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56화 (56/240)

<내 상태창 2개 - 56화>

55. 유엔에 가다(1)

[폴룩스가 용케 살아났다고 말합니다.]

[아우렐리아가 신체에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용신 드라키아를 생각했는데도 두 신 다 별 반응이 없네?

드래곤 하트 덕인가?

뭔지는 몰라도 안 들키니 다행이군.

근데 이 인장은 대체 뭐에 쓰는 거야?

아우렐리아처럼 생각이 안 읽히게 도와주는 건가?

스킬창을 둘러봐 드래곤 하트 설명을 봐도 딱히 변한 건 없다.

스탯창도 마찬가지.

지금 당장은 파악할 길이 없군.

일단 이건 나중에 알아보자.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보다 확실히 커진 마법진이 눈에 들어왔다.

갑옷이랑 옷은 이미 다 타올라서 알몸.

갑옷이랑 활을 소환하는 두 팔찌도 날아간 상황이었다.

다행히 여의는 브레스 발사 전에 녹지 않아서 인벤토리에 넣어 뒀지.

[크르르르…….]

블랙 드래곤 아카르디안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린다.

이성이 날아갈 거라고 하더니, 그 상태인가?

흠. 그럼 지금이 기회겠어.

인벤토리에 넣어 둔 여의를 꺼내 확대시킨다.

“집중 강화. 뇌신.”

드래곤 하트도 생겼겠다.

마나 걱정하지 않고 팍팍 마력을 담는다.

그리고 혼돈의 마법진을 향해 그대로 검을 푹 찔렀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마법진, 그리고 쭉 올라가는 경험치.

이대로 마법진을 독식하면 좋겠지만…….

“크라라라!”

내가 검을 찌르자마자 분노하며 날아오는 아카르디안.

아까처럼 이성이 남아 있었으면 굳이 몸을 돌진해 오진 않았겠지.

간단히 용언 마법만 써도 튕겨 나갈 텐데, 확실히 본능만 남은 것 같다.

“카아아!!”

입가에서 독가스를 뿜어내는 아카르디안.

이성이 날아가도 성가시기는 매한가지다.

검을 축소하며 그의 공격을 피한다.

그러자 그 거대한 덩치로 나를 짓누르려는 블랙 드래곤.

날개를 움직일 때마다 돌풍이 불고 움직이려니 사방이 독가스다.

“파이어 월. 플레임 스트라이크.”

불의 마법을 이리저리 사용하여 도망갈 길을 마련하지만, 애초에 덩치가 너무 압도적이라 전력으로 튀어도 살길 마련이 쉽지 않다.

뚝. 뚝.

천사의 검이 꽂힌 곳에서 드래곤의 피가 흘러내렸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성이 없으니까 용언 마법을 쓰지 못하는 건 좋은데, 자기 몸 생각도 하지 않고 전력으로 들이치니 이거 금방이라도 밟히겠네.

“화염 전차 소환.”

아까 역소환되었던 화염 전차에 올라타 공격을 요리조리 피한다. 용의 속도에 금방이라도 짓밟힐 줄 알았는데, 다행히 전차를 탄 덕에 목숨 부지는 할 수 있었다.

크. 아무리 이성이 없다고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시선을 누가 돌려 줘야 하는데.

[크으…… 주인. 무슨 일이 있었나? 강제로 의식이 사라져 있었다.]

그때 머리 안에 들어왔던 불사조가 깨어났다.

“몸속에 들어갔다 튕겨 나왔는데, 그 이후로 저렇게 이성이 사라졌다. 니가 시선 좀 끌 수 있겠냐? 아, 아니다. 마법진을 공격해.”

[혼돈의 마법진을 직접? 그것도 괜찮다만, 저기 불꽃에 잠긴 디아나를 구출하고 해도 되겠나?]

“응? 그런 게 가능해?”

[그래. 지금 나 혼자 마법진을 공격하느니 여럿이 들이치는 게 나을 거다.]

“그래. 그럼.”

그러자 이마에 화끈한 느낌이 들더니 불사조가 튀어나왔다.

평소보다 작은, 비둘기 정도의 덩치로 튀어나온 녀석은 잠시 드래곤을 바라보다가 디아나를 향해 날아갔다.

[크롸라라!]

내게 날아와서 다시 몸통 공격을 하는 드래곤.

그걸 피하니 팔로 날 잡으려 하는데, 그 속도가 엄청나다.

겨우 피하면서 한 번 공격을 해 봤다.

“커져라. 여의.”

여의의 절삭력과 강도를 최대로 중첩하여 단숨에 검을 찌른다.

캉!

하나 드래곤의 비늘에 닿자마자 이를 뚫지 못하고 멈추는 여의.

이성이 사라져도 일단 방어를 못 뚫는구나.

그냥 튀자 싶어서 계속 동굴을 왔다 갔다 하니 원군이 도착했다.

“일 진, 다시 돌아왔습니다. 재진입합니다!”

“아오. 아파 죽겠네. 망할 드래곤.”

동굴 입구에서 정령마를 탄 전사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오! 좋은 타이밍.

“지금 드래곤이 이성을 잃었어요. 제가 시선을 끌 테니 빨리 마법진을 공격하죠!”

“예! 알겠습니다!”

드래곤이 나에게 육체 공격만 하자 그들도 상황을 파악한 듯, 말을 보다 빨리 달렸다.

드래곤의 공격을 피하고, 녀석의 독가스를 태우고 하며 커다란 동굴 안을 이리저리 도망친 지 5분쯤 지났을까.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불꽃에 잠겨 있던 디아나도 불로 이루어진 쌍검을 들고 전투에 참여했다.

그녀도 옷은 다 타올랐으나 신체 부위에 불이 마치 옷처럼 붙어 타올랐는데, 마치 불의 정령 같았다.

[크르르르…….]

나를 미친 듯이 쫓던 아카르디안이 마법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마법진 지키는 게 우선이군.

한숨 돌린 나는 날개를 펴 날아가는 녀석을 따라갔다.

전차를 타고 녀석보다도 높게 날아, 여의를 등에 정조준한다.

목표는 천사의 검이 꽂힌 드래곤의 상처.

“집중 강화!”

이번엔 여의 자체에 집중 강화를 시전한다.

강도, 예리함, 크기의 제한 폭이 크게 올라간다.

이건 먹힐 거 같다.

녀석은 마법진에 정신이 팔린 사이, 최고 속도로 질주하며 천사의 검에 그대로 여의를 꽂아 넣었다.

푹!

살결을 찢고 들어가는 감촉.

그 손맛에 기분이 아주 짜릿했다.

그렇게 공격해도 흠집도 안 나던 드래곤을 드디어 찌르다니!

[카아아아!!]

아카르디안이 등을 펴며 포효한다.

빛으로 이루어진 천사의 검과 겹치는 여의.

하나 살을 뚫던 검은 계속해서 나아가지 못했다.

뭔가가 가로막고 있다.

뼈인가?

“뇌신!”

[크라라라!]

블랙 드래곤의 등에 칼을 꽂고 전기를 흘린다.

하지만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블랙 드래곤은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마법진 쪽을 향해 날아갔으니까.

“피해!”

“으아아악!”

“독이다!”

드래곤이 마법진으로 돌진하자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대로 짓눌린다.

그 돌진은 어찌어찌 피해도 독에 그대로 녹아내리는 각성자들.

흠. 그냥 마법진을 공격해야겠다.

여의를 축소하고 혼돈의 마법진 쪽으로 달려 마법진을 공격한다.

그러자 다시 나에게 공격해 오는 블랙 드래곤.

전차를 타고 피하면 남은 사람들이 마법진을 공격한다.

그러면 또 나와 엎치락뒤치락하다 그쪽으로 날아가는 블랙 드래곤.

이렇게 1시간 정도를 보냈을까.

우리 일행 숫자는 늘어났고, 마법진의 크기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드래곤은 그냥 뺑뺑이만 돌고 있었다.

이제 이대로 가다 보면 우리가 이기겠거니 싶을 때.

갑자기 세상이 멈추었다.

[크르르르…….]

그 멈춘 세상에서 오로지 블랙 드래곤만이 움직였다.

그는 마법진을 둘러싼 헌터들을 그대로 밟으며 지나가더니, 마법진의 가운데에 섰다.

이미 크기는 용보다도 작게 수축된 마법진.

거기에 선 드래곤이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대로라면 마법진이 붕괴한다. 내 육신과 드래곤 하트를 바쳐, 혼돈의 문을 열겠다.]

마치 기계처럼 고저가 없는 음성.

그 말이 끝나자 드래곤의 몸이 핏빛으로 물든다.

발부터 녹아내리며, 서서히 마법진에 흡수되어 간다.

드래곤을 집어삼키기 시작하자 급격하게 확대되는 마법진.

땅에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위로도 확장되기 시작한다.

마법진에 닿은 사람들의 몸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그냥 애초에 거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늘 위에서 화염 전차를 탄 나에게도 핏빛의 마법진이 다가온다.

몸을 움직여 피해 볼까 했지만, 운신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마법진이 몸에 닿자…….

[지구로 귀환합니다.]

지구로 귀환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아니?

죽는 건 아니네?

[소환 의식이 불완전하게 끝이 나 아카르디안이 자신의 몸을 희생합니다. 그럼에도 마법진이 완전하지 않습니다. 사령대제의 전력이 95% 감소합니다.

‘아카르디안의 소환 의식 저지’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소환 의식 저지로 판결한 건가.

하긴, 95% 감소인데 말이야.

그 정도면 지구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감당하겠지?

[B급 이상 랜덤 아이템 상자 1개를 얻습니다.]

그나마 괜찮은 보상이군…….

[케브리안으로 통하는 차원 문이 지구의 시간으로 열흘간 닫힙니다.]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시야가 어두워졌다.

눈을 다시 뜨자 익숙한 풍경.

협회 최상층이었다.

“야. 괜찮냐?”

“어.”

이진성이 나에게 다가와 물병을 건네주었다. 그는 날 보더니 씩 웃었다.

“아깐 거시기 덜렁거리면서 알몸으로 싸우더니 여기 돌아오니까 옷이 다시 돌아오네. 신기하구먼.”

큭.

사람들 많아졌을 땐 화염 전차에 타고 있어서 하반신은 안 보일 줄 알았는데.

“뭐? 나름 화염 전차에 가렸는데.”

“크크크.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가리긴 힘들지. 너 근데 왜 거기 선 채로 싸우냐? 싸우면서 느끼는 스타일이냐? 개변태네, 이거.”

“야. 뭘 서. 안 섰거든?”

“구라 치지 마 색햐. 그게 안 선 거라고?”

아. 무한 정력 때문에 그냥 성장한 거라고 말하기도 뭣하고 참.

주위를 둘러보니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헌터들.

이 사람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집중 안 하고 뭐 한 거야.

“크크크. 혹시 몰라서 내가 영상은 다 삭제하라고 이야기했어.”

“참 나…… 시발. 고맙다 고마워.”

“근데 이제 열흘 동안 케브리안 못 간다고 메시지 뜨던데, 너도 그렇게 나왔어?”

“어. 다음 단계로 진입해서 그런가?”

“맞습니다.”

우리 둘의 대화에 엘프 알레나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김지호 헌터님. 블랙 드래곤 아카르디안의 마법진을 저지하시다니 정말 대단한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저희 고향이 다시 회복될 수도 있다니……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길게 감사를 표하는 알레나.

“예. 뭐 아직 완전히 회복한 것도 아닌데 그런 말씀은 이른 것 같네요.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제 전장이 옮겨집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사령대제의 언데드 군단과 전투하게 되죠.”

흠.

5%밖에 전력을 투입 못 한다는 걸 보면 할 만하려나?

“난이도는 측정됐나요?”

“아직 난이도는 측정이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지구인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긴, 다른 데는 진도가 안 나가고 있죠.”

“예. 그래서 저희 도우미 측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동을 요청했습니다. 전력을 투입하자는 안건을 낼 예정입니다.”

“지구의 전력을요?”

“예. 전력이라고 해 봤자 D급 이상 헌터일 뿐이지만요.”

지구의 모든 D급 이상 헌터를 동원한다…….

그러면 가능할까.

갑자기 드래곤한테 용언 한마디에 1천 명씩 죽던 게 생각났다.

뭔가 신적 존재와의 싸움에서는 인해전술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거 같은데.

그래도 95% 전력이 감소했으면 그나마 효과가 있을까?

“어차피 이번 같은 기회는 다신 오지 않을 겁니다. 케브리안이 초기화되면 사령대제 측에서 김지호 헌터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견제할 테니까요. 그들이 힘을 쓸 수 없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말인데, 김지호 헌터님도 유엔에 참석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유엔이라.

뭐 귀환하자마자 바로 뉴욕을 가게 되네.

“저희 측 전세기로 모실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엘프들이 무슨 전세기까지…… 별 게 다 있구먼.

신기해하고 있자니 알레나의 뒤에서 강시아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게 보였다.

아. 그러고 보면 강시아가 전세기 태워 준다고 했지?

“아. 그거 선약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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