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64화 (64/240)

<내 상태창 2개 - 64화>

63. 헤르메스, 로키, 하데스(2)

“엑? 계약 해지도 가능해요?”

“그래. 합당한 사유라고 시스템도 인정해 줬네.”

“쳇…….”

“로키도 해지한다.”

“뭐, 다시 하면 되지.”

“하데스는 흠…….”

[몇 자리 있어요? 영 마음에 걸리면 4:4:4로 나누죠.]

하데스가 다급하게 말했다.

4:4:4라.

혼돈 놈들 믿을 수 있을까?

아니, 어차피 믿을 놈은 하나 없지.

질서 놈들 통수 친 건 이가 갈리지만 지금 나에겐 힘이 없어.

그렇다고 중립이나 혼돈만 완전히 믿기엔 로키나 하데스 면면을 보니 영 아니야.

셋 다 이용해야 한다.

다들 약점만 잡히면 뒤통수를 칠 놈들이다.

“개인의 일탈이든 뭐든 질서 진영에선 일단 합당한 보상책을 내놔야 할 거다.”

“아이고! 당연하죠. 아무리 개인의 일탈이라지만 저희가 책임지는 게 도리죠. 폴룩스도 극형에 처하겠습니다! 금방 보상책을 마련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헤르메스는 나에게 경례를 하며 씩 웃었다.

올림포스는 형제고 뭐고 없구나.

올림포스에게 복수를 하긴 아직 나의 힘이 미미하니 일단 녀석들을 이용해서 성장에 주력하자.

그리고 영혼 중개 자리는 저번처럼 경매 간다.

가장 좋은 대가를 준 측에게 밀어주면 되지.

일단 쓸 만한 스킬, 아이템을 받아서 강해져야 해.

신들에게 내 운명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폴룩스 새끼.

그게 너의 운명이다?

지랄한다.

어떻게든 강해진다.

“경매다. 좋은 스킬과 아이템을 줘. 제일 좋은 쪽에게 여섯 자리 준다. 많을수록 좋은 거 알고 있겠지? 그리고 이삼 등한 쪽 스킬과 아이템도 가져간다. 세 자리씩 계약할 테니까.”

“하아아. 경매는 또 왜 이렇게 좋아해.”

로키는 머리를 부여잡았고.

“경매라…… 저희 올림포스의 물건이 좋으면 과거의 원한은 잊고 여섯 자리 주시는 겁니다.”

헤르메스는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씩 웃었다.

잊기는 뭘 잊냐. 이 새끼야.

니넨 무조건 세 자리야.

[클클. 상점의 파워를 보여 주죠. 여섯 자리라니. 잠든 혼돈의 군주들도 빨리 깨워 줘야겠네요.]

하데스도 자신만만해 했다.

그래. 진영에 선악이 어디 있냐?

나한테 잘해 주는 놈이 착한 거지.

혼돈이 지구 멸망시킨다니까 그게 좀 걸리긴 하니. 이쪽은 마이너스 점수 좀 주면서 시작해야지.

그래도 완전 배제는 안 돼. 질서랑 중립은 원래 동맹 관계였으니까.

혼돈도 한 자리는 꼭 차지해야 한다.

질서 놈들도 믿을 수가 없어.

게다가 이미 뒤통수도 한 번 당했지.

니네 마이너스는 혼돈보다 더 크다.

이쪽 애들한텐 절대 6자리 안 줘야지.

그러면 아스가르드만 감점이 없는 건데.

아! 로키가 아우렐리아로 통수 친 거 보면 참…….

야, 진짜 믿을 놈들이 없네.

대가 보고 생각해 보자.

영 별로면 걍 4:4:4로 나누지 뭐.

“자. 저희가 마음 같아서는 SS, SSS급 스킬까지도 드리고 싶습니다만 김지호 헌터님이 B급인 게 문제입니다.”

“S급 스킬도 하급신이라지만 신의 스킬. 아마 가질 수 있는 한계는 두세 개가 고작일 거야.”

[더 이상 가지면 몸이 견디지를 못하죠. 뭐, 실험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킬킬. 그것도 괜찮은 거 같은데, 미리 고지 안 하면 페널티를 받을까 이야기하는 겁니다.]

나한테 말도 안 하고 S급 스킬들을 떠안겼다면, 내가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자기들이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이거지?

구라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듣는다.

으. 완전 인간, 아니 신 불신 생겼어.

“그래서 대략 원하시는 종류의 스킬을 말씀해 주시면 그에 맞추겠습니다.”

“우리에겐 천지 만물을 관장하는 신이 다 있지. 네가 원하는 종류의 스킬을 말하면 다 그에 맞는 걸 얻을 수 있을 거야.”

[저희가 상점 운영 중인 걸 잊지 말아 주시죠. 물론 상점의 주인은 아니지만, 원하시는 S급 스킬은 저희가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

다들 자신만만하게 내가 원하는 스킬을 주겠다고 말한다.

흠.

내가 원하는 스킬이라.

“일단 니네 눈에 안 띄고 튈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해. 은폐, 탈출. 이런 거.”

“엑. 대신 눈을 피하다뇨.”

“그런 게 있나?”

[대신 눈에 안 뜨이다니…… 하하하. 욕심도 많으셔라.]

당연하지.

이번처럼 얽혀 봐.

지금도 튈 수도 없어서 올림포스의 정원에 있는 거잖아.

“지호 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이런 SSS급 대신들에게 둘러싸인 게 참 기분 더럽긴 하겠네요. 화해의 의미로 이럴 때 쓸 수 있는 스킬 하나 드릴게요. ‘가속’입니다.”

[헤르메스의 가속 LV1]

[스킬 등급 A]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가속 스킬. 신체를 한계 이상으로 가속시킨다. 스킬 레벨이 3으로 오르면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

오오.

이거로 튀라는 거지?

좋긴 좋네.

공간 이동까지 레벨 업하면 쓸 만하겠어.

물론 S가 아니니 이거만 믿을 순 없겠지만.

“그리고 이건 제 서비스예요.”

[남근 조절.]

[스킬 등급 C]

[성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정관 봉인이 가능하다.]

아니 무슨.

그것보다 남근 조절은 또 뭐야!

이거 미친놈이네?

“야, 이게 뭐야!”

헤르메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날 쳐다본다.

“엥? 싫으세요? 올림포스 남신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남근 숫자도 늘릴 수 있고 크기도 크게 할 수 있고 구슬도 박을 수 있고 꽈배기처럼 꼴 수도 있어요. 남근 조절이 등급은 비록 C급이지만 제 아들 고추의 신 프리아포스가 이 스킬로 SP 부자가 됐어요. 제가 녀석 아버지라 이렇게 공짜로 줄 수 있는 겁니다. 원래 엄청 비싸요.”

“오오. 저 스킬을 공짜로 받다니. 나는 엄청 비싸게 주고 상점에서 샀는데. 헤르메스 큰마음 먹었네. 지호. 나한테 실험해 볼래?”

로키가 나를 보고 씩 웃음 지으며 옷깃을 풀어 가슴골을 보여 준다.

휘이이익.

옆에서 헤르메스가 휘파람을 분다.

아, 제발 그 청순가련한 아우렐리아 얼굴로 그딴 짓거리 하지 마라.

[흠흠. 상당히 쓸모 있는 스킬입니다. 프리아포스가 올림포스에서 가장 죽이기 아쉬운 신이죠.]

하데스도 마법진을 통해 동의한다.

하아. 신답다.

“이 스킬도 받았으니 이제 임신 걱정은 하지 마시고 난봉꾼처럼 사세요. 저희 신처럼.”

“그래. 그러다가 마음 맞으면 자식 낳고 우리랑 거래하자고.”

[영혼신의 후계의 자식이라…… 흥미가 가는군요.]

하나 뒤에 이어지는 신들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자식으로 거래하자고?”

“응. 영혼신 후계의 자식이면 대단한 가치가 있지.”

“자식을 낳아서 쓸 만하면 후계로 삼고, 아니면 그냥 저희한테 주세요. 값 잘 쳐 드릴게요.”

[킬킬. 그런 거래는 또 저희가 전문이죠.]

“아니, 어떻게 애로 거래를 해?”

그러자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두 신.

“아니, 왜 못해요?”

“쯧쯧. 이상하네. 이게 얼마나 효율적인데. 내가 낳아 줘?”

[아직 S급 되긴 멀었군요.]

신들의 인식은 이렇다는 거지?

정말 괴리감이 느껴진다.

애한테 정말 아무 감정이 없구나.

“뭐 언제든 생각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거느리는 요정들 보내 드릴게요.”

“나 출산 잘해. 말도 낳아 봤어.”

[저도 서큐버스 있습니다. 아니면 혼돈의 군주 주선해 드릴까요? 리리스라고 있는데.]

“아, 됐어. 그거보다 S급 스킬이 제한되면 아이템은 어떻게 되는 거야?”

화제를 돌리자 헤르메스가 씩 미소를 짓더니 답한다.

“S급 아이템은 다들 자아가 있어서 주인을 택하는데, B급을 주인으로 택할지는 미지수네요.”

“장비가 아닌 소모성 아이템 같은 경우는 한두 개 정도는 통하지 않을까 싶군.”

[혼돈 진영이었으면 참 줄 아이템이 많은데 아쉽군요.]

아이템도 조건이 까다롭다 이거지.

“뭐 그래도 일단 구경이나 해 보자. 솔직히 SSS급 대신들이신데 S급이야 껌 아닌가? 그리고 A급은 얼마든지 줄 수 있겠네?”

“뭐, 껌까지는 아닌데 준비야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A급은 뭐…… 여섯 개까진 동시 장비가 가능할 겁니다.”

“우리도 준비해 보지.”

[혼돈 아이템들은 다 사용자를 혼돈으로 물들게 해서 아쉽군요. 당신이 등급이 더 높으면 세 진영을 모두 뚫었을 텐데. 그래도 A급 중에서 좋은 걸 찾아보죠,]

혼돈 쪽은 S급 아이템이 안 된다 이거지.

그럼 스킬이라도 얻어야지.

두 번째 스킬은 뭐가 좋을까.

흠. 공격보단 방어 스킬이 좀 부족한 거 같아.

“두 번째는 방어 스킬로.”

“은폐에 도주, 방어…… 사는 법을 아시는군요. 현명하십니다.”

“방어라…… 좋아. 금방 좋은 걸 들고 오지.”

[클클. 저희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하지요.]

3번째 스킬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모르니까.

“세 번째 스킬도 가능할 수 있으니 뭐 그건 적당히 공격 스킬로? 아님 그냥 쓸 만한 스킬로.”

“예. 알겠습니다.”

“욕심도 많아. 알겠어.”

[클클. 그렇게 하지요. 그래도 일주일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일주일 후라.

“그동안은 뭐 하지?”

“케브리안으로 다시 돌아가셔야죠. 등급 낮은 인간이 올림포스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거든요.”

지들이 끌고 와 놓고는 잘도 걱정해 주는 헤르메스.

“정체가 들켜서 수호신이 나로 바뀌었지만 대신이라 개입은 힘들 거 같네. 아쉽지?”

“아니. 아주 땡큐다.”

로키가 윙크를 하며 말하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저것도 뭐 사기일지도 모르지만.

으아아. 다시 생각해도 하도 사기꾼들이 많으니 인간 불신, 아니 신 불신에 걸린 것 같다.

[케브리안에 오면 다시 치고받아야겠군요. 저도 꼭 이겨야 할 대의가 있으니, 확실히 죽여 지구로 돌려보내 드리지요. 클클클. 감금을 못 하는 게 아쉽군요.]

“그거로 협상할 순 없나?”

적이랑 짜서 꽁으로 경험치 얻을 수 있나 싶었는데 하데스는 칼같이 거절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지구를 한시라도 빨리 파괴해야 하니까.]

감금은 안 되지만 케브리안에서 죽이는 거는 가능한가? 어차피 완전히 죽지 않고 지구로 돌아가니까?

시스템 페널티가 이럴 땐 애매하군.

“그럼 일주일 후 제가 다시 지호 님을 중립적인 거래장소로 소환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수호신 문제 때문에 그러는데 제가 지호 님 임시 수호신이 돼도 되겠습니까? 폴룩스는 더 이상 못할 테니까요.”

얼굴에 미소를 짓고 말하는 헤르메스.

진한 사기꾼의 향기가 느껴진다.

두 신도 반대했다.

“안 돼. 저 사기꾼한테 수호신 하라고 하지 말고 헤파이스토스 같은 애한테 맡겨.”

[절대 안 됩니다. 헤르메스가 수호신이라니. 망해요!]

“역시 두 신이 시끄러울 줄 알았어요. 대신의 언약을 하겠습니다. 당신을 지켜보지도 않고 생각을 읽지도 않을 겁니다. 거기에 레벨 업 시 주는 능력치를 1레벨당 1포인트로 올리겠습니다. 더 드리고 싶지만 이게 한계네요.”

1레벨당 1포인트?

지금의 2배네.

괜찮긴 하지만 영 미덥지 않은데.

“흠. 영 마음에 걸리는데.”

내가 거절하려 하자 헤르메스가 황급히 만류했다.

“대신 헤르메스의 이름을 걸고 확실하게 말합니다. 수호신 없으면 질서 진영의 클래스인 영혼 중개의 효율도 대폭 떨어집니다. 거기에 추가 능력치는 얻지 못하고 수호신이 있는 중립으로 편중되다가 상태창이 사라질 수도 있어요.”

[캬캬캬. 그럼 그때 혼돈으로 오는 겁니다!]

“지금까지 쌓아 왔던 능력, 질서에서 받았던 스킬이 모두 날아갑니다. 지호 님. 못 믿겠다는 건 당연히 이해가 갑니다만, A급이 되면 반신이 되어서 수호신이 굳이 없어도 됩니다. 그때 되면 제가 제 발로 나가겠습니다.”

흠…… 딴에는 설득력이 있지만 질서는 내 마음속에서 이미 신뢰도가 0%다.

질서를 버리고 혼돈으로 갈까?

“하데스.”

[오. 혼돈으로 오실 겁니까?]

“지구는 무조건 파괴할 건가?”

지구를 파괴하려고 하면 하데스는 결국 적이다.

지구가 사라지면 내가 나로 유지가 가능하겠어?

불가능하지.

기껏 원형 유지 한다고 발악했던 게 물거품이야.

[예. 그것이 혼돈의 의무입니다.]

“왜지?”

[킬킬킬. 일차적으로는 제 개인의 복수고, 궁극적으로는 혼돈의 의무와 연관이 있지요.]

“혼돈의 의무라니…….”

[세상을 왜곡하는 암세포들을 멸망시키는 게 혼돈의 대의. 이에 관해서 타협은 없습니다.]

“그래. 어쩔 수 없군.”

하.

지금으로선 혼돈 진영으로 갈 수는 없겠구나.

결국은 적인가.

그래도 끈은 유지해야겠으니…… 중개하고 아이템이나 받아먹자.

“헤르메스의 조항 중 더 얽맬 거 없겠어?”

“잠깐. 지켜보지 않겠다랑 생각 읽지 않겠다로는 부족해. 허락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아무 관여할 수 없다. 레벨 업당 1포인트 준다. 그리고 언제든지 계약 해지 권한은 이쪽에 있다. 이런 조항으로 해.”

웃음이 굳어지는 헤르메스.

그가 입을 다물며 로키에게 눈을 부라린다.

로키는 그걸 보고 헤르메스를 손가락질하며 웃었다.

햐. 서로 견제 잘해 준다.

[맞는 말이에요. 지켜보지 않고 생각을 읽지 않는다고? 촉각, 청각만으로도 얼마든지 정보 수집이야 가능하죠. 참고로 로키랑도 똑같이 재계약해요. 어디서 그냥 넘어가려고 그래? 대신이라 개입이 힘들긴 개뿔.]

“하데스 숙부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랑 똑같이 계약하시죠. 하하하하.”

헤르메스가 입으로만 하하하하 웃으며 로키를 노려본다.

표정이 단번에 찌푸려지는 로키.

역시 사기였어.

흐. 세 진영이 모여서 서로 견제하니 좋구먼.

특히 하데스 아주 쓸모 있어.

“자. 들었지? 그렇게 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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