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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79화 (79/240)

<내 상태창 2개 - 79화>

79 최고 난이도로 가다

행성 포탈은 세 개 있었다.

에슈타르, 칼바인, 알아스마.

원래는 케브리안이 있어야 하는데 없네.

저번에 깨서 사라졌나?

근데 그건 미래 일이잖아.

거기에 원래 포탈은 5개 있었는데 이번엔 3개다.

“아직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이 두 개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는 세 개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흠…… 난이도는 어떻게 되죠?”

시스템 구축이라.

뭔 일이 생긴 건지는 의아했지만, 발키리는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였다.

다른 거나 물어봐야지.

“에슈타르가 가장 낮고, 알아스마 칼바인 순입니다.”

“대략 어떤 데인지는 알려 줄 수 없나요?”

“에슈타르는 마법도시 에룬달에서 시작하죠. 주변 던전을 클리어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면 미지의 적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아.

헤라클레스가 있는 그곳.

헤라클레스의 고함 한 번에 사람들이 싹 다 죽는 동네지.

내가 가면 고함정도는 이겨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다음엔 힘들겠지.

거기에 초보자 난이도라 몬스터도 적게 나오고 별로 적절치 않아.

패스.

“알아스마는요?”

“알아스마는 지하에서 시작합니다. 도전자들은 모두 금방 죽어서 그런지 다시는 도전하지 않더군요.”

“칼바인은 어떤가요?”

“거기는 저희 중립 진영에서 가장 어려운 난이도입니다. 드래곤을 보호해야 하는데, 질서 진영의 용사와 군대가 쳐들어오거든요.”

“오호. 드래곤 레어의 가디언이 되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뭐 이제 사망 페널티도 없는데 제일 어려운 데로 가지 뭐.

어디가 되었든 경험치 많이 주는 곳이 제일 좋은데, 칼바인이 제일 나을 거 같다.

에슈타르는 던전 찾는데 시간이 너무 걸릴 거 같고, 알아스마는 지하에서 시작한다는데 너무 정보가 없어. 재수 없으면 길 찾다가 끝일지도.

“칼바인으로 가죠.”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레벨 업이 우선이니. 적 많으면 좋죠.”

“알겠습니다.”

발키리가 칼바인이 적힌 포탈로 안내했다.

공략집을 가기 전에 한번 훑어보았지만 칼바인에 대한 내용은 1g도 없었다.

하 도움 안 되는 새키…….

이제 같은 진영인데 쓸모가 없다.

내가 영체화도 하고 방어구를 싹 다 장착해 준비를 마치니, 발키리가 말했다.

“전송하겠습니다.”

“죽어라!”

최고 난이도는 이게 신고식인가?

흰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에게 검을 내리찍고 있었다.

캉!

아이기스의 방패가 움직이더니 그 공격을 바로 튕겨 냈다.

영체화로 무사할까 했는데, 다시 보니 검에 신성력이 담겨 있었다.

성기사인가?

“방패에서는 신성력이 느껴지는데……!”

“뇌신.”

잠시 주춤하는 성기사에게 바로 번개를 뿌렸다.

인간같이 보였지만 뭐 여기서 그런 거 따질 땐 아니지.

“으아아악!”

바로 전기에 감전되어 쓰러지는 성기사.

그가 쓰러지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전 드래곤 레어 갔을 때처럼 커다란 동굴 안이었다.

주위에는 백색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이 무리 지어 있었다.

수는 대략 봐도 수백이 넘어 보인다.

그런데…….

“크르르…….”

“이길 수 없다…… 크르…….”

내 주변에는 갑옷도 제대로 못 입은 오크들이 크르르 거리고 있었다.

오크뿐만이 아니라 인간보다 작은 몬스터들이 여럿 서 있었는데, 딱봐도 전의가 없어 보였다.

툭치면 도망갈 느낌.

아 케브리안 때는 엘프 드워프가 동료였는데 이제는 오크 고블린이 동료냐.

케브리안 땐 눈이라도 즐거웠지.

“저 자를 죽여라!”

성기사들이 내 쪽으로 향해 무리 지어 달려오기 시작했다.

강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며 그들을 감싸 보호막과 같은 형태가 된다.

기세등등하기는 한데 뭐…….

저번에 레오니다스 패거리보다 훨씬 약한 거 같은데.

“불사조. 다 죽여 버려.”

[인간인데 괜찮나?]

“웬 인간타령? 나한텐 지구인이 더 중요하다.”

[알겠다.]

어차피 부서진 세계인데 뭐.

머리에서 튀어나온 불사조가 나오더니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불사조다!”

“이런……!”

불사조의 공격에 금방 신성 보호막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럼 가볍게 콤보를 넣자.

“화염전차 소환.”

전차를 달리게 하고.

“뇌신.”

번개를 강하게 쏴준다.

화염전차가 닿자 보호막이 깨지며 이를 번개가 파고든다.

순백의 갑옷이 순식간에 감전되면서 시커매진다.

그러며 하나둘 씩 쓰러지는 성기사들.

난이도가 높다한들 첫 스테이지는 그래도 할 만하게 되어 있군.

“으으으…… 강한 적이 등장했다.”

“보고를 올려야 한다.”

“일단 후퇴하라!”

나에게 달려온 성기사 부대가 단번에 학살당하자 나머지가 황급히 후퇴하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가는 불사조.

“너무 깊숙이 따라가지는 말고 적당히 제압해라.”

[알겠다.]

지시도 내렸으니 적당히 잡다가 돌아오겠지.

“신의 사도……이시다…….”

“존경…… 존경…….”

녀석을 보내고 나니 주변 오크와 고블린 등 잡 몬스터들이 나를 보고 절을 하고 있었다.

하아아아.

엘프들 보다가 오크 고블린이 침 흘리면서 존경 존경 이러는데 너무 격세지감이네.

옛날이 좋았구나…….

“일어나서 방비나 해라.”

“알겠다……니다.”

아이고 말도 제대로 못하네.

답답한 마음에 이놈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메시지창을 보았다.

메시지가 엄청나게 떠 있었다.

[B급 등급으로 부서진 세계 1페이즈에 들어오셨습니다. 능력치가 75%로 제한됩니다.]

엑?

B급은 능력치 제약 받았나?

케브리안에 있을 땐 B급 오른 게 2페이즈 때였으니 상관이 없었던 건가.

나중에 발키리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메시지 창을 계속 확인했다.

[천둥의 신 토르가 칼바인 행성의 유일한 각성자 ‘김지호’에게 신의 가호를 집중해서 내립니다.]

[중립 진영의 스테이터스가 2배 증가합니다.]

[모든 공격에 토르의 뇌력雷力이 담깁니다.]

[중립 진영에 소속된 생명체가 그를 신의 사도로 대합니다.]

[이 세계의 주요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하고 이해하며, 각성자의 말도 자동으로 번역됩니다.]

오호.

예전에 아테나한테 받았던 축복과 흡사하군.

신성력대신 뇌력인가.

뇌신은 더 강해지겠군.

어쩐지 능력이 75%로 제한되었음에도 별로 약하단 느낌이 안 들었는데, 2배 버프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럼 1.5배 세진 거군.

거기에 퀘스트도 생겼다.

[사용자의 등급이 높아 퀘스트의 난이도와 보상이 한 단계 낮아집니다.]

[칼바인 행성의 드래곤 레어, ‘드라키나’의 레어로 소환되었습니다.]

[드라키나는 칼바인 행성을 지배하는 신성제국 로만에게 ‘마룡’으로 지정 당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레어에서 신성제국 로만의 침공을 버텼으나 결국 신성제국의 용사에게 붙잡혀 산채로 화형당하고 말았습니다.]

[메인 퀘스트]

[난이도 아주 어려움]

[신성제국의 1차 침공을 저지하라.]

[퀘스트 완료 보상]

SP 30000.

‘용의 수호자’ 칭호 획득.

‘용의 힘’ 개화.

아, B등급이라서 난이도가 하락해서 보상도 낮아진 건가.

SP 30000…….

예전에는 엄청 많아보였는데 이젠 지구에서 하루에 얻는 양에 불과하다.

하나 칭호 보상이나 용의 힘 개화 이런 건 흥미가 생겼다.

이건 SP 번다고 얻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니깐.

일단 퀘스트를 수락하고 동굴을 돌아보았다.

예전에 아카르디안을 잡았을 때 진입했던 드래곤 레어와 공간은 비슷하게 넓다.

그래서 딱히 방어하기엔 안 좋아 보인다.

“얘들아.”

“예. 사도.”

그나마 좀 갑옷도 입고 똘똘해 보이는 오크가 나에게 답했다.

“입구가 여러 개야? 왜 우리가 전부야? 용인이나 좀 강력한 얘들도 있어야지.”

“다……죽었다니다. 크르르.”

“아 씨 존댓말 못하면 걍 반말 까라. 듣기 불편하다.”

“다 죽었다.”

바로 말을 까는 오크.

주위를 둘러보니 오크랑 고블린, 죄그만 늑대들이 전부다.

지금 요놈들만 데리고 막으라고?

레어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해 본다.

대형 몬스터의 시체가 상당히 많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인간의 시체도 몇몇 있긴 했지만 적들이 후퇴하면서 유해를 챙겨 갔는지 얼마 없는 상태.

오우거를 비롯해서 소 머리 괴물에 트롤 등등이 죄다 몸이 난도질당해 죽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등 뒤에는 거대한 철문이 있었다.

요 문이 열리면 바로 드래곤이 있는 장소이려나?

아니면 2차 수비대가 있을지도 모르지.

일단 주변은 대충 파악했다.

근데 시체 중 한 종류의 몬스터가 보이질 않네.

“용인은 없냐?”

케브리안 때 입가에서 불을 내뿜던 용인.

대규모 전투에서는 쓸 만할 텐데 아예 보이질 않았다.

“주인이 아직 성룡이 되지 않았다.”

“성룡 안 되면 용인 없는 거야?”

“그것도 모르나?”

오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본능적으로 손이 가,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아아. 아프다!”

“신의 사도를 보는 눈빛이 아주 띠꺼웠다.”

머리를 손으로 감싼 채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오크.

눈빛 변하는 게 아주 변화무쌍해.

“그럼 여길 우리만으로 막아야 한다는 건데, 지원군은 안 오냐?”

“지원군은 입구에서 온다. 근데 인간들이 다 죽여서 안 온다.”

“여기 뒷문엔 뭐 있는데?”

“주인이 있다. 성룡으로 진화 중이시다.”

“진화 중에는 우리 못 도와줘? 마법 쓴다던지.”

그러자 똘똘해 보이는 오크가 몬스터 시체를 가리켰다.

“그럼 저렇게 다 죽었겠나?”

흠.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구나.

“그럼 진짜 우리들만으로 방어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오크.

나머지 졸개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나마 이놈이 똘똘해 보이네.

“흠…… 너 이름 뭐냐?”

“아릭이다. 크르르.”

“아릭. 그래 니가 쟤네 통솔해라.”

“원래 그랬다.”

것도 몰랐냐는 듯이 쳐다보는 아릭.

아까의 애처로운 눈빛은 어디가고 띠꺼움이 다시 나온다.

케브리안에서는 신의 사도라고 하면 다들 우러러보았는데 이 동네는 왜 이래?

안 되겠어.

퍽!

“아악! 아프다!”

“눈빛이 불경하다. 신의 사도에게 예의를 차리거라.”

그러자 금방 눈에서 힘이 빠지는 오크.

나도 앞으론 손의 힘을 더 빼서 때려야겠다.

이 놈 두개골 깨지는 줄 알았네.

“니네는 그냥 뒤에 있어라. 문이나 지켜.”

“우리가 문을?”

“그래. 내가 맨 앞에서 싸울 테니까뒤에서 구경이나 해라. 내 공격 범위가 너무 넓어서 니들도 휘말릴 거 같거든.”

“알겠다.”

딱 봐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케브리안 요새 지킬 때는 그래도 병사들이라도 좀 있었지…….

지금 오크들이랑 일반 잡 몹 다 합쳐도 20마리 안쪽이다.

이 녀석들이 일렬로 서서 방어해도 문이 더 크다.

그리고 그 문보다도 더 큰 동굴을 방어해야 한다.

결국 나 혼자 원맨쇼 하다가 역부족이면 죽고 게임 끝인 느낌이군.

어…….

“그거 괜찮네?”

어차피 레벨 업 하려고 왔는데 이 상황이 오히려 반갑다.

죽어도 페널티도 없다는데 마력 팍팍 쓰고 죽어야지.

보상은 용의 힘이 제일 궁금하긴 한데, SP 3만이야 어차피 영혼 중개 하루치고.

그냥 레벨 업만 보고 가면 되겠네.

착.착.착.

조용한 동굴에 울려 퍼지는 군화소리.

신성력이 동굴 천장까지 뻗쳐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

마치 대낮 같은 동굴 안.

그 빛 사이로 불사조가 이쪽으로 급하게 날아오고 있었다.

[주인. 너무 수가 많다!]

“괜찮아. 싸우다 죽자.”

[으으…… 저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큰 힘을 발휘한다. 신성방어를 뚫을 수가 없을 텐데.]

“아 죽이고 죽어야 하는데…….”

스탯을 올릴까?

아니, 죽어도 되니까 일단 오늘은 올리지 않고 싸워 보자.

성기사 부대가 아까보다 많아서, 이 동굴 안에 거의 천은 되어 보였다.

새하얀빛에 똑같은 갑옷에 똑같은 투구, 똑같은 검과 방패를 든 성기사.

그들 모두가 신성력을 뿌리니 아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두터운 신성 보호막이 생겨나 있었다.

“불사조. 마력 그냥 다 써. 나도 싹 다 퍼붓는다.”

[알겠다.]

마력 다 써서 드래곤 하트도 쓸 때까지 가 보자.

화염전차를 달리며 뇌신을 집중강화한다.

그러자 강렬하게 뻗어져 나가는 뇌전이 신성 보호막에 균열을 낸다.

그 거대한 흰 보호막에 구멍이 생기자, 주변 성기사들이 일제히 감전되어 쓰러진다.

“크으으으!”

“미네르바이시여. 저희를 지켜 주소서!”

“힐!”

그러나 보호막이 강했음인가.

죽지는 않고 주변 성기사들의 회복 마법에 금방 일어난다.

“보호막을 보강하라.”

“미네르바이시여!”

“유피테르이시여!”

후열은 검을 하늘 위로 들고 신성력을 내뿜고, 앞열은 방패를 세운 채 차근차근 전진해 온다.

뇌신으로 좀 지진다 싶으면 다시 회복하고 다가오는 성기사들.

화염전차나 불사조의 공격은 흡수되거나 튕겨 나간다.

아 이놈들한테 영기발출 쓰기는 너무 아까운데…….

공격수단도 하나 받아둘 걸 그랬어.

“커져라. 여의.”

여의로 크게 휘두르지 않고, 뇌신으로 금이 갔던 보호막을 연속해서 찌른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번개를 내뿜으며 공격을 지속하니 보호막이 천천히 부서지고 있었다.

그 균열 속으로 번개와 불길, 검날이 적을 파고들었다.

“으아아……!”

“미네르바이시여. 당신의 종을 살려 주소서…… 힐!”

와 죽을 만하면 끝까지 살아남네.

온갖 공격 수단을 다 동원해도 진짜 사망하질 않는다.

그러면서 천천히 진을 좁혀 오는 성기사들.

진짜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이었다.

에라이 차라리 근접전으로 가 보자.

오늘은 어차피 죽어도 되니 정찰전이라고 생각하고.

방어막 안에 들어가서 싸워 보자고 결심했을 때…….

갑자기 내 옆에서 한 마리의 오크가 적진을 향해 돌진해나갔다.

엥?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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