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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47화 (47/240)

<내 상태창 2개 - 47화>

46. 질서 진영에서 보상을 떼먹는 것 같다(2)

화르르륵.

이마에서 갑자기 불길이 확 앞으로 뻗치더니 불사조가 튀어나왔다.

[주인. 나 돌아왔다.]

“오. 잘 왔어.”

[원래 진작 나올 수 있었는데 주인 생각해서 안 나왔는데…… 하아.]

예전과 비슷한 크기로 돌아온 불사조가 날갯짓을 한번 하더니 입김을 후 불었다.

불길이 활활 타오르다가 연기로 사라졌다.

[실망이다. 주인. 남자가 아니다.]

“야, 닥쳐.”

[후우우우우.]

담배 연기 내뿜듯이 불길을 후후 내뿜는 불사조.

아, 뭔가 한 대 때리고 싶은데.

[재밌는 구경을 못 하게 돼서 아쉽다. 동네나 한 바퀴 날고 오겠다.]

“그래라.”

날개를 펼쳐 훌훌 날아가는 불사조.

보상받고 기분이 좋았는데 또 기분 찝찝하게 만드네.

태양신의 축복이나 볼까?

[태양신의 축복.]

[불을 다루는 모든 스킬의 위력이 30% 증가합니다.]

[화염 마법의 한계를 더욱 넓힐 수 있습니다.]

[마력이 20% 증가합니다.]

불과 관련된 축복이군.

이 정도면 뭐 쓸 만하네.

아테나의 축복과도 중첩이 돼서 질서 진영 능력치를 아주 아름답게 올려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도 메인 퀘스트가 나오질 않아 모두들 지구로 귀환길에 올랐다.

이번에도 3일 쉬고 다시 오기로 약속하며 귀환한 각성자들.

“지호 씨. 어제 술 취하고 너무 추태 부렸죠? 죄송해요.”

“아니에요. 추태라니요. 그럴 수도 있죠.”

“으으으…… 드워프 맥주, 도수가 너무 셌어요.”

얼굴을 붉히며 사과하는 강시아를 보니 어제 내가 잘 대처한 것 같았다. 그래. 괜히 색마 폴룩스 말에 내가 사인을 놓쳤나? 하면서 휘둘린 거야.

나는 귀환하자마자 미리 대기하던 라이아나에게 이끌려 만신전에 갔다.

그녀는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다.

만신전 포탈로 들어서자마자 라이아나가 내 두 손을 꽉 잡았다.

“김지호 헌터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네? 뭐가요?”

“만신전에 제 석상이 생겼어요!”

“공적 부족하다고 해서 원래 없었잖아요?”

“그러니까요.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그녀가 내 손을 붙잡은 손을 풀고 석상이 쭉 일렬로 서 있는 길을 향해 달려갔다.

아니 경건한 장소라 뛰면 안 되는 거 아니었나…….

나도 그 뒤를 따라가니 라이아나는 자신을 꼭 닮은 석상을 황홀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만신전에 내 석상이 생기다니…… 아아. 꿈만 같아…….”

“그렇게 좋아요?”

“당연하죠! 이제 전 영원한…… 앗…….”

“영원한 뭐요?”

“아. 이건 전설 등급이 돼야 알 수 있는 거라서…… 잊어 주세요.”

에이, 뭐야. 김빠지게.

어쨌든 석상 주변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먼지도 없는데 여기저기 닦아 대던 라이아나.

내가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흠. 추태를 부렸군요. 죄송합니다.”

“알면 가시죠.”

“예…… 근데 진짜 뭐 하신 거예요?”

“케브리안에서의 이름 기억나세요?”

“아뇨. 그때 일은 하나도 기억 안 나요. 다른 분들은 기억이 그래도 조금씩은 나던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라이아나.

뭐, 기억 못 하는 게 행복할지도.

마지막이 안 좋았잖아.

“라이아나랑 똑같이 생긴 디아나라는 하이 엘프가 있습니다. 그분이 태양신의 사도가 되도록 도왔는데…… 그거랑 연관이 있을 거 같네요.”

“디아나…….”

라이아나는 디아나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걸어갔다.

얼굴을 언뜻 보니 생각이 복잡한 것 같았다.

계속 디아나, 디아나 거리기에 내가 말했다.

“디아나에 대해 이야기해 드려요?”

“아니, 괜찮습니다. 신들께서 잊게 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말문을 흐리며 입을 닫은 라이아나.

빠르게 걷는 그녀를 따라가니 또다시 포탈이 보였다.

그리로 들어가자 저번처럼 앉아 있는 폴룩스.

그때와는 달리 매우 한심해 하는 표정이었다.

“하아아. 왔냐, 이 고자야.”

“아이고. 어제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흐이그. 기회를 줬으면 낚아채야지. 평생 고추 놀리며 살래?”

“제 고춘 제가 알아서 합니다. 아저씨.”

“아, 스킬 아까워 진짜. 야, 그냥 반납해.”

“줬다 뺐기 없습니다. 히히.”

무한 정력 쓸 만하단 말이야.

지치지 않는 게 아주 좋거든.

툴툴거리던 폴룩스가 손으로 바닥을 치자 황금 기둥 3개가 올라왔다.

개중 목표로 했던 아이템 2개를 후딱 낚아챘다.

[A급 무기 증폭검 여의(如意)를 획득하였습니다.]

[A급 스킬 뇌신(雷神)을 획득했습니다.]

[뇌신(雷神) LV1]

[A급 액티브 스킬.]

[뇌전을 다루고 지배하는 힘. 의지에 따라 전격을 발출, 조종한다. 마력에 비례하여 전격의 양과 위력을 조절할 수 있다.

스킬 레벨이 오를 시 신체 변환이 가능하다.]

심플하네.

스킬을 터득하자 어떻게 몸에서 전기를 뿜어내야 하는지 감이 왔다.

“뇌신.”

적당량만 소환하자 양손에 지지직거리는 하얀 전류.

지금이야 작지만 마나 소모량을 늘리면 금방 커진다.

최근 얻은 집중 강화에 뇌신을 풀로 펼치면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증폭검 여의도 내 의지에 따라 늘렸다가 줄었다가 하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빨리 케브리안 가서 실험하고 싶군.

그리고 기회는 빨리 왔다.

“저기가 오크 요새 에비우드군.”

“생각보다 단단해 보이네요.”

케브리안으로 다시 돌아온 지 20일째.

이제 3천 명까지 늘어난 헌터들과 엘프, 드워프와 부대를 이루어 총 5천 명의 인원이 오크 요새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 요새를 뚫어야 아카르디안의 레어가 나옵니다.”

“한데 방비가 워낙 단단하니…….”

“우리도 땅의 성소를 지키기 바빠서 공성 병기는 없소.”

엘프 알피드와 드워프 로드 암브로시안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땅의 성소를 지키다가 적의 요새로 진격할 때 합류한 암브로시안.

일반 드워프보다 1.5배 정도 더 큰 그는 새하얀 수염, 머리카락에 주름진 얼굴이 인상적인 노익장이었다.

땅의 정령을 아주 잘 다루어 디아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강력한 전력이었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 님이 드디어 태양신의 사도가 되셨다는데…….”

“예. 세계수로 가 사도의 힘을 이끌어 내고 계십니다.”

“지금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

내가 퀘스트 보상을 받았을 때, 태양신의 사도로 드디어 임명을 받은 디아나는 우리 부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사도의 힘을 이끌어 내고 금방 합류하겠다며 아쉬워하던 디아나.

그녀가 있으면 편했겠지만…….

이 요새 정도는 없어도 괜찮다.

“성문을 부수고 주변 성벽을 무너뜨리면 이길 수 있겠습니까?”

내 뜬금없는 질문에 암브로시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거야 그렇소만…….”

“그럼 다녀오지요.”

막사를 홀로 나선다.

화염 전차를 타고 적 요새의 성문 앞으로 달렸다.

돌로 쌓아 올린 성벽.

커다란 높이의 성벽은 협곡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었다.

성벽 곳곳엔 뼈가 훈장처럼 달려 있고, 거대한 우르크들이 바위와 손도끼 등을 들고 무서운 기세로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다.

“전신의 가호.”

화염 전차를 달리며 적의 성벽으로 돌진한다.

사방에서 무기가 쏟아지고 바위가 날아온다.

하나 기묘하게 꺾이는 궤적.

모든 무기가 나만 쏙 피한 채 땅으로 툭툭 떨어진다.

“대기의 구속!”

무기가 안 되면 마법으로.

허공을 달리던 화염 전차를 막기 위해 샤먼들이 총동원된다.

잘 달리던 화염 전차가 성의 지근거리에서 멈춘다.

샤먼이 나의 몸도 구속하지만, 코웃음이 나온다.

“마력 방출.”

아테나의 마법 총서로 인해 더욱 강해진 마력 방출로 구속을 푼다.

그와 함께 꺼내는 검, 여의.

예리함은 돌을 가를 정도로.

강도는 가장 강하게.

크기는 성벽을 뒤덮을 정도로.

그 의지를 담고, 집중 강화를 한다.

“집중 강화. 뇌신.”

강화 대상은 뇌신.

여의를 뒤덮어 보자.

지지지직.

작은 단검이었던 여의가 삽시간에 증폭한다.

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부풀어 오른 여의가 앞으로 쭉 뻗어 성벽을 향해 돌진한다.

“대지의 가호!”

“바람의 방패!”

땅에서 벽이 올라오고 대기의 방패가 허공에 생성되었으나 그대로 찢기는 마법.

“성문을 강화해!”

마력이 성문에 모이나 이미 여의가 먼저다.

뻗어 나가는 검이 약간 멈칫하더니, 그대로 뚫어 버린다.

콰과과광!

그대로 뚫려 버리는 성문.

이에 만족할 순 없다.

이 거대한 검을 그대로 휘두른다.

검을 쥔 손아귀가 찢길 것 같고, 양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 괜찮다.

단 2번이면 된다.

왼쪽 사선으로 한 번.

성벽이 두부처럼 갈리며 그 위를 새하얀 뇌전이 감싼다.

기세등등하던 우르크의 몸이 그대로 시꺼멓게 타오르며 성벽 위는 지옥이 된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성벽을 완전히 베고 여의를 다시 축소시킨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여의.

양팔이 날아갈 것 같군.

하지만 오른쪽도 베야지.

이번엔 집중 강화가 안 되니 뇌신만 부여한다.

“뇌신.”

텅텅 비기 시작한 가슴의 느낌.

마력이 다 닳아 가고 있지만 괜찮다.

한 번은 더 공격할 수 있다.

어차피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이니.

검이 또다시 증폭하며 부서진 성벽까지 늘어난다.

그리고 이번엔 우측으로 성벽을 가볍게 가로지르는 여의.

좌측의 지옥도가, 우측에서도 동일하게 펼쳐진다.

검 끝이 성벽을 가르고 하늘 위를 향하자 바로 여의를 축소시킨다.

금방 손바닥만 해진 여의.

“후우우.”

이 정도면 됐다.

마력이 아무리 높아도 한 번 더 휘두르긴 무리구나.

등을 돌려 천천히 부대로 돌아온다.

입을 턱 벌린 채 경악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같은 헌터 맞아?”

“찍었어?”

“어…… 이거 대박이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이번 건 좀 힘들었다.

찢긴 근육이 빠르게 재생되며 피가 철철 나던 손도 급격히 상처가 아물었지만, 탈력감은 가시지 않았다.

나는 말을 타고 선두에 서 있던 이진성을 보았다.

“진성아.”

“어…… 어.”

“돌진 부탁한다.”

“어. 그래. 갑시다! 여러분. 케브리안 원정대 출정합니다!”

진성의 외침에 일제히 정령마를 소환하는 사람들.

순식간에 기병을 이룬 무리가 휑하니 뚫린 성벽을 향해 돌진한다.

그 뒤를 따르는 궁수와 마법사들.

이렇게 1진이 돌진하고, 엘프와 드워프가 뒤를 받친다.

저들은 우리처럼 목숨이 3개가 아니니까 아껴야지.

그리고 경험치를 위해선 이게 최선.

지금의 나는 우르크로 경험치가 거의 안 들어오는 수준이라, 지구인을 키우는 게 낫다.

부대에 돌아와 가만히 서서 마력을 회복하며, 나는 다시 한번 퀘스트 창을 열어 보았다.

이번에 주어진 메인 퀘스트는 무려 4개.

[협곡 요새 에비우드를 점령하라.]

[블랙 드래곤 아카르디안의 레어를 침공하라.]

[블랙 드래곤 아카르디안의 소환 의식을 저지하라.]

[데스나이트 킹 암펠리안을 역소환시켜라.]

보통, 어려움, 매우 어려움, 불가능 순으로 난이도가 측정된 메인 퀘스트.

각 퀘스트의 보상을 한 번씩 더 둘러보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너무 짜다.

에비우드 점령은 1레벨 업.

레어 침공은 1,000SP.

아카르디안의 소환 의식 저지는 B급 이상 랜덤 아이템 상자 1개.

마지막 가관은 암펠리안 역소환 시 주는 보상이었다.

이건 이미 클리어가 되어 있었다.

근데 보상은 단 하나.

‘구세의 자격’ 업적 보상이다.

아니, 칭호도 아니고 어디에다 써먹는지 알지도 못할 업적 보상.

암펠리안을 제압했는데 겨우 이거 하나 주고 땡이야?

[폴룩스가 그 업적이야말로 B급으로 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격이라고 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아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한데.

갑자기 너무 짜졌어.

난이도 떨어졌다고 이러는 건가?

불가능을 성공시켜서 난이도를 팍팍 낮췄는데. 어째 보상이 점점 별로냐.

여의나 뇌신은 아주 고맙지만, 이건 솔직히 영혼 중개 거래를 함으로써 받은 정당한 대가인데 말이야.

메인 퀘스트 보상이 저번처럼 아드레날린을 자극하질 않아.

오히려 의욕을 떨어뜨린다.

이럴 거면 난이도가 어려운 게 나았겠군.

에휴.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우르크나 조져야지.

마력이 얼추 차자 다시 화염 전차에 올라탔다.

요새로 날아가며 난 불사조에게 말했다.

“불사조야. 아군을 도와줘라. 너무 활약하지는 말고. 이제 우르크 정도론 경험치 거의 안 오른다. 지구인 밀어주자.”

[알겠다. 주인. 그럼 보호를 우선하지.]

“그래. 나도 번개나 뿌려야겠다.”

성문을 돌파한 기병대와 이를 막으려는 우르크 부대.

난 하늘 위에서 이들을 지켜보며 아군이 위험할 때마다 번개를 쏘았다.

거기에 적이 방어 진형을 잘 갖춘 곳, 샤먼이 마법을 쓰려고 하는 곳 등에도 벼락을 뿌렸다.

“으아아악!”

“저주받을…… 사도…….”

“그로쉬 님은…… 어디 있는가…….”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우르크들.

쓰러질 때마다 하늘 위의 나를 저주하며 피를 토한다.

그런 우르크를 확인 사살하는 헌터들.

“와. 경험치 죽인다.”

“김지호 대장님이 하늘 위에서 버텨 주니 든든하네.”

“행군만 할 때는 행성 선택을 잘못했나 싶었는데, 오늘 경험치 엄청나다. 야.”

희희낙락하며 좋아하는 헌터들.

그들은 단 하나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경험치 사냥을 했다.

에비우드는 곧 시체로 가득 찼고, 헌터들은 레벨 업으로 환희했다.

나도, 뭐 1레벨 올랐다.

퀘스트 보상으로.

에비우드 요새에서의 하룻밤.

우리 부대는 요새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아침 모두 지구로 귀환하기로 했다.

바로 귀환할 수도 있었지만, 적 요새를 우리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마법사들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도 도와줄까 했지만 마법사들이 오늘 무리했으니 쉬시라고 극구 말려서 방으로 들어왔다.

우르크의 몸에 맞게 크고 투박한 침대에 누우니 스르르 잠이 오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이렇게 잠이 금방 온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가…….

하긴 워낙 보상이 똥 같으니 의욕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눕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안녕하십니까. 지구의 김지호 각성자님. 온 우주가 바라 마지않았던, 영혼을 다루는 자여.”

꿈속에서의 나는 이상한 공간에, 이상한 남자와 함께 있었다.

“저는 하데스, 한때 죽음의 신이자…… 현재는 사령대제라 불리는 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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