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74화 (74/240)

<내 상태창 2개 - 74화>

74 폭증하는 던전 포탈, 나타난 A급 던전 (1)

이상이 생긴 건 3개월 후부터였다.

“지호님. LA에서 B급 던전이 생겼다고 합니다.”

“호주 멜버른에도 B급 던전이 생겼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던전 포탈이 갑자기 폭증하고 있었다.

특히 B,C급 고위등급 던전 포탈이 많이 생겼다.

C등급은 C급 헌터들로 어떻게 해결을 본다 쳐도 B는 클리어할 사람이 나밖에 없는 상황.

2주에 한 번 전세계 던전으로 출장가면서 해외여행을 즐기던 유유자적한 삶이 사라졌다.

세계헌터협회에서 마련해 준 비행기에 타며 전 세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지금 여기는 어디죠?”

“지금 대서양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럼 LA 찍고 멜버른 갔다가 러시아 가면 되나요?”

“예……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쩌겠어요. 해야지.”

스튜어디스가 송구스런 얼굴로 날 바라본다.

기장과 승무원들은 착륙하면 교대하는데, 나는 매일 비행기에서 산다.

처음엔 세계헌터협회에서 준 전용기로 유유자적하게 여행 다녔는데…… 지금은 비행기 정비할 시간도 없어서 매번 다른 비행기 타고 다닌다.

이번에도 LA에서 B급 던전 클리어하면 비행기랑 기장 승무원 싹다 바뀌겠지.

나 혼자만 그대로고.

하. 세계일주는 확실하게 하네. 젠장.

대체 뭔 일이 터진 거야?

“통신. 헤르메스.”

[오. 지호님. 무슨 일이십니까?]

“요즘 지구에 던전이 너무 많이 생겼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어디 보자…… 에이 이 정도는 충분히 클리어 가능하네요. A급 던전도 안 생겨났구먼.]

뭐 이런 거 가지고 우는 소리를 하냐는 듯이 날 쳐다보는 헤르메스.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전 또 지호님이 연락해 오기에 A급 던전이라도 생겼나 했네요.]

A급 던전?

아니 이 양반이 지금 B급도 클리어하기 버거운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갑자기 뭔 A급 던전입니까?”

[하하. 케브리안 클리어 당시 하데스가 완전한 힘이 아니었잖아요?]

“그렇죠.”

[제압당한 게 완전체가 아니니깐, 여력이 남아서 A급 던전 포탈을 소환할 수도 있거든요.]

지구 입장에선 청천벽력의 이야기를 태평하게 늘어놓는 헤르메스.

[그것보다 지호님 영혼 중개 너무 좋네요. 이대로 스킬 레벨 업 쭉쭉 하면 장난 아닐 거 같은데, 레벨 업 또 안하세요?]

“백 일은 넘게 SP를 더 모아야 합니다. 250만이 드는지라.”

[백 일밖에 안 걸려요? 하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지구 이야기보다는 영혼 중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늘어놓는 헤르메스.

와, 진짜 지구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구나 이놈들은.

“영혼 중개는 됐고…… 그럼 던전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요?”

[예. 이 정도 상승이야 뭐. A급 던전이 생기면 그때부터가 문제죠.]

“A급이 생기면 천사를 파견할 순 없나요?”

[저희가 그렇게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던전이 더 많이 생깁니다. 지호님이라면 A급도 충분히 깨실 거예요~]

보내 줄 수는 없다는 말이군.

하. 케브리안을 깨고 나면 해피 엔딩일 줄 알았는데.

자꾸 A급 던전 소리를 하는 거 보니 진짜 나올 거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런 불길한 예감은 흔히들 맞는단 말이지…….

“지호님. LA에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예. 이만 통신을 끊도록 하지요.]

[네. 힘내세요 지호님. B급 헌터들이 생겨날 때까지만 좀 고생하세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헤르메스.

짜증 나서 바로 통신을 끊어 버렸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미리 대기한 헬기를 타고 던전으로 간다.

B급 던전은 대도시 한가운데에 턱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LA에서도 헬기가 도심가로 가는 걸 보니 그런 경우인가 보군.

“도착했습니다.”

“예. 내리죠.”

헬기에 동승한 통역이 말해 주자 바로 영체화를 시전했다.

헬기에 앉은 몸이 휙하며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고 보면 신기하단 말야.

영체화 했는데 중력의 영향은 받고.

앉은 자세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나는 땅에 닿자 바로 영체화를 해제했다.

“지호님. 여기입니다.”

눈 시퍼런 미국인이 능숙하게 한국어를 한다.

휴일도 없이 매일 비행기에서 사는 데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그가 가리키는 던전을 향해 바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데스 나이트가 있던 언데드 던전.

케브리안처럼 신성력은 없었지만 불사조로 뼈까지 싹다 태워 버리고 1분 컷으로 끝냈다.

내가 바로 나오자 감탄하는 미국 사람들.

그뤠잇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그런 환호를 받을 시간은 없었다.

“헬기가 준비되었나요?”

“예. 바로 공항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그럼 가죠.”

헬기 타고 다시 비행기에 타서 이번엔 호주로 떠난다.

땅에는 뭐 십분 머물렀나?

“하아아. 이대로 살 수는 없어.”

이건 아니다.

이대로 비행기 위에서 계속 살 수는 없어.

거기에 던전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기면 비행기 속도로도 감당이 안될 거야.

나는 로키에게 받은 귀환 스킬을 다시 보았다.

[헤임달의 귀환 LV.1]

[S급 스킬]

[사용자가 지정한 귀환장소로 몸을 순간이동시킨다. SS급까지의 방해 스킬에 면역이 된다. 스킬 레벨을 올릴 때마다 귀환 장소가 1개씩 늘어난다. 스킬 레벨을 5까지 올릴 시 행성과 행성간도 뛰어넘을 수 있으며, SSS급까지의 방해 스킬에 면역이 된다.]

아직 귀환 장소를 정하지 않은 헤임달의 귀환.

사실 지난 3개월 동안은 꿀을 빨며 살아왔기에 이 스킬 업그레이드 할 생각도 안 했다.

영혼 중개 스킬이 SP를 채굴해 오는 스킬이었기에 이걸 우선적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계속 B급 던전이 늘어나면 세계 각지에 귀환 포인트를 하나씩 찍을 필요가 있다.

으으으.

S급 스킬은 업그레이드 하는데 SP가 30만이 드는데…….

지금은 레벨 1이라 30만 드는 거지 2, 3 되면 더 팍팍 늘지도 모른다.

SP 아까워 죽겠지만 귀환 포인트 하나 정도는 더 확보해야겠어.

“으으…… 레벨 업하자.”

레벨 업을 누르는 손이 떨린다.

지금 헤임달의 귀환 올려 봤자 장소 한 개 더 느는 데 불과하다.

근데 30만이 날아가다니…….

에이. 인류를 위해서다. 누르자!

[헤임달의 귀환 스킬이 레벨업하였습니다.]

[귀환 포인트가 하나 늘어납니다.]

[이동방해 스킬에 더욱 강해집니다.]

[하루에 두 번 귀환 가능합니다.]

오오. 원래 하루에 한 번 귀환이었나 보지?

귀환 장소 하나를 계속 아끼고 있어서 막상 스킬을 써 보질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

좋아. 실험을 해 봐야지.

한 번 더 스킬 레벨업을 할까 했는데 60만 SP가 들자 깔끔하게 포기했다.

더 똥줄타면 그때 올리지 뭐.

호주를 찍고 러시아 던전까지 클리어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 출동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이번엔 또 B급 던전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래서 약간 여유가 생겨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과천 쪽에 커다란 저택처럼 지어 놓은 내 새 집.

세계헌터협회에서 뚝딱뚝딱 지어서 나에게 기부한 저택이다.

헬기가 항시 대기하고 있어 언제든지 공항으로 운반 가능한 게 특징이었다.

궁궐 같은 집 받을 땐 좋았는데 막상 받고 나니까 매일 헬기타고 공항가서 누리질 못했다.

아무래도 이놈들 빨랑빨랑 출동하라고 여기에 지어 준 거 같아.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일단 여기를 귀환 장소로 하자.”

헤임달의 귀환 스킬을 열고 내 방을 귀환장소로 지정했다.

그러자 남은 1자리.

이걸 어디에 배정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상대는 강시아.

전화를 받자 안부를 묻고는 자산 관련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쪽 문제는 대강 듣고, 귀환 장소에 대한 의견을 들어 보았다.

“귀환 스킬로 어디를 찍는 게 좋을까요?”

[미국이 낫지 않을까요?]

“미국요?”

[네. 그쪽에 찍어 두면 아메리카 대륙은 다 커버가 될 테니까요.]

“흠. 다음에 갈 때 귀환 장소로 찍어 둬야겠네요. 요즘 C급 던전 관련해서는 별일 없나요?”

[초반에는 사망자가 여럿 생겼지만 이젠 다들 요령이 생겨서 괜찮아요. 그것보다 사람들이 B급 던전이 너무 많이 생겨서 걱정하고 있어요. 지호 씨 2주 만에 비행을 끝내신 거죠? 몸은 괜찮으세요?]

걱정스레 내 컨디션을 물어보는 강시아.

“몸은 별로 안 힘들어요. 근데 이대로 주기가 짧아지면 저 혼자서도 도저히 대응이 안 될 거 같은데. 그게 걱정이네요.”

B급 던전은 B급이 되야 도전해 볼 만 하다.

C급들을 B급 장비 입히고 데려가 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입구의 몬스터도 잡지 못할 정도.

나름 지구의 정예들이었는데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요 며칠간은 B급 던전도 안나오고, C급 던전도 뜸하게 생기고 있어요. 다시 진정된 건 아닐까요…… 어?]

갑자기 놀라는 강시아.

왜 그래 불안하게.

[지…… 지호 씨. 대만에서 남색 포탈이 생겨났다고 해요.]

“남색 포탈이라니…… 설마 A급인가요?”

[예……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시급하게 도움을 요청해 왔어요.]

“아. 젠장. 갑니다. 협회 쪽에도 저 간다고 준비해 달라고 알려 주세요.”

[네…… 몸조심하세요.]

아아아. 제기랄…….

처음에 엘프 도우미들이 케브리안 깨면 안 생긴다며?

하여간 믿을 수가 없어요 이놈들은.

어쩐지 자꾸 헤르메스가 A급 A급 노래를 부르더라.

후우우.

사태가 벌어졌으니 어쩔 수 없고.

일단 가야겠지.

지금 상태창을 보니 레벨 120.

질서진영 추가 능력치는 80에 달했다.

A급이라니까 좀 준비를 해야지.

일단 10포인트 씩만 능력치를 투자하며 잠시 누웠던 침대에서 다시 일어났다.

똑똑.

“지호님.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저 출동입니다.”

“아니, 또 출동이십니까? 이런…… 식사는 하시고 가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번엔 A급이라네요. 그냥 저 대신 맛있게 드세요.”

협회에 고용되어 우리 집을 관리하고 있는 중년 집사.

냉철한 인상의 그가 안쓰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무사히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예. 집 관리 부탁드려요.”

맛있는 음식 냄새가 모락모락 났지만 애써 외면하고 헬기로 달렸다.

헬기 타고 비행기 타고 대만 공항에 도착해서 또 바로 헬기를 탄다.

“쩝쩝.”

헬기 안에서 빵을 먹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통역.

아 왜 지구 최강자가 됐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안쓰럽게 쳐다보는 걸까.

갑자기 가슴속 한구석이 슬퍼졌다.

“지금 상황이 어떻답니까?”

“제가 통신해 보겠습니다.”

무전기를 키는 군인.

중국말로 뭐라뭐라 통신하고 있었다.

근데 처음엔 일상적으로 통신하던 군인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그리고 이를 듣는 통역의 얼굴도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뭔 일인지 통역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무전기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뭐죠?”

“A급 포탈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근데 그들이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 사람이요? 이런 빨리 가야겠는데. 지금 저희 위치는 어디죠?”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세상이 붉게 변하며 전신이 따가워진다.

아니 이건…… 위험감지?

뭔가 공격이 오는 거다.

그것도 B급에 오른 날 위협할 강력한 공격이.

나는 다급히 헤르메스에게서 받은 방어스킬을 발동했다.

“아이기스의 방패!”

쾅!

스킬 시전과 동시에 커다란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하나 헬기는 이상 없이 전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저 먼저 내리겠습니다. 적이 습격하고 있는 거 같군요. 여러분들은 피하세요.”

“네……네!”

통역에게 말하고는 바로 영체화로 헬기에서 떨어져 내렸다.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보이는 건 파괴된 도심.

갈기갈기 찢어진 시체.

그리고 일백 명의 군단이었다.

[죽여라. 살아 있는 자를 죽여라!]

[살아 있는 자를 저주한다!]

황금갑옷을 입고, 둥그런 방패와 긴 창을 들고 있는 군인.

피부는 혼돈에 물들어 시커멓게 변질되어 있고, 눈빛은 혼탁하다.

복장이 고대 그리스 병사들의 장비와 비슷하다.

그들이 산개해서 인간을 학살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총을 쏘고 대항하지만, 몸으로 총알을 튕겨 내며 창을 찔러 그대로 군인을 학살한다.

몇 몇은 갑옷의 틈을 노려 총알을 박아 넣었으나,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여 인간을 학살하는 살인병기들.

그들은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죄다 죽이고 있었다.

“이놈들! 뇌신!”

양손에 가득 번개를 내뿜는다.

번개가 날아가며 혼돈의 군인을 강타한다.

[크으으윽!]

총알과는 달리 효과가 있는 번개.

방어를 하려는 듯 방패에 몸을 숨겼지만, 뇌신을 이기지 못하고 곧 산산조각이 난다.

그러며 드러나는 병사의 황금갑옷.

그것은 내 눈에 익숙한 것이었다.

“저거…… 레오니다스의 갑옷?”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