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95화>
95 드래곤 라이더 계약
B등급이 된 드라키나의 모습은 용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도의 정원 창으로 봐서 크기가 축소되어 나왔지만, 꽤 강해 보이는 레드 드래곤.
메시지를 전송해 보았다.
[해츨링 됐냐?]
[그래, 마력이 조금 부족했는데 갑자기 늘어났다. 네 축복 때문인가?]
[오, 그런 메시지도 뜨나?]
[어, 좋은 타이밍의 축복이었다. 고맙다.]
자식이 웬일로 순순히 고맙다고 하네.
[그럼 인간으로 폴리모프 해 봐. 소환하게.]
[알겠다.]
좀 기다리니 용 모습에서 사람 모습으로 변하는 드라키나.
외양은 저번과 똑같은 붉은 머리 미녀였다.
그녀를 소환하자 오크 누더기를 입은 드라키나가 집에 쑥 나타났다.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날 보더니 갑자기 하이파이브를 했다.
“축복 타이밍 좋았어~ 실패하는 줄 알았거든.”
“실패할 수도 있어?”
“시스템 창에 성공 확률 50%라고 나오던데? 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 뭔 성공 확률이야, 하면서 진화 시작해 버렸지.”
이 녀석도 대책 없구나.
상태창을 보니 클래스가 변경되고 축복 칸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름 - 드라키나
클래스 - 레드 드래곤 해츨링
수호신 - 김지호
칭호-
레벨- 100
신체- A
마력- S
기예- C
행운- D
축복- ‘수호신의 능력 부여’
회수 가능 SP- 1481]
회수 가능 SP에 시선이 갔다.
“너 지금 SP 148,100이야?”
“어, 열심히 모아놨어.”
“그럼 수치 사라지나 한번 봐 봐.”
SP 회수 창을 누르자 [SP 1481을 회수하였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떴다.
“너 SP는 변동 있냐?”
“아니? 뭐 했어?”
“어. SP 회수했는데 사도는 변동이 없나 보네.”
영문을 몰라 하는 드라키나.
나는 그런 그녀를 놔두고 생각에 잠겼다.
1481이면 솔직히 미약한 수치긴 하지만, 쫄다구들이 많아지면 괜찮아 질 거 같은데.
근데 얘네는 SP 어떻게 모으는 거지?
“드래곤은 SP 어떻게 모아?”
“어……? 그냥 살다 보면 모여.”
“살다 보면 모인다고? 너 예전엔 2만 얼마였잖아. 근데 10만 넘게 그냥 모였다고?”
“그건 내가 해츨링으로 진화하려고 하니까 팍팍 모이더라. 나도 어떻게 모이는지는 잘 몰라.”
“몬스터 잡으면 더 오르거나 그런 건 없냐?”
“모르겠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드라키나.
하, 도움이 안 되네.
직접 뺑뺑이 돌리면서 실험해야겠네.
던전부터 돌려 봐야겠어.
“그럼 그거는 됐고, 드래곤 라이더나 하자.”
“윽…… 맞다.”
“용언의 맹세는 잊지 않았겠지?”
“알어, 안다고.”
그녀는 잠시 똥 씹은 얼굴을 하더니 곧 표정을 고쳐먹고 진지해졌다.
“그래, 어차피 백 년……. 용신의 일족, 드라키나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그러며 손을 나에게로 뻗는 드라키나. 그녀의 양손에 붉은빛이 감돌더니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용자 김지호를 영혼의 반려로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기한은 현재로부터 백 년입니다.”
드래곤 라이더 하려면 뭐 영혼의 반려까지 되어야 하나? 백 년 시간을 바로 챙기는군…….
[레드 드래곤 해츨링 드라키나가 한시적인 ‘드래곤 라이더’ 계약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내가 예를 누르자 드라키나의 손에서 빛나던 붉은빛이 내 몸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뜨기 시작하는 시스템 창 메시지.
[레드 드래곤 해츨링 드라키나와 한시적인 드래곤 라이더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드라키나의 기승(騎乘)이 가능합니다.]
[드래곤과 영혼의 교감을 나누며 능력을 교류합니다. 두 존재의 스탯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오릅니다.]
영혼의 교감? 이 녀석과?
메시지창을 보고 뭔가 떨떠름한 기분이 들어 드라키나를 보자니 녀석도 비슷한 느낌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뜨는 메시지 창.
[두 존재간의 친밀도가 깊지 않습니다. 영혼의 반려로서 적합지 않습니다. 교감이 부족하여 능력 증폭이 약해집니다.]
[서로의 능력 10%만을 교류합니다.]
10%?
그 말에 능력치 창을 띄워 보니 중립 진영 스탯 게이지가 행운 제외하고는 꽉꽉 차 있었다.
행운만 A 윗부분이 약간 모자란 상태.
호오, 등급을 A등급으로 올리면 한계가 늘어날 테니 더 팍팍 오르려나?
하지만 나는 약과였다.
“와, 뭐야. 너 능력 왜 이래?”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더니 팔짱을 끼는 드라키나.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해서 그녀의 능력치를 보니 기예와 행운이 한 등급씩 올라 있었다.
10% 효과가 이렇게 크나?
“너 장난 아닌데? 우리 이제부터라도 친하게 지내자. 히히, 영혼의 교류를 나누자고.”
날 위로 바라보며 씩 미소 짓는 드라키나.
얼굴은 이쁘다만 자꾸 오크 시절이 생각난단 말이야.
“에휴. 됐다, 이것아. 폴리모프는 잘된 거 같아?”
“폴리모프? 당연하지. 드래곤을 뭘로 보고.”
“신들에게 들키지 않겠어?”
“대신급이 와서 직접 날 보면 들키겠지만 지구에 그들이 오겠어? 신급이 아니면 절대 안 들켜.”
자신만만해 하는 드라키나.
뭐, 신급까지 오진 않겠지.
근데 외모가 너무 튄단 말이야.
이 외모로 밖에 나가면 당장 사진 찍혀서 인터넷에 서양 얼짱으로 올라올 거다. 이쁘기로 유명한 발키리 중에서도 이 정도는 없으니…….
난 TV를 켰다.
뉴스를 트니 마침 미모의 아나운서가 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건?”
“저 사람 보이지? 저런 느낌으로 얼굴 폴리모프 해 봐.”
“왜?”
“지금 외모는 너무 눈에 띄어. 지구에서 너 정도 외모는 거의 없다고.”
“오, 진짜? 이런 게 인간의 취향인가? 역시 아버님께서 맞춰 주신 외모구나.”
거울을 소환하더니 자신의 얼굴과 화면 아나운서의 얼굴을 비교하는 드라키나.
“눈 코 큰 게 좋은 건가? 턱선? 가슴?”
“아오, 뭔 분석을 하고 있냐. 적당히 바꿔 봐.”
“분석을 해야 어떻게 바꿀지 알지! 칫, 눈에 안 띄게 바꾸라 이거지?”
“어, 사실 저 아나운서도 이쁜 편이거든? 아, 그래. 저 여자. 저런 느낌이 가장 평범해.”
“저런 게 평범한 거야? 모두 다 작구나. 아, 얼굴은 크네…….”
티비를 보면서 흠흠 하고 분석을 하던 드라키나.
한 10분쯤 보았을까?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폴리모프.”
그러자 스르르 변하기 시작하는 얼굴.
머리색도, 눈동자도 검은색으로 변하고 새하얀 피부는 점차 짙어진다.
그러며 변한 얼굴은 흔한 동양 여성의 외양.
오, 10분 분석한 거치고는 엄청나게 정확하다.
“이 정도면 어때?”
“그래, 잘했어.”
이 정도면 데리고 다녀도 괜찮을 거 같네.
지금 바로 헌터 등록을 시킬까?
흠. 아니, 아직은 지구에 위험한 던전이 안 생겼으니 나중에 등록시키자. 지금 인류에 B등급 각성자가 벌써 나올 때가 된 건 아니지.
일단은 오늘 에슈타르 가서 레벨을 올려야 하니 역소환해야겠어.
역소환하려고 사도 창을 띄우려 하니 갑자기 드라키나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어……?”
“왜?”
“마력이 풀리고 있어.”
아까 폴리모프했던 과정이 비디오테이프를 되돌리듯 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얼굴이 순식간에 다시 돌아가며 머리색과 눈동자까지 붉은색으로 돌아간다.
“아…… 아버지 용신께서 하신 거라 그런가……? 폴리모프 유지가 안 되는 거 같아. 이 외모로 돌아가네.”
용신의 힘이 우선이라 폴리모프가 길게 유지가 안 된다는 드라키나. 용신은 뭐 이런 데다가 힘을 그렇게 쓰고 있어.
그러고 보니 그는 뭐 하고 있지?
칼바인 행성을 부숴 버리겠다고 한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용신은 요즘 뭐하고 계시냐?”
“나야 정원에 있었으니 모르지. 네가 아는 거 아니었어?”
“아니, 칼바인 파괴한다고 하고는 연락이 계속 없으시던데.”
용신각성 퀘스트는 3%에서 멈춘 지 한 달도 넘었다.
3%가 남은 걸 보면 생존하고 있는 거 같긴 한데…….
뭐, 나중에 연락이 오겠지.
“그래…… 일단 넌 급한 거 아니니까 사도의 정원으로 역소환할게.”
“지구 구경하고 싶은데…… 사도의 정원 지겨워.”
TV를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드라키나. 애가 새로운 걸 보고 신기해 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저 외모로 돌아다니는 건 좀 너무 시선 집중이지. 굳이 다닌다면 투명화 마법을 쓰면 되겠지만 지금은 나도 지구에 없을 테니까.
“지구는 그 모습으로 다니긴 좀 그래. 내가 어차피 에슈타르 행성 가니까 거기서 소환할게.”
“진짜?”
“어. 너 실험할 것도 있고.”
“무슨 실험?”
“그냥 간단한 거야. 던전 좀 돌자.”
* * *
초기화된 에슈타르에 다시 진입했다.
많은 헌터들이 다들 진입해서 길드 세우고 던전 돈다고 정신이 없었지만 난 바로 산 정상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빛이 일렁이고 있는 거대한 남색의 던전 포탈.
헤라클레스가 잊지 않고 던전 포탈을 소환해 주고 있었다.
포탈 안에 들어서자 후끈후끈한 느낌과 함께 붉은 대지가 눈에 보였다.
좀 앞으로 걸어가자 언덕이 있고, 그 위에는 수없이 많은 마법사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적색의 로브를 입고 있는 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적의를 드러냈다.
“살아 있는 인간이다!”
“죽여라!”
일제히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하는 마법사들.
불의 마법사들인가?
나는 바로 드라키나를 소환했다.
인간 모습으로 나타난 드라키나. 나오자마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긴 어디야?”
“A급 던전인데, 쟤네 상대 가능하냐?”
“저 불의 마법사? A급 맞아? 왜 이렇게 허접해.”
“호, 그럼 혼자 상대도 가능해?”
“당연하지.”
자신만만해하며 불의 마법사를 향해 달려가는 드라키나.
마법사들이 그녀를 향해 일제히 불의 마법을 쏴 댔지만 그녀가 입을 벌리자 그 불이 모조리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니!”
“나에게 화염 마법이라니, 귀엽구나.”
마법사들의 마법을 죄다 먹어 치우더니 어느덧 언덕을 넘은 드라키나.
마법사를 향해 입을 쩍 벌리자 불꽃이 화염 방사기처럼 쭉 뿜어져 나왔다.
“크아악!”
“이 마력은…… 너무 강하다!”
“일단 산개해!”
동료들이 불타 죽어감에도 마법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진영을 짜고 빠지려 한다.
그러자 가볍게 말하는 드라키나.
“멈춰라.”
그 한마디에 마법사 태반이 움직이지 못하고 멈춘다.
그 위를 덮어 버리는 불의 숨결.
그들은 타오르기 직전, 경악한 얼굴로 드라키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 용언…….”
“드래곤이다…….”
용언에 멈춘 마법사들이 모조리 타오르고, 용언을 이긴 마법사들은 잽싸게 비행 마법을 써서 도망갔다.
드라키나는 그 모습을 보고 분개하며 그들을 쫓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저거 다 잡았으면 내가 꽁으로 SP를 먹었을 텐데…….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참았다.
온전히 사도에게만 맡겨서 던전을 클리어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거기 멈춰라!”
드라키나가 흥분하면서 이 던전 포탈 안의 세계를 쥐 잡듯이 뒤진 지 3시간째.
마지막 마법사를 쓰러뜨리고 던전핵을 부수자 다시 산 정상으로 돌아왔다.
“SP 9천을 얻었다고?”
“응, 몬스터 잡아도 SP를 주네. 엄청난 소득이야.”
내가 본 드라키나의 상태창에선 회수 가능 SP가 9,000이었다.
원래 1%씩 적립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100%를 받았네? 던전 클리어 때는 퍼센테이지가 다른가?
“거기에 레벨 업도 했어.”
이제 101이라면서 기쁜 표정으로 말하는 드라키나.
나도 경험치가 소량이지만 올라가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사도가 이렇게 던전에서 레벨업도 하고 적도 죽이면 SP랑 경험치 중 일부는 수호신한테 가는 건가.
메시지 창을 보니 [사도 소환 일일 SP 소모]라고 해서 500씩 빠졌다.
10일하면 5천이니까 실질 소득은 4000이군.
보상이 엄청 크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데……
사도의 정원의 남은 자리를 보았다.
이 자리를 실력파들로 모두 채우고 나면 그들이 벌어들이는 SP도 꽤 쏠쏠해지겠는데?
지금 당장이야 사도로 쓸 실력파가 없지만 옵션이 생긴 게 중요하지.
헤라클레스에게 드라키나 돌게 A급 던전 포탈 하나만 더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까.
저벅저벅.
“끝났군. 할 말이 있어 왔다.”
양반은 못 되는 것일까.
거대한 몸집의 헤라클레스가 어느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내 옆에 있는 드라키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나에게 붉은색 보석을 내밀었다.
“뭐야?”
“칼바인의 ‘웃는 얼굴의 악마’가 보내 준 것이다. 옆에 있는 그녀와도 연관이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