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76화 (76/240)

<내 상태창 2개 - 76화>

76 파국, 그리고 다시 주어진 기회

“일주일이 지나면 던전은요?”

“B급 던전이 그 사이 2개 생겼어요.”

하루에 한 개씩 생기던 거에 비하면 추세는 늦다.

그나마 다행이군.

“몬스터는 안 나왔나요?”

“지금 캘커타 쪽에 있는 던전 포탈에서 몬스터가 나오고 있다고 해요. 일단 그쪽으로 빨리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바로 마련된 헬기에 올라타 다시 비행기 행.

나와 같이 탄 강시아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A급 던전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학살당하자 세상이 공포에 떨고 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죽은 적은 없었죠?”

“예…… 예전에 F급 던전 초창기 때 몬스터들이 나오긴 했지만, 모두 총화기에 죽을 정도로 약했죠. 이렇게 도심이 파괴된 적은 처음이에요.”

생필품이 동이 나고 피해를 입은 대만은 폭동이 일어날 정도라고 했다.

거기에 A급 던전에서 내가 나오지 않자, 세계가 공황에 빠졌다.

B급 던전을 처리할 방법이 사라지니, 사람들은 천사 도우미 대신에 경험치를 선택한 세계 지도자들을 비난했다.

B급 던전을 처리해 줄 헌터가 나 말고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 캘커타 상황은 어떻습니까?”

“헌터들과 군인이 합동해서 방어하고 있다고 해요. 적 몬스터가 오우거라 현대화기로 진압이 가능한데, 몇몇 오우거는 영체화를 해서 인도 헌터들이 겨우 막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B급 몬스터가 영체화를 하는 건 아니구나.

그래도 상황이 좋진 않아 보인다…….

“빨리 가야겠네요.”

“네…….”

헬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서 강시아 와 헤어졌다.

굳이 그녀까지 같이 켈커타에 갈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녀에게 한국으로 가서 상황을 정리해서 보고해 달라고 하고, 탄 비행기.

주변에 아무도 없자 바로 헤르메스와 통신을 연결했다.

“통신 헤르메스.”

[아. 지호님. 무슨 일이십니까?]

태평하게 통신을 받는 헤르메스.

그 태평함이 짜증 난다.

“A급 던전이 나왔습니다.”

[A급 던전이 나왔다구요? 흐음…… 때가 되었군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헤르메스.

“때가 되다니요?”

[예. 이번에도 시기가 다가오는군요. 김지호님. 90일만 버티십시오. 세달 후에는 저희 올림푸스가 나서겠습니다.]

세달 후에 올림푸스가 나선다고?

그나마 다행이군.

나 혼자서 전 세계 커버는 도저히 못해.

하지만 세 달이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A급 던전은 어떠셨습니까?]

“레오니다스가 나오더군요. 아테나를 욕하면서.”

[레오니다스…… 레오니다스가 누구더라. 아. 스파르타의 왕! 그의 혼돈의 파편을 보셨군요.]

“올림푸스가 그런 겁니까?”

[예. 그들은 스파르타 출신이었으니까요.]

“스파르타 출신과 무슨 상관이죠?”

[올림푸스를 변절한 배신자 헤라클레스를 선조로 숭배하는 게 스파르타인입니다. 그들은 다들 변절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요. 올림푸스의 전사가 되기 위해서 순수한 질서의 부분만이 필요했습니다. 아테나가 수고했죠.]

변절자 헤라클레스와 같은 길을 걸으면 안 되니까 그들의 영혼을 파편화했다고 설명하는 헤르메스.

[그렇게 추출한 혼돈의 파편은 그 자리에서 부숩니다. 그럼 대부분 사라지는데, 간혹 던전 포탈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럼…… A급 던전을 클리어 했는데 나오니 일주일이 지나 있는 건 어째서입니까?”

[원래 일주일 씩 시간이 지나더군요. 저희도 그 원리는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건 혼돈의 영역이라.]

“모든 A급 던전이 다 일주일 씩 걸립니까? 큰일이네요.”

[지구에 쓸 만한 각성자가 없는 게 참 문제군요. 모두가 지호님만을 의지하겠어요. 3달만 버텨주세요.]

3달…….

좋아. 3달만 버텨보자.

A급 던전이 처음 등장한 날 이후로 세상은 대격변을 맞이했다.

이제 던전 포탈과 몬스터의 위협은 현실이 되었다.

A,B 급 던전은 모두 대도심의 한 가운데에 생겼고,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도심에서 벗어나 피난을 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따라가듯이 생겨나는 하위급 던전들.

던전 포탈이 생겨나는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

헌터 전력을 확보하지 못한 약소국들은 급격히 무정부상태가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40일.

난 단지 10일마다 생겨나는 A급 던전을 4개 클리어 했을 뿐인데, 세상은 급변하고 있었다.

이번 포탈은 마드리드에 있었다.

케브리안에서 보았던 용인 위주의 던전.

모든 A급 던전에서 레오니다스처럼 지구인이 나오는 건 아니고, 이렇게 일반 몬스터도 나오곤 했다.

이런 일반 몬스터는 상대하기는 쉬웠는데, 페르세포네의 파편은 나오지 않았다.

케브리안 때처럼 신성력이 있지는 않아서 쉽지는 않았지만, 어찌어찌 영기발출을 쓰지 않고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전투를 치르고 나오니 날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병사들.

내가 안 나오면 죽은 목숨일 테니, 저리 안심하는 거겠지.

“별일 없었습니까?”

“……시드니가 폐허가 되었습니다.”

“시드니가요? 아니, 왜?”

호주는 헌터 전력도 많은 나라였는데?

“A급 던전이 또…… 나타났습니다. 지금 호주는 리치와 언데드 군단이 점령한 상태입니다.”

“아니…… A급이 또요?”

“네. 시드니의 주민들도 다 좀비가 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열흘에 한 번 씩 생기던 A급 던전.

그래서 내가 어떻게든 주기를 맞춰서 클리어를 하고 있던 실정이었다.

근데 내가 클리어하고 나오기도 전에 또 생겨나다니……?

첩첩산중이다.

“……일단 호주로 가지요. 미국 LA로 일단 귀환하겠습니다.”

그동안 지구 상황이 여의치 않자 헤임달의 귀환을 하나 더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미국 LA 공항. 한국의 우리 집에 귀환 위치를 잡은 상황.

LA에 귀환한 후 바로 시드니로 날아갔다.

“이미 시드니는 끝났습니다. 다른 지역을 방위하심이…….”

“리치가 이미 호주 전역으로 진군중이라고 합니다. 던전 포탈을 부순다고 해도 이미 나온 리치를 다 제압하기는 힘들 겁니다. 다른 급한 지역부터…….”

미국 정부에서는 넌지시 포기를 권했다.

리치 나오는 데를 포기하면 호주는 그냥 끝인데?

잠도 안자고 진군하는 언데드들.

거기에 A급 던전에서 나오는 리치라면 아무리 호주가 넓다고 해도 결국은 다 언데드화 될 거다.

“다른 급한 지역이 어딥니까?”

“지금 세계 곳곳에 B급 던전도 처리가 힘듭니다. 저희 미국만 해도…….”

“리치는 지금 제압하지 않으면 호주 전역이 언데드화 될 것입니다. 50일이 지나면 신들이 나설 테니, 50일만 버팁시다.”

내 주장에 결국 수긍하는 미국인들.

“알겠습니다…….”

50일.

50일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불사조. 부탁한다. 던전 클리어할 동안 언데드 좀 처리해 줘.”

[주인이 던전 포탈에 가도 마력이 이어질까 모르겠군. 최대한 힘쓰겠다.]

불사조에게 시드니를 언데드화하는 리치를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드니의 중심가로 달리며 보니 이미 시드니는 지옥.

하늘 위에는 리치가 땅을 지켜보고 있으며, 땅은 좀비들로 가득 찼다.

복장을 보니 원래는 호주 시민이었을 사람들이 다들 언데드가 되어 떠돌고 있다.

하.

A급 던전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이러진 않았을 텐데.

내가 B급이라 디아나 소환을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지금 내 레벨은 144.

200이 되기에도 너무 멀었다.

후우. 일단은 빨리 클리어 해야지.

레벨 200보다는 아마 50일이 더 빠를 거야.

A급 던전, 클리어하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사령대제께서 곧 강림하실 것이다. 크흐흐흐……]

A급 던전에서 죽기 전 리치가 광소를 지으며 소멸한다.

이번엔 사령대제랑 관련있는 놈들인가.

그러고 보니 하데스와도 통신은 가능했지.

페르세포네의 파편으로 어떻게 협상 불가능할까?

“통신 하데스.”

[상대방이 통신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하나 통신은 차단된 상태.

에라이.

어쩔 수 없군.

던전에서 나오자 시드니는 불타오르는 상태였다.

B급 때는 그래도 던전 포탈 주변에 군인들도 있긴 했지만, 이번엔 도심에 살아 있는 사람이 없으니…….

[주인. 돌아왔군.]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불사조가 나에게 날아왔다.

“어떻게 된 거야?”

[언데드가 너무 많아서 마력을 심하게 썼어. 몸이 너무 작아졌다. 잠시 쉬도록 할게.]

그러더니 내 이마로 들어오는 불사조.

불타오르는 시드니를 잠시 보다가 한국으로 귀환했다.

“현재 상황은 어떻죠?”

[다들 43일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도망치고만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은 편이에요.]

겨우 7일 있었는데 세계는 무너지고 있었다.

던전이 너무 많이 생긴다.

A급도 또 한 개가 일본에 생겼고, B급은 이제 수십 개가 넘었다.

그 이하 등급은 더욱 많이 생겨나서 몬스터가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는 판국.

지금의 헌터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인간들 중 B급은 안 나왔죠?”

[네…… 가장 고레벨로 알려져 있던 미국의 데이비드도 전사했어요.]

그러면서 고레벨 각성자들이 많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알려 주는 강시아.

망했군.

B급이 한 명이라도 더 생겨야 하는 판국에 고레벨이 사망하고 있다니.

결국 시간이 지나는 수밖에 없어…….

A급 던전을 클리어하며 7일씩 지날 때마다 세상이 변해 갔다.

D-36일.

하나둘, 무너져 내리는 나라가 생겼다.

D-29일.

러시아에서 A급 던전을 클리어하니 B급 던전도 다 처리해 달라고 나에게 총구를 겨눴다.

총화기가 통할 거라 생각했나?

그냥 귀환했다.

D-22일.

중동의 A급 던전을 클리어하니 서울이 B급 던전으로 인해 반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 B급을 클리어하니 한국인이면 한국인부터 구해 달라며 다들 나를 붙잡았다.

일단 우리나라의 B급 던전을 싹 다 처리했다.

지쳤다.

D-15일.

아프리카의 A급 던전을 클리어하자 이젠 헌터들이 나를 억류하려고 했다.

몬스터나 잡지…… 뭐하는 거지?

짜증이 치솟았지만 그냥 귀환했다.

국제 공조는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D-8일.

캐나다의 A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귀환하니 더 안 좋은 소식을 들었다.

A급 던전이 두 개가 동시에 생겨난 것이다.

하나는 부산.

하나는 뉴욕.

부산을 택했다.

D-1일.

하루 남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A급 던전에 도전하지 않고 각지의 B급 던전만 제거했다.

그렇게 24시간을 보내자 드디어 헤르메스가 약속한 90일이 지났다.

정말 힘든 3달이었다.

헬기 안에서 이제 신들이 어떻게 나오나 기다렸다.

올림푸스야.

이번엔 좀 나서라 진짜.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헤르메스가 갑자기 쑥 나타났다.

헬기 좌석의 건너편에서.

언제나와 같이 웃는 얼굴이다.

그가 직접 지구에 강림하자 한 가닥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신들이 직접 나서는 겁니까?”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헤르메스는 말끝을 흐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생뚱맞은 말을 시작했다.

“지구인들은 김지호님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저한테요?”

“네. 지구인들 중에서 영혼 중개자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리고 효율도 저희가 생각한 것에 비해 훨씬 뛰어났고요.”

영혼 중개자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와?

지금 지구 전역에서 들끓는 몬스터나 잡으라고!

“그래서 저희는, 저희 올림푸스와 동맹 아스가르드는 현재 지구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기회……라뇨?”

“네. 김지호님을 더욱 서포트하고, 새로운 영혼 중개자를 발굴하기로 했지요. 하하하. 저에게 감사하셔야 합니다. 제가 제우스와 헤라를 필사적으로 설득했으니까요.”

웃는 낯으로 말을 이은 헤르메스.

기회라니……?

그가 손가락을 장난스레 툭 튀기자…….

세상이 멈추었다.

날아가던 헬기도 그대로 정지했고.

헤르메스를 보고 놀라던 헬기 안 사람들도 그대로 굳었다.

이 세상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나와 헤르메스만이 전부.

그리고 곧 메시지창이 떴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자신의 권능을 지구 전역에 퍼뜨립니다.]

[과거의 신 우르드가 자신의 권능을 지구 전역에 퍼뜨립니다.]

시간의 신. 과거의 신…….

갑자기 디아나가 시간을 되돌리던 게 생각났다.

이거 설마……?

“이번 기회, 잘 써 보도록 하세요.”

“그래. 이번엔 우리가 나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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