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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58화 (58/240)

<내 상태창 2개 - 58화>

57. 세계수에 들어가다(1)

유엔 비밀회의에서 엄포를 놓고 난 지 8일 후.

생각보다 각국은 서포트를 잘해 주었다.

헌터넷에서 케브리안 공략을 대대적으로 알렸고, 세간에 정보도 제한적으로 오픈이 되었다.

예전에는 기억 조작으로 인해서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타 행성에 원정을 가서, 미리 몬스터를 때려잡는다.

행성 원정이 잘 이루어지면 던전 생성이 크게 줄어든다.

그럼 엘프 도우미가 빠져도 충분히 현 체제를 유지 가능하다.

원정이 실패하면 혼돈의 군주가 죄다 몰려와 파멸이라든지, 성공해도 B에서 C등급 던전은 생길 거라는지 하는 우울한 이야기는 일부러 배제됐다.

유엔이 나서서 희망차게 선전하고 참전을 독려했고, 엘프 쪽에서도 이를 받아 지구인의 요청으로 케브리안만 입장 가능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중은 케브리안 원정에 열광했다. 지구적으로 연합군을 이루어 원정을 간다니.

엘프들이 떠날 시간이 슬슬 다가와서 이제 어쩌냐는 여론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이게 단숨에 바뀌었다.

에슈타르에 기득권이 있던 사람들은 반발했지만, 각 나라와 엘프들이 합심해서 에슈타르 입장을 막는데 어쩔 수 없었다.

반발하던 각 길드들도 1주, 2주가 더 지나자 여론의 포화와 각 나라의 압박에 못 이겨 케브리안 원정을 수락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49레벨이 적군요.”

지원자는 78명.

세계를 통틀어서 이거밖에 안 된다고?

“각국은 잘 협조해 주는 편입니다만, 막상 고레벨 각성자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길드들이요?”

“네. 에슈타르에서 자기들끼리 던전 잘 나누면서 경험치 먹고 있었는데, 기득권을 빼앗긴 거 같아 불만을 드러내는 거지요. 거기에 길드 마스터들이 많아 딱히 휘하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49레벨밖에 안 되는 놈들이 더럽게 뻗대네.

지가 싫다는데 굳이 이쪽에서 굽혀서 받을 필요는 없지.

“싫으면 말라고 해요. 지원하는 사람만 뽑죠. 아. 그리고 혹시 대 언데드용 스킬 있는 사람은 우대한다고 해 주세요.”

사람을 모으면서 알게 된 게, 같은 클래스라고 해도 수호신에게 받은 스킬에 따라 특성이 미묘하게 나뉘었다는 점이다.

폴룩스는 여자를 밝혀서 여자 각성자한테 쓸 만한 스킬을 퍼 줬던 것처럼.

그 말고도 각 수호신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스킬을 개개인의 각성자에게 준 경우가 많았다.

그중 대 언데드 특성이나 신성 능력이 있는 각성자는 +3에서 +5레벨 정도로 우대해서 받아들였다.

“몇몇 길드에서 보이콧을 하니 원래 원정대 사람들도 참가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군요.”

“네. 저도 대 언데드용 스킬을 수호신께 받은 게 있었는데 그거 때문에 레벨 48로 측정되었어요.”

“오. 무슨 스킬이죠?”

“파마의 화살이요. 나름 C등급 스킬이에요.”

강시아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좋아. 비서가 자리를 지켰구나.

“일 차 편성 인원은 약 오만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렇게 많아요?”

“오히려 적은 편이에요. 뻗대는 길드들이 많아서 각 나라에서 으르고 달래는 중이라 하네요.”

5만이 적은 편이구나.

진짜 죄다 에슈타르에 있었군.

“출발은 언제죠?”

“저희가 정하는 거죠. 천 명이 다 정해지면 사도 지휘자 부대를 교체하고 그다음 날 출발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하죠.”

나는 내 상태창을 보았다.

레벨이 74로 올라와 있었고, 추가 능력치도 6개를 더 받은 상태.

능력치는 마력이 97로 이제 금방 100을 돌파할 것 같았다.

불가능 퀘스트를 깨고 할부로 준다는 SP도 다 들어와 있었다.

그때 이후로 지구 시간으로 따지면 대략 1달가량 지났으니까.

이번에 유엔에 오면서 지구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지.

8만에 한 달 동안 모은 SP가 이것저것 잡다하게 합쳐져서 12만이 조금 넘었다.

“이자 안 쳐 줘요?”

[폴룩스가 오천이 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추가되는 SP 5천.

아쉽긴 하지만 일단 받긴 받았다.

흠. 좋아.

올 능력치 100으로 간다.

80에서 90까지는 능력치 하나 찍을 때마다 SP가 800씩 날아갔고, 90에서 100은 900씩 날아갔다.

29,500에 달하는 SP가 사라졌다.

SP가 좀 많이 남았는데, 110까지 찍어 볼까 눌러 보니 경고 메시지가 떴다.

[사용자의 자질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더 올릴 경우 SP가 열 배로 소모됩니다. 그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10배는 무리지.

추가 능력치도 10배 써야 한다기에 그냥 깔끔하게 100에서 멈췄다.

등급 업까지는 100에 머무는 건가.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중개자

수호신 - 쌍둥이자리의 신 폴룩스

칭호 - 케브리안의 용사

레벨 - 74

힘 ? 100, 민첩 ? 100, 마력 - 100

SP ? 96,142.2

추가 능력치 + 6]

거기에 중립 진영도 능력치를 찍었다. 혼돈의 마법진을 부수고 이리저리 싸움하면서 얻은 SP가 수만에 달했다.

죄다 능력치를 균등 분배로 찍자 B가 이제 5분지 4까지 차올랐다.

여기는 추가 능력치도 다 쏟아부었는데 B가 가득 차진 않았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약탈자

수호신 - 화산의 신 아우렐리아칭호 - 지구의 선구자(영웅)

레벨 - 74

신체 - B

마력 - B

기예 - B

행운 - B

SP - 84]

질서가 한계에 다다랐는데 중립은 아직 올릴 여지가 있구나.

능력치가 100이 되자 또 한 단계 성장한 게 느껴졌다.

흐…… 그래도 레벨 100까지는 성장이 정체라니.

자질 늘려 주는 세계수 시리즈 먹었는데도 크게 변화가 안 나타나네.

더 열심히 먹으면서 SP나 모아야겠어.

-이제 한 시간 뒤에 준비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네. 곧 출발하죠.”

최종적으로 선발대 진입까지 3주가 소모되었다.

5만에 달하는 사람들을 각 나라에서 분류하고 동시 진입을 하려고 하니 시간 소요는 당연한 일.

오히려 3주 만에 끝낸 게 아주 빠른 편이었다.

나도 사도 지휘자로 부대 편성을 끝마치고 집에서 좀 쉬고 있었다.

“이번엔 나올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공략집을 꺼냈다.

[……암펠리안과 언데드 군단을 상대하는 거야. 이때가 드래곤 때보다 더 힘들지.]

이렇게 드래곤 저지 내용 이후에는 힘들다고만 하고 끝났던 공략집.

오늘은 출발하는 날인데 웬만하면 뒷내용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오.

다음 페이지를 넘기니 내용이 생겨나 있었다.

[2페이즈에 돌입하면 일단 모두 쫓겨나고 지형이 바뀐다. 우리는 옛 고룡이라는 드라키아의 허물이라는 거대 용 형상을 한 요새에 있었지.]

드라키아의 허물이라.

용신 정도 되니 허물도 요새로 쓸 만한 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어.

거기에 공략집에서 옛 고룡이라고 하는 걸 보면…… 여기서도 신으로는 잊혔나 보군.

[우리는 열심히 싸웠어. 용들도 우리를 도와주었지. 하지만 언데드의 물량 공세는 끝이 없고, 최후에는 썩은 세계수가 괴물이 돼서 드라키아의 허물이 완전히 박살이 나고 최후의 항전은 끝이 나 버렸지. 케브리안은 초기화됐어.]

뭐? 끝났다고?

THE END?

야! 이 자식아. 니가 케브리안으로 오라고 해서 왔구먼 그냥 처발렸잖아?

이놈은 난이도도 쉬웠을 텐데!

[내 욕 하는 게 벌써 눈에 선하다. 하지만 드라키아의 허물에서 방어전을 한 결과 지구 헌터들은 크게 레벨 업을 할 수 있었지. 나도 디아나 폭주시키고 하면서 얻은 경험치로 등급 B가 되었고…… 제일 쉬운 난이도인 에슈타르를 택하지 않고 두 번째를 택하라는 이유는 바로 경험치 때문이었다.]

아아.

그러니까 야도 혼돈의 군주 제압까지는 꿈도 안 꿨다 이거네.

그냥 에슈타르보다 경험치 훨씬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이리로 가자고 꼬드긴 거구나.

케브리안이 중립 진영에서는 난이도 두 번째구나.

[그래도 쓰면서도 아쉽긴 하다. 혼돈의 마법진을 더 박살 내서 사령대제의 힘이 20% 이하로 떨어졌으면.

세계수가 점령당하지 않았으면 더 할 만했을 거 같은데. 지구인을 총동원했으면 사령대제 얼굴은 보지 않았을까? 2페이즈까지 간 헌터들은 다시는 그 세계를 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그래도 충분히 뽕 뽑았으니까. 너도 내 공략에 따라 뽕 잘 뽑았을 거라 생각한다.]

2페이즈까지 간 헌터들은 다시는 재도전이 안 된다고?

그럼 이번 케브리안 원정을 실패하면 끝이구나.

드라키아의 허물에서 방어전 하는 내용은 내게 쓸모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중립 진영의 상징적인 지역에서 싸우는 거니까.

우리는 다른 데서 싸우지 않겠어?

내용 숙지는 일단 해 두었지만 거의 ‘역부족이었다. 너무 숫자가 많다. 적 너무 세다.’ 이런 류의 서술만 가득했다.

사기만 떨어뜨리네. 이놈.

하지만 나는 사령대제의 전력도 5%로 떨어뜨렸고, 지구인도 총동원해서 싸우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여.

거기에 우린 질서 진영이잖아.

세계수 타락은 질서가 지니까 생기는 상황 아냐?

어쩌면 2페이즈의 상황은 우리가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넘길 즈음, 눈에 띄는 문장이 나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있는데. 바로 세계수한테 먹히는 거야.]

[케브리안은 블랙 드래곤 아카르디안에 의해 완전히 멸망을 당할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각성자들이 그의 음모를 성공적으로 분쇄한 결과, 사령대제가 가용할 수 있는 힘이 급격하게 약화되었습니다.]

[사령대제가 전력의 5%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령대제의 힘이 부족합니다. 지구 측 각성자 인원 제한이 사라집니다.]

케브리안에 재진입하자마자 뜨는 여러 메시지.

시야가 돌아오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하늘 끝까지 뻗쳐 있는 나무였다.

산도 아니고 나무가 구름에 가려져 그 모습 전체가 보이질 않는다.

그야말로 거목.

아니 그냥 나무 모양의 산이라고 해도 믿길 지경이다.

저게 세계수인가?

[사령대제의 언데드 군단은 힘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강력하여 질서 진영의 최후의 보루인 세계수 앞까지 침공해 왔습니다. 세계수를 보호하고 사령대제의 네크로폴리스를 무너뜨리십시오.]

세계수의 반대편.

짙은 어둠 속에 잠겨, 부유하는 성.

마치 영상을 보듯 저절로 클로즈업이 된다.

뼈로 이루어진 성벽.

살과 굳은 피로 이루어진 건물.

그건 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시체 누더기 같았다.

그리고 성벽 너머의 성 최상층으로 포커스가 이동한다.

저번에 얼굴을 봤던 하데스가 뼈로 이루어진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단안경을 만지작거리면서.

[사령대제의 힘이 20% 미만입니다. 케브리안의 천사들이 참전합니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더니 빛의 날개를 지닌 천사들이 내려온다.

천사의 숫자는 넷.

각기 동서남북 방위를 맡아 날아간다.

10여 미터는 될 법한 커다란 몸에 다들 빛의 검을 쥐고 있는 천사.

얼굴 부위는 빛으로 이루어져 있어 외모는 보이지 않았다.

[데스나이트 킹 암펠리안이 격퇴당했습니다. 역사에서 암펠리안에게 전멸당했던 인간 연합군이 세계수 방위에 참전합니다.]

갑자기 막사가 땅에서 올라온다.

인간 연합군인가?

암펠리안한테 발렸다지만, 뭐 그래도 없는 거보단 낫겠지.

낫겠지……?

[세계수를 돌보는 하이 엘프 디아나가 생존하여 태양신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세계수의 전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질서 진영의 모든 인원이 세계수의 축복을 얻습니다. 모든 공격에 조화의 힘이 담깁니다.]

모든 각성자들의 무기가 녹색 빛으로 물들었다.

이게 조화의 힘인가?

신성력과는 또 조금 느낌이 다르네.

어쨌든 이것도 크게 도움이 되겠지.

[오크 영웅 그로쉬에게 진실을 알리고 살려 보냈습니다. 성공적으로 방어전을 치른다면 그가 다른 용족과 함께 원군을 보낼 것입니다.]

“와…… 엄청나네요.”

“이 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게 모두 좋게 맞물리고 있다.

거기에 적은 5%의 전력.

우리는 천사도 합류하고 세계수의 백업도 받는다.

인간 병사도 있고 지구의 각성자 수는 제한이 없는 데다가 좀만 버티면 오크와 용족이 온다니…….

정말 할 만하겠는데?

근데…… 공략집의 내용이 문제다.

하아아아. 먹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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