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70화>
70 선택을 하다
“버프 조건이 어떻게 되는데요?”
[일단 한 달마다 추가되는 각성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하구요. 레벨 100까지 레벨업 당 스탯 포인트 +1로 전환, 경험치 획득량 3배 증가, 아테나의 스탯 +20% 증가 버프를 제공합니다.]
“오 좋네요. 스탯 포인트는 이미 레벨 25 이상일 때도 많이 주는 건가요?”
[예. 이전 레벨 때 못 받았던 것도 보상해서 들어갑니다.]
야. 좋은 조건이네.
도우미 있고 없고가 이 정도 차이였어?
“근데 그럼 도우미는 하나도 없는 건가요?”
[부서진 세계로 가는 통로를 유지할 천사들은 있을 겁니다. 거기에 마법 아이템 보급을 위해서도 천사가 갈 거구요. 던전 생기면 그걸 알려 주는 천사도 유지될 겁니다.]
“그럼 지구의 B,C급 던전을 없애주던 도우미만 사라진 거네요.”
[그렇습니다.]
좋은 조건이네.
물론 처음엔 고위 등급 던전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도 생기겠지만…….
1년 뒤에 천사들이 가면 죽어 나가는 사람은 어차피 생길 텐데.
그 전에 전력을 강화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리고 김지호님에게만 드리는 특전이 있는데……]
“특전요?”
[예. 케브리안 재생의 1등공신이신데 막상 보상다운 보상도 못 받으셨잖아요? 제가 이러면 안 된다고 강력 주장해서 좋은 보상책 하나 따왔습니다. 하하하.]
그건 그래.
올림푸스에서 공식적으로 보상을 내려 준 것은 없지.
뭔지 귀가 솔깃했다.
“어떤 보상이죠?”
[‘지구인 일인자’ 칭호를 드리겠습니다. 이 칭호를 착용하시면 모든 지구 각성자들이 얻는 경험치의 1%를 적립 받을 수 있어요. 3년간.]
“아니, 모든 각성자들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구요?”
와. 이거 엄청난 칭혼데?
앉아서 놀고 먹어도 경험치가 차곡차곡 적립된다는 거 아냐?
“와. 그럼 금방 A급이 되겠네요?”
[그래도 A급 되는 게 쉽진 않아요. 워낙 필요 경험치가 많아서…… 거기에 하위 등급 각성자가 벌어오는 경험치가 얼마 안 되기도 하구요.]
“그래도 모이면 크겠죠.”
[예. 그러니 저희도 드리는 거죠. 이 정도 조건이면 상당히 괜찮지 않나요?]
“조건은 좋네요.”
[예. 이거는 천사 도우미를 선택하셔도 그냥 드릴 겁니다. 하지만 지구인 버프를 받으면 지구인들이 벌어오는 경험치도 많아질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죠.]
조건이 너무 좋으니 갑자기 왜 이놈들이 잘해 주지? 란 생각도 들었다.
S급까지는 나한테 개입을 못한다는 데 날 빨리 S급 만들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너무 조건이 좋으니 괜히 조심스러워지네요.”
[예? 설마 경험치 줘서 S급 빨리 만들려고 이러는 거 아닌가 생각하고 계신가요? 하하하. 신으로 오르는 S등급은 레벨만 가지고 오를 수가 없습니다. 특수한 조건이 있지요. 지호님은 특수 클래스니…… 조건도 엄청나게 까다로울 겁니다.]
“조건이 있나요?”
[네. 조건은 반신마다 다릅니다. 사실 대부분의 A급 반신들은 그 조건을 넘지 못해 그 자리에 있지요.]
흠…….
그럼 저번처럼 레벨업 한다고 강제로 등급 올라가거나 그러지는 않겠네.
일단은 칭호 받아야겠다.
케브리안에서는 학살이 가능해서 레벨이 올랐지만 여기는 그러지 못하니 느릴 거야.
경험치 챙길 수 있을 때 챙겨야지.
A급이 안 되니 자꾸 비밀 어쩌구 해서 SP나 깎이니깐.
등급 올려야지.
“그럼 잘 받겠습니다.”
[좋은 선택입니다. 선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천사 도우미냐 아니면 경험치 버프냐?]
“그건 지구 지도자들과 함께 결정하죠.”
[알겠습니다. 결정되면 저한테 통신 주시죠.]
“예. 그리고 이건 그냥 개인적인 궁금사인데, 헤라클레스도 영혼 약탈자인가요? 영기발출을 보고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하던데.”
[헤라클레스요? 예. 그도 얼마 없는 영혼 능력자 중 하나였죠. 지금은…… 에슈타르에 있습니다만.]
엥?
에슈타르?
난이도 제일 쉬운 부서진 세계?
“엥? 에슈타르요?”
[네. 제가 지호님께 뭐 숨기겠습니까. 그가 에슈타르의 혼돈의 군주입니다.]
“헤라클레스도 올림푸스 소속이 아니에요?”
그리스의 대표영웅 헤라클레스도 변절했어?
이놈들 대체 뭔 짓거리를 한 거야.
[흠흠…… 뭐 좀 일이 있었습니다. 설명드리고 싶지만 지호님이 A급이 안 되셔서 SP만 깎이겠네요.]
“헐…… 혼돈의 군주가 알고 보니 죄다 올림푸스 출신인 건 아니죠?”
[그건 아닙니다. 어떻게 엮이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하지만 둘 셋 더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느낌이군.
“근데 뭔 대마법으로 싹 다 죽고 다시 시작한다는데…… 그런 동네가 왜 난이도가 제일 쉬워요?”
[난이도 제일 쉬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클리어 조건이 ‘헤라클레스의 일격을 버텨라.’ 거든요. 한 방만 버티면 돼요.]
한 방?
한 방 정도는 어떻게 될 거 같은데.
[근데 그 한 방이 영기발출 공격일 수도 있어요. 그거에 당하면 대부분 영혼이 사라지죠. SP가 딸리니깐.]
“헐…….”
[뭐, 지구분들은 거기까지 가지도 못했으니 다행이죠 어떻게 보면. 헤라클레스의 고함 하나도 못 견뎌서 싹 다 전멸했으니까요. 대마법이 아니라 그냥 함성입니다 그거.]
고함 하나에 각성자 전멸?
갑자기 왜 이렇게 세지니?
“그거 너무 센 거 아닙니까?”
[하데스도 도망가게 한 분이 무슨…… 헤라클레스는 하데스에게 안 돼요.]
“그래요? 그렇게 안 보이던데.”
[하데스는 사실 그때 자기 분신에게 A급 정도의 마력만 운용했거든요. SP도 얼마 안가지고 왔을 겁니다. 그 상태에서 지호님한테 영기발출 맞으면 큰 타격이라서 바로 도망친 거 같습니다. 한데 헤라클레스는 S급 정도의 힘을 운용하니 뭐……]
흐으음.
하데스는 괜히 나 정찰한다고 핸디캡 잔뜩 얻었다가 영기발출 보고 그냥 튀었던 거고…….
헤라클레스는 그런 거 없으니 S급의 힘을 운용하는 거구나.
“흐. 그걸 깨라고 보내요?”
[근데 그게 제일 쉬운 거예요. 하하하. S급 하데스는 지옥 소환도 가능합니다.]
“부서진 세계의 복구는 정말 성공 확률이 희박했군요.”
[하하하. 사실 전 기대 안 했습니다.]
아니 기대를 안하면 지구 멸망할 거라고 예상했다는 뜻이잖아.
“그럼 지구 멸망할 거라 생각하신 거예요?”
[뭐 그렇죠.]
“지구 멸망하면 그쪽도 안 좋지 않나요? 하데스는 지구만 부수면 끝이라던데.”
[저희는 뭐 다 수가 있습니다. 빨리 A되시면 아실 수 있어요. 하하.]
“그놈의 A…… 쩝. 그래도 케브리안 깼으니 헤라클레스 볼일은 없겠죠?”
[네. 부서진 세계 깼는데 뭘 봐요. 그 괴물을.]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하나 복구했는데 굳이 지금와서 또 죽으러 갈 필요는 없지.
“야. 문 열어! 두고 가는 게 어디 있냐!”
“친구 놈이 왔네요. 그럼 다음에 연락드리도록 하죠.”
[네. 궁금한 점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아는 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통신하니 내가 궁금할 때 물어볼 수 있어서 좋네.
나는 헤르메스와 통신을 끊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거기엔 씩씩거리면서도 술을 잔뜩 사 온 진성이 서 있었다.
“고생했어. 친구.”
“아오 기자들 시발. 편의점에 술 살 때도 따라오고 집 앞까지 따라오더라. 오피스텔 경비에 협회 관계자가 육탄방어해서 겨우 떼어 냈네.”
“형이 안주는 살게. 다 주문해.”
“에라이 씨발 고맙다 새끼야.”
나한테 가볍게 중지를 날리는 이진성.
녀석에게 냉장고에 붙은 배달 전단지를 던지니 메뉴를 싹 다 배달한다.
30만원어치를 배달하며 시작된 술자리.
내가 신들에게 받은 제안을 이야기하니 이진성은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버프지. 언제까지 천사만 믿고 있을 수는 없잖아. 자력으로 강해져야지. 야 거기에 스탯 포인트 돌려준다니 완전 혜자네.”
그래, 천사가 일 년 도와준다고 해도 그다음부터는 지구인이 지구를 지켜야 하잖아.
그러니 지금부터 버프 빵빵하게 받고 던전에 적응하는 게 낫지.
“근데 넌 졸라 바쁠 거 같은데.”
“나? 왜?”
“왜긴. B급 던전 처리할 게 너밖에 더 있냐?”
“아…….”
그렇구나.
지구에 B급 던전 클리어 할 사람이 없구나?
좀 쉬나 했더니 급 일복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네?
“하아. 그러고 보니 B급 던전이 너무 많이 생긴다면, 안전을 위해서 천사 제안 받을지도 모르겠네…….”
“하긴 세계 각지에 생겨서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시작하면 인명 피해가 너무 심하겠지.”
“그건 한 번 물어봐야겠다. B급 던전 얼마나 생기는지 빈도를.”
“그래야겠네. 일단 협회장한테 전화좀 해 보고.”
전화를 걸자마자 1초만에 바로 연결되었다.
연결되자마자 우는 소리를 하는 협회장.
[아이고, 김지호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열심히 기사 내리고 있습니다만 각성자들이 영상을 자꾸 올려서……]
“아. 그거야 이미 통제가 안 될 거 같으니 그냥 적당히 하시구요. 제가 신들에게 이런 제안을 받았는데…….”
신들의 천사 1년 연장 vs 지구인 3년 버프 제안을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집중해서 듣는 협회장.
제안의 세부사항을 이야기한 후 물어봤다.
“혹시 B급 던전 지금까지는 얼마나 생겼었나요?”
내 말을 듣고 침묵을 지키던 협회장이 잠시 후 답했다.
[세계적으로 B급 던전은 2주에 한 곳 정도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죠…… 이건 상당히 중요한 일인 것 같군요. 제가 세계 각성자협회에 안건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네. 그래주세요.”
[예. 지호님. 푹 쉬십시오. 헌터협회는 언제나 지호님을 충실히 따를 것입니다.]
이 아저씨 충성 멘트 한 번 날려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따르긴 뭘 따라.
아 하긴…….
세계에서 B급 던전 나만 클리어 가능하다면 이적 제의 엄청나게 들어오겠군…….
협회장도 그거를 느끼고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 같았다.
“야. 협회장 아저씨 졸라 성격 깐깐한 거로 유명한데 너 장난 아니네.”
“알아서 이런다 야.”
“B급 던전을 혼자 쓸어버리면 완전 독점 아니냐? 막말로 니가 미국에 B급 던전 생겼으면, 그거 클리어 해 줄 테니 천억 주세요 해도 주지 않겠어? 너 말고 못 깨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건 그래. B급 던전을 C급 헌터도 깰 수 있을지 모르니, 한 번 데려가 봐야지.”
“크…… 자식. B급 헌터 더 생기기 전에 바싹 벌어야지!”
“아니 돈은 이쯤 되니 알아서 주더라고.”
통장에 알아서 쌓여 가고 있으니.
세계 최상위 클래스들 사이에선 이미 내 소문이 나서 다들 돈 싸 들고 제발 돈 좀 받아달라고 줄 선다는데.
몇 푼 더 벌자고 세계적인 평판을 깎을 필요야 없지.
얼굴도 까발려졌는데.
주거니 받거니 술을 먹으니 술이 모자랐다.
나야 워낙 신체 능력이 높아서 잘 취하지도 않았고, 이진성도 케브리안의 사투를 거쳐 C급으로 오른 상태라 잘 안취했다.
그래서 해 뜰 때까지 몇 번이고 술을 편의점에서 리필하며 계속 퍼마시고 있을쯤, 협회장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지호님. 기침하셨습니까?]
“아니 뭔 기침은. 그러지 마세요 오글거려요.”
기침이라니 사극에서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더니.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제가 이번 제의에 대해 세계헌터협회에 연락을 하니, 세계 지도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벌써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뭐 벌써요?”
으. 잠도 못 잤는데.
뭐 긴급 사안이긴 하지.
근데 왜 한국으로 오지. 저번처럼 유엔에서 안 모이고.
[예. 다들 지호님 힘드실까 봐 직접 오신다고 하네요. 내일 협회 건물에서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참석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진짜 나 때문에 한국으로 오는 거야?
“그래야죠.”
[예. 내일 제가 또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하루 푹 쉬십시오. 지호님.]
* * *
[지구를 구한 세계 최강의 각성자, 김지호님이 들어오십니다.]
“오셨습니까! 세.계.최.강!”
“아오. 닥쳐라.”
회의를 마치고 집에 오니 어느새 내 집이 자기 집인양 팬티만 입고 소파에 뒹구는 이진성.
티비 속에는 양복을 입은 내가 협회의 회의실로 들어오는 모습이 찍히고 있었다.
흠흠. 옷빨 좋네.
“저 뉴스 계속 나오는 거 아냐? 트람프고 패틴이고 먼저 와서 굽실굽실하는 데 국뽕 폭발했다. 다들 주모오오오오~~~ 하고 있어. 캬캬캬.”
마침 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세계 지도자들이 악수 하려고 줄을 서는 장면.
거기에 악수만 하면 굽실굽실 하며 날 띄워 준다.
참 나. 내가 아니면 나도 주모 찾을 장면이네.
“회의 결과에 대한 인터넷 여론은 어때?”
“대부분 찬성 분위기던데? 각성자들이야 당연히 찬성이고, 비각성자들도 각성자 될 확률이 2배 늘어난다고 하니 좋아하더라. 자기들한테도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않을까 해서.”
“그래. 다행이네. 옷 갈아입고 온다.”
“엉.”
방에 들어가서 헤르메스와 통신을 시작했다.
“통신 헤르메스.”
[지호님. 결정하셨습니까?]
“네. 두 번째로 갈겁니다.”
[잘 결정하셨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칭호도 지금 드리지요.]
[‘지구인 일인자’ 칭호를 얻었습니다.]
[지구인 일인자]
[등급 A]
[신들이 인정한 지구인 일인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지구인 각성자가 얻는 경험치의 1%를 획득한다. A등급에 도달할 시 효과가 없어진다.]
깔끔하게 경험치 버프만 있군.
근데 A급까지네?
“A급까지네요?”
[예. 어차피 3년간 A 되기가 쉽지 않으실 거예요. 하하. 그 전에 A 되시면 제가 연장시켜드릴게요.]
“뭐, 알겠습니다.”
[지구 버프는 내일쯤 발동할 겁니다. 그동안 쉬고 계세요~.]
그러며 통신이 종료된다.
이젠 쓸모없는 케브리안의 용사를 떼고 거기에 장착하고 있자니, 또 다른 통신이 도착했다.
[사기의 신 로키에게서 ‘지호. 로키다. 영혼 중개 보상이 마련되어서 연락한다. 통신 가능한가?’ 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오, 빠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