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54화 (54/240)

<내 상태창 2개 - 54화>

53. 블랙 드래곤의 몸속에 들어오다(1)

드래곤 레어 앞.

동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커다란 크기.

1,000명이 들어가도 넉넉할 것 같다.

드래곤이 왔다 갔다 해야 해서 그런가.

사도 지휘대에 속한 1,000명과 나, 디아나가 레어 앞으로 나갔다.

[‘블랙 드래곤 아카르디안의 레어를 침공하라’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SP를 1,000 얻습니다.]

진짜 보상이 짜군.

아카르디안의 레어로 오기 위해 요새를 돌파해, 흑룡의 숲도 부숴, 그 외에 다른 축 2개도 없앴는데 겨우 SP 1,000이라니.

이건 예전에 오크 선봉대 와해시켰을 때 받았던 보상과 똑같은데.

[폴룩스가 난이도가 줄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한데…….

10만 SP 이자는 준답니까, 폴룩스 님?

[폴룩스가 이제 곧 통과될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와! 레벨 100까지 기다리라고 할 기세네.

에휴. 일단은 드래곤이 먼저다.

“용인 말대로 아무도 없군요.”

“그리고 마법진도 부서져 있어요.”

빛 한 점 없는 동굴 안.

선봉에 선 나와 디아나의 화염 전차만 빛을 밝힌다.

다들 산개해서 이동한다.

드래곤의 광역 마법을 피하고 마법진을 공격하기 위한 진형.

[드디어 왔는가.]

얼마 가지 않았는데 나타난 드래곤.

정말 크다.

말도 안 되게 크다.

다리를 접고 웅크려 있는 검은 괴물.

양 날개는 접혀 있으며 바닥엔 핏빛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등에는 빛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검이 꽂혀 있었다.

바닥을 향한 드래곤의 머리가 서서히 일어선다. 커다란 샛노란 눈이 요사하게 빛난다.

[용언으로 명한다. 죽어라.]

큭?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손이 저절로 움직인다.

여의를 꺼내 확대하고, 목에 검을 댄다.

귀신이 빙의한 듯,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뭐야. 이렇게 죽는 거야?

[아테나의 정신 보호가 활성화됩니다.]

어오. 힘이 들어왔다.

여의가 목에 닿아 피가 흘렀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냥 바로 죽을 뻔했다.

아.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됐지?

뒤를 돌아보니 모두 자신의 목을 찌르거나 몸에 불을 지르는 등 자해를 하고 있었다.

“이런!”

그들을 멈추려 다가갔지만, 하나둘 빛으로 변해 사라진다.

단 하나도 예외는 없었다.

들어오자마자 전멸이라니.

드래곤이 강한 건 각오했지만…….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아, 디아나도 살았구나.

나처럼 목이 살짝 베인 그녀.

죽기 전에 몸의 제어권이 돌아왔나.

디아나는 다급히 바람의 정령을 불렀다.

“지금 바로 후속대를 투입해야 해요!”

[멈춰라. 정령들아.]

용의 말에 그대로 멈추는 실프.

움직이려고 애를 써 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저게 용언 마법인가.

“윽…… 전사한 분들이 금방 다시 들어올 겁니다. 파워 워드 킬은 궁극 마법. 연속으로 쓸 수 없을 때 방해해야 합니다. 등에 꽂힌 천사의 검 쪽을 향해 공격을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죠. 올라가자!”

그래. 이미 뚫려 있는 상처를 후벼 파야지.

난 화염 전차를 그대로 몰았다.

[하찮은 놈!]

날자마자 시야가 붉어지며 온몸이 따가워진다.

좀 더 빠르게 위쪽으로 전차를 모나 이번 위험 감지는 끝이 나질 않는다.

[카아아아아.]

[주인. 위험!]

가볍게 입을 벌리는 드래곤.

그 입에서 녹색 연기가 흘러나와 사방에 퍼진다.

불사조가 날아가 온몸을 불사르자 타오르는 연기.

와. 뭔 독가스냐.

[불사조라니…… 그 사도는 생각보다 중요한가 보군.]

아카르디안이 처음으로 호기심을 내보인다. 하나 곧 실망을 내비쳤다.

[신수의 힘을 다 발휘하기에는 주인이 너무 약하구나. 얼음에 갇혀라.]

[크윽…….]

그 한마디에 불사조가 멈춘다.

주위가 얼어붙더니 그대로 얼음 속에 갇히는 불사조.

불사조를 얼음으로 가둬? 와…….

아니, 멍 때릴 시간은 없다.

녀석이 벌어 준 시간에 빨리 타격을 입혀야 한다.

“커져라!”

드래곤 위까지 마차를 이끌고 여의를 확장한다.

목표는 천사의 검이 꽂힌 등 부위.

검에 의해 벌어진 살이 회복되지 않은 채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멈춰라.]

마나가 나를 옥죄어 온다.

몸이 바위에 막힌 듯 움직이질 않는다.

으으.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겠어.

죽어도 한 대는 때려 보고 죽어야지……!

“집중 강화. 마력 방출.”

쾅!

마력을 최대한으로 폭발시킨다.

나를 구속하던 대기가 튕겨 나가며 다시 마력 운용이 가능해졌다.

뇌전에 감싸인 채 커지는 여의.

검 끝을 드래곤의 등을 향한 채 그대로 돌진한다.

디아나도 어느새 쌍검을 들고 용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좋아. 한 명은 성공하겠지!

[타올라…… 음?]

용언을 다시 내뱉으려던 아카르디안이 멈칫한다.

그 틈을 타 나와 디아나의 공격이 벌어진 상처에 직격한다.

벼락을 담은 여의.

태양 빛을 내뿜는 쌍검.

이거면 먹힌다!

캉!

“크윽!”

돌진해 갔던 그 속도 그대로 튕겨 나간다.

날아가면서 보니 검을 꽂았던 살점에 푸르른 마나가 막처럼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보호막인가?

너무 강력하다.

용을 직접 공격하느니 마법진을 우선시해야겠어.

“익스플로전.”

드래곤의 몸에서 슬쩍 삐져나온 마법진 테두리.

그를 향해 바로 폭발 마법을 사용했지만 터지지 않았다.

[드래곤 앞에서 마법을 쓰다니. 만용이 심하구나.]

나를 비웃는 아카르디안.

마법은 아예 안 통하는 건가.

그럼 딴 거 쓰지 뭐!

“뇌신!”

손끝에서 벼락이 번쩍하고 발출된다.

비록 한 줄기지만 마력을 가득 담은 강력한 일격.

집중 강화가 쿨타임이라 못 쓴 게 아쉽다.

지지지직.

마법진에 그대로 꽂히는 번개.

잠시 전류가 번뜩이다가 사그라진다.

하지만 재빨리 스탯창을 보니 경험치는 올라 있었다.

데미지는 들어갔구먼!

“마법진을 공격하죠!”

디아나가 화염 전차를 이끌어 마법진을 향해 달려든다.

나도 보조를 맞추어 전차를 이끌며, 손으로 벼락을 쐈다.

[성가신 것들. 꺼져라.]

블랙 드래곤의 용언에 갑자기 화염 전차가 사라진다.

“플라이.”

비행 마법을 사용했지만, 마법은 봉인된 상태.

일단 땅에 착지한다.

쿵.

꽤 높은 데에서 떨어졌지만 높아진 신체 능력치로 인해 견딜 만하다.

하. 발로 뛰자 그래.

대지를 격하고 쭉쭉 나아간다.

그런 나를 가만히 지켜보는 블랙 드래곤.

[중립신의 마나가 왜 느껴지나 했는데…… 대지의 여신의 축복을 받고 있구나.]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는 아카르디안.

광기는 전혀 보이지 않고 순수한 호기심이 느껴진다.

[너는 어디 출신이냐?]

“어디라니?”

[인간이면 헬브레임? 아자즈? 아니면 혹시 어스냐?]

“어스? 지구? 지구 출신이다.”

[어스라. 그럼 이건 아는가?]

“뭘 알아?”

드래곤이 공격을 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하니, 나도 잠시 멈춰 시간을 끌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부대 올 때까지.

[십자가가 상징인 신을 아는가?]

십자가?

십자가…….

머리가 멍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바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아! 그래.

우리나라에 십자가가 걸린 신전이 많지.

대부분이 절대신 제우스를 모시는 신전이잖아.

제우스라고 대답하자 주피터가 나왔다.

“주피터 말인가?”

내 말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아카르디안.

[큭…… 모습을 보니 동양인이군? 옥황상제는 아느냐?]

“그게 뭐야?”

[그럼 오딘과 토르는?]

“오딘? 토르? 그건 영화 봐서 아는데…… 북유럽 신화잖아.”

오딘과 토르를 안다는 말에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는 아카르디안.

용이 몸을 일으키자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주피터와 오딘만 기억하다니…… 아직도 설쳐 대는군……! 하데스.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냐!]

블랙 드래곤의 입에서 초록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오! 저 독가스 진짜.

“실드. 파이어 월.”

몸에 짙은 보호막이 생기고, 불의 장벽이 독가스를 불태운다.

이번에도 마법이 안 나가면 일단 뒤로 빼려고 했는데, 이번엔 나가는군.

“커져라. 뇌신.”

여의를 확대하고 뇌신을 부여한다.

독가스 사이에서 마법진을 노리고 그대로 여의를 꽂아 넣는다.

여의에서 발출한 노란 뇌전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지금 기회에 무조건 마력 쏟아 넣어야 한다.

지지지직.

[레벨 업하셨습니다.]

꽤 강력한 공격을 넣었기 때문인가.

단번에 오르는 레벨.

디아나도 블랙 드래곤의 몸 아래로 달려가 쌍검을 꽂아 넣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이 진, 진입합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1천 명의 각성자들.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처음부터 말을 소환했군.

하나 아카르디안은 그들을 보고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숫자는 나에게 의미가 없다.]

카아아아아.

드래곤이 입을 벌리자 독 연기가 각성자들을 향해 퍼져 나간다.

“불의 마법을 사용해요!”

검을 마법진에 꽂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소리밖에 할 게 없었다.

“크아아악!”

“몸이…… 으윽…….”

“녹는다……녹아내려…….”

뒤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마법진을 공격하면 주의가 분산된다더니, 이성이 있는 드래곤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피부가 녹아내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각성자들.

몇몇은 마법진 근처까지 용감하게 돌진했으나, 그게 다였다.

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막지 못하고 공격을 하질 못했다.

이래서야 잠깐 시선을 끄는 정도밖에 안 되는데……!

“삼 진, 진입합니다!”

오. 이번 원군은 빠른데?

연기가 서서히 걷힐 때를 노려 3번째 각성자들이 돌진해 왔다.

[성가신 놈들.]

용이 날개를 펼친다.

그와 함께 그 거대한 몸이 살짝 뜨더니, 그대로 각성자 부대를 향해 낙하했다.

쾅!

“크아아악!”

“산개하라!”

그대로 압살당하는 각성자들.

하지만 이번엔 다들 잘 산개하여 전멸을 피할 수 있었다.

정령마를 타고 넓게 포진해서 돌진해 오는 각성자들.

나와 디아나, 그리고 수백의 각성자가 마법진을 둘러싸서 공격을 지속했다.

어느덧 동굴의 입구에 자리한 채, 그걸 가만히 지켜보는 아카르디안.

마치 우리가 마법진에 모이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젠장. 느낌이 안 좋은데.

피해야 하나?

“조금만 더!”

“크기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에 비해 크기가 50%는 줄어든 마법진.

각성자들이 합류하자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

조금만 더 부수면 될 것 같은데!

“집중 강화. 뇌신!”

뇌신을 강화해서 단번에 화력을 폭증시킨다.

마법진이 더욱 줄어들며, 레벨이 또 오른다.

그래. 드래곤의 꿍꿍이가 어떻던, 조금만 더 있으면 파괴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으면 한 번 부활하지 뭐!

[너희들의 혼으로 혼돈의 문을 열겠다.]

거대한 마력이 휘몰아친다.

시선을 돌리자, 입을 크게 연 아카르디안.

그 안에는 녹색 불꽃이 넘실거린다.

“드래곤 브레스입니다! 마법진에 근접한 전사 분들은 빠져나오세요! 마법진 위에서 죽으면 안 됩니다! 다시 재생해요!”

디아나의 외침에 모두 물러서려고 했지만, 모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발이…… 안 움직여요!”

“마법진이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얻어맞기만 했던 핏빛 마법진이 어느새 늪처럼 전사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아이 씨. 진짜 가지가지 하네.

브레스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부수자!

[사라져라.]

어두웠던 동굴이 갑자기 밝아진다.

아직 드래곤의 입에서 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이 녹아내린다.

이미 나의 세상은 붉고, 온몸은 따가웠다.

위험 감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발동했지만, 피할 곳은 없다.

일 초, 이 초…….

초 단위로 시간이 지나자 통증이 시작된다.

“으아아아!!”

뜨겁다. 아프다.

미칠 것 같다.

이미 녹아내린 갑옷이 피부에 닿자 다시 뜨겁고, 피부가 새까맣게 익어 간다.

이건 피할 수 없다.

살 수 없다.

내 눈앞에 있던 각성자들은 이미 모두 불타올랐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가루조차 남기지 못했다.

디아나는 불꽃에 휩싸여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다.

크으으윽.

신체 능력과 태양신의 축복 때문에 버티는 건가…….

차라리 단번에 죽은 각성자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으으. 이렇게 죽을 거라면…….

“뇌…… 신!”

마법진을 조금이라도 더 부순다.

다시 살아나서 완벽하게 마무리 짓겠다.

마나를 한 톨이라도 더 쓰자!

[주인!]

갑자기 나에게 날아오는 불사조.

녀석이 내 눈앞에서 날개를 펼치자 거짓말처럼 통증이 가라앉았다.

[주인의 몸에 들어가지!]

불사조가 내 이마로 빨려 들어온다.

몸이 가벼워지며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살 것 같다.

어차피 브레스가 본격적으로 뿜어져 나오면 죽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부수자!

사람이 죽으며 꽤 규모가 커진 마법진.

이에 내가 다시 여의를 꽂아 넣으려고 할 때, 갑자기 녹빛이 멎었다.

[불사조. 사도를 살렸는가? 그래…… 차라리 잘됐다. 사도여. 널 초대하지.]

몸이 급격하게 뒤로 빨려 들어간다.

드래곤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어느새 입안을 가득 메우던 불꽃은 사라진 상태.

[들어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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