거예요.”

아까 보았던 시간 가속?

눈 깜짝할 사이에 백만 SP를 벌었지.

그거참 괜찮은 제안이긴 한데…….

“그렇게 시간을 팍팍 가속시키면 저들이 개입해 올지도 몰라요. 나름 주목받는 몸이라서요. 전 지상에 있겠습니다. 헤라클레스에게 전수받을 것도 있고요.”

멘토링을 통해 영혼 약탈자도 올려놔야지.

내 말에 동의하는 아버지.

“하긴, 영혼 중개자 효과를 누려 보니 너무 좋구나. 이걸 저들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지. 너를 주시하고 있을 테니 너무 자리를 오래 비우면 의심을 살지도 모른다. 우리가 통신을 보낼 테니 너는 평소처럼 지내는 게 좋겠다.”

“예, 너무 오래 비우긴 그래요. 통신으로 명단 보내 주세요.”

“그래, 네 덕에 희망이 생겼구나.”

내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치는 아버지.

관세음보살녀도 합장하며 인사하고 있었다.

“내가 포탈을 열어 주마.”

아버지가 손을 탁 치자 새하얀 포탈이 열렸다.

“네가 소환되었던 던전으로 돌아갈 거다.”

“감사합니다.”

“내가 더 고맙지.”

“아, 그리고 돌아가기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뭐지?”

“미카엘 님이 SSS등급으로 힘을 회복하면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원래대로 돌아오나요?”

“나? 나는 다른 대천사를 모셔야지. 주님의 세상을 위하여.”

성령이 저들에게 다 징발되었으니까 아버지가 계속 아바타로 돌려쓰는 건가?

그거 괜찮은 거야?

“그럼 아버지의 정신은 괜찮은 거예요? 대천사를 몇 번이고 받으면…… 정신적으로 힘들 거 같은데.”

“괜찮다.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하다. 주님께 봉사할 일이 생겼는데 나밖에 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영광된 일이냐?”

정말로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버지.

아버지가…… 저렇게 신실하셨나?

등줄기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아버지, 전 아버지가 정신을 계속 유지하길 바랍니다. 미카엘, 정말 괜찮은 겁니까?”

“지호야! 아빤 괜찮대도!”

“아버지, 전 미카엘에게 물었습니다.”

내 말에 벌컥 성을 내는 아버지.

아니, 내가 안 괜찮다고요.

내게 화를 더 내려던 아버지의 눈이 갑자기 새하얗게 빛났다.

그러자 이 원탁의 공간이 구름 위를 거니는 것처럼 밝게 변했다.

안광만으로도 세상을 밝아지다니, 미카엘의 현신인가?

신성력이 장난이 아니군.

[날 불렀느냐, 영혼 각성자여.]

“확답을 주시죠, 미카엘.”

[네 아버지는 몸과 마음, 영혼까지 우리에게 동화되는 것을 선택하려 한다. 한데 아버지의 의지를 거스르겠느냐?]

천사와 동화한다고?

아버지가 정말 그러고 싶은 건가?

하아.

아버지가 정말로 원해도 지금 당장 그러는 건 아닌 거 같다.

일단……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아버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신앙심이 성령급처럼 깊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

신앙심이 그렇게 깊으면 뭐 대천사와 같이 승화하는 걸 말리지 않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 정신이 사라지게 둘 수는 없어.

“일이 다 끝난 후에도, 평화가 찾아온 후에도 그러고 싶으시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안 됩니다. 영혼 중개자로서 하는 요구입니다.”

[알겠다. 우리에게도 그대는 꼭 필요한 존재. 김세준의 구원은 조금 더 늦추어 주겠다. 대신 미카엘의 이름으로 맹세하지.]

그러더니 눈에서 하얀빛이 사라진다.

아버지의 눈동자가 다시 검은색을 띠며 돌아온다.

그리고 완전히 빛이 멎었을 때 아버지가 후우, 한숨을 쉬었다.

“지호야, 왜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한 거냐. 내가 얼마나 바란 일이었는데.”

“아버지 몸을 돌려쓴다는데 아들이 그 정도 걱정도 못 합니까? 그냥 평화 찾아오면 손주 얼굴이나 보고 가세요. 그땐 천국 가셔도 안 말립니다.”

“자식이…… 가라.”

아버지가 나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으이그, 삐지시긴. 언제 그렇게 믿음이 강했다고 저러는 거야.

일단 심기가 불편해 보이시니까 물러나자.

“가 보겠습니다.”

아버지와 관세음보살녀에게 고개를 한 번씩 숙인 후 포탈에 들어섰다.

그러자 나타나는 A급 던전.

원래는 얼음 세계였던 동네가 완전히 싹 다 타올라 있었다.

포탈 열면서 불이 나더니 어느새 이렇게 싹 다 번진 건가.

적이 없기에 그냥 던전핵을 부수니 산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면서 여기서는 열흘, 지구 시간으로는 하루가 강제로 지났다.

그리고 쌓인 SP는 60만.

1일 60만이라니!

효율 두 배도 넘게 올랐네.

신을 추가한 덕도 있겠지만 이러면 1일 SP 100만 소득에 도달할 날이 머지 않았네.

“너, 뭐냐?”

갑자기 튀어나온 헤라클레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SP가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들어와?”

“뭐야, 티나?”

“어, 이 정도 수치면 티가 나지. 갑자기 2배 넘게 중개하는데?”

흠, 그래?

그럼 올림푸스나 아스가르드도 다 아는 거 아니야?

스킬 스톤으로 그랬다고 해야 하는데…….

에라이, 대충 둘러대자.

“승급하면서 뽑기 아이템이 나왔는데, 거기서 스킬 스톤이 나왔어.”

“스킬 스톤? 그게 뽑기에서 나온다고!? 뭐, 뭘로 뽑았어?”

갑자기 내 팔을 꽉 붙잡는 헤라클레스.

부드드득!

아…… 아악!

이거 뼈 부러지는 소리 아냐?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아, 미안.”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팔이 멀쩡하게 회복한다.

뭐야, 병 주고 약 주고냐?

이 자식, 파괴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네.

“아파 죽겠네! 성질 좀 죽여.”

“나한테 죽어 본 놈이 무슨 엄살이냐. 뽑기 어디서 나왔는지 말해 봐. 지금 당장 지른다.”

두 눈이 화르르 타오르는 헤라클레스.

아주 기세가 살벌하다.

헤라클레스쯤 되는 놈이 눈 뒤집을 정도로 열광할 보물이었나, 그게.

대충 둘러대자.

“S~SSS급 뽑기 아이템에서 나오던데? 난 망한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 아이템이야?”

“당연하지! 등급은 SS지만 다들 수량 딸려서 못 구해서 안달인 아이템이야. 예전에는 상점에 간혹 나오더니 요즘은 나오지도 않아. 내가 얼마나 스킬 스톤을 찾았는데 그게 뽑기에서 나온다고……? 지르러 간다.”

그러며 휙 사라지는 헤라클레스.

음…… 괜히 지름신 강림시킨 건가?

에이, 뭐 어때. 좋은 아이템 나올 수도 있잖아.

아니, 스킬 스톤이 진짜 나올 수도 있고.

S~SSS급 뽑기를 진짜 파는지 궁금해서 SP상점을 열어 보니 1억 SP에 팔고 있었다.

와, 1억…….

60만씩 모여도 150일 넘게 지나야 뽑기 가능하네.

S 이상은 아주 장난이 아니구나.

나름 소득이 괜찮은 줄 알았는데 어째 천외천이 있었다.

위이이잉.

A급 던전이 다시 생성되었다.

헤라클레스 녀석, 지름신이 온 와중에도 소환은 계속하는구만.

옆에 한참 클리어하고 있는 드라키나의 던전도 보이고…….

어, 그러고 보니 디아나도 A급이 되었으니까 소환이 가능하네?

오랜만에 그녀 꺼내 줘야겠다.

“디아나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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