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81화 (81/240)

<내 상태창 2개 - 81화>

81 드래곤 레어 방어전 (2)

지금 부서진 세계 칼바인에 들어온 지 10일째.

이 때 용사가 튀어나오는 건가.

이 사실은 기억해 두고…….

“용사 세?”

“그걸 말이라고 하나…….”

“등급이 어떻게 되는데?”

“A…… 반신 등급이지. 축복을 받으면 거의 신위에 근접할 거다.”

흠 나보다 세구나?

상태창 두 개의 백업으로 이길 수 있으려나?

여의를 적당히 대검 크기로 확장하고 화염전차를 탔다.

불사조도 소환하고 아이기스의 방패까지 활성화한 상황.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용사를 기다렸다.

내가 전투 준비를 마치니 아릭이 내 옆에 섰다.

“나도 가세하겠다.”

“그래.”

그를 제외한 오크 둘과 고블린 하나는 벌써 온몸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용사한테 바로 자폭 가는 건가?

“겨우 해츨링을 제압하는 데 이렇게 시간이 걸리다니.”

낮게 깔린 남성의 목소리.

새하얀빛이 입구에서부터 퍼져 나가며 동굴을 비췄다.

빛에 신성력이 담겨서 피부가 따가웠다.

난 그래도 따가운 정돈데, 아릭을 비롯한 주위 몬스터들은 이미 죽을 상이다.

“용사다……!”

동굴 끝에서 나타난 용사는 휘황찬란했다.

성기사들이 순백의 갑옷을 입었다면 용사는 하얀빛으로 번쩍번쩍 거리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도 빛이 번쩍거려서 안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들고 있는 검도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검의 손잡이부터 시작해서 검신 끝까지 죄다 빛.

아주 신성력 3종세트구만.

“불사조. 한 번 가 봐라.”

[……알겠다.]

대답에 텀이 생긴 불사조.

녀석도 용사에게 덤비긴 싫은 건가.

하긴 너무 세보이긴 해.

쩝. 어쩌겠냐. 소환수가 적을 실험해 봐야지.

“화염전차도 보낼게.”

[참 고맙다.]

전차가 먼저 달리고, 불사조가 날아가고 있을 때.

용사에게서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네르바의 심판!”

황금색의 빛이 동굴 가득 퍼지더니 그대로 이쪽으로 터져 나온다.

어. 갑자기 필살기냐?

도망갈 곳도 없이 온 방위를 틀어막고 있는 황금색의 신성검기.

“안 돼! 막아!”

아릭의 외침에 오크 둘과 고블린 하나가 빛을 향해 달려간다.

펑!

빛에 닿기도 전에 폭발하는 몬스터들.

시뻘건 화염이 폭발 직후 피어올랐지만, 황금 검기에 그대로 사그라진다.

확실히 장난이 아닌 거 같네.

방어스킬을 일단 사용하자.

“아이기스의 방패.”

SS급의 일격까지 막을 수 있다는 아이기스의 방패.

스킬을 시전하자 작은 방패가 전방을 향해 움직이더니 곧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나도 좀!”

나한테 뛰어 들어오는 아릭.

내 뒤에 서서 주저앉는다.

아 진짜 이놈의 오크…….

뭐라고 하고 싶지만 전방 상황이 먼저다.

금빛으로 이루어진 아이기스의 방패.

원형방패가 크게 확장되어 반구半球 형태로 나를 보호했다.

빛의 성질만 보면 용사의 일격과 흡사하다.

아테나의 것이니 당연한 건가?

반투명한 금빛 방패 덕에 미네르바의 심판이 그대로 보였다.

일직선으로 쭉 날아오는 강맹한 황금검기.

드래곤 레어 전체를 쓸어버리려는 듯이 강력했지만, 아이기스의 방패에 닿자마자 그쪽 부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오 좋네?

그래 용사가 아무리 A급이라도 SSS급 일격을 내진 못하겠지.

나한테 날아오는 황금 검기는 확실히 차단되었다.

“으으……으아아악!”

근데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아릭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뭐야 이놈?

왜 갑자기…….

“문이…… 문이 뚫렸다…… 생포하려는 줄 알았는데……?”

녀석의 말에 뒷문을 바라보았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니, 어떻게 미네르바님의 방패를! 네놈은 대체 누구냐!”

나에게 눈 깜짝할 사이에 돌진해 오는 용사.

하지만 녀석과 말을 나눌 시간은 없었다.

[드라키나가 사망했습니다.]

[미션이 실패했습니다.]

메시지가 뜨더니 그대로 세상이 멈췄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그대로 어둠이 깔리며, 몸에서 감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되돌아오자…….

“김지호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나보다 키가 큰 발키리 하나가 날 보자 고개를 숙이더니 어딘가에 보고를 올렸다.

그래.

발키리가 임시로 마련해 준 부서진 세계 포탈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

흐…….

이렇게 끝인가?

허무하네.

용사의 일격을 초 근접해서 막던가, 필살기 쓰기 전에 달려서 방해해야 하나?

아이기스의 방패는 딱 나 혼자 살만한 크기구나.

뭐 나라도 사는 게 중요하지만.

“칼바인 다시 입장 가능합니까?”

“재정비에 하루 소요됩니다. 내일 이 시간에 오시면 입장 가능하십니다.”

“하아…… 네. 근데 용의 힘이란 스킬 혹시 아세요?”

“용의 힘이요? 스킬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처음 듣습니다. 비슷한 이름의 근력 상승 스킬이 있긴 합니다.”

발키리가 알고 있는 건 별 상관이 없는 거 같군.

알았다고 하며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10일간의 전투 결과는 이랬다.

레벨은 144→146으로 2 업.

힘과 민첩, 마력 다 합쳐서 7포인트 업.

중립진영 능력치도 개미눈물만큼 게이지가 올랐다.

거기에 영혼 흡수로 SP는 5만 정도 벌은 상태.

부서진 세계에서 10일을 보냈으니 지구 시간으로는 하루가 지난 셈.

영혼 중개로도 3만 5천정도 벌었다.

“괜찮은데.”

영혼 중개창을 보니 의외로 엘프리안이 SP를 많이 벌어 주고 있었다.

오딘, 로키 다음으로 3위에 랭크 중이다.

다 죽은 신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

애초에 신의 존재가 잊히지 않았나? 이놈의 시스템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어쨌든 지구 시간으로 하루 소득은 SP 8만 5천.

칼바인이 망하고 하루 있다가 입장 가능하다고 하니깐…….

영혼 흡수 5만 + 영혼 중개 2일치 7만으로 2일에 SP 12만 소득이라고 보면 되나?

이렇게 200일 살면 1200만 모이고 그러면 영혼중개 밀수가 가능해진다.

“레벨 업 노가다 좀 해야겠구만.”

200일간의 노가다…….

이렇게 100번 할 걸 생각하니 막막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평화로울 때 후딱 해둬야지.

나중에 B급 던전 나오고 이러면 또 시간 없다.

[야. 헌터 등록 했냐?]

“어. C급 헌터로 등록했어.”

[그럼 길드 복귀 해야지.]

“엥? 길드?”

[어. 안하게? 강시아님이 네 근황 궁금해 하시던데.]

“강시아님? 강시아 대현 길드잖아. 너 섬상 길드 아니었냐?”

[너…… 진짜 왜 그러냐? 기억이 제대로 안 돌아왔냐?]

집에 가는 길에 이진성에게 문자가 와있어서 통화하니, 영 생뚱맞은 소리만 했다.

흠. 대체 내 주변 사람들 기억이 어떻게 바뀐 거야?

계속 속이긴 힘드니 기억을 잃은 컨셉으로 가야겠어.

“어 사실 기억이 흐릿흐릿해. 내가 뭐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멍하게 있다.”

[흠…… 그런 케이스가 없지는 않다고 하던데. 하필 너도 그러냐.]

다행히 기억이 온전치 않은 케이스가 있나보다.

금방 수긍하는 이진성.

“내가 뭐했었냐. 예전에?”

[강시아님은 기억 나?]

“얼굴만?”

[와 진짜 다 잊었네. 강시아님이 대현 길드를 국내 1위의 길드로 올렸잖아. 넌 그 분의 수행비서였고. 나중에 국가적 위기 상황 때 대현길드로 우리나라 길드를 모조리 통폐합했다니깐. 그거도 기억 안 나냐?]

왜 역할이 반대냐?

기억만 바꾸지 뭔가 이상하게 틀어 놨네 아스가르드 놈들.

생각해 보니 과거 강시아가 내 비서역할을 해 줄 때 대현가 맘껏 챙기라고 했었다.

그녀는 그래도 괜찮을까요 몇 번 물어보더니 내 영향력을 적지적소에 잘 써먹는 거 같았는데…….

하긴 최후엔 대현길드가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거 같았어.

나 김지호랑 친하다는 이유로.

그 사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니까 이상하게 뒤바꾼 건가?

“난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기억이 안 나서 비서 일을 할 수 없겠다고 전해 줘. 일단 정신부터 차려야겠어.”

[와…… 야 그냥 하지그래? 대현 길드의 최고 실세 수행비서 역인데.]

“됐다. 임마. 나중에 연락하마.”

할 일이 태산인데 뭔 강시아 비서를 하고 있냐.

녀석과 전화를 끊고 집에 돌아왔다.

혼자 사는 남자 집의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삶의 질이 너무 안 좋은데.

“여기선 못 살겠다.”

돈이 없으면 그냥저냥 살겠는데 발키리에게 받은 돈이 있으니 이사 가자.

협회 근처의 부동산을 들러보니 죄다 문전성시.

사람이 하도 많아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아이고. 방이요? 방이 있겠어요?”

“협회 근처는 끝까지 안전했잖아요? 열 배 불러도 안 팔아요 주인들이.”

“월세도 싹 들어갔어요. 집주인들이 자기들부터 먼저 들어가서 산다고.”

하아…….

다들 미래를 아니까 안전한 곳 위주로 간다 이거지?

그럼 망한 지역도 있나?

검색을 해 보니 금방 나왔다.

[성수동의 부촌 지역, 집값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해…… 특히 B급 포탈이 생긴 G 아파트는 가격이 1/5으로 추락해]

호오.

여기 연예인들 많이 사는 엄청 비싼 아파트 아닌가?

여기에도 B급 포탈이 생겼었나…….

기억에는 없는데.

내가 A급 던전 처리하고 있을 때 생겼을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여기 괜찮네.

강 건너면 바로니까.

투명마법을 쓰고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가 보니 역삼에서 금방 도착했다.

“정말 구매하신다는 거 맞죠?”

“네.”

“정말이시죠?”

갤러리아 아파트 주위의 부동산.

부동산 중개인은 믿기지가 않은 듯 나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예. B급 던전 나온다지만, 이번에는 헌터들이 처리할 수 있지 않겠어요? 시세 폭락한 김에 사 두려고 합니다.”

“하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지금 가격은 말이 안 되지요.”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바로 주인에게 전화하는 중개인.

그가 전화하자마자 오 분도 안 돼서 집주인이 튀어나왔다.

어. 광고에서 보던 미남 연예인이네.

그가 황급히 들어오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이분이 구매하신다는……?”

의심스러운 눈빛.

하긴 내 행색이 평범한 20대 남성이니까 그럴 법도 하다.

옷도 구리고.

그를 납득시켜 줄 겸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을 입자 바로 환한 얼굴이 되어서 자리에 앉는 연예인.

“헌터 분이셨군요. 바로 계약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원래라면 30억으로도 구매할 수 없는 로얄층을 싸게 구할 수 있었다.

계약서 작성하고 짐빼고 들어가고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동안은 자취방에 좀 더 있지 뭐.

그렇게 이사도 가고.

이진성 녀석에게 대현길드 복귀도 몇 번 듣다가 끊어 버리고 하다 보니100일이 금방 흘렀다.

“경험치가 안 오르네.”

50번을 반복하니까 경험치도 안 오르고 SP, 능력치도 안 오른다.

똑같은 성기사들만 계속 잡아서 그런 건가?

SP수입은 5만에서 5000까지 감소했고, 레벨이 161이 된 지금 한 번 사이클 돌 때마다 경험치가 10%도 안 오른다.

능력치 흡수도 이미 끝난 상황.

능력치가 거의 안 오른다.

노가다 접을 때가 됐다.

“또 칼바인 가시나요?”

한 달 전 완공된 협회 건물을 들어서서 최상층에 가니 아리아가 웃는 얼굴로 물어보았다.

“네. 이번엔 좀 늦을 수도 있어요.”

“공략의 돌파구를 찾으셨나요?”

“이제부터 공략해 보려고요.”

SP는 803만…….

100일간 500만 조금 넘게 벌었다.

이제는 공략해야 하니까 투자를 시작해야겠어.

100만만 쓰자.

범용성 최고인 뇌신에 1레벨 투자.

B급 스킬이지만 화력 뻥튀기가 되는 집중 강화에 4레벨 투자.

이러니 SP가 80만이 스르르 날아갔다.

B급 스킬이라고 스킬 업 SP 얼마 안드는 줄 알았는데, 5만 10만 15만 20만 드니 그냥 SP 삭제되네.

[뇌신(雷神) Lv.2]

[집중강화 LV.5]

[마나를 다루는 기술의 출력을 순간적으로 강화합니다. 출력이 4배 증가하는 대신, 소모량이 6배 증가합니다. 이 비율은 출력 12배까지 해당합니다. 쿨타임은 1분입니다.]

뇌신은 별다른 게 없었지만, 집중강화는 쿨타임이 1분으로 줄고 출력 끌어올리는 게 2배에서 4배, 최대 6배에서 12배 강화되었다.

좋아.

그럼 남은 SP 20만은 중립 진영 마력에 퍼붓고…….

마력 A가 1/3 차자 내 20만 예산이 다 사용되었다.

“준비되었습니다.”

“마력이 엄청나게 강해지셨네요…… 공략 기대하겠습니다.”

또다시 만나는 성기사들.

50번을 반복한 만큼 효율적으로 쓸어버린 후 바보인 척하는 아릭에게 쏘아붙였다.

“야. 멍청한 척하지 말고. 너 오크 아닌 거 다 안다.”

“으……?”

“니 졸개들 용의 힘 쓰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봐.”

“그걸 어떻게 알지!?”

경악하는 아릭.

50번 동안 봤는데 당연하지.

녀석의 질문을 한 귀로 흘리고 성기사단 1천명을 맞이했다.

엄청난 신성 보호막이 두텁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날 보고 소리치는 아릭.

“저걸 뚫으려면 용의 힘이 필요하다!”

“아 보고 있어 봐. 집중 강화. 뇌신.”

예전에는 무슨 수를 써도 막혔던 공격.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내 손바닥에서 퍼져 나가 마법진을 강타하는 황금빛의 뇌전.

그 범위가 어마어마해 보호막을 그대로 감싸 갉아먹고 있었다.

“으으…… 강하다!”

“이상하다. 유피테르님의 기운이 느껴져!”

그야 뭐 제우스가 준 거니 그렇지.

신성 보호막 사방에서 균열이 일어나더니 그대로 와장창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 안을 파고드는 황금 벼락.

이번에는 서로 힐을 줄 틈도 없이, 벼락에 닿자마자 그대로 새까맣게 타올라 죽어 나간다.

“역시 투자한 보람이 있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깡그리 적을 쓸어버리자 후련했다.

그런 나를 아연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릭.

“너…… 대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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