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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78화 (78/240)

<내 상태창 2개 - 78화>

78 나만 사라진 과거 (2)

사지 잘린 신한테 영혼 중개?

애초에 뭐 중개할 SP가 있긴 한가?

내가 미심쩍게 쳐다보자 그녀가 나를 설득했다.

[제가 올림푸스에게 패배하고 제우스한테 사지가 다 잘리긴 했습니다만…… 혹시 이런 저한테 영혼 중개를 하면 SP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니 딱 봐도 SP 못 얻을 거 같은데요.”

[영혼 중개 자리가 부족하신가요?]

“그렇진 않습니다만.”

[그럼 실험해 보시죠. SP를 얻지 못한다면 상호 해지가 가능하도록 계약조건을 달겠습니다.]

상호 해지가 가능하게?

그럼 뭐 손해 볼 건 없겠네.

“그럼 하죠. 근데 저 이거 공짜론 안 주는데, 뭐 주실 건 없나요?”

[……저번처럼 한계를 올려 드리죠.]

나쁘진 않은데 뭔가 아쉽군.

하긴 사지 다 잘린 여신한테 뭘 그리 받아 내겠어.

일단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

“알겠습니다. 부탁드려요.”

그러자 땅에서 나무뿌리가 일제히 올라왔다.

바로 내 몸을 감싸는 나무뿌리.

뭔가 저번보다 몸을 더 강하게 조인 거 같은데…… 착각인가?

[사용자 김지호의 모든 잠재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질서진영의 모든 능력치 상한선이 대폭 오릅니다.]

[중립진영의 모든 능력치 상한선이 대폭 오릅니다.]

아직도 한계선에는 다다르지 못했군.

“아직 한계가 아니네요.”

[이번엔 힘을 좀 아꼈습니다. 저번엔 당신 도와준 걸 들켜 어차피 죽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이번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제우스의 아이를 낳으면서 몰래 힘을 비축하겠습니다.]

그러며 그녀의 눈에서 저번처럼 또 정수가 떨어졌다.

근데 저번보다도 보석 크기가 더 컸다.

“이건…….”

[제가 죽기 전까지의 기억을 그리로 전송할 겁니다. 통신도 몇 회 정도 가능하니 특이사항이 있으면 한 번 연락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여신은 여신이구나.

이런 물건을 뚝딱 만들어 내네.

내가 엘프리안의 정수를 드래곤 하트 안에 넣자 그녀가 말했다.

[이제 돌아가셔야 할 것 같군요. 오래 머물면 올림푸스의 눈에 들어갈 겁니다. 돌아갈 방도는 있나요?]

“네.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제가 무슨 일이 있을 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귀환.”

다른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헤임달의 귀환 스킬을 레벨 5까지 올렸지.

원룸으로 귀환을 시전하자 빛이 점멸하더니 그대로 세상이 바뀌었다.

“돌아왔군.”

남자의 자취방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음…….

여기 환기도 잘 안 되어서 냄새도 안 빠질 텐데.

이럴 땐 통장에 잠들어 있던 돈이 아쉽군.

써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네.

컴퓨터 앞에 앉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았다.

“일단 레벨 업이 급선무지.”

목표는 A급.

56레벨을 올리면 된다.

반신의 경지에 이르면 디아나도 소환할 수 있고 운신도 편해질 거다.

한데 지구의 던전으로는 레벨 업이 불가능에 가깝지.

칭호를 보니 나에게 경험치 1%를 적선해 주는 지구인 일인자 칭호는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창기라 던전등급도 낮아 경험치 량이 별 도움 안 될 거다.

“결국 부서진 세계를 가야겠는데.”

근데 협회 건물 아직 완공도 안됐는데 갈 수 있나?

음…….

일단 협회에 다시 헌터 자격을 등록해야겠어.

그와 동시에 SP도 1250만 모아서 영혼 중개 7레벨 받고 밀수를 본격 가동하자.

지금 SP 280만이니…….

좀 걸리긴 하겠다. 쩝.

1천만이라니.

하루에 3만씩 얻는다 치면 1년이 걸리는군.

빨래도 제대로 안 되어 눅눅한 냄새가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가정부 아줌마가 빨래해 줬었는데…….

옷감도 참 질이 싸구려다.

협회 가서 그냥 나 B급이오 바로 인증할지말지 고민하며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지하철을 타 예전 협회 건물방향으로 도착했다.

사람이 장난 아니게 바글바글한 상황.

이진성 말로는 어제 C급 헌터 모이라고 했다는데, 오늘은 그러면 더 낮은 등급이 모이는 날인가.

F,E,D 팻말이 크게 보이는 걸 보면 내 생각이 맞는 거 같았다.

사람들이 각자 등급에 맞게 줄을 쫙 서 있었다.

C는 없나?

“이쪽으로 줄 서세요! 발키리 분들이 한 번 더 검증합니다. 상태창 한 번 더 확인하시고 줄 서주세요!”

사람들을 통제하는 직원에게 가서 물어보았다.

“C급인데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 C급분들은 저쪽에 따로 부스가 있습니다. 발키리님에게 확인 받으시면 됩니다.”

그녀가 가리키는 부스로 가니 2미터가 좀 넘어 보이는 커다란 여전사들이 서 있었다.

등과 투구엔 천사 같은 흰색 날개가 붙어 있었으며 팔과 다리가 드러난 원피스모양의 갑옷을 입고 있는 여전사.

허리춤엔 커다란 칼이 메여 있고 등에는 커다란 방패가 놓여 있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머리칼, 푸른 눈을 한 여전사들.

외모가 좀 세보이지만 미모는 엘프에 필적한다.

이들이 발키리인가?

이쁘긴 이쁘네.

근데 키와 덩치가 나보다 크니 확실히 매력 어필은 잘 안 와 닿는다.

그냥 이쁜 거인이네 이런 느낌.

“어떻게 왔는가?”

내가 부스로 다가서자 바로 위압감 있게 물어보는 발키리.

바로 반말을 까는군.

엘프가 확실히 예의 있어.

난 엘프파다.

“C급 신고하러 왔습니다.”

“어제 소집했는데 늦었군. 상태창을 보여 주겠나?”

아. 상태창 보여 주라고?

B급인거 숨길까 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거 뭐 바로 까발려지겠네?

내가 잠시 주저하자 바로 눈을 부라리는 발키리.

“왜 보여 주지 못하는가? C급이 아니면 당장 꺼져라.”

“어제부터 지원을 노리고 어설픈 장난을 치는 인간들이 많군.”

날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씹어 대는 발키리.

보여 줄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젠 고민할 필요도 없는 거 같군.

그냥 보여 주지 뭐.

상태창을 띄워서 중립진영 상태창을 이름 레벨부분 빼고는 모두 가리고 보여 줬다.

그러자 그 걸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다가 바로 경악하는 발키리.

“아……아니!? 레벨이!”

“김지호님! 로키님이 말씀하셨던 분이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갑자기 존칭을 하며 날 어디론가로 데려가는 발키리.

뭐 언질이 되어 있었나?

아까 뻗대던 발키리라고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녀들이 날 데리고 간 곳은 건물 32층의 한 방.

보고생명의 사장실이었다.

“김지호님의 위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발키리 아리아라고 합니다.”

거기에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갑옷을 입고 있는 발키리가 서 있었다.

붉은 머리칼의 발키리와는 다르게 푸른 머리의 발키리.

얼굴도 다른 발키리에 비해 좀 온화하고 더 아름답게 생겼다.

덩치는 타 발키리보다 작아서 나와 비슷한 수준.

그래서 그런지 다른 덩치들에 비해 좀 친숙한 느낌이다.

그녀는 날 안내한 발키리를 보고 나가라고 손짓했다.

“그대들은 이만 물러나세요.”

“알겠습니다!”

그러자 일제히 경례를 하고 빠져나가는 발키리.

아리아는 잠시 나가는 발키리를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어떠셨습니까. 당황하지 않으셨습니까? 김지호님?”

“예. 시간을 돌리다니…… 생각도 하지 못했네요.”

“강력한 혼돈의 힘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을 돌리기 위해 자신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감수했는지 이야기하며 생색내는 아리아.

특히 지구인을 모두 회귀시키는 건너무 큰일이라, 로키를 비롯한 주신들은 힘을 과하게 썼다고 했다.

그래서 1년은 봉인된 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통신이 안 되나 보군.

아리아는 빙긋 웃으며 다시 물어보았다.

“그 외에도 놀라신 건 없었습니까?”

“제 행적을 모두 잊었더군요. 제 친구는 절 당연히 C급으로 알고 있고.”

“로키님이 이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사실 시간 회귀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요?”

“네. 김지호님이 지구인에게 존재감이 너무 강렬해서 문제였습니다.”

존재감이 큰 게 문제라니?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되는군.

“던전으로 인해 멸망해 가는 지구. 그중에 유일하게 김지호님만 던전을 제압할 수 있었죠. 신들에겐 아무리 기도를 해도 도움이 오지 않고, 김지호님만이 유일한 희망…… 사람들은 김지호님을 신으로 모시기 시작했습니다.”

“절 신으로요? 헐.”

하이고.

하긴 제우스의 사도라고 하면서 번개 뿜뿜 내뿜으며 잔뜩 폼 잡았으니…….

나중엔 신의 아들이다 소리도 듣긴 했는데.

그러다가 신처럼 추앙하는 상황까지 올 줄은 몰랐다.

“네. 그래서 저희는 당황했습니다. 안 그래도 지구인을 다 회귀시키는 것도 예산 초과인데 신앙까지 빼앗기게 생겼으니…….”

날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오딘이나 아스가르드의 신들에 대한 신앙이 좀 줄어들겠지.

그렇다고 기억을 삭제해?

“아니, 그래서 지구인에게서 제 기억을 삭제한 겁니까?”

“예…… 하지만 아직 되돌릴 기회는 있습니다. 로키님이 제안을 하라고 하셨거든요.”

뭔 또 제안이야?

“1년간만 이대로 계시면, 부서진 세계의 페널티를 없애주겠다 하십니다.”

“부서진 세계의 페널티라면 죽었을 시 레벨 다운에 10배 경험치요?”

“네. 지구인들 전체는 원래 페널티의 반 정도로 줄이고요.”

그래?

그 제안에 흥미가 당겼다.

지금 레벨 업이 가장 급한데, 페널티가 없어지면 높은 난이도에서 죽어 가며 레벨 업 할 수 있으니까.

거기에 나머지 지구인들도 페널티가 줄면 더 빠르게 레벨 업이 가능하겠지.

신앙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딱히 내가 얻었던 건 없었으니…….

관심이 하도 쏠려서 피곤한 게 많았지.

“이대로 있으라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이죠?”

“B급 헌터인 것만 숨겨 주시면 됩니다. 1년간만.”

“흠…….”

“1년 뒤엔 얼마든지 힘을 드러내셔도 상관없습니다.”

“1년 뒤에 힘을 드러내도 사람들이 원래의 기억을 찾지는 못하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냥 힘자랑을 다시 해도 된다 이거네.

“거부하면 어떻게 되죠?”

“그럼 그냥 다시 알려지시게 되겠죠. 신앙의 대상으로서. 로키님이 거부할 시에는 원래대로 복구해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흠. 신앙의 대상이 되면 좋은 게 있는 거 아닌가요? 신들도 다 저렇게 하려고 하는 거 보면.”

“네. 그렇습니다. 그들의 믿음에 따라 SP가 들어오지요.”

친절하게 질문에 다 대답을 해 주는 아리아.

로키에게 무슨 말이라도 듣고 온 것일까, 얼굴은 계속 싱글벙글이다.

“다만 S급이 되셔야 합니다. 신에 오르셔야 믿음으로 SP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S급, 신위에 올라야 신앙에 따라 SP도 받는 건가…….

하긴 지구 멸망 시기 때 내가 믿음의 대상이 되었지만 딱히 그로 인해 SP를 받거나 그런 건 없었다.

이건 승낙해야겠군.

일단 내 첫 번째 목표는 레벨 업.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지를 택해야 한다.

지금까지 쌓은 지위가 아쉽긴 했지만 한편으론 속 시원하기도 했다.

너무 큰 짐이 나 혼자에게 주어져 있었는데, 1년 후라면 좀 분산이 되지 않을까?

다만 무기 임대업이 문제인데,

C급 헌터들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무기 임대.

어찌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내 눈앞에 딱 대행할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안은 받아들이겠습니다. 한데 저 대신 무기 좀 임대해 주실래요?”

“무기……임대요?”

내가 지구에서 했던 무기 임대 설명을 듣고는 선뜻 받아들이는 아리아.

대신 돈은 무기 임대가 된 이후에 주기로 했다.

“저희들도 지금 지부 설치중이라 돈이 없어요.”

라고 우는 소리를 하면서.

그래도 계약금 조로 수십억 넘게 받고, 무기를 넘겨주었다.

이 돈으로 이사 가야지.

하지만 일단 이사 가기 전에 일부터 하자.

“일단 부서진 세계 바로 가 보려고 합니다.”

“벌써 가 보시려고요? 좀 쉬셔도 될 텐데…….”

“네. 빨리 A급 되야죠.”

“일단 이 건물 40층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까지 받아들이기는 무리지만 김지호님 한분만이라면 모실 수 있을 겁니다.”

아리아는 그리 말하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녀를 따라가며 부서진 세계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잠깐.

여기는 중립진영이잖아?

공략집도 중립진영 꺼였고.

엘프 드워프를 습격하고 뭐 이리저리 수를 써서 디아나를 타락시키라고 했던 공략집.

이게 여기선 진짜 먹히는 거잖아?

케브리안을 택하라고 해서 택했다가 최고 난이도여서 쌍욕이 나왔었지.

근데 지금은 중립진영이니 2번째로 쉬운 난이도일 터.

흠흠…… 공략집대로 공략 해 볼까?

이번엔 그 방법들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건가?

“크흐…….”

“저기, 김지호님?”

아. 아니. 그건 너무 썩은 하드코어 길이야.

그냥 디아나를 다른 놈들이 채가지 못하게 내가 가야겠어.

그래. 어디까지나 지켜 주기 위해서지.

어디까지나.

그렇게 굳은 결심을 하고 부서진 세계 행성 포탈을 둘러보러 갔는데…….

이상했다.

포탈 수가 적었다.

거기에…….

“어……케브리안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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