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97화>
97화 A급 각성, 쪽지를 보다
A급 각성자의 조건, 레벨 200.
남들이 보기에는 초고속으로 올렸다고 하겠지만 내 체감상으론 상당히 긴 여정이었다.
헤라클레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힘들었겠지.
던전에서 나온 나는 상태창 메시지를 다시 보았다.
[A급 각성자로 승급하시겠습니까?]
예를 누르기 전 스탯창을 띄워 모든 걸 평행하게 맞추었다.
이제 스탯을 올릴 때마다 SP가 1만씩 소모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능력치 평형을 맞추는 게 영혼계열 각성자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인 거 같으니.
거기에 지금까지 거의 쓰지 않았던 영혼 거래 스킬도 레벨5까지 올려 두었다.
지금까지 승급할 때 영혼계열 스킬 레벨이 쫙 올랐으니 SP가 허용하는 한 미리 올려 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준비가 다 되자 예를 눌렀다.
[각성자 등급 A로 승급하셨습니다.]
[클래스 스킬이 강화됩니다.]
[영혼 중개 스킬이 LV.8이 됩니다.]
[영혼 약탈 스킬이 LV.11이 됩니다.]
[특성 흡수 스킬이 LV.11이 됩니다.]
[영격 강화 스킬이 LV.11이 됩니다.]
[영기 발출 스킬이 LV.11이 됩니다.]
[영혼 거래 스킬이 LV.6이 됩니다.]
스킬 레벨이 쭉 오르기 시작한다.
[A급 각성자, ‘반신’의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레벨이 더 이상 오르지 않습니다.]
[수호신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스탯의 한계가 확장합니다. 잠재력과 영격에 따라 스탯 한계가 늘어납니다.]
이제 레벨이 안 오르는 건가?
거기에 수호신을 배제할 수도 있고…….
B급일 때는 스탯 200이 한계였는데, 이제는 그게 크게 확장된 느낌이다.
[영혼신의 씨앗을 발아합니다. SP 관련 효율이 늘어납니다.]
[영혼 계열 각성자입니다. 영혼신으로밖에 승급하지 못합니다.]
[신격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이 생겨납니다.]
1. 모든 능력치 1,000 이상.
2. 신위의 자격 획득.
3. 신살(神殺).
4. 1일 SP 획득 100만.
1,000?
레벨 제한은 없어졌다지만 수치가 장난이 아니군.
신위의 자격은 용신 각성시키면 얻을 테고, 1일 SP 100만은 영혼 중개자 레벨 올리다 보면 될 것 같은데.
신살은 감이 오지 않았다.
흠…… 일단 원형 유지부터 사자.
SP 상점창을 여니 새로운 아이템들을 많이 팔고 있었지만 일단 보지 않고 원형 유지를 싹 다 구매했다.
가격이 비쌌지만 A급 던전 10번 클리어하면서 모은 SP로 모두 충당이 가능했다.
대신 잔고는 이제 거의 없는 상태.
0에 수렴했다.
[S급 스킬 ‘헤임달의 귀환’ 봉인이 해제됩니다.]
스킬창을 열자 바로 이런 메시지가 떴다.
헤임달의 귀환을 다시 쓸 수 있게 되었군. 귀환 포인트 하나는 여기로 잡아야겠어.
“설정은 완료했고…….”
A를 위해 달려왔는데 막상 달성하고 나니 급 허무해졌다.
이제 뭘 하지?
길을 잃은 기분이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산 정상에 나오자 바로 생겨난 A급 던전.
이제는 경험치 때문에 들어갈 일은 없다.
영혼 흡수 때문에 SP 벌러 들어가도 되긴 하지만…… 오늘 하루는 쉬어야겠어.
목표 상실로 급격히 현자 타임이 와서 지구로 귀환했다.
집에 돌아와 킹사이즈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그 상태에서 시스템창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상태창을 보니 레벨은 MAX가 찍혀 있는 상태. 칭호는 여전히 지구의 선구자- 전설 등급이었다.
근데 이거 이제 반신 등급이 되었으니까 작동 안 하겠네.
원래는 지구의 선구자- 반신 등급으로 칭호를 교체할 타이밍인데…… 왜 안 나왔지?
메시지창을 못 봤나?
“어, 진짜 없네.”
칭호칸을 눌러보니 다른 칭호만 쭉 있을 뿐 지구의 선구자- 반신은 없었다.
왜 없지. 설마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벌써 반신 등급에 오른 건가?
그게 가능해?
의아함을 느끼며 영혼 중개창을 보았다.
A급으로 등급 업하면서 영혼신의 씨앗이 발아하고 SP 관련 효율이 늘어났다고 했는데 확실히 중개량이 장난 아니었다.
거기에 한 칸 더 추가 슬롯이 생겼으니……
A급도 됐는데 행성도 추가 가능하겠지.
케브리안을 써 보자.
“오, 추가되네.”
다행히 추가되는 케브리안.
이로써 지구, 케브리안, 에슈타르의 3행성을 중개할 수 있게 되었다.
[영혼 중개 스킬 레벨이 10이 될 경우, 행성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
10이라.
스킬 레벨 올리려고 보니까 이제 5,000만 SP가 든다.
하. 5천만…….
그래도 5배씩 늘던 게 1,250만에서 2,500만, 5,000만으로 2배씩 늘어서 다행이네.
대강 스킬들을 점검하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A급 던전 클리어하면서 S로 달려?
그럼 신이 되는 거야?
뭔가 신이 된다고 해도 딱히 체감이 안 되는데…….
그러고 보면 이제 A니까 디아나도 소환할 수 있나?
흠, 오랜만에 소환해 볼까.
“인벤토리.”
인벤토리를 열고 엘프리안의 인장을 열려고 할 때 문득 미래의 김지호가 보낸 메모장이 눈에 띄었다.
저거, 분명 A급 때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메모장을 꺼내자 이번에는 글씨가 확실히 보였다.
[여기까지 온 나에게 경의를 표한다. 반신이 되다니, 레벨 1부터 시작해서는 불가능한 경지였을 텐데…….]
좀 밀어주는 게 많아서 여기까지 왔지.
[지금부터의 내용은 누구에게도 보이면 안 된다. 던전에 들어가 종이를 불태워라.]
던전에 들어가서?
에슈타르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들어가게 생겼네.
내가 협회에 다시 들어서서 에슈타르로 들어가려고 하자 이를 관리하던 발키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 죄송합니다만, A급이 되신 거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그럼 입장하실 수가 없습니다.”
“네?”
“A급이 되셔서 부서진 세계 페이즈2부터 입장이 가능하십니다.”
“엑, 그래요?”
“예, 저희와 혼돈 측의 협약이라…… 반신 급은 입장이 불가합니다.”
헐.
그럼 계속 있을 걸 그랬네?
“그럼 이제 아예 못 들어가는 거예요?”
“제가 아리아 님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힘들 것 같습니다.”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발키리.
아, 이거 당황스러운데.
맞아, 아까 헤임달의 귀환으로 산 정상을 찍었지. 행성 간의 이동도 되니까 스킬을 쓰면 가능하지 않을까?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일단 집에 가 보겠습니다.”
협회 건물에서 빠져나온 후 집에 돌아갔다.
일단 집에도 귀환 포인트를 찍고 가 봐야지.
귀환 지점을 설정하고 헤임달의 귀환을 사용하자 곧 뜨는 리스트.
에슈타르의 산 정상을 찍으니 ‘귀환 가능’이 뜨며 온몸이 빛으로 화하기 시작했다.
“너 반신 됐냐? 어떻게 돌아왔네?”
산 정상으로 돌아오자 상체에 검이 꽂힌 헤라클레스가 대기 중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반신 되었냐고 묻는 헤라클레스.
“그래, 근데 A등급이면 부서진 세계에 못 들어간다며?”
“어, 협약 조건 중에 그런 게 있어. 말해 주려고 했는데 급하게 귀환하더군.”
“뭔 그런 조건이 있어?”
“반신 등급이면 신의 화신, 아바타도 이 세계에 들락날락할 수 있거든. 웃는 얼굴의 악마가 그러면 피곤하다고 얌전히 SP만 벌자고 해서 그런 협약이 체결되었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헤라클레스.
그는 날 쳐다보더니 묻는다.
“앞으로 어쩔 거냐?”
“글쎄다. S등급 되기가 이리 까다롭나? 신을 죽이라는데.”
“신을 죽이라고? 그런 게 나왔어? 내가 반신 중 그런 조건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 헤라클레스.
“신살의 조건이 없었어?”
“그래. 원래 신이라는 존재는 불사(不死)다. 기본적으로 해 봤자 봉인이 전부지.”
그는 그러더니 자신의 가슴에 꽂힌 검을 툭툭 친다.
“나도 마누라가 배신하고 올림푸스의 총공격을 받았지만 어떻게든 살고 살아서 혼돈에 몸을 의탁할 수 있었지. 나를 죽일 방법이 없어서 봉인하려는 찰나에 튄 거야.”
“신이 되면 봉인이 최선인가 보지?”
“어, 하지만 예외가 있어. 우리가 하는 거처럼 신의 근거지를 이루는 행성을 밀어 버리든가, 아니면…….”
그러더니 주먹을 불끈 쥐는 헤라클레스.
그의 손이 곧 새하얀 불꽃으로 넘실거린다.
이거……
영기발출?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SP를 모조리 다 태워 버리면 소멸하지. 막대한 SP가 들긴 하지만.”
“영기발출이 신도 죽일 수 있다고?”
신까지 죽이다니, 알고 보니 초강력 공격 스킬이었잖아?
SP를 소모하고 SP 흡수도 안 되는 효율 꽝인 스킬이긴 하지만 위력은 절륜하네.
“그래, 네 퀘스트를 보아하니 그거로 신을 죽이라는 거 같군. 하지만 아무리 영기발출이 강력한 스킬이라고 해도 신은 신. 쉽지 않을 텐데…….”
그러더니 헤라클레스가 씩 웃는다.
“그냥 우리 편 하라고 시스템이 명령하나 보다. 네가 그쪽 편에서 혼돈의 군주를 잡을 수 있겠냐? S급 하급신이나 소멸 가능하지.”
“쩝…….”
정말 시스템의 의지인가?
혼돈의 군주는 SSS급 대신인데 대신을 소멸하라고 이런 걸 주진 않았을 테고.
“이렇게 된 김에 이쪽으로 붙어. 내가 하급신 하나 던져 줄게.”
“있긴 하냐?”
“뭐 무리하면 잡을 방도가 있지. 영혼신을 우리 편으로 완전히 끌어들이면 손해가 아니야.”
“일단 좀 생각해 볼게.”
“자식, 비싸게 굴긴…….”
쯧쯧거리더니 사라지려고 하는 헤라클레스.
그는 발밑부터 서서히 먼지처럼 사라진다.
그러더니 상반신만 남았을 때 그가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이만 가련다. 던전은 어쩔까?”
“일단은 계속 소환해 줘.”
“그래, 그럼 이만 가 보도록 하지. 잘 생각해 봐라…… 신살을 부여받은 의미가 어떤 건지.”
완전히 사라진 헤라클레스.
신살의 조건에 대해 의미를 곱씹어 보다가 일단 던전 가서 쪽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애초에 여기까지 온 시초가 미래의 김지호가 보내온 공략집과 메모장 덕이 아니었는가.
뭔 내용인지 확실하게 파악을 해야지.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얼음 빙판에 발을 디뎠다. 저 너머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탑 세 개가 눈에 띄었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얼음탑.
거리는 꽤 멀어 초반부터 공격해 올 느낌은 아니다.
“쪽지 확인부터…….”
인벤토리에서 쪽지를 꺼냈다.
아까처럼 불태우라는 메시지만 남아 있는 쪽지.
이제 던전 안이겠다, 바로 불태웠다.
화르르르.
불을 지폈음에도 타지 않는 쪽지.
오히려 레몬색 빛을 내며 내 손을 빠져나와 허공 위에 둥둥 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딱딱한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반신, 확인.]
[지구인, 확인.]
[수호신을 배제해 주십시오.]
수호신을 배제하라고?
왜 갑자기?
가만히 있어 보니 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수호신을 배제해 주십시오. 수호신이 있을 시 입장이 불가합니다.]
흐으음…….
로키와 헤르메스, 껄끄러운 수호신들이기는 하지.
언젠가는 정리할 생각도 있었고.
이번 기회에 정리해 볼까.
상태창을 여니 수호신을 이제 클릭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배제를 누를까 하다가 추가 능력치가 눈에 띄었다. 이거 혹시 배제하면 추가 능력치 사라지거나 이러는 거 아냐?
혹시 모르니까 일단 배분해 보자.
질서진영의 추가 능력치는 +160.
중립진영은 +134.
일단 다 균등배분을 쫙 했다.
그리고 수호신을 배제하니 [반신의 경지에 올라 수호신 슬롯을 비활성화 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러며 상태창에서 사라지는 수호신 슬롯.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중개자
칭호 - 지구인 일인자
레벨 - 200(MAX)
힘 - 253
민첩 - 253
마력 - 254
SP - 11120]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약탈자
칭호 - 지구의 선구자-전설등급(사용불가)
레벨 - 200
신체 - S
마력 - S
기예 - S
행운 - S
SP - 84]
상태창이 좀 깔끔해졌군.
수호신이 사라지니 뭔가 자유의 몸이 된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배제했으니 이제 진행이 가능하겠지.
위이이잉.
황금빛으로 물든 쪽지에서 빛이 나오더니 나를 위아래로 쭉 스캔했다.
[수호신 배제가 확인되었습니다.]
[영혼계열의 클래스입니다. 정밀 검사를 실시합니다…….]
그러더니 빛이 더 뿜뿜 나와서 나를 아예 집어삼킨다.
적의는 없어 보여 그냥 몸을 맡기니 곧 사그라지는 빛.
[프로젝트 ‘영혼 각성자’ 참가자와 파장이 일치합니다.]
[감시의 권능이 걸려 있지 않습니다.]
[게이트를 오픈합니다.]
쪽지에 타오른 불이 커다랗게 확장한다.
얼음 빙판이 녹아내리며 발 디딜 곳이 사라지자 용언으로 ‘떠올라라.’를 지시하며 계속 섰다.
점차 타오르는 불길은 순식간에 확장하여 저 너머의 빙탑까지 태워 버렸다.
하나 내 쪽으로는 불길도 오지 않고, 하나도 뜨겁지 않았다.
갑자기 세상을 집어삼키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불길이 뚝 멎었다.
그러더니 쪽지가 있던 곳에 갑작스럽게 열리는 보라색의 포탈.
보라색이면…….
빨주노초파남보 법칙에 의거하면 S급 포탈인 건가?
[들어오십시오.]
그 음성을 끝으로 쪽지가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진다.
남은 건 보라색 포탈 하나뿐.
나는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