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84화>
84 상반된 퀘스트
[칼바인 행성의 드래곤은 아스가르드를 따르고 있습니다. 해츨링 드라키나가 성룡이 되어 용신의 후계로 성장한 지금, 중립 진영에 균열이 날 우려가 있습니다. 드래곤끼리 내분이 일어나면 중립 진영은 붕괴합니다. 드라키나가 진정한 용신의 후예가 되기 전, 드라키나를 제압하십시오.]
[난이도 아주 어려움]
[드라키나의 드래곤 하트를 파괴하라.]
[퀘스트 완료 보상]
SP 300000.
드래곤 하트 획득.
S급 랜덤 스킬 보상.
[칼바인 행성의 드래곤은 아스가르드에 의해 용신을 잊은 상태입니다. 용들에게 진정한 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해 주십시오. 드라키나를 용신으로 각성시키십시오. 용사와 드래곤들이 모두 이를 방해할 것입니다.]
[난이도 불가능]
[드라키나를 용신으로 각성시켜라.]
[퀘스트 완료 보상]
용신 부활.
드래곤 하트 업그레이드
신위의 자격 획득
혼돈 세력의 해방 지연
[용신 부활 퀘스트는 기간 한정 퀘스트입니다.]
드라키나를 죽이거나, 용의 대지에 1년간 머무르게 하라는 퀘스트.
보상이 둘 다 엄청났다.
하지만 보상만 놓고 본다면 후자가 더 끌렸다.
첫 퀘스트 보상인 SP 30만, S급 스킬에 드래곤 하트 획득.
이것도 엄청난 보상이기는 했지만…….
두 번째 퀘스트 보상이 더 값어치가 커 보였다.
특히 마지막, 혼돈 세력의 해방 지연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깨면 지구에서 혼돈이 부활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거 같다.
거기에 용신을 부활시키고 드래곤 하트 업그레이드에 신위의 자격 획득까지…….
뭔가 화려하네.
대신 난이도가 불가능이군.
용사와 드래곤이 방해한다니 그럴 만도 하겠지.
근데 용신으로 각성은 어떻게 시키는 거야?
방법이 안나와있네.
보상으로만 따진다면 후자지만 지금 당장은 애매하다.
일단 귀환을 하고 생각하자.
드라키아에게서 SP를 얻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하니까.
“귀환.”
다시 돌아온 지구.
발키리 아리아가 나를 반겼다.
“이번에는 조금 늦게 오셨네요? 진행이 잘 되시나 봐요?”
“예. 약간 진전이 있었습니다.”
굳이 퀘스트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제가 로키님께서 이 말 전해 달라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요.”
“뭐죠?”
“아스가르드는 언제나 김지호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걸 왜 지금 와서?
흠. 메인 퀘스트 때문인가?
싱글싱글 웃는 아리아의 얼굴은 평소와 그대로긴 한데.
“알겠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예. 그럼 좋은 결과 있으시길…….”
그녀는 웃으며 나를 배웅했다.
딱히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암시를 주는 말도 그 이상은 없었다.
그냥 우연히 저 말을 한 건가?
협회 건물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오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드라키아?”
혹시 여기 지구에도 따라오나 해서 불러봤지만, 별다른 대답은 없었다.
그를 부르는 걸 포기하고 영혼 중개창을 열어 보니 드라키아는 놀랍게도 오딘과 필적하는 SP를 벌어다 주고 있었다.
하루 지나니까 4만여 SP가 모였다.
쓸 만한데?
그리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니 드라키아가 깨어나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대와 영혼 중개 계약을 체결하니 확실히 다르구나. SP가 소량이지만 모이기 시작한다…… 중개 계약이 이렇게 좋다니. 중복, 중복도 가능한가?]
흥분한 채 나에게 물어보는 드라키아.
중복 계약?
그의 말에 궁금해져서 계약을 다시 해 보았다.
[영혼 중개 레벨이 부족해 중복 계약을 할 수 없습니다.]
오호.
레벨이 올라가면 할 수 있나보네?
레벨 7 때 가능한 영혼 밀수랑은 엄연히 다른데 말이지.
“아직 레벨이 낮아서 안 된다네요.”
[안타깝군……]
“그건 그렇고, 제가 퀘스트를 받았는데요.”
두 퀘스트 이야기를 하자 용신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드라키나를 용신으로 각성시키라고? 그대의 힘으로 드라키나가 용신이 될 때까지 지키는 것은 힘들 것이다. 효율로만 본다면 죽이는 것이 나을 터.]
“당신 딸인 데도요?”
[내가 낳은 자식은 셀 수도 없이 많다. 한 개체에 필요 이상의 애정을 쏟을 필요는 없지.]
신이란 놈들은 참 냉정하단 말이지.
용족은 뭐 피붙이를 엄청 아낀다고 했는데 용신이란 놈이 이러는 거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봐?
[하지만, 용신 각성 퀘스트의 보상이 어마어마하군. 누가 저런 보상을 책정했지?]
“당신이 용신으로 부활하면 제게 주는 거 아닙니까?”
[아니 나는 따로 보상을 준다. 저건 원래 중립 진영에서 주는 건데, 아스가르드가 날 부활시키려 할 리가 없고…… 신기하군.]
의아하다는 듯이 말하는 용신.
흠. 그럼 용신 각성 퀘스트 보상은 확실히 주긴 주는 건가?
주기만 하면 용신의 보상까지 따로 챙겨서 엄청 이득인데 말이지.
근데 뭐 어떻게 각성시키라는 거지.
퀘스트를 수락하면 추가 내용이 나오나.
뭐 이 퀘스트도 싸우다가 안 되면 리셋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
일반 퀘스트라면 그랬을 텐데, 기간 한정 퀘스트라고 이야기 나오는 게 걸렸다.
드라키아도 기간 한정 퀘스트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모르는 눈치.
일단 이 퀘스트를 받으면, 깰 기회가 이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겠어.
그렇기는 한데…….
용사. 드래곤.
이 두 조합을 어떻게 막지.
용사는 영기발출로 커버한다 쳐도 드래곤은…….
흠. 아니다. 용사도 A급이었는데 제압했잖아. 드래곤도 지까짓게 높아봤자 A겠지.
SP 펑펑 쓸 각오하면 어떻게 싸움은 될지도?
각성 시키는 게 중요하네.
“드라키아. 당신 딸 각성 시키는 방법 뭐 없어요?”
[용신 각성 퀘스트를 받을 생각인가?]
“네. 드래곤 하트야 이미 있고, S급 랜덤 스킬 받아도 지금 쓸 수도 없을 거예요. B급이라 S급 스킬 제한이 꽉 찼거든요.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네요.”
[도전한다고…… 흠. 그렇다면 10일만 기다릴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동안 영혼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SP로 쓸데가 있다.]
수수료를?
드라키아 수수료는 꽤 쓸만한데.
그래도 10일이니까 대승적인 관점에서 넘겨주자.
흠. 아니, 10일 해 봤자 내가 수수료로 챙기는 게 7만 SP밖에 안 되는데…….
“어떤 방법이죠? 굳이 영혼중개 수수료 조정하지 않고 제가 바로 SP 쏴드릴까요?”
[SP를? 난 지금 SP 상점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인데.]
“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써봤던 스킬이 있죠.”
영혼 거래.
모든 존재에게 격에 상관없이 SP 거래를 주관하는 스킬.
거래창 소환하고 수수료는 0.1% 챙기는 스킬이었지.
나중엔 SP 거래소 설립도 가능하다는데 뭐 내 등급이 S급에 올라야 하니까 머나먼 이야기고.
헤르메스가 뭐 수수료 많이 챙겨 주겠다고 하더니 막상 거래 사용한 적은 없었다.
거래를 주관하는 스킬이지만, 내가 거래 당사자가 돼도 괜찮지 않겠어?
내가 영혼 거래 스킬이 있다고 설명하자 드라키아가 화들짝 놀랐다.
[그런 스킬도 있다고? 정말 신기하구나. 그럼 일단 10만 SP만 줄 수 있겠는가?]
“더 투자할 수 있습니다.”
[아니, 지금 내 상태론 그 정도가 딱이다. SP를 받으면 용신 각성에 필요한 용핵을 만들어 보겠다.]
영혼 거래 스킬을 사용하며 상대를 지정하자 나와 드라키아의 이름이 뜨며 거래창이 활성화되었다.
내 이름 쪽에 있는 SP를 누르니 SP 숫자를 입력할 수 있는 란이 나타났다.
10만을 측정하고 아래 칸을 보니, ‘영혼 거래인이 스스로 거래할 때는 수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나와 있었다.
뭐 당연한 건가.
그렇게 해서 SP를 넘기니 기뻐하는 드라키아.
[정말로 SP가 들어왔군. 고맙다. 그럼 이제부터 제작에 들어가도록 하지. 10일간은 지구에 있어 보아라.]
“알겠습니다.”
흠.
매일 챗바퀴처럼 돌던 노가다가 잠시 멈추게 되었군.
10일 동안 뭐하지?
갑자기 휴가를 받은 기분인데 할 게 없었다.
인터넷 구경해 보니 세상은 이제 안정되어서 레벨업 삼매경.
모든 국가의 역량이 헌터에게 총동원되고 있었다.
포탈 기사도 죄다 헌터 이야기뿐이고, 정치경제 등의 뉴스는 죄다 뒷전이었다.
헌터 육성법에 대한 내용도 포탈 한편에 고정 코너로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내 수준에서는 볼 게 아니지만 할 게 없어서 눌러보았다.
[모든 스테이터스를 최대한 균등하게 맞추십시오.]
[E등급 때 클래스 선택은 하면 안 됩니다. 클래스 선택을 하게 되면 헌터 협회에서 헌터 자격을 박탈당하며 던전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아스가르드의 축복으로 D등급 승급전이 없이 바로 승급합니다. 꼭 초보자 클래스를 유지했다가 D등급 때 좋은 클래스를 얻어야 합니다.]
“헐……?”
우리나라만 그런가 해서 구글에 들어가니 텅 빈 검색어 화면 아래에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영혼계열 각성자를 키운다는 게 이런 거였나?
승급시험도 면제하고?
인터넷을 좀 더 뒤져 보니 특이 클래스로 전직한 사람들이 벌써부터 많았다.
[거인 클래스 전직하니까 루저에서 벗어났습니다. 근데 키가 4미터예요……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어요. 님들 이건 전직하지 마세요. 스마트폰도 못 씁니다 손가락 커져서.]
그러며 협회에서 신체검사를 받는 인증샷을 올린 사람.
얼굴은 그냥 평범한 한국 청년인데 주변 사람들이 난쟁이로 보이고 키가 423CM 라고 찍혀 있었다.
그 외에도 몸 한 쪽이 불로 이루어져 있다거나, 몬스터를 지배한다거나 하는 클래스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이미 C,D급이 된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하. 나도 E급이었으면 특수 클래스였을 텐데.]
[무를 수도 없고. 부럽다……]
[협회는 직업 초기화 하게 해 달라!]
“그런데 영혼 계열은 안보이네.”
스탯도 균등하게 찍고 클래스 선택하게 하면 나처럼 영혼계열 각성자도 있을 거 같은데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스가르드에서 이미 포섭해 갔나?
그래도 생겼으면 인터넷에서 이야기한 줄이라도 나올 법 한데.
SP나 영혼계열 각성자에 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건가?
한가닥 의문을 지닌 채 며칠간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 한가롭게 뒹굴고 한강 산책도 가고 술도 마시고 하면서 백수생활을 오일정도 즐길 때쯤.
전화가 왔다.
[김지호님 맞으십니까?]
“네. 누구시죠?”
[저 발키리 아리아입니다. 3일 후에 세계헌터협회의 부서진 세계 조사단이 칼바인 행성에 입장할 예정입니다.]
“칼바인에 말입니까?”
[네. 이제 헌터 숫자가 많아지면 레벨 업 장소가 부족해지니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김지호님께는 연락드려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전화 드렸습니다.]
이런.
일반 헌터가 들어가면 칼바인 행성의 시간이 흐르겠지.
용핵이 만들어질 때까지 그냥 지구에서 시간 보내려고 했는데 상황이 애매하게 되었다.
“그 행성에서 중요히 할 일이 있는데 더 유예는 안 되나요?”
[저희도 최대한 시간을 끌었습니다만, 부서진 세계가 오픈된 후부터 세계헌터협회는 조사단이 꼭 필요하다고 읍소하고 있었습니다. 두달 정도는 시간을 끌었습니다만 더 이상 끌기는 어려워져서……]
말끝을 흐리는 아리아.
하필 이 타이밍에?
시기가 너무 절묘한데.
“일단 알겠습니다.”
[예. 현명한 판단 바랍니다. 그럼……]
현명한 판단이라니.
말이 의미심장했다.
나보고 선택을 하라는 압박인가?
“드라키아. 들었습니까?”
[들었다.]
“퀘스트 선택을 하라는 압박으로 들립니다만.”
[그래. 그래도 그 무식한 아스가르드가 힘으로 압박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압력을 넣는 거 보면 영혼 중개자의 가치가 뛰어나긴 하구나.]
“그래도 압박은 압박이죠. 용핵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흠. 지금 상황으로 보니 용핵을 만든다 해도 아스가르드에서 방해가 심할 것이다.]
그건 그렇지.
용신 부활을 걔네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겠어?
[첫번째 퀘스트의 목표가 드라키나의 드래곤 하트 파괴였지?]
“네.”
[드라키나의 신체를 싹다 없애거나, 영혼을 파괴하거나 하라는 내용은 없었지?]
“그렇습니다.”
[그럼 다행이군. 두 퀘스트를 모두 수락하라. 드라키나의 드래곤 하트는 내가 만들어 주지.]
그게 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