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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48화 (48/240)

<내 상태창 2개 - 48화>

47. 사령대제의 접촉

하데스? 그거 올림포스 신 아냐?

근데 사령대제라고?

아, 씨.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일단 이놈은 사령대제인 거지?

이런…… 생긴 건 완전 인간인데.

그것도 짜증 나게 잘생긴 인간.

창백한 피부에 백발 머리.

엘프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완벽한 조각 얼굴을 자랑하는 외모다.

붉은 눈에 왼쪽은 외눈 안경을 차고 있는 사령대제.

그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아이고. 긴장하지 마십시오. 릴렉스하세요. 어차피 여기서는 힘도 못 쓰십니다.”

“큭.”

그 말대로였다.

마치 각성자가 되기 전처럼, 온몸이 무기력했다.

다행이라면 적에게 적의가 없어 보인다는 점일까.

“저도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가 없어요. 제가 당신의 존재를 알게 되니까 올림포스의 형제 놈들이 당신을 아주 싸고돌더군요.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갈 행동을 하면 다 달려올 겁니다.”

“흠…….”

“전 단지 대화가 하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은 그저 김지호 님의 작은 영혼 조각에 불과해요. 본신에 아무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그러니 이야기만 하기엔 최적이죠.”

그가 양손을 들며 진짜 무해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뭐 유해해도 지금의 나는 뭐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적어도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어둡고 바닥은 해골 머리들로 이루어진 땅.

사령대제가 앉아 있는 의자는 뼈와 살가죽을 이어 만들었고, 그 앞에는 수없이 많은 손가락뼈를 이어서 만든 책상이 있었다.

허공 위에는 초록색의 불빛이 떠서 어두운 공간을 조금이나마 밝게 비추고 있었고, 천장에는 시체를 이어 만든 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선 아직도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좀 역하군.

“여긴 제 아늑한 보금자리. 네크로폴리스입니다. 여긴 제 집무실이고요.”

“대체 날 어떻게 끌어들인 거지?”

“원래 대장은 제일 좋은 방에서 자는 법이죠.”

아. 어쩐지 졸리더니…….

“흠. 아직 긴장하셨군요. 한잔하시겠습니까?”

사령대제가 손뼉을 치자 천장 위의 시체가 입을 벌리더니 피가 쏟아져 내려왔다.

그러자 책상에서 뼈가 올라오더니 잔을 형성해서 그걸 다 받았다.

“안 먹어. 더러워 보이니깐.”

“에이. 신혈(神血)이 제일 맛있는데. 지호 씨 수준이면 흠…….”

왼쪽 외눈 안경을 붙잡더니 나를 이리저리 바라보는 사령대제.

“지금 수준에선 마력 3은 오르겠네요.”

“마력 3?”

“예. 저기 시체가 그냥 시체가 아니라니까요. 나름 신족이에요. S급.”

윽.

마력 3에 마음이 좀 흔들리는데?

그래도 적지에서 먹는 건 아니지.

“아. 근데 어차피 영혼 쪼가리라 못 먹네요. 지금의 지호 씨는. 히히히.”

뭐냐. 가지고 논 거냐?

“키킥. 네. 미안해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못 먹는 거. 그냥 한번 자랑하고 싶었어요. 제 신혈 공급기 프로메테우스를요. 히히히.”

킥킥대면서 자기 잔에 담긴 피를 마시는 사령대제.

아까는 좀 진지한 분위기를 잡는 것 같더니 갑자기 급 미친놈이 되었다. 또라이인가…… 얼굴이 아깝다.

“미친 새끼 맞아요!”

아, 이 새끼는 생각도 읽어?

“생각도 읽기는 하는데 표정이 딱 미친 새끼 느낌이었어요.”

“아. 본론으로 가자. 왜 불렀어? 죽이려고?”

“여기서 죽여 봤자 지구에 본체가 있는데요 뭘. 그렇게 쉬웠으면 진작 죽였지. 그래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일단 본론부터 말하죠.”

그가 피를 다 마시고 잔을 책상에 툭 놓았다.

“당신, 이대로라면 B급 때 천사 확정이에요. 질서의 꼭두각시 천사.”

“뭐? 천사?”

“네. 영혼 계열이 탄생한 게 얼마 만인데 천사가 되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형이 말리러 온 거예요.”

언제 또 은근슬쩍 형이냐.

할아버지지. 솔직히 나이 차 따지면.

“쯧쯧. 액면가는 그쪽이 형이에요. 형! 지호 형! 얼굴 왜 이렇게 삭았어?”

아, 또라이력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이 새끼는 한마디도 안 지네.

“제가 지는 건 싫어하거든요. 히히. 어쨌든 그래요. 폴룩스 놈 스킬도 가지고 있네…….”

외눈 안경을 돌리며 나를 관찰하는 사령대제.

“그럼 애도 여럿 있겠고. 아니 아직 배 속에 있나?”

“나 한 번도 안 했는데.”

“와! 어떻게 그러지? 혹시 성 정체성이? 아, 명경지수가 있구나. 뽑기에서 뽑았나? 어쨌든 애가 없으니 가산점 주고.”

누구 맘대로 가산점이야?

“마법 총서에, 뇌신에, 화염 전차에, 아이고 기술 아주 장난 아니시네. 올림포스 놈들 지구는 버리고 그냥 몰빵했구먼. 이건 감점. 너무 사랑받아.”

“지구를 버려?”

“당연하죠. 이렇게 한 명한테 권능을 몰아줬는데 나머지 지구 각성자들은 뭐 먹고 살아요? 그리고 SP는…… 생각보다 없네? 뭐야? 암펠리안도 잡았겠다, 요새도 수비했겠다. SP 펑펑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분할 지급해 주던데?”

“분할 지급? 왜죠?”

“난이도 떨어졌다고.”

그러자 외눈 안경을 만지던 하데스가 풉 하고 웃었다.

“난이도 떨어졌으면, 그 공로로 SP를 더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풉. 올림포스의 공적 하데스에게 큰 피해를 입힐 기회가 왔는데 말이에요.”

“어…… 난이도가 떨어져서 한 번에 줄 수 있는 한도가 줄었다는데.”

“그거야 중급 난이도에서 아무리 공을 세워 봤자 이만 SP 정도 값어치밖에 안 되니까 그렇죠. 하지만 여기 케브리안은 제가 지배하는 세계. 이 사령대제가 완벽하게 쥔 세계. 난이도 불가능의 세계! 그 세계를 바꾼 업적인데 너무 짜다. 나 같으면 암펠리안 잡았으니까 오십만은 투척해 줬을 겁니다. 케브리안에서 안 되면 지구에서 주면 되잖아요?”

헐. 50만?

업적 하나 줬는데…….

“업적 그거 풋. 그건 당연한 거예요. 지금 당신 B급 만들라고 혈안이 된 게 그쪽 진영인데. 당신이 도망쳐도 줬을 거예요. 그놈의 업적. 이미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안 주겠다는 건가? 이건 헤라가 잘하는 건데. 지도 안 지키는 법규 따져서 깐깐하게 구는 거. 올림포스 전원의 사랑은 못 받네. 헤라한테 미움 샀으니 가산점.”

갑자기 열이 확 올라왔다.

이것들이 보상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고?

분할 지급 때는 에이 씨 그러려니 했는데 암펠리안 잡은 걸 업적 하나로 퉁친 건 진짜 기분이 뭣 같았다.

생각을 읽으니까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을 뿐.

질서의 신들에게 갑질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지.

“그래요 그래. 갑질이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미친 또라이 놈이 이간질을 하려고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이 녀석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보인단 말이지.

“아. 그거는 저도 인정합니다. 제가 그럼 질서 진영 믿으라고 당신 불렀겠어요? 이간질하려고 불렀지. 히히.”

“이건 또 인정하네.”

“하지만 여기서만 듣고 까먹을 이야기에요. 이 이간질 이야기도.”

“까먹는다고?”

“네. 까먹어야죠. 알고 있으면 폴룩스한테 생각이 다 읽힐 텐데, 그럼 그 자리에서 바로 혼돈에 오염되었다고 하면서 정신 개조 당합니다. B급 때 다시 기억나게 제가 잘 조절해 놨죠.”

하아.

질서의 신들이 진짜 그럴까?

“으이그. 올림포스 쌍것들은 저 포함해서 하나도 믿으면 안 돼요. 그렇게 순진해서야.”

“그래도 적이 하는 이야기보단 지금까지 도와줬던 수호신을 믿는 게 일반적이지.”

“그건 그래요. 하지만 저는 단지 당신에게 경고와 암시를 줄 뿐이에요. B급에 올라가면 당장 상점에서 원형 유지 풀 세트를 사라고.”

원형 유지 이야기에 약간 경계가 누그러졌다. 뭐 전향하라거나 그러는 건 아니네.

“원형 유지? 있는데?”

“흐음…… 완벽한 원형 유지가 있네요. 근데 이거에다가 그 아래 등급도 죄다 싹쓸이해야 해요. 기본, 고급 싹 다요.”

“지금 사야 하나?”

“여기 일을 기억 못 한다니깐. 게다가 지금 와서 사면 이상하게 볼 테니까 B급 올라가자마자 사면 돼요! B급 되면 아주 천사로 만들려고 발광을 할 거니까요. 그 전에 질러야죠.”

“원형 유지를 사면 괜찮나?”

“천사가 되려면 자아를 먼저 삭제하는 작업이 필요하거든요. 원형 유지 다 갖추고 있으면 제우스라도 불가능한 작업이죠.”

흐으음.

천사가 될 거였으면 D급 때 했지 B급까지 어떻게 올라가는데 거기서 천사가 되냐.

그러면 억울해서 못 산다.

사령대제의 말이긴 하지만 원형 유지는 어차피 매번 샀던 거고 B급 가서도 사야지.

“그런 생각 좋아요. 그러려면 SP 육만은 모아 두세요.”

“유…… 육만?”

“예. B급 원형 유지는 비싸답니다. 아. 아하. 이래서 이놈들이 SP를 띄엄띄엄 주나? 원형 유지 못 사게? 하여간 못됐다니깐.”

“허…….”

어느덧 사령대제의 말에 빠져들어 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럴 법했다.

“저는 당신에게 두 가지 암시만 걸 겁니다. B급 때 모든 종류의 원형 유지 스킬을 모두 사라. B급 되기 전까지 SP 육만을 눈치채이지 않게 모아라. 이거 어때요. 받아들일 만합니까?”

“으음…….”

“당신 동의가 없으면 이 암시는 사라집니다. 당신은 SP를 흥청망청 쓰다가 B급에서 원형 유지를 살 SP를 못 모으게 되고, 바로 천사가 되어 버리겠죠.”

“네 말이 맞는다면 나한테 아주 좋은 제의긴 한데…… 넌 무슨 이득이 있지?”

그러자 사령대제는 어깨를 과장되게 불쑥 들었다 내렸다.

“당연히 있죠. 일단 당신의 SP 육만을 묶어 놓았고, 영혼 계열 천사는 골치가 아플 텐데 예방했죠. 내 말이 맞는 걸 알게 되면 저한테 회유도 잘 당하겠죠. 서로 윈윈. 이게 최고의 거래죠.”

“흠…….”

딴에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왠지 꺼림칙했다.

암시까지는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말아요 뭐. 사실 오늘 부른 것도 보험이에요. 당신, 케브리안에서 제압하면 되니깐.”

“……그래. 암시까지는 필요 없어.”

“정말 필요 없어요?”

“어.”

“천사가 되어도?”

“괜찮다니까. 기억나면 바로 구매하지 뭐.”

내 거듭된 거절에 사령대제가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녹색의 침이 해골 머리에 닿더니 해골이 그대로 녹아내렸다.

와! 산성 침이냐.

“퉤. 아쉽네. 일을 쉽게 풀 수 있었는데. 아주 바보는 아니군요. 아테나 년의 정신 보호 때문인가…….”

역시 뭔가 있었던 건가?

암시를 동의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암시하는 김에 혼돈의 소질도 개방해 주려고 했는데. 아쉬워요. 아쉬워.”

역시 믿을 놈이 아니야.

“적을 어떻게 믿어요? 믿을 건 나밖에 없어요. 히히. 그래도 가산점이 더 높아서 꼬드기고 싶었는데 아쉽네. 혹시 B급에 오르면 제가 정식으로 좋은 제의 추진하죠. 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던 사령대제가 일어났다.

그는 나에게 서서히 다가와, 외눈 안경을 잡으며 날 쳐다보았다.

“본래의 자질이 333이라…… 헤라클레스하고는 정반대의 경우군요. 이런 자질이면 B까지 가기는 힘들겠죠. 영혼 중개자라니…… 신기한 걸 만들었어. 이게 암펠리안의 영혼도 일부 흡수한 건가?”

서서히 시야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몸이 투명해지며, 이 공간에서 몸이 사라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암시를 거부했다지만, B급에 오르면 오늘의 일이 기억날 거예요. 그럼 다른 건 몰라도 원형 유지는 꼭 사세요. 천사가 되고 싶지 않다면. SP 달리면 상점창에 ‘하데스사령사랑’ 검색하세요. 하루 이자 1%로 빌려줄 테니까. 히히히.”

사령대제의 경망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시야가 완전히 점멸한다.

이 내용을…… 잊는 건가…….

꿈에서 깨자 방이었다.

요새에서 제일 좋은 방.

에라이. 씨.

괜히 여기 누워서 하데스 꿈이나 꾸고 말이야.

벌떡 일어나서 괜히 침대를 한 번 발로 쾅 찼다.

에휴. 기분이 좀 풀리네.

뭐 나름 쓸 만한 정보는 많았지만…… 진실 여부가 확실하진 않지.

어? 그러고 보니 기억이 있잖아?

‘네. 까먹어야죠. 알고 있으면 폴룩스한테 생각이 다 읽힐 텐데, 그럼 그 자리에서 바로 혼돈에 오염되었다고 하면서 정신 개조 당합니다.’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르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사령대제 이 자식 기억 없애 주겠다는 것도 구라였냐?

[폴룩스가 침대를 차지 말고 여자나 데리고 오라고 합니다.]

응?

뭐지……?

어째……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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