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65화 (65/240)

<내 상태창 2개 - 65화>

64. 전장으로 돌아오다(1)

계약을 다 마치고 케브리안으로 복귀했다.

하늘에선 여전히 천사들과 언데드 군단이 대치하는 상황.

올림포스에서는 한 며칠 시간을 보낸 것 같았는데, 막상 상황을 보니 시간이 얼마 안 흘렀군.

몸이 떨어지려고 하기 전에 플라이 마법을 쓰고 화염 전차를 소환했다.

말은 이제 6필.

진짜 크구먼.

전차에 올라탄 후 바로 앞의 데스나이트에게 손을 뻗는다.

“뇌신.”

일단 번개를 쏘며 데스나이트를 없앤다.

등급이 올라서 그럴까.

뭔가 위력이 강해진 느낌이다.

우리 진영에 있던 천사가 갑자기 내 쪽으로 공간 도약을 해서 나타났다.

그의 얼굴을 가리는 빛이 마구 깜박거리고 있었다.

[천사가…… 안 돼서 왔군?]

“그래. 인마. 아오, 질서는 무슨 질서. 사기꾼 새끼들아.”

존댓말 했던 내가 부끄럽다.

천사는 무슨. 아오.

내 반말에 천사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폴룩스 님 대신 헤르메스 님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대체 무슨 일인지. 일단 원호하겠다.]

“그래. 날 지켜라. 천사야.”

천사가 소환한 성스러운 영혼들이 날 호위하면서 날아다니는 데스나이트와 대적한다.

아까는 미친 듯이 달려오더니 지금은 느려진 데스나이트.

그중 하나가 성령들을 단칼에 베면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가만히 멈춰 섰다.

[오늘은 올림포스도 가고 당신 지켜 주느라 힘이 너무 빠졌어요. 오늘 하루는 봐줄게요. 제 졸개들이랑 적당히 노시죠.]

그러더니 사라지는 데스나이트.

오호. 그래?

그럼 오랜만에 경험치나 얻어야겠네.

“불사조. 나올 수 있냐.”

[아직 무리다 주인. 주인이 전설 등급이 되었다지만 저번에 무리한 게 있어서.]

“아쉽구먼. 어쩔 수 없지.”

나 혼자 다 잡아 버려야겠군. 마나 팍팍 써 버리자.

“집중 강화. 뇌신!”

양손을 뻗고 마력을 총동원한다.

등급이 올라서 그런가.

뇌신에 최대로 투자할 수 있는 마력의 양도 증가했다.

거기에 집중 강화로 뻥튀기가 되니 어마어마한 힘이 쏟아져 나왔다.

콰르르르르르.

하늘을 뒤덮는 누런 뇌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규모다.

단번에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휘말리며 싹 다 재가 되어 사라진다.

번개 폭풍의 여파로 천사가 소환한 백색 영혼도 좀 사라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놈이나 니네나 이제는 비슷해 보인다.

[대단한…… 위력이군…….]

“너네 도움으로 등급 업한 덕분이다.”

하늘에 있는 몬스터들을 한번 쓸어 버린 후 지상으로 화염 전차를 몰았다.

지구인이 속속 다시 부활하고 있었지만 검은 해골에게 부활하는 즉시 진압당하고 있었다.

아…… 약해.

너무 약해.

지구 어쩐다냐.

“여의.”

예전보다 훨씬 커지는 여의.

집중 강화를 하지 않았는데도, C등급 때 집중 강화한 만큼 커진다.

가볍게 검은 해골을 향해 휘두르니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간다.

SSS급 대신 셋 가운데 있다가 애네 만나니 학살하는 재미가 있네.

어디 가속도 좀 써 볼까?

화염 전차 탄 채로 가속이 되나?

“가속.”

가속을 사용하자 내 몸과 화염 전차가 동시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평소대로 화염 전차를 달렸는데 그 속도가 3배는 빠르게 움직인다.

마력을 더 주입하니 더 미친 듯이 뛰어가는 화염 전차.

와. 엄청 빠르네.

튀긴 좋겠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화염 전차가 가속을 쓰면 약해진다는 점이다.

말도 덩치가 줄고, 불길이 약해졌어.

하지만 약해도 검은 해골 따위는 한 방이다.

가속으로 미친 듯이 전장을 달리며 사방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레벨 업했습니다.]

B등급이 되고 나서부터 더뎌졌던 레벨 업 메시지가 드디어 뜬다.

하.

A등급은 그러고 보니 레벨 몇이어야 하는 거지.

200인가?

이젠 뭐 레벨 업 속도 늦출 필요도 없으니 빨리 고렙으로 간다.

[헤르메스가 ‘일단 올림포스의 보상안이 마련되었어요.’라고 통신을 보냅니다.]

보상안? 뭐 벌써 마련되었어?

[헤르메스가 ‘기존에 김지호 각성자님이 쓰시던 헤파이스토스의 갑주 A급, 아르테미스의 활 A급, SP 100만, 세계수의 황금 열매를 준비했어요.’라고 통신을 보냅니다.]

아.

예전에 쓰다가 드래곤 브레스로 날려 먹은 장비들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낸 건가?

SP 100만에 황금 열매까지.

지금 내가 보기엔 눈이 휘둥그레지는 보상이긴 하다.

여기에 영혼 중개로 또 받을 거 아니야?

하지만 영혼 거래 생각해 보면, 1억 거래를 내가 성사시키면 여기서 0.1프로 받는 거잖아.

1억의 0.1프로면 10만 아냐.

이런 거래 10번만 성사시키면 100만이네.

이렇게 보면 또 별거 아니고.

[헤르메스가 ‘뭔가 마음에 안 들면 통신해 주세요. 소통이 안 돼요. 통신 헤르메스라고 말하고 말씀하시면 됩니다.’라고 통신을 보냅니다.]

폴룩스 때는 생각을 다 읽더니 이젠 그렇게 안 되나 보네.

그건 좋군.

“통신 헤르메스.”

그러자 헤르메스의 모습이 눈앞에 작게 홀로그램으로 나타난다.

“오! 신기하네. 그거 그렇고, 이거 영혼 거래 일억짜리 열 번만 하면 백만 SP 아니야?”

그는 굽실굽실하며 손을 비벼 댔다. 진짜 대신답지 않다.

[아이고 일억짜리 거래가 얼마나 있다고 그러세요. 저희가 저희 거래 땐 수수료 0.9% 더 챙겨서 드릴게요. 제가 거래 때마다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거 참.

그럼 1프로?

괜찮게 쳐 주긴 하는데 더 욕심내 볼 만해.

어차피 SP 상점에서 거래하면 3% 수수료가 적 진영한테 가는 거잖아.

“조금만 더 쓰는 게 어때? 합쳐서 2%로. 3% 해도 솔직히 혼돈한테 주는 거보다 나은 거긴 하다만.”

[에휴 2%라니…… 이러느니 그냥 일시불로 드리는 게 나은데, 지금 SP가 촉박해서……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면 보상안을 받아들이시겠어요?]

SP가 촉박할 일이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난 이에 동의했다.

바로 받아들이는 걸 보니 왠지 계속 질질 끌면 조금 더 좋은 비율로 받을 수도 있겠지만…….

헤르메스는 SSS급 대신.

뭐든지 적당히 압박하는 게 좋지.

“그렇게 하죠.”

[엑? 갑자기 웬 존댓말이죠?]

“이젠 SP 거래로 제 고객님도 되실 텐데. 대신한테 계속 반말하기도 그렇군요.”

일단은 협상에 오케이한 이상 너무 적대적으로만 보이는 것도 좋지는 않지…….

머릿속으로는 욕을 퍼부어도 이제 겉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

[하하하. 상호 존중하는 자세 좋아요. 그럼 수호신 한계선까지는 일단 지금 쏠게요. 아이템도 지금 드리죠.]

[질서 진영의 대신 헤르메스에게서 SP를 10만 받았습니다.]

[대신 헤르메스에게서 ‘헤파이스토스의 갑주’를 얻습니다.]

[대신 헤르메스에게서 ‘아르테미스의 활’을 얻습니다.]

[질서 진영의 A급 장비를 3개 장착하셨습니다. 3개 더 장비 가능합니다.]

호오.

질서 진영 A급 장비 3개라고 하는 걸 보면 중립은 또 6칸 자리가 있을 수도 있겠네.

여의도 A급인데 완전 좋구먼. 다른 장비는 대체 어느 급인 거야?

저절로 양 손목에 착용된 팔찌.

보석은 남색이다.

아무래도 등급별로 색이 빨주노초파남보가 맞나 보다.

무기 성능은 좀 있다 실험해 봐야지.

거기에 SP 10만…….

10만 가지고 분할 납부한다고 폴룩스랑 입씨름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보내 줄 수 있었네.

수호신 한계라.

안 주려고 빼진 않겠지. 빼면 중개 계약 해지다.

[그럼 다음에 또 변동 사항 있으면 통신을 보내죠. 수고하세요.]

휙 사라지는 헤르메스의 모습.

SP 10만 받았으니 상태창이 풍성하겠군.

하지만 일단 눈앞의 언데드부터 잡고 정리를 하자.

하데스가 오늘은 개입을 안 한다고 했으니 지금 레벨 업을 해 둬야 해.

화염 전차를 가속하며 적진으로 달린다.

그러며 새로 받은 장비를 장착한다.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을 장착하자 예전과 비슷한 느낌의 검은색 갑옷이 온몸을 감쌌다.

그닥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은데.

더 움직이기 편해지고 약간 남색 빛이 번들거린다는 정도?

거기에 양팔에 착용된 갑옷 위에 남색의 보석이 4개씩 박혀 있었다.

뭐가 달라졌는지 몰라서 더 자세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마법 캐스팅 음성이 들렸다.

[데스 레이.]

윽? 위험 감지가 안 발동하나?

예전에 엘프 구하러 갔을 때 본 건데. 상당히 강했는데.

죽음의 빛이 나한테 쭉 뻗어 온다.

이미 인지는 해서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상황.

전차를 돌려 슬쩍 피하려 하는데 갑자기 갑옷에 일렁이는 남색 빛이 촤악 퍼져 나간다.

그러더니 커다란 입처럼 변해 그대로 데스 레이를 붙잡아 삼킨다.

피하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나서서 죽음의 빛을 먹어 버리네.

와. 이래서 위험 감지가 발동 안 했나?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의 정령이 데스 레이를 흡수했습니다. 십 분 내에 흡수한 마법을 그대로 시전 가능합니다. 십 분이 지나도록 쓰지 않는다면 데스 레이가 흡수됩니다.]

헐.

팔목 쪽이 따가워서 보니 네 보석 중 하나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걸 보니 어떻게 시전할지 갑자기 이해가 되었다.

갑옷이 가르쳐 주는 느낌이다.

보석 박힌 왼팔을 내밀어 나한테 마법을 쓴 리치한테 손가락을 겨눈다.

그리고 가볍게 초록 보석을 누르니 손끝에서 흡수했던 데스 레이가 그대로 날아간다.

[뭐…… 뭐냐?! 안티 매직 실드……!]

리치가 급하게 방어 마법을 치지만 그대로 이를 뚫어 버리는 데스 레이.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진다.

와! 기똥차네.

위험 감지 안 나타나면 그냥 막는다고 보고 무식하게 싸우면 되겠구나.

갑옷 성능이 쓸 만하니 신이 나서 활도 소환해 봤다.

예전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외양의 활.

시위를 잡으니 마력이 스르르 빠져나가며 빛의 화살이 생겨난다.

근데 이 화살, 예전처럼 한 덩어리가 아니라 조그만 것들이 여러 개 중첩이 돼서 겹쳐 있었다.

예전에 디아나가 화살 여러 개를 한 번에 쏘던데 이것도 그런 용돈가?

나 활 그 정도론 잘 못 쏘는데…….

[타깃을 설정해 주십시오. 설정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날아갑니다.]

음? 타깃 설정?

하늘 위를 둘러보니 빛의 영혼을 쓸어 버리고 있는 데스나이트가 보인다.

저놈은 일반 데스나이트보다 세 보이네.

타깃은 쟤다.

[타깃 설정되었습니다.]

시위를 튕기니 여러 뭉치의 빛의 화살이 그대로 날아간다.

날아가면서 퍼지는 빛의 화살.

크기는 예전보다 작지만 속도와 위력은 훨씬 강하다.

숫자는 세어 보니 40여 발.

하늘에서 퍼지던 화살은 일제히 내가 타깃으로 설정한 데스나이트에게 날아갔다.

마치 유도탄처럼.

데스나이트는 화살을 막으려고 검을 휘둘렀으나 두어 발 정도 막았을 뿐.

검은 부러지고 온몸이 뚫려 불타올랐다.

데스나이트가 성화에 타오르며 사라지자 갈 곳 없는 유도 화살들은 사방의 언데드에게로 자동으로 뻗어 나갔다.

알아서 적을 죽이다가 사라지는 유도 화살.

와. 짱 편하네.

마력 얼마 주입 안 했는데도 쓸 만한데?

이건 화살이라기보다는 유도 미사일 같구먼.

최근 활 쓸 일이 없었는데 이제 자주자주 쏴야겠다.

전장을 주파하며 여러 실험을 해 보았다.

아르테미스의 활은 마력을 최대 주입하면 100발, 집중 강화를 쓰면 600발까지 나갔다.

집중 강화까지 쓰고 나면 활이 과부하에 걸렸다고 해서 3분간 사용이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유도 화살은 1분간 200발이 한계인 것 같았다.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은 물리 공격도 흡수했지만, 이걸로 반격은 안 됐고, 마법만 흡수 후 반격이 가능했다.

보석에 마법이 꽉 차면 첫 번째 보석의 마법이 사라지고 다시 차는 시스템이었다.

장비 2개만으로도 아주 편한 전투가 가능했다.

A급…… 대단한데.

[레벨 업하였습니다.]

하늘에서 화살 비를 뿌리며 번개도 좀 쏘다가 땅으로 내려왔다.

벌써 3레벨은 올린 것 같다.

하늘에 화살을 뿌리고, 여의로 적을 쓸어 버리며, 번개를 쏜다.

화살 소환했다가 검 휘둘렀다가 번개 쏘다가 아주 바빴지만, 경험치 오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빨리 레벨 업 후딱 하고 등급 올려야지.

“대장님 더 세진 거 같은데…….”

“설마 B급?”

“에이 설마…….”

내가 적을 쓸어 버리고 있자니 사람들이 속속 다시 부활하면서 합류하고 있었다.

다들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고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모습.

물론 검은 해골에 학살당하니 전투 참여해 봤자 소용없기는 한데…….

이거 너무 노답인데.

지구인 중에도 강한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너무 격차가 벌어져 있다.

혼자 원맨쇼도 하루 이틀이지, 지구인 백업이 안 되면 결국에는 힘들다고.

아니 하데스는 지구 파괴하면 끝일 거처럼 말하는데 질서나 중립 신들은 왜 별로 도와주질 않지?

지구인 팍팍 밀어줘도 모자랄 텐데.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김지호…… 각성자…….]

갑자기 땅에 디딘 내 발을 감싸는 세계수의 뿌리.

엘프리안의 목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올림포스가…… 헤르메스가 저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이는 마지막으로 남기는 저의 사념…… 최후의 유산은 디아나에게 남겼으니 그녀를 찾아가 주시길…… 그녀를 찾아가면 인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힘이 빠진 듯 스르르 사라지는 세계수의 뿌리.

헐.

올림포스…… 바로바로 제압하는구나.

헤르메스. 역시 겉으로는 웃고 굽실굽실해도 후환을 남겨 두는 성격은 아니네.

경계해야 할 자다.

그건 그렇고, 디아나는 태양신의 사도, 아폴론의 사도인데…….

저번에 완전히 변해서 들이댔잖아.

엘프리안의 유산 찾는 게 가능한가? 인장으로 뭔 수가 있나?

그런 의문을 안으면서 혼자서 적을 쓸었다.

내가 수천 넘게 적을 학살하는 동안, 지구인들은 그저 그걸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하아…….”

“우린 왜 이렇게 약하지…….”

그러게 말입니다.

큰일 났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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