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75화 (75/240)

<내 상태창 2개 - 75화>

75 폭증하는 던전 포탈, 나타난 A급 던전 (2)

땅에 착륙한 내가 그리 중얼거리자 일백 명의 그리스 복장 군인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민간인을 학살하던 이도, 군인의 총알을 튕겨 내던 이도 다들 하던 일을 멈췄다.

산개하던 이들이 싹 모여든다.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뭉치는 모습.

[폐하를 아는 자다.]

[죽여라.]

[강한 자다.]

[진형을 이루어라!]

고슴도치처럼 진형을 짜는 군인.

저걸 그대로 짜게 하면 골치가 아플 것 같았다.

“뇌신!”

바로 뇌신을 쏘아보았지만 바로 튕겨 나가는 번개.

한 명의 방패는 부쉈지만 여러 명이 진을 짜니 반발력이 심하다.

지금 완전 진형 짜지도 않았는데 이러면 나중엔 더 골치 아프겠어.

“불사조. 가라.”

[강한 적이군. 알겠다.]

이마에 머물던 불사조가 뛰쳐나온다.

동시에 화염전차도 소환해서 돌진시킨다.

“집중 강화. 뇌신.”

그리고 최대한의 마력을 끌어모아 뇌전을 쏟아붓는다.

인명 피해가 심하다.

초반에 조져야지.

[방어하라!]

병사들의 방패가 벽을 이루며 검은색 보호막이 생겨난다.

불사조의 입김이 먼저 닿았으나 보호막은 흔들림이 없었다.

화염전차는 달리다가 튕겨 나갔다.

마력을 집중 투자한 뇌신만이 효과가 있었다.

두껍게 뭉친 벼락에 달걀 껍질이 깨지듯 금이 가는 보호막.

그 균열을 향해 불사조가 다시 파고들고, 불의 전차가 돌진을 개시한다.

조금씩 커지는 틈.

그 안에 다시금 뇌신을 밀어 넣는다.

새하얀빛이 보호막을 뚫으며 뇌전이 폭풍처럼 인다.

[크윽……]

[강하다. 방어 불가능하다.]

[투창!]

부서져 가던 검은 보호막이 갑자기 하나하나 뭉쳐 창의 형태를 이룬다.

그 수,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일제히 총알처럼 날아온다.

이 녀석들 말이 들리는 게 다행이군. 이 공격은 막을 만 하다.

“아이기스의 방패 소환. 라이트 실드.”

아이기스의 방패 1단계.

원반 같은 작은 빛의 방패가 내 주위를 날아다니다가 치명적인 공격을 알아서 방어해 준다.

라이트 실드.

5서클의 빛의 보호막.

혼돈의 공격에 특히 더 방어력이 좋은 보호 마법.

둘을 시전하고 바로 적진을 향해 달린다.

캉! 캉!

날아오는 검은 창이 모두 튕겨 나간다.

간혹 두껍고 매서운 창은 아이기스의 방패가 저절로 움직여 튕겨 냈다.

[아테나의 방패!]

[크흐흐흐…… 원수의 유물이다!]

[폭주하라!]

내 공격에 하나둘 쓰러져 가던 병사들이 갑자기 노호성을 지른다.

갑자기 방어도 도외시하고 달려드는 병사들.

수십 명은 하늘 위로 도약하고, 나머지는 땅을 질주한다.

검은 몸이 시뻘게진 병사들.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불과 번개를 모조리 맞아가며, 불타는 몸으로 돌진해 왔다.

“커져라. 여의.”

여의를 크게 확장해 뇌기를 담는다.

대지를 베고 하늘을 제압한다.

손에 스며드는, 질퍽한 감각.

살이 베이고 뼈를 부수는 느낌이 나다 멈춘다.

[검은 내가 붙잡겠다.]

다른 병사보다 덩치가 큰 녀석이 여의의 날을 몸으로 안고 있다.

잠시 검격이 멈추자 이 틈을 노리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적들.

확장한 여의를 다시 축소하자 검을 안던 병사가 쓰러진다.

검을 다시 늘리지는 않고 주변을 보았다.

적 숫자가 아직도 50이 넘는다.

뒤로 물러서서 멀리서 제압하면 시간은 걸리지만 충분히 제압은 가능하겠지.

하지만 이 도심 한가운데서 전투를 오래 지속하기도 그렇다.

크…… 결국 그 스킬을 꺼내야 하나.

적이 일단 오기를 기다린다.

[투창.]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은 창.

라이트 실드를 다시 한번, 두 번 중첩해 튕겨 낸다.

실드의 한 부분만 집요하게 때려내는 투창.

저들의 솜씨가 놀랍다.

[돌진.]

하늘에 높게 점프했던 병사들이 방패를 앞장세워 그대로 낙하한다.

황금갑옷이 빛나며 적빛과 금빛이 교차하는데 그 모습이 유성 같다.

긴 창을 꼬나든 채 대지를 달리는 병사와 거의 합이 맞을 상황.

최대한 가까이 다가오는…….

지금이 기회다.

“영기발출.”

화르르륵.

백색의 불꽃이 타오른다.

축소된 여의가 순식간에 확장한다.

일격에 하늘을 베고 이격에 대지를 가른다.

검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새하얀 불꽃이 피어난다.

이에 잠겨 멈추는 병사들.

[크아아아!]

[소멸……소멸한다.]

[안식…… 안식이……]

[사도여. 왕께도 안식을……]

처음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던 병사들이 곧 편안한 얼굴이 된다.

오히려 던전을 가리키며 나에게 부탁을 해 오는 병사들.

왕에게도 안식을 달라고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하아아.

미쳤나 이놈들이.

던전 안에서는 민간인 피해도 없을 텐데 내가 왜 그러겠니?

[SP가 3200 소모됩니다.]

SP 소모된 거만 봐도 가슴이 울적하구만…….

이건 진짜 최후에만 쓰는 거다.

하나 메시지창을 보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SP를 2만 얻었다.

그것도 영기발출로 죽인 적은 영혼흡수가 안됨에도 불구하고.

결국 50명만 흡수한 건데, 한 명당 SP를 400 준 꼴이다.

야. 뭐 이리 많이 주냐?

스탯도 힘 2 민첩 2가 올랐다.

으. 대만 도심 한가운데가 아니었으면 진짜 차근차근 흡수했을 텐데.

쩝. 아까워하지 말자. 이놈들이랑 도망치면서 싸우면 인명피해가 너무 심했을 거야.

주위를 한 번 다시 둘러보았으나 적이 남아 있진 않았다.

겨우 살아난 사람들이 흐느끼고 실신해 있었다.

도망치는 사람은 차라리 강했다.

다들 압도적 공포 앞에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후. 빨리 던전을 철거해야겠어…….

남색의 빛으로 넘실대는 던전 포탈.

그 주변에는 늘 있던 헌터협회직원도, 군인도 없었다.

그저 시체만 뒹굴 뿐.

적 병사들의 강맹한 공격에 시체가 짓이겨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살조각, 뼈조각만 나뒹군다.

지구에서 던전의 위협을 느낀 적은 그다지 없었는데 오늘 뼈저리게 체감이 되었다.

후우.

B급인 내가 A급 던전을 혼자 가게 생겼군.

밖에 나온 적이야 상대 가능했지만 던전 안에는 이들의 왕이 있다.

레오니다스.

스파르타의 왕인 그가 왜 던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닐 거다.

들어가 보고 힘들 거 같으면 헤임달의 귀환으로 바로 튀어야지.

진입하자 지형이 일반 던전과는 달랐다.

동굴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세계.

하늘엔 검붉은색의 행성이 빛을 발했으며, 땅은 검은 흙으로 쫙 펼쳐져 있었다.

전방에는 아까 보았던 병사들이 2배 넘게 포진해 있었다.

아니 무슨 던전이 처음부터 총력전이야?

[전원, 방진을 갖추어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대지에 울려 퍼진다.

착.착.착.

발자국 소리와 함께 다시 이룬 고슴도치 진형.

아까 보았던 병사들이랑 똑같은 복장이다.

나를 향해 일제히 겨누는 기다란 창.

빼곡하게 방어를 형성한 원형 방패.

그 앞에 아까보다 더 두껍게 포진해 검은 보호막까지.

딱 봐도 깨기 짜증 나게 생겼다.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없는 상황.

아까처럼 영기발출을 쓰진 말고 멀리서 적을 없애며 SP와 경험치를 챙기자.

“화염전차 소환.”

화염전차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자 방진에서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일반 병사들보다 한층 더 큰 몸.

갑옷과 투구, 창과 방패까지 모두 황금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얼굴은 투구에 가려 안보이나 전반적으로 드러난 피부는 다 시커먼 모습.

혼돈에 물든 모습이다.

[나는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 넌 누구냐? 누군데 영혼을 소멸시킬 수 있지?]

“레오니다스라고? 왜 네가 A급 던전에 있지?”

[A급 던전이라니. 아테나가 우리를 가둔 이 지옥이 던전이라고?]

“아테나가 가뒀다고?”

아테나를 언급하자 창을 대지에 쿵쿵 박으며 분노하는 레오니다스.

[그래! 판테온에 우리의 영혼을 바쳤건만! 그녀가 우리의 혼을 잘라 격리했다. 혼돈의 파편이 보인다고 이 죽을 수도 없는 지옥에 밀어 넣었어!]

그의 말에 판테온에 나열되어 있던 대리석상이 생각났다.

B급, A급이 거기에 설 수 있다고 했지.

“판테온에 나열된 대리석상에 너희들도 있었나?”

[그렇다. 올림푸스가 최후의 전투에 참여해 달라며 죽은 우리를 꼬드겼지. 영혼을 바치겠다고 서약하니 아테나가 나타나 우리의 혼을 조각냈다. 혼돈의 부분은 필요 없다며……]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레오니다스.

대리석상 그거 그냥 기념으로 나열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어쨌든 아테나가 영혼을 바친 이 녀석들의 질서 부분만 쏙 빼먹고 혼돈은 버린 느낌이군.

근데 왜 A급 던전에 이놈들이 나오는 거지?

아리송하네…….

[내 질문에 답하라. 너는 누구지? 누구기에 영혼을 해방시켰는가?]

누군데 영혼을 해방시켰냐고 자꾸 묻는 레오니다스.

흠.

이 녀석들 아까 반응 보면 여기서 그냥 소멸당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

이거 한 번 잘 설득해 볼 필요가 있겠는데.

“나는 영혼 약탈자다.”

[영혼 약탈자라니…… 그런 게 있단 말인가?]

“그래. 나는 적의 영혼을 약탈하는 능력이 있다. 네 부하들도 밖에서 나에게 죽으면서 영혼을 약탈당해 소멸했지.”

[그런 능력이 있다니…… 들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결과를 봐라. 네 부하들이 소멸되지 않았느냐? 원래 몇 명이었지?”

[300명이었다.]

“지금은?”

[200명이지.]

“원래는 죽어도 재생되었나?”

[그래…… 우리끼리 죽여도 계속 이 공간에 묶여 재생되었지. 근데 지금은 부하들이 다시 살아나지 않는구나. 네 말이 맞군……]

내가 영기발출로 벤 것은 50여명.

스킬을 사용해서 영혼흡수로 죽인 것도 50명이다.

근데 100명이 재생하지 않으니 영혼흡수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뜻.

나는 확신을 가지고 설득했다.

“영혼 해방을 위해서라면 그냥 순순히 죽는 게 어떤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 주겠다.”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레오니다스가 손을 들었다.

[전원, 방진 해제하라.]

오. 좋아.

저 튼튼한 방어진을 어떻게 뚫나 골치 아팠는데 저절로 풀어 주는군.

[이 지옥에 있느니 너에게 소멸당하는 게 낫겠지. 하지만 스파르타의 전사가 그대로 죽을 수는 없는 노릇. 내려와라. 우리에게 싸우다 죽을 기회를 달라. 한 명 한 명이 너에게 도전할 것이다.]

1:1로 싸우자는 건가?

한 명씩 싸우면 나야 좋지.

전차를 이끌어 땅에 내렸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채로.

[우리가 한 명씩 보내겠다.]

레오니다스가 손짓하자 하나씩 나에게 돌진해 오는 병사들.

방진을 이룰 때나 골치 아프지 하나하나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안식을 부탁하오!]

나에게 돌진해 오는 병사가 소리친다.

그러면서도 기세는 죽지 않았다.

그냥 얌전하게 죽기는 싫은 건가.

휙.

창을 피하고 검을 증폭한다.

방패로 몸을 감싸는 병사.

하지만 뇌신이 담긴 여의가 그대로 방패를 꿰뚫고 적의 몸을 관통한다.

가슴팍을 꿰뚫은 검.

하나 병사는 그걸 보고 웃었다.

[아아. 정말이었군. 이 저주받은 공간에서 드디어 해방된다……]

그러며 사라지는 병사의 육신.

레오니다스와 병사들이 다들 뒤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일제히 기뻐하기 시작한다.

[살아나지 않는다!]

[저자의 말이 정말이었군. 모두 안식을 맞이하라!]

[드디어 이 지옥에서 해방된다!]

병사들이 신나하며 나에게 죽으러 달려온다.

몇몇 성질 급한 이들은 방패도 놓고 죽여 달라는 듯이 돌진한다.

방진을 꾸리지 않으니 적은 그냥 데스 나이트 급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200을 죽인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와 진지하게 싸우려는 병사들도 있었으나, 개인 대 개인으로는 내 공격을 버티지 못했다.

모두가 죽자 천천히 걸어오는 레오니다스.

황금빛 창을 나에게 겨누고 있었다.

그냥 얌전히 죽진 않겠군.

[영혼 약탈자. 강하구나. 나와도 싸우자!]

검은 혼돈의 기운이 창과 방패를 감싼다.

레오니다스의 몸이 휙 도약하더니 그대로 창이 날아온다.

확실히 병사들보다는 강하다.

지구에서 만난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강한 상대다.

캉!

하지만 그의 공격은 그 어떤 것도 아이기스의 방패를 뚫지 못했고.

“커져라. 여의.”

황금빛 갑옷과 방패는 뇌전을 담은 여의를 막지 못했다.

수십 합이 순식간에 교환되고.

푹!

[나도…… 해방이다.]

나의 검은 그의 목을 관통하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사라지는 레오니다스.

그가 죽자 그 자리에 작은 보라색 보석이 떨어졌다.

보라색?

빨주노초파남보 순서에 의하면 보라색은 S급인데?

황급히 주워 보니 메시지가 떴다.

[‘페르세포네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페르세포네의 파편이라…….

하데스 마누란데 페르세포네는.

흠. 일단 챙겨 두자.

보석을 챙기니 무너지는 세계.

빛이 번쩍하더니 어느새 다시 폐허가 된 대만 도심으로 돌아와 있었다.

“지호 씨!”

“살아 계셨군요!”

나를 향해 뛰어오는 사람들.

그중에는 강시아도 있었다.

엥? 한국에 있는 강시아가 여긴 왜?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지호 씨…… 일주일 간 던전에서 나오지 않으셨어요!”

“일주일이요?”

아니…… 잠깐 있었는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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