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71화>
71 지구에서 사라진 아버지
“통신 로키.”
[오. 할 줄 아네.]
“헤르메스랑 자주 했으니까. 보상이 벌써 마련되었어?”
얘는 그냥 반말 까길래 나도 반말했다.
[응. 아스가르드를 좀 털어왔지. 지금 올래?]
“흠…… 잠깐만.”
나는 옷을 편한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후 이진성에게 소리쳤다.
“야. 나 어디 좀 갔다 온다.”
“엥? 어디가?”
“놀고 있어.”
곧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뭐 알아서 놀겠지 하고 나섰다.
“가자.”
[그래. 소환할게.]
[‘사기의 신 로키’가 ‘중립지대 : 거래 지역’으로 소환합니다. 소환에 응하시겠습니까?]
예를 누르자 몸이 빛으로 서서히 변하더니 어디론가로 빨려들어갔다.
금방 시야가 돌아와 보인 광경은 황금물결.
사방이 보물 상자와 황금 동전으로 가득한 보물고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한 사람.
흰색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
얼굴은 아우렐리아를 꼭 닮은, 여자같이 생긴 외양이다.
머리 색만 금발에서 흑발로 바뀌었을 뿐 장발이었다.
하나 선이 여성이라기엔 굵고 몸매라던지 전반적인 분위기가 남자의 것이 분명했다.
이게 로키인가?
“여어. 잘 왔어.”
“그 얼굴이 진짜 얼굴인가?”
“아아. 어. 이쁘지? 나도 매일 거울을 보며 감탄한다니까. 너도 아우렐리아일 때 반할 뻔했지?”
“뭘 반해. 물건이나 보자.”
“큭큭. 그래.”
로키가 손을 펼치자 그 앞에 보물상자가 세 개 나타났다.
그가 손을 탁 튕기자 일제히 열리는 보물상자.
“S급 스킬은 도주, 방어를 우선으로 생각한 거지. 거기에 딴 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렇지.”
“그럼 일단 최고의 도주 스킬을 보여 주지.”
그가 가리키는 구슬을 만져 보았다.
[헤임달의 귀환]
[S급 스킬]
[사용자가 지정한 귀환장소로 몸을 순간이동시킨다. SS급까지의 방해 스킬에 면역이 된다. 스킬 레벨을 올릴 때마다 귀환 장소가 1개씩 늘어난다. 스킬 레벨을 5까지 올릴 시 행성과 행성간도 뛰어넘을 수 있으며, SSS급까지의 방해 스킬에 면역이 된다.]
“이거 너무 심플한 거 아냐?”
“무슨 소리. 스킬 레벨만 올리면 대신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귀환할 수 있잖아. 나도 널 못 잡는 거야. 거기에 행성도 뛰어넘는다고. 도주기론 최고지.”
도주기로는 확실히…….
스킬 레벨 5까지 올린다면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튈 수 있어.
붙잡혀서 고생하는 꼴은 안 보겠지.
“근데 귀환 장소 이건 이미 가 본 데는 다 해당인가?”
“아니야. 가서 지정해야 해.”
아쉽네.
세계수 지하공간 거기에 하나 지정해 둘까 했는데…….
“여기에 또 S급 스킬 몇 개 준비했는데 봐 봐.”
그의 말에 스킬들을 둘러보았다.
토르의 완력.
오딘의 심판.
완전재생.
등등 쓸만해 보이는 스킬이 많았지만, 귀환에 마음이 끌렸다.
저번에 올림푸스로 끌려갔을 땔 생각하면 확실하게 쨀 스킬이 필요해.
“귀환으로 할게.”
“좋은 선택이다. 이건 헤임달이 준 스킬이야. 아스가르드의 파수꾼 대신이지. 이 스킬을 받으면 그에게 영혼 중개 해야 해. 괜찮지?”
“파수꾼이라는데 날 지켜보는 건 아닌가?”
“영혼 중개 계약 가지고는 그런 거 못하던데? 내가 실험해 봤지 아우렐리아 때. 그저 수호신 계약으로 관음이 가능했지. 흐흐.”
그러며 변태같이 웃는 로키.
관음이라니.
하데스도 그렇고 얼굴이 아깝다.
신이 되면 다 저렇게 변태같이 변하는 건가?
[대신(大神) 헤임달과 영혼 중개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이를 수락하자 구슬이 빛을 내뿜다 사라졌다.
[S급 액티브 스킬 ‘헤임달의 귀환’을 터득했습니다.]
[사용자의 등급이 너무 낮습니다. 앞으로 얻을 수 있는 S급 스킬은 1개입니다.]
쩝. 이건 상태창 두갠데 어떻게 나눠서 안 되나?
일단 한 개 더 채우고 실험해 봐야겠어.
[대신(大神) 헤임달이 얻는 SP가 1.6배 증가합니다. 중개자 김지호는 이 중 20%를 수수료로 얻습니다.]
[스킬 레벨이 낮아 대신 헤임달이 지구에서 얻는 모든 SP를 중개할 수 없습니다. 일부 지역만 중개합니다.]
“그리고 장비들은 내가 좀 준비를 해 봤는데. S급 장비는 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가 그러며 손가락으로 한 보물상자를 가리켰다.
창과 팔찌, 망치가 있었다.
근데 모습은 아주 볼품이 없어, 만지기만 해도 부스러질 것 같았다.
“대신들의 SSS급 장비를 하급신 보급형으로 만든 거야. S급이지. 네가 저들의 주인이 될 수 있다면 진면목을 보일 거야.”
로키의 말에 일단 창을 쥐어 보려고 손을 뻗었다.
한데 손이 창을 쥐려니 무형의 벽에 막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궁니르는 거부했고.”
“드라우프니르도 거부.”
“묠니르도 거부. 역시 B등급이 S급 장비를 드는 건 무린가 봐.”
3장비 모두 쥐지도 못했다.
이런 건 등급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건가.
아쉽네.
“A급 장비는 지금 3개잖아? 검, 전신갑옷, 활. 그래서 악세사리 위주로 준비했지. 일단 내가 추천하는 건 이래.”
[프레이야의 마력 회복 반지]
[등급 A]
[미의 여신 프레이야가 제작한 마력회복반지. 마력이 2배 빠르게 회복되며 반지 자체에 일부 마력이 저장됩니다.]
반지 자체에 일부 마력이 저장되는 건 드래곤 하트 같은 느낌이군.
심플하지만 좋다.
[로키의 보호막 목걸이]
[등급 A]
[사기의 신 로키가 사도를 위해 제작한 목걸이. 치명적인 공격을 자동으로 방어해줍니다. S등급 위력의 일격까지 방어가 가능합니다. 적의 공격이 너무 강할 시 목걸이가 부서지며 더욱 강한 보호막을 발동합니다.]
어? 이거 있으면 헤라클레스 깰 수 있나?
이거도 괜찮네.
[오딘의 마력강화 팔찌]
[등급 A]
[아스가르드의 최고신 오딘이 인간 변장 시절 쓰던 팔찌. 마력운용을 보조하며 마력이 강화됩니다. 특히 번개속성과 관련된 스킬이 더욱 강해집니다.]
셋 다 이름은 심플한데 괜찮았다.
다들 껴보니 마력 자체는 예전에 케브리안에서 버프 받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지구엔 별 버프도 없는데 그만큼 강화되다니.
아주 좋군.
[중립 진영의 A급 장비를 3개 장착하셨습니다. A급 장비를 6개 장착해서 더 이상 장착할 수 없습니다.]
에이. 상태창 2개라 질서, 중립 장비 한도도 따로 있나 했는데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이게 장비 소유는 되나? 스위칭하면서 바꿔가게.”
“되긴 하지. 근데 인벤토리에 넣어도 제한이 있을 거야. 20개까지 되려나?”
B급까진 잘 모르겠단 말이지 하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로키.
녀석을 보니 갑자기 공략집이 떠올랐다.
아우렐리아가 결국 로키였던 거잖아. 선물 개방했을 때도 못마땅해 하면서 나한테 능력을 줬고. 흠. 쟤는 뭘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아이템은 이 정도면 일단 땡큐고…… 근데 공략집은 대체 뭐야? 이거도 A급 안 되면 못 듣나?”
“아. 그거 우리 프로젝트야. 영혼 계열 직업을 만들기 위한.”
간단하게 대답하는 로키.
프로젝트라고?
어. 이상하다.
[세계수의 내부에는 크로노스의 흔적이 있다. 찬란한 무지개색의 별 모양 보석이다. 시간의 신인 그의 흔적 덕에 내가 나에게 공략집을 보낼 수 있었지.]
분명 크로노스의 흔적 때문에 공략집을 보낼 수 있다고 했는데.
로키는 말이 다르네.
흠…….
크로노스의 파편 이야기는 굳이 하지 말아야겠다.
“그래?”
“응. 사실 망했다 싶어서 폐기한 프로젝트였는데 성공해서 신기했지.”
“미래의 나는 대체 뭐야? 어떻게 이 공략집을 주지? 그리고 미래는 결국 망한 거야?”
“하하. 어떻게 된거냐면…….”
헤르메스도 그렇고 로키도 그렇고 별로 숨길 생각 없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로키가 세계의 왜곡된 질서를 이야기 합니다.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사용자의 등급이 부족합니다. SP가 100 감소합니다.]
아오, 왜 또 뜨고 지랄이야.
“야 대체 뭔 짓을 했기에 왜곡된 질서 메시지가 자꾸 떠?”
“그래? B급이면 들을 만 한데?”
로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내 어깨를 격려 하듯 툭툭 두드렸다.
“그냥 빨리 A 가자. 3년 내에 가야 돼. 경험치 몰아주고 있잖아.”
“왜 3년이지?”
“버프 있을 때 가야지. 아 그래. 내가 그래서 준비한 아이템이 또 있어.”
말을 돌리듯이 보물상자에서 물건을 꺼내는 로키.
3년 뒤에 뭔 일이 벌어지나?
너무 티나게 화제를 돌리네.
“짜잔.”
그가 꺼낸 물건은 내 머리통만한 크기의 붉은색의 구슬이었다.
그걸 나에게 건네는 로키.
[복제의 구슬- 무기]
[등급 A]
[등급 B의 무기를 복제합니다. 복제한 무기는 1달 후에 사라지며, 사용자의 마력에 따라 복제 개수가 달라집니다. 최대 100개의 무기까지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의 구슬?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이는데.
B급 무기로 뭘 해?
내 뚱한 표정을 봤는지 로키가 바로 말을 이었다.
“이건 너 쓰라고 주는 게 아니야. 바로 지구인들 쓰라고 주는 거지.”
“지구인들?”
“그래. 그치들 너무 약하잖아. 버프 받아도 초반에 C급 던전에서 여럿 죽을 걸? 그때 니가 이 무기 대여해서 주면 사망자도 줄고 던전 클리어도 빠를 거야. 걔들이 커야지 너 경험치도 빨리 오른다.”
“흐음…….”
“거기에 대여료도 받으면 돈도 팍팍 들어오겠지. 쓸 만하지 않아?”
“대여라…… 일단 주는 거니 받지.”
복제의 구슬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내가 이렇게 주섬주섬 아이템을 챙기자 기대 섞인 눈으로 날 바라보는 로키.
“어때? 우리한테 6자리 줄 만해?”
“일단 다른 신들도 만나 봐야지. 2명 일단 중개 계약 하자. 누구누구 하면 되지?”
“일단 나. 그리고 최고신 오딘.”
오딘, 로키, 헤임달과 중개 계약을 체결하자 로키가 손뼉을 딱 쳤다.
“좋아. 그럼 앞으로 잘 해 보자. 파트너.”
“근데 공략집에 관해서는 그렇다 치고, 혹시 우리 아버지 행방에 관해선 아는 거 없냐? 성함이 김세준인데.”
공략집에서 아버지 만난다고 이야기해놓고는 그다음엔 아무 말이 없었다.
공략집과 연관된 로키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거 같아.
“그거까진 모르겠는데. 한 번 헤임달한테 물어보지. 그의 능력이라면 지구를 샅샅이 둘러볼 수 있거든.”
“오. 부탁해. 좋은 소식 있으면 바로 3자리 더 밀어 줄게.”
“하하하. 꼭 해야겠군. 그럼 이제 귀환할 시간이야.”
황금의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로키는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곧 빛이 되는 나의 육신.
집으로 되돌아가며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했다.
로키와 만난 다음 날 질서와 혼돈에 연락이 와서 차례로 접촉했다.
질서는 헤르메스가 나왔고, 혼돈에서는 하데스 대신 리치가 나왔다.
그래서 선택한 스킬은 방어기.
[아이기스의 방패]
[S급 스킬]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방패를 잠시 구현하는 스킬. 평소에는 작은 방패가 떠돌아다니며 공격을 자동 방어하며, 스킬을 발동하면 사용자의 몸을 감싸는 거대 방패로 변합니다. SS급 일격까지 방어할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 시 방어력이 늘어납니다.]
S급 스킬이 3개까지는 얻을 수 없어서 혼돈에게는 다른 A급 스킬을 2개 얻고, 대신 S급 아이템을 받았다.
[에덴의 샘물]
[S급 아이템]
[낙원 에덴의 샘물. 사용자의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샘물은 단 한 번 밖에 효과를 지니지 못합니다.]
리치가 주는 에덴 샘물이라니…….
에덴은 하나님의 낙원 아니었나.
킵해뒀다가 레벨 업 더 하면 먹을까 했는데 리치가 지금 빨리 들이켜야지 안 그러면 효과 사라진다고 해서 바로 먹었다.
그러자 +20씩 상승하는 능력치.
대박이네 이거.
그렇게 해서 받은 보상은 막대했다.
내 몸에는 6개의 A급 장비가 장착되어 있었고 인벤토리에도 6개의 A급 아이템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거기에 각종 스킬로 일단 튀는 건 확보. 방어도 든든하다.
중개 자리를 분배했다.
질서는 제우스, 헤르메스, 아테나.
혼돈은 하데스, 웃는 얼굴의 악마, 홀로 서는 거신에게 중개가 되었다.
혼돈의 나머지 둘은 사령대제처럼 이명인가?
나머지 3자리는 내심 중립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템은 비슷비슷하니, 아버지 행방도 찾아 주는 중립 밀어 줘야지.
질서랑 혼돈은 은원이 있으니깐.
그러던 차, 며칠이 더 지나자 로키에게서 통신이 왔다.
[사기의 신 로키에게서 ‘네가 알려 준 아버지의 상, 김세준은 찾을 수가 없었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가 않아. 적어도 지구에서는.’ 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뭐?
이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지구에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