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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62화 (62/240)

<내 상태창 2개 - 62화>

61. 올림포스의 정원(2)

“으으…… 여기는…….”

하늘의 빛에 의해 빨려 들어간 곳.

그곳은 새하얀 구름 위였다.

마치 천국과도 같은 공간.

평화롭고 따스하다.

[폴룩스가 사령대제의 공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제 소환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음…….

딱히 공격은 없었던 거 같은데.

거기서 100레벨을 달성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폴룩스가 100레벨은 여기서 달성하라고 합니다.]

여기서?

뭘 잡고?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뭐가 없다.

그리 생각하니 갑자기 이쪽으로 무언가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폴룩스가 저걸 잡으라고 합니다.]

구름 위를 솜사탕처럼 떠돌아다니는 새하얀 영체들.

이걸 잡으라고?

나한테 다가오는 영체를 향해 손을 뻗치니, 풍선이 터지듯 팍 하고 터진다.

[성인(聖人) ??의 영혼이 소멸합니다.]

[능력을 흡수합니다.]

[마력이 대폭 오릅니다.]

성인……?

주변 영체를 자세히 살펴봤지만, 그저 새하얀 영체일 뿐이다.

손을 한번 휘 저으니 팍팍 하면서 사방에서 터지는 영체들.

성인 ??의 영혼이 소멸했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마력 위주로 능력이 오른다.

상태창을 펼쳐 보니 마력은 거의 B를 꽉 채우려는 상태.

행운, 기예도 많이 늘어나 있었다.

신체만 올리면 B도 꽉 채우겠다.

퍽. 퍽.

능력치 창을 보고 가만히 있었는데 영체들이 나한테 몰려들어서 알아서 터졌다.

그러자 눈에 보이듯이 올라가는 B.

경험치도 쑥쑥 오르더니 어느새 1레벨이 더 올랐다.

[아우렐리…….]

아우렐리아가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으나 중간에 메시지가 사라진 상태.

그걸 보자 갑자기 경각심이 들었다.

“여긴 어디죠?”

[폴룩스가 올림포스의 정원이라고 답합니다.]

“성인의 혼이라는데 웬 성인입니까? 그리고 이거 잡아도 되는 거 맞아요?”

[폴룩스가 배덕자들의 성인이니 얼마든지 없애도 괜찮다고 합니다.]

얼마든지 없애도 괜찮다고?

이건 뭐 없애는 게 아니라 나한테 와서 알아서 죽고 있는데.

이렇게 알아서 자폭하면 레벨이 100이 되고, 등급 업을 한다면 바로 B가 되겠지.

B가 된 상태에서 원형 유지 스킬이 없는 채 이들이 이렇게 터져 나가면, 엄청 영향을 받을 거 같은데…….

뭐 그럼 다시 돌아가서 등급 업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는 안 된다.”

갑자기 하늘 위에서 폴룩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하늘을 바라보니 잔뜩 굳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폴룩스.

“그렇게 버틴다 한들, 레벨 110이 되면 강제로 등급이 오른다.”

“뭐라고?”

“천사가 되지 않으려고 했는가? 아우렐리아가 뭔가를 꾸미고 있었던 것 같지만, 너는 이미 우리 올림포스의 것이다. 아스가르드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

“아니…… 그게 무슨…… 말이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차라리 모르는 편이 속 편할 거다. 이대로 성령에 잠식되는 게 행복하겠지…….”

펑. 펑. 펑. 펑.

사방에서 성령들이 터져 나간다.

또다시 레벨이 오른다.

마력과 행운은 이미 가득 차서 더 이상 오르지 않고, 기예도 이제 슬슬 가득 차 간다.

“성령이라니…….”

“잊혀 버린 신을 잊지 않고 떠올린 성인의 영혼. 질서 계열의 신을 향해선 아주 신실한 이들이지. 등급이 오르고 너의 영혼도 이들처럼 신실하게 변할 거다. 천사로 귀의하고 싶을 정도로…….”

“아니, 이 자식들이. 왜 이렇게 사람 천사로 못 만들어서 발광이야!”

“그게 너의 운명이다.”

그러더니 모습이 사라지는 폴룩스.

사방에선 성령이 터져 나간다.

으으. 젠장.

다 알잖아?

아니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몰랐어도 그냥 여기 데려와서 날 성스러운 영혼으로 만들 셈이었어.

크으으…….

영혼 약탈 능력 흡수 OFF 기능은 없나 하고 봤지만 딱히 없었다.

아! 이거 위험한데.

일단 상점 열어서 원형 유지 스킬을 종류별로 싹 다 샀다.

계속해서 오르는 SP.

뭔 비눗방울 터지듯이 사방에서 팡팡팡팡 터지는데 아주 죽을 지경이다.

어디 튀고 싶어도 도망갈 곳도 없고.

그냥 성령의 거품 속에 들어온 것 같다.

으으.

침착해야 해.

레벨 110이 돼서 B급이 되면 바로 상점에서 원형 유지 스킬 빠바바박 구입하면 답이 나올까?

실드를 쳐 보면 이놈들이 좀 접근 안 할까?

“실드.”

팡. 팡.

전혀 소용없다.

실드에 닿아도 터진다.

“윈드.”

바람 불어서 멀리 보낼까 했는데 영혼 덩어리라 바람에 영향이 없다.

“영체화.”

영체화하면 안 부딪치나 했는데 터지는 건 매한가지다.

아오오.

이 새끼들이 진짜!

어느새 레벨은 99.

참 나. 레벨 엄청 빨리 오르네.

사방을 둘러봐도 튈 곳은 없다.

아니, 튀려고 슉 움직이면 성령이 거품처럼 파바바방 터지며 바로 110레벨 될 거 같다.

뭐 이딴 공간이…….

무슨 수를 써야 하는데.

아, 그래. 하데스.

이쯤 되면 이판사판이다. 혼돈의 기운이라도 받아들여 보자.

상점창에 하데스사령사랑을 검색했다.

[하데스사랑 SP 지원 은행.]

이거밖에 검색이 안 된다.

들어가니까 하루에 1%씩 SP를 이자로 뜯는다고 쓰여 있고, 나머지 항목은 별 게 없다.

에라이. 도움 안 되는 놈.

도망가려고 이리 수를 써 보고 저리 수를 써 봤는데 수가 없다.

음. 불사조 넌 뭔 수 없냐?

[여기선 나도 힘을 아예 못 쓴다. 거기에 내가 나서면 주인의 성장만 더 가속화될 뿐인데…….]

[레벨 업하였습니다.]

[레벨 100이 되었습니다.]

[지구인 최초로 레벨 100에 오르셨습니다. ‘지구의 선구자(전설)’ 칭호를 얻습니다.]

[업적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각성자 등급 B로 승급이 가능합니다. 승급하시겠습니까?]

억. 어느새 레벨 업이 또 됐네.

무슨 렙 업 속도가 줄질 않아.

다행히 아직 강제 승급이 아니라 메시지 창을 일단 치워 두었다.

새하얗게 펑펑펑 터지는 성령 때문에 메시지 창도 잘 안 보일 지경.

일단 시스템 창을 한번 더 둘러보니, 재활용 창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래. 혼돈의 마법진 소환 스킬이 있었지.

좋아. 뭐라도 쓴다.

“혼돈의 마법진 소환.”

[일회용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혼돈의 마법진 스킬이 사라집니다.]

스킬을 사용하자 내 몸을 중심으로 핏빛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조금씩 커져 가는 마법진.

날 덮치던 성령이 마법진을 향해 간다.

마법진을 향해 날아가는 성령은 경험치를 나에게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좀 더뎌지는 경험치 획득 속도.

그래도 내 몸에서 터지는 성령은 아직도 많았으며, 성령이 터지면서 마법진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일단 마법진을 유지해야 해. 마력을 아낌없이 주입했다.

“집중 강화!”

집중 강화까지 쓰면서 마력을 퍼붓자 마법진 크기가 좀 커졌다.

[아. 아. 이거 왜 올림포스에 마법진이 소환되죠?]

갑자기 마법진에서 익숙한 하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데스! 올림포스의 정원에서 이놈들이 날 향해 성령을 자폭시키고 있어!”

[네? 이 목소리는 김지호 각성자군요? 왜 그런 짓을? 성령 아깝게.]

“내가 영혼 약탈이 있거든. 성령에 잠식당하게 하는 것 같다.”

[아니 당신 영혼 약탈도 할 줄 알아요? 그거 중립 건데. 와! 골 때리네. 저번에 혼돈으로 꼬드겼으면 그냥 죽었겠네. 아쉬워라. 쩝…… 일단 마법진을 손보죠.]

마법진이 갑자기 기괴하게 변형하기 시작한다.

미로처럼 모양이 변하며, 영혼을 강제로 미로 안으로 이끈다.

물론 나에게로 와 터지는 성령은 아직도 많았지만, 아까보다 훨씬 경험치가 줄어들었다.

“하데스!!”

[아! 성질 급한 조카가 왔네. 마법진 터지기 전에 빨리 승급하고 직업 영혼 계열로 골라요. 빨리!]

사방에 성령들이 팡팡 터져 나간다.

폴룩스의 분노한 힘이 온몸에 뼈저리게 느껴진다.

와! 장난 아닌데?

마법진이 성령 돌려주고 있을 때 빨리 전직하자.

그 전에 중립 진영 능력치 신체만 MAX가 아니라 모든 포인트와 SP를 투자해서 풀로 끌어 올렸다.

이로써 모든 능력치가 MAX로 다들 균형을 이룬 상태.

중립 진영 SP는 25,000 남았다.

좋아 간다.

“승급한다.”

[각성자 등급 B로 승급하였습니다.]

[사용자의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아! 빨리 해 봐. 좀!

뭔 시스템에서 로딩이 이렇게 길어.

눈앞까지 다가온 성령.

폴룩스가 손으로 혼돈의 마법진을 움켜쥐자 그대로 뜯어져 나간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성령의 무리가 물밀 듯이 몰려온다.

으으…….

로딩 시발!

[다행히 늦지 않았군요.]

이렇게 터지나 싶을 때 갑자기 온몸을 새파란 막이 감싸기 시작했다.

막은 금방 퍼지더니 정육면체의 모양으로 형태를 이루어 공간을 격리했다.

[드라키아의 인장이 빛을 발합니다. 사용자를 현 차원에서 보호합니다.]

[엘프리안의 인장이 빛을 발합니다. 사용자를 현 차원에서 격리합니다.]

“이런! 신의 인장이라니……! 세계수로 빨려 들어갈 때 뭔가 수상했건만!”

[오! 킬킬. 이 정도면 잠깐이나마 제우스도 못 뚫겠네! 언제 이렇게 뒤로 호박씨를 깠대요?]

폴룩스의 거대한 주먹이 푸른 벽을 강타했다.

하지만 금도 가지 않는 벽.

인장 만세다.

[능력치가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스페셜 클래스를 개방합니다.]

[능력치가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스페셜 클래스를 개방합니다.]

오! 좋아.

[사용자가 선택 가능한 질서 영역의 스페셜 클래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영천사(靈天使)]

[2. 영혼 중개자(강화)]

“안 돼!!”

안 되긴. 시발.

바로 2를 골랐다.

그리고 인장이 시간 벌어 줬으니 이 틈에 원형 유지 스킬 싹쓸이하자.

상점창을 열고 누구보다 빠른 클릭질로 두두두 원형 유지 스킬을 구입한다.

[기본 원형 유지 LV3]

[고급 원형 유지 LV3]

[완벽한 원형 유지 LV3]

모두 구매하니 SP가 다 나갔다.

1만, 5만, 10만…….

와.

미쳤어 SP 소모.

질서 SP 4천 남고 중립은 5천 남았다.

이거 성령이 터져서 준 SP 아니었으면 원형 유지 스킬 전부 못 샀겠는데?

이런 게 전화위복인가.

[사용자가 선택 가능한 중립 영역의 스페셜 클래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용족-고룡(古龍)]

[2. 영혼 약탈자(강화)]

이거도 간다. 영혼 약탈자로.

이렇게 2개의 클래스를 고르자 마음이 좀 놓였다.

그리고 떠오르는 메시지 창.

[영혼 중개자 클래스가 강화되었습니다. 이제 SP를 소모하여 영혼 중개, 영격 강화 스킬을 올릴 수 있습니다.]

[영혼 약탈자 클래스가 강화되었습니다. 이제 SP를 소모하여 영혼 약탈, 특성 흡수 스킬을 올릴 수 있습니다.]

[영혼 계열 클래스가 중첩됩니다. 이제 SP를 소모하여 일반 스킬을 레벨 업할 수 있습니다.]

[클래스 스킬이 강화됩니다.]

[영혼 중개 스킬이 LV3이 됩니다.]

[영혼 약탈 스킬이 LV3이 됩니다.]

[특성 흡수 스킬이 LV3이 됩니다.]

[영격 강화 스킬이 LV3이 됩니다.]

[영격 강화 스킬이 올라, 능력치의 한계가 늘어납니다.]

[클래스 스킬이 추가됩니다.]

[영혼 거래 스킬이 생겨납니다.]

[영기 발출 스킬이 생겨납니다.]

[영혼 계열의 클래스가 4개 중첩됩니다. ‘영혼신의 씨앗’ 자격이 인정됩니다.]

오오오.

이제 SP를 소모해서 스킬 레벨 업이 가능하다고?

거기에 새로운 스킬에 영혼신의 씨앗까지.

뭔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이 상황 탈피가 먼저다.

벽 앞에선 폴룩스가 무시무시한 얼굴로 서 있었다.

“하데스에 고신까지…… 잘도 숨기고 있었군. 하지만 올림포스에 온 이상 독 안에 든 쥐다.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

쁘드득 이를 가는 폴룩스.

“이거나 처드세요.”

가볍게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주었다. 양손으로.

나중에 처맞더라도 꼭 한번 날려 주고 싶었다. 개놈 시키.

“이놈! 신의 벽이 사라지기만 해라…… 바로 찢어 주지.”

[킬킬킬. 과연 하급신. 뭐 아는 게 없구먼. 그는 이제 건들 수 없어. S급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하데스의 말에 멈칫하는 폴룩스.

그래?

귀가 솔깃한다.

솔직히 전직은 잘 마쳤고 천사가 안 되긴 했는데,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나 했거든.

그때 갑자기 폴룩스의 옆에 아무 기척도 없이 한 인영이 스르르 나타났다.

키는 170㎝ 정도 될까.

양 날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때깔 좋은 양복을 입은 서글서글한 얼굴의 미남.

되게 가벼운 느낌이 드는 남자다.

그가 자기보다 훨씬 큰 덩치의 폴룩스를 훈계했다.

“하데스 숙부님 말이 맞다. 폴룩스 이놈! 대체 뭔 짓을 한 거냐. 시키지도 않은 짓을!”

“혀…… 형님…….”

“김지호 각성자님 신경 쓰시겠다. 빨리 꺼져!”

그가 폴룩스의 엉덩이를 뻥 차자 폴룩스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으. 이놈은 또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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