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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99화 (99/240)

<내 상태창 2개 - 99화>

99 뜻밖의 재회 (2)

믿기지가 않아서 눈을 비벼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맞다.

아니, 아버지가 왜 여기에?

내가 벌떡 일어나자 다시 앉으라고 손짓하는 아버지.

“아버지 맞아요?”

“마음으로는 맞지만…… 애매해. 완전히 김세준이라고 할 수는 없어.”

쓴웃음을 짓던 아버지가 손가락을 튕기자 등에서 빛의 날개가 생겨났다.

뭐야, 천사야?

그러고 보니 미카엘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올림푸스에 당해 봉인될 뻔한 미카엘 님이 나를 화신으로 임명하셨지. 그래서 나는 완전한 김세준이라고 할 수 없어.”

“미카엘이라면 대천사 아닌가요?”

종교는 잘 모르지만 게임에서 많이 나오니 알고 있다.

“그래, 하지만 하느님께서 절대신의 자리에 오르며 미카엘 님도 대신의 직위로 상승하셨지. 그래서 나를 화신으로 임명하실 수 있었어.”

“아버지, 그다지 신앙심이 깊진 않았던 것 같은데…….”

“네가 몰랐던 거다. 네 엄마가 도망가고 네가 속을 썩였을 때 신께 의지했지.”

헐, 그랬나?

나는 딱히 속을 썩인 기억이 없었는데……

그저 머리를 긁적였다.

“헤임달이 아버지를 찾지 못한 이유가 있었군요?”

“헤임달? 아스가르드의 파수꾼 말인가. 그가 어떻게 나를 찾으려고 했을지는 모르지만 기존의 내 정보만 가지고는 찾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완전한 미카엘 님의 화신이니까.”

그런가.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 맞겠지?

얼굴만 아버지인 게 아니라…….

“제 생일 아시죠?”

“11월 27일. 이 자식이 아버지를 테스트하네. 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똥 지린 것도 안다.”

“하하하…… 그거야 뭐, 애일 때잖아요.”

“중2 때 야동 보면서 흔들던 것도 말해 주리?”

“아, 진짜! 그런 건 사람 없을 때 해요!”

와, 오랜만에 얼굴 화끈하게 하시네.

쪽팔리게.

기억은 있으시구나.

“네가 먼저 시작했다.”

“너무하시네. 그래도 살아계시니 정말 다행이에요.”

공략집에서는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고 해서 많이 기대했는데…….

헤임달도 찾지 못해 반 포기했던 아버지의 생사다. 그런데 이렇게 아바타가 되었다지만 살아서 건강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는 싱긋 웃더니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호야, 우리는 지구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그러려면 너의 힘이 필요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필요한데요?”

“일단은 SP 지원을 통해 봉인을 풀어야지.”

올림푸스가 건 봉인을 푸는 건가?

“SP 지원만 한다고 봉인 해제가 가능할까요?”

“가능하다. 혹시 클래스를 알 수 있겠니?”

“영혼 중개자와 영혼 약탈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영혼 중개자……?”

아버지는 영혼 중개자의 개념에 대해 생소한 듯 의아해했다.

올림푸스에서 만든 거니 그런 건가?

내가 이에 대해 설명하자 뛸 듯이 기뻐하는 아버지.

“그 녀석들, 엄청난 걸 만들어 냈구나! 우리의 계획이 더 빨리 성사되겠어!”

“계획이 어떤 거죠?”

“우리에게 협력이 가능하겠니? 확답을 듣고 싶구나.”

확답을 듣기 전까지는 말해 주지 못한다는 건가…….

아버지에게 서운함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이해했다.

나도 아버지가 미카엘의 화신이라고 해도 바로 협력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올림푸스-아스가르드나 혼돈보다야 믿을 만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지.

거기에 이미 로키한테 한 번 뒤통수 맞은 집단이니까. 스파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저도 확답을 듣고 싶네요. 아버지 쪽에 가면 현 사태에 대해 답이 나오나요?”

“가능하다. 날 믿어 줬으면 좋겠구나.”

“어떤 방법이죠?”

“그건…….”

잠시 머뭇거리는 아버지.

이것도 비밀인가.

하지만 사태의 해결 방법을 알아야 손을 쓰지.

“전 헤라클레스와도 연이 있어요. 혼돈도 자기들만 믿으라고 했죠. 하지만 방법을 대략적이라도 듣지 않고선 쉽게 믿을 수가 없어요.”

“헤라클레스? 올림푸스의 칼 말하는 거냐? 그랑 혼돈이 무슨 관계라고?”

헤라클레스가 원래 올림푸스의 칼이었구나.

이런 것도 아는 걸 보니 아버지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군.

“지금은 혼돈의 군주죠.”

“올림푸스 소속이 아니라 혼돈의 군주라고?”

아버지가 놀란 표정으로 반문한다.

아…… 이쪽은 너무 정보가 없는데?

“예, 올림푸스에 배신당했다네요.”

“어쩐지 소멸시킬 생각도 안 하더라니, 올림푸스의 칼이 사라졌구나.”

“영기발출 때문에요?”

영기발출이 있으면 신살이 가능하니까 무슨 사형수처럼 썼구만.

내가 영기발출까지 이야기하자 놀란 눈이 된 아버지.

“너, 정말 많은 걸 알고 있구나…….”

“영혼 중개자라 절 원하는 진영이 많드라고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

하지만 방법은 결국 이야기를 안 해 주신다.

대신 화제를 돌리셨다.

“영혼 각성자라 그렇군. 그러고 보니 영혼 중개자의 효과가 어떻게 되니?”

아직 계획에 대해 말하긴 그러신 건가. 뭐, 섭섭하지만…… 비밀 결사 같은 느낌이니 이해는 한다.

효과에 대해 대답이나 해 드리자.

“대신들의 SP를 더 얻게 해 주는 스킬이죠.”

“그런 게 있을 줄이야……. 어떤 효과인지 물어봐도 될까?”

조심스레 물어보는 아버지.

영혼 중개자 정보 정도야 당연히 알려 줄 수 있다.

어차피 올림푸스-아스가르드-혼돈까지 다 알고 있는 사항인데, 뭐.

내가 자세한 능력과 퍼센티지까지 말하자 입을 쩍 벌리는 아버지와 관세음보살의 아바타녀.

“그건…… 말도 안 되는 스킬이군.”

“혁명이에요.”

“그래서 절 꼬드기는 세력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뭘 주실 수 있죠?”

아직 완전한 아군으로 들어가진 않았으니 거래부터 해야지.

“김지호 씨! 이건 지구의 안위를 위한 일입니다. 어떻게 거래로 둘 수 있죠?”

“아니 뭐, 그래도 로키한테도 한 번 사기당했고, A급밖에 없잖아요? 저도 그 동네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무상봉사는 안 되죠.”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피식 웃음 짓는 아버지.

“맞는 말이다. 부자 관계라도 SP에 관해선 확실하게 계산해야지.”

“뭐, 아버지를 봐서 몇 자리는 그냥 드리고 싶은데, 사실 자리가 없어요.”

“자리가 없다고?”

“네, 영혼 중개자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가 먹고 있는지라. 함부로 빼기도 좀 그렇고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버지가 물어보았다.

“영혼 중개는 스킬인가? 아니면 아예 다른 시스템에 속해 있나?”

“스킬이죠. 스킬 레벨 업도 가능하고요. 지금 업그레이드하려면 5천만 SP가 필요하지만…….”

“5천만이라니…… 1억 SP면 대신급 봉인을 풀 수 있는데…….”

질린다는 듯이 말하는 관세음보살.

1억이면 가능한 거야?

비싸긴 하지만 대신급의 봉인을 푼다는 점에선 또 싸게 보이네.

“스킬이면 다행이다. 그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

“네? 어떻게요?”

“한계를 늘릴 수 있어. 그 정도 스킬 수정은 가능해.”

스킬 수정이 가능하다고?

봉인당한 대신들이 무슨 힘으로?

“신의 물건이 있다. 만약에 우리가 자리를 늘려주면 이를 오롯이 우리를 위해 쓸 수 있겠느냐?”

“그거야 가능하죠.”

“수수료는 20%로 고정시켜 줬으면 한다.”

너무 스킬 설명을 자세하게 한 건가.

수수료 조정은 이야기하지 말 걸 그랬구만.

그래도 아버지 부탁이니 들어드려야지.

“으으음…… 아버지 면을 보아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고맙다. 아들 잘 뒀군. 그럼 스킬 스톤을 모으자.”

그러며 관세음보살 가면녀를 보는 아버지.

그러자 가면녀가 고개를 흔든다.

“스킬 스톤…… 일단 미카엘께서 먼저 확인해 보시죠. SS급 보물을 함부로 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쪼잔하긴. 관세음보살께서는 마음이 넓으셨는데 아바타가 그래서야.”

“안됩니다!”

“알겠다, 알겠어.”

아버지가 손을 들자 초록색의 빛이 뭉치더니 초록색 보석이 툭 떨어져 내렸다.

아버지의 손에 들어온 보석.

“이게 스킬 스톤이다.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신물이지.”

“스킬 업그레이드라니…….”

“레벨 업과는 다르다. 스킬 자체의 효율을 올리는 신물. 아마 네가 원하는 대상 확장도 충분히 가능할 거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스킬 스톤을 쥐었다.

그러자 뜨는 메시지 창.

[스킬 스톤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네를 누르자 바로 메시지가 다시 뜬다.

[스킬을 지정해 주십시오.]

영혼 중개를 택하자 손에 쥐고 있던 스킬 스톤이 스르르 사라진다.

그러며 선택지가 나왔다.

[스킬 스톤으로 영혼 중개 스킬을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업그레이드할 항목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스킬 효율 증가.]

[스킬 대상 증가.]

[스킬 업그레이드 비용 감소.]

나머지 두 개도 끌렸지만 나는 일단 스킬 대상 증가를 택했다.

그러자 바로 뜨는 메시지.

[영혼 중개 가능 대상이 열 슬롯 늘어납니다.]

와, 효과 직빵이네. 열 슬롯이라니.

일반적이었으면 스킬 레벨 10을 올려야 가능한 한계잖아?

“이제 가능하겠나?”

“그러죠.”

영혼 중개를 미카엘로 지정했다.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까지 조정하자 중개가 끝이 났다.

“중개 계약이 끝났니?”

“네.”

“그럼 효과를 좀 볼까?”

“효과 보려면 그래도 하루는 지나야 해요.”

“그거면 문제없다.”

아버지가 손가락을 원탁에 탁탁 두드리자 원탁에서 강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곧 이 원탁의 공간을 모조리 삼키더니 번쩍하면서 사라졌다.

“오, 엄청난 SP구나.”

그 말에 나도 SP를 보니 거의 백만이 늘어나 있었다.

뭐야, 이거?

“뭐 하신 거예요?”

“시간을 가속시켰다. 지구 시간으로는 4일이 지났지.”

“와, 대박.”

“SP 수입이 거의 끊긴 이후로는 쓸 일이 없다 생각했던 권능인데 쓸모가 있구나.”

시간을 빨리 보내는 권능이라니.

신박한데?

원래 15만이었던 수입이 케브리안 끼고 아버지도 끼고 SP 스킬 관련 효율이 늘어나면서 25만으로 대폭 늘어나 있었다.

“스킬 스톤 사용할 때 항목이 몇 개 나왔니?”

“3개요.”

“흠. 그럼 2개 더 사용이 가능하겠구나. 관세음보살. 스킬 스톤 지원이 필요해.”

“으…… 음…….”

갈등하던 기색이던 가면녀.

아버지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한다.

“대체 얼마나 벌었습니까?”

다 들리는데 왜 귓속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20만.”

“2, 20만요? 4일간?”

화들짝 놀라는 가면녀.

그녀는 아버지와 날 번갈아 바라보더니 의심스러운 어투로 말한다.

“부자 관계라서 짜고 속이는 거 아니죠?”

“무슨 말을! 나는 미카엘의 화신으로 선택받은 자다. 입장을 바꾸어 내가 그대에게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 우리에겐 신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아버지가 벌컥 화를 내자 가면녀가 아차 싶은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 예. 제가 실언했습니다.”

“영혼 중개, 엄청난 효율이야. 거기에 스킬 스톤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봉인 해제는 더 빨라질 것이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지원하죠. 다만 스킬 스톤의 가치는 엄청납니다. 저 하나만 중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니 불교 측 신 한 명을 더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가브리엘에게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기독교와 불교 신에게 둘씩 지원해 주는 건가?

나야 뭐 상관없지.

어차피 자리도 9개나 남고.

둘 둘 지원해도 6자리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말씀만 해 주시죠.”

“그래, 그럼 스킬 스톤을 하나만 더 구하면 되는데…….”

“전 없어요.”

“나도 없다. 다른 녀석들에게 물어봐야겠군.”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가면녀가 나에게 아버지가 소환했던 것과 똑같은 보석을 넘겨주었다.

스킬 스톤을 다시 쥐니 이번에는 업그레이드 항목이 두 개로 줄어 있었다.

[스킬 효율 증가.]

[스킬 업그레이드 비용 감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지.

효율 증가다.

효율 증가를 택하자 관세음보살녀가 바로 나를 채근한다.

“스킬 스톤 썼으면 저한테 빨리 중개 좀 해 주세요.”

“예, 예.”

영혼중개 관세음보살을 선택하고 하는 김에 가브리엘도 했다.

“불교 신 또 누구 해 드려요?”

“영혼 중개, 봉인된 신한테도 SP가 갈까요?”

“제가 올림푸스나 아스가르드 신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봉인되었던 대신들을 중개했을 때 그들에게도 SP가 가더군요.”

“잘됐군요. 저희에게는 전사가 필요합니다. 아수라를 지원해 주세요.”

“아수라요?”

“네, 그가 스스로 봉인을 풀고 나면 대신 봉인지를 지키는 폴룩스를 제압할 수 있을 겁니다.”

“폴룩스요?”

“예…… 제우스의 아들. 하급신이지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자죠. 그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투신(鬪神)이 필요합니다.”

폴룩스.

예전 내 수호신.

무한정력을 준 그가…… 봉인지를 지키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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