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59화 (59/240)

<내 상태창 2개 - 59화>

58. 세계수에 들어가다(2)

[세계수의 내부에는 크로노스의 흔적이 있다. 찬란한 무지개색의 별 모양 보석이다. 시간의 신인 그의 흔적 덕에 내가 나에게 공략집을 보낼 수 있었지. 세계수 내부에 빨려 들어가도 며칠은 생존이 가능하니깐, 내가 알려 주는 길을 따라가면 돼.]

그러면서 이리저리 가라고 알려 주는 공략집.

일단 그 내용을 숙지하고 생각해 보았다.

흠…….

시간의 신 크로노스라.

세계수의 내부에는 왜 있었던 거지?

일단 중요 아이템인 것 같으니 챙기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들어가지?

방법이 안 떠올라 세계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사다!”

“엄청 크네.”

“와…… 신성력이…….”

그 말에 고개를 들어 보니 빛의 날개를 일렁이는 천사의 모습이 보였다.

흰색의 전신 갑주를 입고 빛의 날개를 하고 있으며, 이목구비도 빛으로 가려져 있는 천사.

일반적인 천사 이미지보다는 보다 전투 종족 같았다.

일단 덩치가 10미터가 넘어서 거인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대가 김지호인가.]

“네.”

대지 전역에 울려 퍼지는 천사의 음성.

근엄하나 신성하다.

질서 진영의 각성자들은 말만 들어도 몸에서 활력이 돋는 느낌이다.

[그대의 업적 덕에 우리가 이 전장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를 전하지.]

“저희야말로 천사님 덕분에 든든합니다.”

[이쪽 서쪽 방위는 적의 습격이 가장 잦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이쪽을 맡아 줄 수 있겠는가? 그래 준다면 내 축복을 내리겠다.]

“알겠습니다.”

[고맙다. 축복을 내리지.]

하늘에서 빛이 쏟아 내려와 5만 명의 인원에 축복이 내려진다.

녹색의 빛이 물들었던 무기에 하얀빛이 발하며 둘이 공존한다.

조화에 신성력인가?

이중 버프 좋네.

나는 아테나의 축복 때문에 쓸모가 없지만…….

[그럼 부탁하겠다.]

“예.”

내가 대답을 하자 날개를 펼치는 천사.

빛이 번쩍이더니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다들 번쩍이는 무기를 보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한 무리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지금 뭐 하는 짓이오!”

“무슨 소리죠?”

“왜 우리가 가장 습격이 잦은 방위를 맡아야 하오? 그것도 부대의 동의도 얻지 않고 함부로 독단적으로 결정하다니!”

“그렇소.”

“우리 자유 길드 연합과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를 감히! 영상이나 조작한 주제에……!”

“조작?”

각 나라 수뇌부들이 안 알려 줬나?

왜 꼭 당해 봐야 알까?

어차피 동서남북 어딜 가든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지 사방에서 언데드가 쳐들어오는 건 똑같다.

그러면 천사한테 축복이라도 받으면서 싸우는 게 낫지, 굳이 천사랑 척지면서 다른 데 가자는 거야?

하아.

아니지 이 새끼들은 그냥 나한테 시비를 걸고 싶은 거야.

여기서 시비 걸면서 자기들 발언권을 확대해 나가려고 하겠지.

딱히 지휘할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걸어온 싸움을 피하면 더 기고만장해지겠지.

“니네 지금 시비 거는 거지? 뇌신.”

뇌전을 발해 한 줄기 한 줄기 나눈다.

20여 명의 사람들을 한데 가둔 전기 감옥.

이걸 보고 화들짝 놀라는 게 진짜 안 믿었나 싶었다.

“이렇게 사방으로 탁 트인 전장에서 어딜 가나 그게 그거지. 축복까지 준다는 데 거기서 뻗대라고? 천사 앞에서?”

“크윽…….”

“전시에 명령 불복종은 사형인가? 죽여 줄까?”

“모양새만 요란하지 그렇게 강하진 않을 거다! 안티 매직 실드!”

20여 명의 무리 중 하나가 보호 마법을 시전한다.

그러자 검을 뽑아 들고 전기를 돌파하려는 전사.

지지지직.

하나 전기 감옥을 통과하기도 전에 방어막은 그대로 찢기고 전사의 몸이 새까맣게 타오른다.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툭 쓰러지는 전사.

곧 모습이 사라진다.

전사하여 시체가 사라진 것이다.

“으으으…….”

그제야 움츠러드는 헌터들.

“한 번은 죽어야겠다.”

다신 이런 일이 없게 확실히 본보기를 보여야겠다.

이놈들이 총대를 멘 거지 다른 길드도 불만분자가 많을 테고 내 힘을 못 믿는 이들도 많을 거다.

사람들은 자기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 믿지.

“커져라. 여의.”

여의를 확대하고 뇌전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그대로 내리찍었다.

공격을 막으려고 마법사는 방어 마법을 쓰고 전사들은 검을 들었지만 별무소용.

“니네 죽고 바로 안 돌아오면 지구에서도 죽는다.”

여의를 찍어 내리기 전 한마디를 던지고 그대로 검을 내리찍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짓눌리는 사람들의 육신.

육편이 비산하며 풀밭이 피로 물든다.

사람을 20명 가까이 죽였지만 별 감흥이 없다.

어차피 다시 살아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지금까지 워낙 많이 죽여서 그런 건지…….

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지구 각성자들에게 말했다.

“전 개별 지휘에 간섭 안 할 겁니다. 부대 편성만 예전에 지구에서 합의한 대로 하세요. 부대장들이 배치는 알아서 하시고요. 다만, 쓸데없이 시비 걸어서 귀찮게만 하지 마시죠. 데이비드에 이어서 벌써 두 번째입니다. 다음에도 이런 시비가 일어나면 그 길드는 지구에서 직접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침묵이 감도는 지구 각성자들.

서쪽을 바라보니 검은 구름이 몰려오며, 그 아래에는 언데드 군단이 다가오고 있었다.

“적들이 다가옵니다. 전투 준비하세요.”

그러자 진형을 짜기 시작하는 지구 각성자들.

다들 인원수 제한된 던전이나 돌면서 싸웠기에 진형이라고 해 봤자 전사, 암살자 클래스가 앞을 막으면 뒤에서 마법사는 마법을 궁수는 활 쏘는 게 다였다.

하나 그 줄도 워낙 사람이 많아 버벅대는 실정.

시간 좀 끌어야겠군.

“불사조. 가자.”

[알겠다.]

마력 강화로 인해 더 커진 불사조가 먼저 날아갔다.

그리고 나도 화염 전차를 소환해서 바로 뒤따라갔다.

처음은 스켈레톤과 인간 좀비였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속도로 느릿느릿 다가오는 그들.

척 봐도 별로 강해 보이지가 않는다.

이건 E급 헌터가 와도 제압 가능하겠는데?

“집중 강화.”

집중 강화의 타깃은 여의.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는 검날.

아테나의 축복으로 신성력이 담겨 있다.

이 정도면 도저히 못 들겠다 싶을 정도로 확장했지만, 계속 늘려도 별로 힘이 들지가 않았다.

이것이 힘 100의 위력인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전장이 그대로 가로로 갈린다.

몸이 반 토막 난 채 모두 성화에 불타오르는 언데드들.

새하얀 불꽃이 전장에서 피어오른다.

[레벨 업 했습니다.]

오. 벌써 레벨 업?

레벨이 오르고 나서는 잡몹 잡았을 때 별로 경험치 얻지를 못했는데?

[폴룩스가 혼돈의 군주 휘하의 병력은 더 경험치를 잘 준다고 합니다.]

[아우렐리아가 SP는 그렇게 많이 오르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SP는 많이 안 주고 경험치만 많이 주는구나.

어, 이러다 레벨 100 금방 찍는 거 아냐?

“하…… 하늘에!”

하늘을 바라보니 불사조가 거대한 날개를 펼쳐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와이번을 죄다 태워 버렸던 광역기.

그게 이번엔 땅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다지 강력할 게 없었던 언데드들이 죄다 타오르고 사라진다.

“아니…… 제우스의 화신이란 소문이 돌길래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이건 차원이 다르다…….”

진형을 짜면서도 그냥 멍하니 전장을 바라보는 사람들.

괜히 구경하면서 진을 짜니까 속도가 더 느려졌다.

거기에 갑자기…….

“레벨 업했다! 사도 지휘자 부대 이거 덕에 레벨 업했어! 드디어 50이다!!”

한 사람이 신나 가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점프를 하자 더 난리도 아니었다.

내가 얻은 경험치의 극히 일부가 공유된 건데, 그거 받고 레벨 업을 하네.

대체 그게 뭐냐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거 보면 뻗대던 고레벨들 배 좀 아프겠네.

적당히 번개도 쏘고 여의도 쓰며 적을 제압했지만, 절대 우리 부대에서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이런 허접한 언데드나 내보내지만, 그래서 신난다고 적진에 뛰어들었다가 뭔 공격을 받을지 모르지.

우리가 진형을 짤 때까지 멀리서 견제만 하며 언데드를 불태웠다.

근데, 진짜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다.

마력이 엄청나게 빨리 재생하는데도 이제 금방 다 닳을 지경이다.

다 쓰면 드래곤 하트에서 마나를 가져온다는데…….

흠. 일단은 아끼자.

더 강적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불사조. 이제 슬슬 돌아와라.”

[알겠다.]

신나게 놀고 있던 불사조를 귀환시키고 지구인 부대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오와 열이 제대로 지켜지진 않았지만, 드디어 기본 중의 기본은 완성되었다. 근접 직군이 앞을 막고 원거리가 뒤에 포진한 것이다.

“저는 일단 마력을 회복하겠습니다.”

“네!”

내 무력시위를 본 이후 군기가 바짝 든 지구 각성자들을 뒤로했다.

마력도 좀 회복하고, 이 정도 기본 언데드들은 지구인들이 잡아야 레벨 업이 되지.

“막아라!”

“천사의 축복이 통한다. 언데드들이 그대로 무너져!”

“와. 경험치 대박이다!”

“지금 레벨 올려 둬야 해!”

다들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천사와 세계수의 축복이 더해져서 그런지 언데드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언데드의 제일 성가신 점이 꼭 다 죽었다 싶을 때도 일어나서 방해하는 거였는데, 축복으로 확실하게 제압당하니 사람들은 신나게 적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레벨 업 했다는 소리와 함께 환희에 찬 사람들.

마력을 회복한 나는 화염 전차 위에서 적당히 번개만 쐈다.

사령대제가 이런 허접한 몹들만 보낼 리가 없지.

난 좀 대비를 하고 있어야지.

“으아악!”

갑자기 터져 나오는 지구인의 비명.

느릿느릿 기어오던 해골과 좀비가 갑자기 빨라지더니 단번에 방심한 지구인들을 찢어발겼다.

뼈가 시커멓게 변한 스켈레톤, 피부색이 핏빛으로 변한 좀비.

그 두 몬스터는 원래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뽐내고 있었다.

“뇌신!”

가볍게 번개를 쏘자 해골과 좀비가 무너져 내렸다.

하나 다른 몬스터처럼 단번에 죽지는 않고, 좀 버티다가 불꽃으로 변해 사라졌다.

뇌신을 이 정도로 버티면 꽤 성가신데?

“으아아악!”

다른 곳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온다.

다들 어떻게든 검과 마법으로 대적하려고 하지만 공격이 잘 통하질 않는다.

통해도 금방 재생해 버리는 강화된 언데드.

대 언데드 관련 스킬이 있는 헌터들만 좀 효과가 통했다.

첫날엔 얌전히 경험치 퍼 주나 했더니, 골치구먼.

“불사조. 아군 엄호를 부탁한다.”

[알겠다.]

불사조와 함께 강화된 몬스터를 처치했다.

하지만 내 몸은 하나, 불사조까지 포함해도 둘밖에 안 되니 강화된 언데드를 모두 막기란 불가능.

전사들이 쓰러져 가며 강화된 언데드가 방어진을 뚫으려 할 때.

갑자기 바닥에서 거대한 나무뿌리가 나타나 강화 언데드를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짓눌러 언데드를 부숴 버리는 나무뿌리.

오. 설마 세계수인가?

[이 기운은…….]

귓가에 갑자기 청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말한 거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하늘 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

그때 땅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무뿌리가 올라옵니다!”

언데드들을 으깨 버렸던 나무뿌리.

그게 일제히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억. 뭐야?

우리 같은 편 아니었어?

전차를 이끌고 좀 더 위로 올라가니, 또다시 음성이 들렸다.

[각성자여. 그대와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제 초대를 받아 주세요.]

아. 이게 세계수의 목소리였나?

적의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호의가 느껴진다.

흠…… 크로노스의 흔적이 세계수 안에 있다고 했지.

초대에 응하면 그거를 얻을 수도 있나?

“언데드를 상대하고 난 이후는 어떻습니까?”

[저들은 낮과 밤이 없습니다. 지금이 가장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제가 이 전장에 도움을 줄 테니, 잠시 시간을 내 주세요.]

그러면서 뻗어 오는 나무뿌리.

낮과 밤이 없이 계속 들이치니까 제일 허접한 애들이 오는 이 시간이 여유롭다는 거군.

그래. 세계수도 커버해 준다니까 가 보자.

“알겠습니다.”

화염 전차를 해제하니 나무뿌리가 나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땅속으로 끌려가는 나의 몸.

뿌리에 끌려가 땅을 통과했지만, 어느덧 생겨난 녹색 보호막 덕에 몸은 멀쩡하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오히려 땅을 더 파고들던 뿌리가 움직임을 멈췄다.

흙이 무너지며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냈고, 뿌리가 거기에 날 놓아 주었다.

사방이 흙으로 막힌 지하 공간.

거기에서 아까 들었던 음성이 말을 걸었다.

[그대…… 드라키아의 인장을 지니고 있군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