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73화 (73/240)

<내 상태창 2개 - 73화>

73 짧은 평화

타 행성의 신과 영혼 중개가 가능하다라.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는 능력이다.

내가 아는 타 행성 신이라고는 엘프리안이랑 드라키아밖에 없는데, 둘 다 죽은 상태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

거기에 밀수…….

밀수를 눌러보니 설명이 떴다.

[영혼 밀수 : 영혼 밀수를 할 신을 지목합니다. 해당 신 몰래 영혼 중개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발생한 이득은 모두 영혼 중개자가 얻습니다. 영혼 중개 자리가 2개 필요합니다. SSS 등급의 신까지만 적용됩니다.]

오오. 발생한 이득을 모두 내가 먹는다고?

영혼 중개 레벨 5가 되니 100% 효율 창출, 14명의 수호신과 중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여기에 내가 얻는 수수료는 30%.

근데 밀수를 하게 되면 100%를 다 먹는다는 이야기네.

아니, 밀수를 얻으면 영혼 중개 레벨이 7일 테니까, 지금까지 오르는 폭으로 보면 140% 효율 창출 40% 수수료 받아먹기일 터.

밀수를 하면 140%를 내가 다 가져가는 거니까 아주 좋은 거 같다.

흠. 영혼 중개 레벨 19가 되면 효율창출이 100% 수수료 측정 가능한데, 그럼 그 땐 쓸모 없으려나.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좋아. 다음 업그레이드엔 SP가 얼마나 필요하려나?

[영혼 중개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SP가 250만 사용됩니다.]

250만…….

하.

10만 → 50만 → 250만으로 5배씩 늘어나네.

6단계가 250만이니까…….

7단계는 1250만?

언제 모아!

“통장에 쌓인 돈을 SP로 환전하고 싶다…….”

혹시 그런 기능이 있는지 상점을 열어 보았다.

[B급이 되셨습니다. 이제부터 아이템 판매가 가능합니다.]

열자마자 뜨는 메시지.

등급 오르면 뭔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긴 하네.

일단 내가 원하는 돈 → SP 환전을 보니 역시 그런 건 없었다.

뽑기만 한가득.

SP 30만, 60만짜리 A~D급 아이템, 스킬 뽑기가 할인가라고 적혀 있었다.

하. 인간적으로 D급은 빼줘야지…….

“팔아볼까.”

신들이 준 A급 무기 중 그냥 인벤토리에만 보관하고 있던 걸 하나 판매창에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측정되는 금액은 30만.

와 A급이 뽑기 가격이랑 똑같네.

혼돈 이 새끼들 장사 더럽게 하네.

안 판다 안 팔아.

그냥 SP 모아서 차근차근 업그레이드 하자.

지금 영혼 중개로 인한 소득이 어떤 질 알아야겠어.

2일 정도를 집에서 뒹굴면서 보내니 헤르메스가 줘야 할 SP가 마지막으로 20만이 들어왔다.

거기에 영혼 중개로 하루에 3만이나 들어오는 SP.

무려 33만이 상태창에 나타났다.

역시 영혼 중개에 투자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상태창을 보았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중개자

수호신 - 전령의 신 헤르메스

칭호 - 지구인 일인자

레벨 - 107

힘 - 121

민첩 - 121

마력 - 120

SP - 331120

추가 능력치 + 67]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약탈자

수호신 - 사기의 신 로키

칭호 - 지구의 선구자-전설등급

레벨 - 107

신체 - A

마력 - A

기예 - A

행운 - A

SP - 15084

추가 능력치 + 41]

올림푸스가 지구인 버프를 줘서 가장 이득 본 건 나였다.

올림푸스가 1 레벨업 당 1포인트로 버프를 주자, 추가 능력치가 40 넘게 오른 것이다.

지금은 평화로우니까 추가 능력치 일단 킵 해둬야지.

하루에 3만 SP가 쌓이면 1년이면 천만 SP…….

일 년 반 정도 지나면 영혼 중개를 7단계까지 올릴 수 있겠다.

영혼 중개 두 자리를 추가 중개한다면 SP를 더 빨리 벌긴 하겠지만, 이 두 자리는 그냥 남겨 두고 싶었다.

일단 세상 돌아가는 거 보고 나중에 추가 중개하던가 하자.

“이번 ‘B급 무기 대여’ 경매의 주인공, 김지호님이 입장하시겠습니다.”

짝짝짝짝.

사방에서 터지는 박수.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는 게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기존 협회 강당으로는 인원 수용이 불가능해서 협회에서 급히 마련한 대강당.

통로를 따라 무대 위로 올라서자,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수천 명은 되어 보이는 경매 참가자. 유명 길드장에 세계 지도자급 인사들도 참석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나와 그들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B급 아이템 임대에 뭐 이리 사람이 많이 왔어?

내가 무대에 걸어오며 가볍게 인사를 하니 일제히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회를 진행하는 사람은 강시아.

화려하기보단 단정한 옷차림의 그녀는 세계 최고 헌터, 지구를 구한 헌터라면서 능숙하게 나를 띄워 주었다.

듣고 있는 내가 오그라들 지경인데,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호응하며 물개박수를 치고 있었다.

“김지호님. 혹시 물건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또각또각.

구둣소리가 울려 퍼지며 강시아가 나에게 다가오자 강당 내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기대하는 눈초리.

나는 복제의 구슬 두 개를 꺼내 두 팔찌를 소환했다.

강시아에게 그걸 건네자, 마치 미드를 보듯이 호들갑을 떠는 그녀.

“어머. 이 팔찌가 바로 무기 소환 팔찌와 레오니다스의 갑주 소환 팔찌인가요? 와. 전 활을 가지고 싶은데, 활도 소환 가능할까요?”

“활을 강하게 원하면 그게 나올 겁니다.”

“대단하군요! 그럼 지금 바로 제가 시연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마이크를 내려놓고 팔찌를 둘 다 끼는 강시아.

팔찌의 보석에서 빛이 번쩍이자, 레오니다스의 황금갑주가 핏에 딱 맞게 장착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에 매인 푸른빛의 활.

“와. 좋네요. 화살을 쏴 봐도 될까요?”

그러자 무대에 올라오는 강철 과녁.

미리 준비했구나.

직원 하나가 강시아에게 화살을 가져다주려고 했으나, 그녀는 괜찮다며 손을 흔들었다.

“이 활은 마력화살도 소환 가능하네요.”

아르테미스의 활처럼 시위에 손을 대자 스스로 생겨나는 마력화살.

곧 화살이 날아가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과녁이 산산조각났다.

“오오오.”

“저렇게 소환되는군요.”

“저 활 대단하군요. 마력화살이 소환가능하다니.”

“1달이라는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무기 자체의 질은 지금까지 시중에 나왔던 그 어떤 것보다 좋아 보입니다.”

“이제 엘프 도우미들도 없으니 자국을 지키기 위해선 헌터들을 육성해야 합니다. 좋은 무기가 필수예요.”

“이번에 저 무기를 많이 가져가야 다른 길드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돈은 충분하지?”

무기의 성능을 보고 다들 웅성웅성하며 어서 빨리 경매를 시작하고 싶어 했다.

위력시연도 해서 분위기도 무르익었으니 딱 경매를 시작할 타이밍.

그때 협회장이 나에게 황급히 다가왔다.

“지호님. B급 던전이 잠실역 인근에 생겨났다고 합니다!”

“잠실역 쪽예요?”

그 인구 많은 잠실에 던전이 생겼다고?

이 소식이 사람들에게도 전해졌는지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심해졌다.

음…….

잠실이니 그냥 처리하고 올까?

경매 금방 끝날 거 같지는 않은데.

“시아 씨.”

“네?”

“경매 좀 진행하고 계실래요? 던전 클리어하고 올게요.”

팔찌를 200개씩 일단 소환해서 바닥에 쌓아 뒀다.

강시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B급 던전에 뭐가 나올지 어떻게 알고 혼자 가시게요. 어차피 경매 끝나고 가도 늦지 않을 텐데…… 여기 사람들 중 레벨 높은 사람이랑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던전 난이도가 어려우면 오히려 사람 많은 게 방해가 될 거예요. 어차피 근처니까 정찰하는 김에 갔다가 올게요.”

“아…… 알겠습니다. 여러분. 김지호 헌터께서는 지금 단독으로 B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다시 돌아오신다고 하십니다.”

강시아가 다시 진행을 시작하자 협회장이 나에게 헐레벌떡 다가왔다.

“지호님. 헬기가 오고 있습니다. 그거 타고 가시지요.”

“에이, 잠실이면 근처인데 제가 그냥 날아가죠 뭐.”

나를 붙잡으려는 협회장을 뿌리치고 바로 점프를 했다.

콰지직.

바닥이 그대로 부서지며 강당 천장에 단번에 닿는다.

몸이 충돌하기 전 바로 영체화를 시전.

몸이 스르르 강당을 빠져나온다.

“화염전차 소환.”

하늘 위에서 바로 화염전차를 소환했다.

하늘 위에 오니 막상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는데, 최근 생긴 제2타워 랜드마크 덕에 방향을 대충 잡을 수 있었다.

어디 한번 최대속력을 내볼까?

“가속.”

가속을 쓰며 달리는 화염전차.

서울 한복판에서 하늘을 달리니 케브리안 때와는 색다른 느낌이 났다.

사람들이 다들 하늘 위에 날 가리키며 손짓하는 게 느껴졌다.

갤러리가 있으니 달릴 맛이 나는군.

잠실역 인근에 도착하자 신호탄이 발사되었다.

신호탄 쪽으로 달리니 손을 흔드는 협회 직원들.

화염전차를 해제하고 땅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헉! 괜찮으십니까?”

“영체화 했어요. 저게 B급 던전 포탈인가요?”

“네…… B급 던전 포탈은 몬스터가 바로 튀어나올 수 있어서 감시중이었습니다.”

B급 던전 포탈부터는 몬스터가 무작위로 튀어나온다고 한다.

가만히 냅뒀다가는 인명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도 있는 노릇.

물론 대부분 하루 이상은 지나야 몬스터가 나오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미리 처리해야지.

경매는 강시아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럼 제압하러 가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바로 포탈에 들어선다.

오랜만에 들어서는 던전 포탈.

구조는 다른 던전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따.

다만 몬스터가…….

“크으으! 인간. 죽어라!”

오우거 급일 뿐.

혼돈으로 물든 검은 오우거 다섯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온다.

“뇌신.”

처음은 가볍게 번개나 뿌려야지 하고 뇌신을 쓴다.

번쩍하며 다섯 오우거를 감싸는 뇌전.

“크아아악!!”

신나게 달려오던 오우거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 쓰러진다.

그러더니 한 녀석은 사라지며 푸른 마나석을 떨구고, 나머지는 움직임이 없다.

잉?

끝?

뭐이리 싱거워?

던전은 단조로운 구조.

한쪽 방향으로만 쭉 가면 된다.

몬스터는 제법 나왔으나…….

모두 한 방이었다.

“죽어라!!”

“형 바빠.”

[인…… 간…… 혼자 오다니. 후회하게 해 주마.]

“여의.”

나름 던전의 보스같던 리치가 푸른 던전핵 옆에 있었다.

녀석의 목을 여의로 꿰뚫고 던전핵을 부수자 클리어 되는 B급 던전.

어…….

뭐야.

몇 분 걸린 거지?

십분 안에 들어온 건 확실한데.

“김지호 헌터님! 역시…… 혼자는 힘드셨습니까?”

내가 던전 포탈에서 나오자 울상을 지으며 다가오는 협회 직원.

못깨고 튄 거로 생각하나보다.

“포탈 사라졌는데.”

“어……?”

“저 몇 분 걸렸어요?”

“2……2분 10초 걸리셨습니다.”

“다음엔 1분 컷 해야겠네. 저 돌아갈게요.”

화염전차를 타고 다시 귀환한다.

출발했던 강당에 다시 몸 채로 떨어져 내렸다.

“자, 1개당 30억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한참 경매를 진행중이던 강시아.

갑옷은 벗어 둔 채 열심히 세일즈 중이었다.

“와. 많이 받네요.”

“잇!? 아니, 벌써 오셨어요?”

“네. 쉽던데요. 계속 진행해 주세요.”

당황해 하는 그녀.

좌중도 웅성웅성했다.

“벌써 클리어 했단 말인가?”

“아니, B급 던전을 어떻게 이리 빠르게…….”

“5분, 5분도 안 지났어!”

뭔가 경매 분위기에 방해가 된 거 같군. 미안하네.

그녀에게 격려의 의미로 어깨를 툭툭 쳐준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자 놀라 입을 쫙 벌리고 있는 협회장이 보였다.

“B급 던전 색 파란색 맞죠? 뭐 이리 싱거워요?”

“아니…… 라이아나님도 몇 시간은 걸리셨는데…….”

“그래요? 너무 쉽던데.”

“와아…… 나가신지 오 분도 안 돼서 오시다니…… 순간 화웅의 목을 벤 관우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하하하. 데운 술을 준비하셨어야죠.”

존경의 눈초리를 팍팍 보내는 협회장. 강당을 둘러보니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경매 금액은 갑자기 천청부지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7……70억입니다!”

아까 40억이라매.

갑자기 70억?

“아니, 가격이 왜 저래요?”

“아마도…… 지호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지금 가격 입찰을 주도하는 건 길드장이라기보다는 국가 원수들이거든요. 어떻게든 선을 만들려고 하나봅니다.”

퍼포먼스가 과했나.

B급 던전을 확실하게, 순식간에 클리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니 여기서 돈으로 잘 보이겠다고 돈을 펑펑 쓰는 느낌이었다.

이럼 내 의도랑 상반되는데.

레벨 높은 사람에게 무기를 뿌려서 경험치를 얻어야 한다고.

너무 비싸면 돈 많은 데에서 싹쓸이할 수도 있어.

그거보다는 고레벨들이 안전하게 C급 던전 클리어하는 게 중요해.

경매가 너무 과열되자 나는 잠시 경매를 멈추었다.

“강시아 씨. 그냥 대륙별로 티오를 나눠서 20억에 임대하죠. 무기 갑옷 합쳐서.”

“에, 20억요?”

“네. 돈보다는 무기 보급이 필요하니까요. 그렇다고 무상으로 임대하기는 그러니…… 그 정도가 적정할 것 같아요.”

“네. 아쉽지만…… 그렇게 할게요.”

경매의 룰을 변경하고 대륙별로 사람을 나누니 세간에서는 인류를 위한 결정이라고 칭송이 자자했다.

거기에 B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확실시되니까 인류의 슈퍼 갑이 된 느낌.

각 나라에서는 경매 때 손해 본 분을 자기들이 보상해 주겠다며 뒷돈까지 찔러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귀화 이야기를 꺼내는 강대국들.

근데 이 정도 되니 굳이 나라 뜰 생각이 없어서 다 거절했다.

신들에게 치이다가 지구에서 이런 입지가 되니 아주 여유롭고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던 행복.

하나 그 짧은 평화는 3개월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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