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72화 (72/240)

<내 상태창 2개 - 72화>

72 영혼 밀수

통신을 연결하자 뜨는 로키의 얼굴.

평소처럼 여유만만한 모습과는 딴판으로, 당황한 기색이었다.

[김세준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미 죽은 거면 영혼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헤임달의 권능이 부족한 건…….”

[무슨 소리. 그놈 권능이 부족했으면 내가 맨날 잡혔겠냐? 몇 번이고 검색했어.]

로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강하게 부인한다.

[네 아버지가 대신급도 아니고 헤임달의 눈에 뜨지 않을 리가 없어. 내가 생각한 가능성은 셋인데.]

“뭔데?”

[첫 번째로는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었을 때. 그럼 아예 존재가 사라진 거니 검색이 안 되지. 근데 지구에선 그럴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는데. 영기발출할 줄 아는 너 빼고는.]

“내가 그럴 리가 없으니…… 다음은?”

[둘째로는 다른 행성에 있는 거지. 셋째로는 대신에게 SSS급 스킬로 은폐당하면 헤임달이 못 찾아. 근데 굳이 한 인간 영혼을 누가 은폐하겠어?]

아니 진짜 어디 가셨지?

하도 황당하니 로키 이놈이 뻥을 치는 건 아닌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사기의 신이잖아?

“야 너 사기치거나 니네가 아버지 영혼 억류하고 있는 건 아니지?”

[와. 나 대신이야 대신. 사기의 신이라지만 뭐 인간 영혼 하나가지고 사길 치냐? 나 진짜 맹세할 수 있어.]

펄쩍 뛰는 로키.

진심 같은데.

“으으음…….”

[우리가 가지고 있었으면 네 아버지 영혼 넘겨주고 12자리 다 받았겠다. 뭐 하러 그래? 겨우 인간 영혼 하나가지고.]

“아프로디테도 그렇고 자꾸 나한테서 자식 보려고 하는데, 아버지도 노릴 만 하지 않나? 영혼 계열을 연구하기 위해서.”

[그거 자식이나 가능성 있지 부모쪽은 해당 없어. 우리가 여러 번 실험해서 안 사실이야.]

거짓은 아닌 거 같았다.

뭐야 대체.

어디 가셨어?

“하. 영문을 모르겠네. 알고 보니 아버지 이름이 가명이었나?”

[아냐. 네 유전자와 영혼의 파장까지 읽어서 검색하는 거다. 이름이 가명이라도 찾을 수 있어. 일단 헤임달이 검색범위를 태양계로 넓혀보겠단다.]

“그래. 땡큐…… 중개 3자리는 너희한테 줄게. 누구한테 할지 정해서 와.”

어차피 중립으로 생각하던 3자리.

더 열심히 찾으라는 뜻에서 권한을 주었다.

[그래. 좋은 소식 가져올게.]

그러며 통신을 끊는 로키.

하아.

답답한 마음에 공략집을 꺼낸다.

케브리안 공략 이후의 글이 써있나?

그러자 공략집에 내용이 갱신되어 있었다.

[나는 과연 케브리안을 깼을까? 아니면 또 종말의 때를 맞이하고 있을까? 크로노스의 파편은 얻었을까? 궁금해지네…… 이 앞은 이제 나도 모른다. 지구에 강림한 다섯 군주는 너무 강해서 정보조차 얻을 수가 없으니까…… 다만 내가 남긴 쪽지. 그걸 200 레벨에 다시 봐 봐.]

그러며 끝이 나는 공략집.

이제 더 이상 내용 갱신은 없는 듯했다.

흠. 쪽지를 보라고?

지금 꺼내 보니 예전처럼 읽을 수 없는 문자만 쭉 써있다.

예전에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검은 막대기도 한 번 꺼내 보았다.

야도 별 반응이 없다.

이거도 로키한테 물어볼 걸 그랬나?

흠…… 아니, 너무 믿지 말고.

일단 A급 될 때까지는 가지고 있어 보자.

“야. 이제 나 가 볼란다.”

일주일 간 계속 우리 집이 지 집인 듯이 상주하면서 술을 퍼마시던 이진성.

자기 집에서 옷가지도 가지고 와서 놀던 녀석이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 그래.”

“이제 슬슬 휴가 끝인가 보다. 길드에서 C급 던전 공략에 대해 토론한다고 출근하라네.”

“흠…… 그래? 그럼 가기 전에 이거 받고 가라.”

로키가 준 복제의 구슬을 꺼내 사용해 본다.

그러자 파란색 보석이 박힌 팔찌가 손에 생겨난다.

[기간제 B급 무기 소환 팔찌]

[B급 무기를 소환할 수 있는 팔찌. 무기 종류는 사용자가 가장 원하는 냉병기 중 하나로 자동 선택됩니다.]

거기에 헤르메스가 준 A급 아이템 중 로키와 비슷한 아이템이 있었는데…….

[복제의 구슬 - 레오니다스의 갑주]

[등급 A]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갑옷을 한 등급 낮춰 복제합니다. 복제한 갑옷은 1달 후에 사라지며, 사용자의 마력에 따라 복제 개수가 달라집니다. 최대 100개의 갑옷까지 복제할 수 있습니다.]

영화 300명에 나왔던 레오니다스.

팬티만 입고 싸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신 갑옷이었다.

하긴 팬티만 입으면 활맞고 죽지 어떻게 살아.

이거도 복제하니 파란색 보석이 박힌 팔찌로 나타났다.

“오오오. 이게 뭐야?”

“내가 특별히 너한테 하사한다. B급 무기와 B급 갑옷이다.”

“오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아. 근데 한 달 후엔 사라져.”

“에이. 뭐 그래도 땡큐네. 어디 한번 써 볼까?”

팔찌를 받아 들고 무기를 소환하는 이진성.

빛이 번쩍이더니 모습이 변한다.

황금빛 갑옷을 입은 채 청룡언월도를 들고 있는 모습.

녀석은 거울 앞에 가더니 껑충껑충 뛰며 좋아했다.

“와. 완전 좋은데? 이거 정말 나 줘도 되는 거냐?”

“어. 100개까지 소환 가능하다는데 특별히 한 개 준거다. 잘 간직하거라.”

“예이~”

나에게 내시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이는 이진성.

녀석은 장비를 해제한 후 나에게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야. 근데 이거 무기임대사업하면 좋겠는데?”

“무기 임대?”

“어. B급 장비는 들어 본 적도 없거든. 상위 길드에서 비용이 얼마가 됐든 다 임대해 갈 거 같은데.”

“그거 괜찮네. 생각 좀 해 봐야겠다.”

로키와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진짜 해야겠어.

상위 길드 레벨업도 빨리 시키고 돈도 받고 일석이조네.

무기 임대하면 뽕을 뽑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사냥하겠지.

흠. 근데 직접 관리하기는 귀찮고…….

우리 비서님에게 전화해야겠다.

[어머. 지호 씨. 뉴스 잘 봤어요. 양복 모습 멋있던데요?]

“감사합니다. 하도 일이 빠르게 진행돼서 정신이 없었네요.”

전화하자마자 덕담을 날려주는 강시아.

그녀에게 무기 임대에 대해 이야기하니 바로 흥분하며 바로 만나자고 했다.

[점심 드셨어요? 식사하면서 이야기해요. 차 보낼게요.]

“아. 네.”

30분 정도 뒹굴면서 내가 나오는 뉴스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음을 지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계속 나오는 김지호 뉴스.

자꾸 대통령들이 고개 숙이는 거 찍어 주네.

뉴스 장면이 끝나자 전문가를 불러서 인터뷰도 하고 있었다.

[김지호 헌터의 위상이 정확히 어느 정도죠?]

[엘프들이 물러난 이상 B급 던전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김지호 헌터밖에 없습니다. 그분 덕분에 많은 분들이 레벨업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최고 레벨이 아직 64에 불과합니다. B급 던전을 처리하기 위해선 김지호 헌터가 아니고서는 안 되죠.]

[김지호 헌터가 아니고서는 처리가 안 된다니…… 전 세계에서 유일하네요.]

[예. 하위 던전에 나오는 몬스터는 현대 무기로 제압이 가능하지만, 상위 던전의 몬스터는 영체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현대화기는 아무 쓸모가 없어지지요. 거기에 원정대 영상을 보시면 아시듯이, 등급 차이가 나면 공격이 잘 먹히지가 않습니다. B급 던전 포탈이 계속 유지되면 B급 몬스터가 튀어나올 텐데, 그럼 아무도 막을 사람이 없게 되죠.]

그러면서 B급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어떤 피해가 날 것인지 열변을 토하는 헌터업계 전문가.

이쁘장한 아나운서가 추임새를 넣으며 감탄하고 있었다.

뭔가 오글거리면서도 재밌는데?

[전 세계는 김지호 열풍?]

여의와 헤파이스토스 갑옷 코스프레하며 날뛰는 아이들의 모습.

어느 나라에서는 신으로 모신다며 올림푸스의 신을 모시는 신단에 날 가져다 놓고 있었다.

아이고. 왜 하필 거기에…….

어쨌든 TV에 나만 나오니 뉴스도 재밌게 볼만하네.

근데 나갈 때 폴리모프는 필수로 해야겠네.

그렇게 내 뉴스보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래서 차 도착했다고 전화가 오자 허겁지겁 옷 입고 폴리모프까지 해서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탔다.

그리고 도착한 식당.

프라이빗한 룸 안의 고급 레스토랑이었지만 저번처럼 쫄지는 않았다.

이제 나름 대접받은 가락이 있으니.

“오셨어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온 강시아 와 식사를 했다.

식사 이후 본격적으로 무기 임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B급 무기와 갑옷을 대여하다니. 아주 좋네요. 지호 씨는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싶으세요? 아니면…….”

“돈은 뭐 후원으로도 충분하죠?”

“네. 지금 자꾸 저희한테 문의가 빗발쳐서 힘들 지경이에요. 어떻게 후원 하셨냐고. 그냥 저한테 돈 막무가내로 입금하고 같이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녀가 그러며 리스트를 쫙 정리해서 나에게 주었다.

미국 유명 기업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재벌들까지 다들 선을 대기 위해 난리였다.

“이거 원. 요즘 지구에 없다 보니 이런 줄도 몰랐네요.”

“어떻게 할까요?”

“주는 데 받아야죠. 뭐.”

“네. 그럼 제가 정리해서 보낼까요, 아니면 직접 보내라고 할까요?”

“흠. 그냥 정리해서 보내 주세요.”

돈 관리보다 SP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지.

“그럼 돈은 됐으니, 무기 대여는 C급 고레벨이 많이 생기는 쪽으로 추진했으면 해요.”

“고레벨이요?”

“예. 그리고 어느 레벨대가 되면 B급 무기가 없더라도 사상자 없이 C급 던전을 클리어 할지도 궁금하네요. 적당한 사용료만 받고 헌터들이 고레벨을 달성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호 씨 입장이라면 선뜻 그렇게 못할 거 같아요. 경쟁자가 올라오는 게 달갑지 않을 텐데…… 마음이 넓으시네요.”

마음이 넓긴.

헌터들이 빨리 커야지 나한테 바치는 경험치도 늘어나지.

굳이 속내는 밝히지는 않고 여윱롭게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럼 일단 고레벨로 레벨 제한 두고, 각 길드마다 형평성 있게 부여해야겠네요. 가격은 적당히 받고…….”

핸드폰을 꺼내서 뭘 계산하기 시작하는 강시아.

“그럼 고레벨들에게 일단 1달 대여료 최하 5억 측정해서 경매해 봐야겠네요.”

“5억요?”

“네. 갑옷이랑 포함하면 10억으로. 싸긴 한데 그냥 보급률을 높일 용도로 그 정도만 받아야겠어요.”

그러면 100, 100개 있으니 한 달에 천억?

많다 싶다가도 막상 별로 감흥이 오지 않았다.

돈 개념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하긴 통장에 얼마 있는지도 모르는데…….

SP 수치나 알지.

“으음. 그럼 분배를 위해서 회사 차리실래요?”

“흠. 귀찮은데…… 그냥 헌터협회 통해서 하고 싶은데요. 수수료나 좀 주고.”

“어머. 어느 누가 지호 씨한테 수수료 받을 생각을 하겠어요? 자기들이 줘야지. 알겠어요. 제가 협회에 연락해 볼게요.”

그러며 커피를 마시는 강시아.

왠지 일만 시키니 좀 미안해지는군.

“너무 일만 부탁드리니 좀 미안하네요. 인센티브 드릴까요?”

“호호. 지호 씨 대리인 자리는 제가 돈을 줘야 할 자리인데요. 뭘. 영 마음에 걸리시면 그럼 저 장비나 하나 대여해 주세요.”

“C급 던전 도전하시게요? 거기서 죽으면 진짜 사망인데.”

“네. 평화가 찾아왔다지만 그래도 강해져야 할 것 같아서요. 아직 진짜 평화가 찾아왔는지 실감도 안 나고…… 부서진 세계에서 일반 몬스터에게 손도 못썼던 거 생각하면 하루빨리 강해져야 할 것 같아요.”

의지에 불타는 강시아.

그런 그녀를 보니 나도 좀 반성이 되었다.

요 근래 지구 최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히죽히죽거리며 정신이 해이해진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경험치를 줄 테니 내가 밀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나태해지지는 말아야지.

신들도 무슨 꿍꿍이인지 아직 모르겠고 말이야.

그런 마음을 먹고 집에 온 김에 상태창을 둘러보았다.

지구로 온 지 일주일.

헤르메스가 매일 SP를 10만씩 보내 70만에 영혼 중개로 인해 받은 걸 다 포함하니 SP가 72만이었다.

영혼 중개로도 엄청 벌어들이네.

지구에선 약탈보다 중개가 SP 많이 버니까, 중개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자.

[영혼 중개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SP가 10만 사용됩니다.]

예.

[영혼 중개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SP가 50만 사용됩니다.]

예.

둘 다 바로 예를 누르니 영혼 중개 스킬이 레벨 5가 되었다.

1 때는 3, 2 때는 6, 3 때는 12로 늘었으니 이제 24 48인가? 하면서 기대하고 있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영혼 중개 스킬이 레벨 4가 되었습니다. 영혼 중개 가능 자리가 1자리 늘어납니다. 영혼 중개 지역의 범위가 늘어납니다.]

[영혼 중개 스킬이 레벨 5가 되었습니다. 영혼 중개 가능 자리가 1자리 늘어납니다. 영혼 중개 지역의 범위가 늘어납니다.]

아니, 겨우 1자리씩 늘어나?

지금 SP 65만을 퍼부었는데 장난 하냐?

그런데 다음에 뜨는 메시지를 보자 화가 급 가라앉았다.

[영혼 중개 스킬이 레벨 5가 되었습니다. 타 행성의 신과 영혼 중개가 가능합니다.]

[영혼 중개 스킬이 레벨 7에 도달할 경우, ‘밀수’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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