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46화 (46/240)

<내 상태창 2개 - 46화>

45. 질서 진영에서 보상을 떼먹는 것 같다(1)

[B급 액티브 스킬 ‘집중 강화 LV1’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집중 강화?

[집중 강화 LV1]

[마나를 다루는 기술의 출력을 순간적으로 강화합니다. 출력이 2배 증가하는 대신, 마나 소모량이 3배 증가합니다. 이 비율은 출력 6배까지 해당합니다. 쿨타임은 3분입니다.]

마나를 단기간에 빠르게 소모하는 대신, 위력을 확 늘릴 수 있는 건가.

한번 실험을 해 보기 위해 파이어 볼을 띄워 봤다.

“파이어 볼.”

그냥 쓸 때는 내 몸 정도의 크기까지 부풀어 오르는 파이어 볼.

마법 실력이 자는 동안 꾸준히 늘어서 어느새 크기가 이 정도로 커졌다.

여기서 집중 강화를 쓰면 어떨까?

“집중 강화. 파이어 볼.”

작정하고 써 보니 파이어 볼 크기가 엄청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커지는 한계가 확 늘어난 느낌이 났다.

더 커져라 해도 안 되던 게 6배나 강화되었으니.

주변에서 마법사들이 저거 뭐냐고 웅성웅성할 정도였다.

“파이어 볼이 어떻게 저리 크지?”

“김지호 헌터님 마법사였어?”

“마법사는 아닐걸? 마법도 쓰고 활도 쓰고 검도 쓰더라. 일반 클래스가 아니래.”

소문이 꽤 퍼졌나 보군.

어쨌든 이 스킬은 심플하지만 상당히 쓸 만했다.

방어력이 강한 적한테 고전한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이젠 확 쓸어 버리면 될 테니까.

쿨타임이 3분인 게 아쉬웠지만.

아이템 상자가 제물 노릇을 하긴 한 건가…….

그리고 새로 얻은 칭호는…….

[케브리안의 용사.]

[등급 B]

[이미 멸망한 행성 케브리안을 되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용사에게 주어지는 칭호. 케브리안 행성의 원주민에게 크게 호감을 산다. 케브리안 행성에 있을 시 능력치가 15% 상승한다.]

등급 B의 칭호.

능력치 15%도 끌렸지만 케브리안 원주민에게 호감을 산다는 항목도 주목할 만했다.

박쥐 각성자랑 교체해도 되겠군.

칭호를 교체하자 힘이 불쑥 났다.

케브리안의 용사만 해도 이리 좋은데 못 받은 다른 칭호는 얼마나 좋았을까.

SP 8만도 있었으면 참 든든했을 텐데 말이야. 시스템이 뭐라고 참.

행성 난이도 낮춘 게 막말로 내가 암펠리안 놈을 조져서 그런 건데 말이야. 참 보상도 안 주시고.

“시스템 너무하네. 버그 아냐? 사실 SP를 십만이 아니라 이십만을 투척해 줘야지 난이도도 낮췄는데.”

생각하니까 너무하네. 악덕 사장님이 알바생한테 인센티브 준다고 해 놓고는 떼먹는 거 아닌가?

“여기서 안 되면 지구에서 주면 되잖아. 그러고 보면.”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계속 투덜댄 지 10분이 지났을까. 수호신의 답변이 왔다.

[폴룩스가 일주일에 이만씩 지급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주일? 케브리안 시간으로 일주일인가?

[폴룩스가 지구 시간으로 일주일이라고 합니다.]

와! 지구 시간으로 일주일이면 케브리안으로 따지면 70일 아니야. 8만 받으려면 280일 동안 있어야 하네. 거의 1년이잖아.

[폴룩스가 어차피 왔다 갔다 하면서 왜 그러냐고 합니다. 일단 지구에 오면 만신전으로 오라고, 나머지 물품 받고 중개 계약 하라고 합니다.]

에이. 그건 당연히 받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고 보니 중립신 쪽에는 뭐 없나?

[아우렐리아가 이번 지구에서는 중립 진영의 영향력이 너무 적어서 질서만큼의 대가를 지불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합니다.]

쳇……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군.

결국 할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건가…… 대체 왜 제한이 되는 거지.

그럼 할부로 주는 건데 이자라도 주시죠?

[폴룩스가 한숨을 푹 쉬며 알겠다고 한번 건의해 보겠다고 합니다.]

오.

사실 말하고도 별로 기대 안 했는데 선선히 받아 주네.

다행이다.

지급이 유예되었는데 이자라도 챙겨야지…….

“지호야. 이제 어떻게 하지? 추격하긴 애매한데…….”

이진성이 다가와서 물었다.

확실히 성은 잔치 중인데 각성자들만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애매하게 서 있었다.

자유로운 영혼들은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지만, 놀고 싶어도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런, 보상 문제로 시스템 창 보다 보니 사람들 신경을 못 썼군.

솔직히 내가 사도 지휘자긴 하지만 내 휘하 각성자들을 그냥 경험치 사냥터를 공유하는 동료 개념으로 생각했다. 딱히 지휘하지도 않았으니까. 한데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더 내 눈치를 많이 보는 느낌이었다.

쉬라고 말을 해야 쉬겠구나.

“오늘은 그냥 쉬어. 드워프 맥주나 빼앗아 먹어 봐.”

“이러고 야습해 오는 거 아니냐? 흔한 계략이잖아.”

“정령 요새라서 적이 오면 그 정도는 감지할 수 있어.”

“오케이. 그럼 경계 태세 해제하고 드워프 맥주 맛보러 간다.”

드워프들이 마시는 맥주를 보고 군침을 삼키던 이진성.

내가 그러라고 하자마자 사람들에게 허가가 떨어졌다고 말하고는 그대로 드워프들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각성자들도 삼삼오오 흩어져 요새의 분위기를 즐기러 간 상황.

나는 성벽 위에 올라서서 성 밖을 바라보았다.

다음 메인 퀘스트가 어떤 게 나올까.

그러고 보면 암펠리안 제압한 건 보상 보류했다고 했는데 주긴 주는 거겠지?

고놈이 뭐 거의 자살한 거긴 하지만 어쨌든 공적은 내가 1등이니깐…….

원래는 100퍼센트 줄 거 같았는데 SP 할부 지급 사태를 겪고 나니 뭔가 불안해지는군.

“지호 씨!”

“어. 시아 씨. 맥주네요?”

강시아가 어느새 다가와 나에게 드워프 맥주잔을 건네줬다.

나무로 만든 머그형의 커다란 맥주잔.

1.6L 피처 하나를 모조리 쏟아부은 거 같은 크기였다.

그녀가 잔을 내밀자 같이 짠 하고 드워프제 맥주를 마셔 보았다.

캬!

이거 너무 맛있네.

목 넘김이 부드러운 데다가 먹자마자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답답했던 마음이 좀 풀리는군.

근데 도수는 꽤 높은 거 같네.

“드워프들이 맥주에 소주를 붓는 이유를 알 거 같네요. 도수가 상당한데요?”

“그러게요. 맛있긴 한데 금방 취하겠네요.”

포니테일로 묶은 강시아의 머리가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도수가 높다면서도 멈추지 않고 맥주를 홀짝이는 그녀. 얼굴은 어느새 살짝 붉어져 있었다.

확실히 주변 엘프에 비해서도 꿀리지 않는 미모.

미녀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마시니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디아나 님은 지금 오고 계실까요?”

“글쎄요. 제가 퀘스트를 완료한 걸 보면 적이 후퇴한 건 확실한데. 아직까지 안 오시네요.”

“그분. 라이아나 님이랑 너무 닮았어요. 동일인일까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성격이 너무 다르긴 하지만…….”

라이아나는 지구에서 제일 강해서 그런지 자신감이 넘쳤는데 디아나는 부하를 잃고 축 처져 있었지. 좀 정신적으로 불안해 보이고.

성 밖을 바라보던 강시아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이 케브리안이라는 행성은 이미 멸망했다고 했죠.”

“네.”

“그럼 디아나 님도 사망했을 텐데. 지구에 있는 라이아나 님은 정체가 뭘까요? 혹시 죽기 전에 신의 사도가 되어서 구원받은 걸까요?”

디아나와 관련된 퀘스트 내용이 떠올랐다.

태양신이 준 퀘스트에선 디아나가 살아생전에는 태양의 사도가 되지 못했다고 했지.

그럼 죽고 나서 사도가 된 걸까.

확신할 수 없어서 대답이 모호하게 나왔다.

“죽기 전일 수도 있고, 어쩌면 죽고 나서 구원받은 것일지도 모르죠.”

“지구가 멸망하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가요?”

“네. 저번에 만났던 데스나이트를 생각하니 과연 부서진 세계를 되돌릴 수 있을지 자신감이 사라지네요. 혼돈의 군주는 더 강할 텐데.”

“그래도 최근 헌터들이 많이 레벨 업 하지 않았나요? 이런 추세로 가면 혼돈의 군주도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네. 그렇긴 한데, C급까지는 아직도 먼 여정이고…… 정령 요새 안은 그래도 안전했는데 이제 밖으로 가면 사망자도 숱하게 발생하겠죠.”

요새가 꿀이긴 했지.

어떤 메인 퀘스트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성을 나서게 되면 요 며칠간처럼 날로 먹긴 힘들 거다.

“과연 저희가 가능할까 회의가 많이 드네요. 에슈타르는 매번 세계가 멸망해서 한 단계도 더 못 나간 상황이고, 다른 행성으로 진입한 일부 각성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해요.”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거죠?”

“일 년도 안 남았죠. 엘프들이 철수하기까지 이제 십일 개월 남짓 남았을 거예요. 안 그래도 다음 달에 유엔 비밀 총회가 열린다고 하네요.”

이제 11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너무 짧네…….

그동안 부서진 세계를 하나라도 못 되돌린다면 다섯 세계의 군단이 쳐들어온다는 거잖아.

절대 못 막을 거 같은데…….

“십일 개월이라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요? 생각보다 너무 짧네요. 모여서 무슨 말을 한답니까?”

“세상에 지금껏 숨겨 왔던 진실을 밝히냐 마냐로 싸우겠죠. 아마 지호 씨도 부를걸요?”

“절요?”

“네. 케브리안 전문가시니까요. 사실 다른 행성에 비해 가장 진척이 많이 된 게 케브리안이니까. 정 수가 없다 싶으면 D급 헌터를 모두 케브리안에 때려 박는 수를 쓸지도 몰라요.”

인해전술로 간다는 건가.

데스나이트 킹을 만나기 전만 해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다 쓸려 버릴 것 같네.

“이거 정말 깰 수는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후…… 살고 싶으면 지호 씨 옆에 꼭 붙어 있어야겠네요.”

“네? 제가 제일 위험할 텐데요.”

“디아나 씨도 질서 진영에서 구원받았잖아요? 지호 씨도 지구에서 제일 두각을 드러내는데 질서의 신들이 구원해 주지 않겠어요?”

강시아는 힘없이 웃었다.

“옆에 붙어 있으면 어떻게 1+1로 같이 딸려가지 않을까요?”

“에이. 설마요.”

“제 생각에 제일 안전한 건 지호 씨 곁인 거 같아요. 딱 달라붙어 있어야겠네요.”

“저야 미녀가 곁에 있으면 좋죠.”

“정말이죠? 허락한 걸로 알게요.”

그녀는 맥주를 다시 입에 가져가며 아까보다는 밝게 웃었다.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

좋은 향기가 났다.

오랜만에 명경지수로 마음을 추스르면서 그녀와 술을 마셨다.

한 잔, 두 잔 마시니 취기가 조금씩 올라왔다.

강시아는 이미 얼굴이 붉어진 채 몸을 비틀거리고 있었다.

드워프제 맥주 도수가 상당하단 말이야.

지금 신체 능력이 괴물인 데다가 명경지수가 발동해서 난 적당히 기분 좋은 취기 정돈데…….

“지호 씨이. 못 걷겠어요…….”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강시아.

헌터라도 적당량 이상의 알코올은 못 버티나 보다.

술에 취했다며 숙소로 데려가 달라는 그녀.

그녀를 어깨에 부축하자 몸에 물컹거리는 게 느껴졌다.

후우우우.

갑자기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기. 가슴이 쿵쾅쿵쾅 뛰며 충동이 솟는다. 기분 좋은 취기와 함께 아까 ‘딱 달라붙어 있어야겠네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명경지수가 발동합니다.]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이 사라지는 열기.

하지만 부축할 때마다 부딪치는 그녀의 육체에 자꾸 열기가 솟았다 꺼졌다 했다.

후우우. 오늘은 명경지수가 자주 발동하는군.

요새 내의 강시아의 숙소는 다른 여자 헌터들과 같은 건물에 있었다.

마치 대학교 기숙사처럼.

숙소 입구에 가자 여자 헌터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묘하게 웃고 있었다.

“대장님. 강시아 씨 방은 맨 위층이에요.”

“네? 에이. 제가 어떻게 금남의 구역에 들어가요. 시아 씨 좀 부축해 주세요.”

“에이. 금남 아닌데…….”

하지만 내가 자고 있는 강시아를 건네주자 곧 그녀를 부축하는 여자 헌터들.

“시아 씨 잘 부탁해요.”

“네. 대장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네? 네. 걱정 없죠. 이제.”

“이 향수 좋은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던 여자 헌터들이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하고는 강시아를 데리고 사라졌다.

“……임포 아닐까?”

귓가에 미약하게 들리는 헌터들의 목소리.

임포가 뭐야?

설마 임포텐츠는 아니겠지?

[폴룩스가 이 병신 같은 새끼가 떠먹여 줘도 못 먹는다고 쌍욕을 합니다.]

뭘 떠먹여 줘요?

에이, 설마 아까 상황에서요?

안 돼요. 안 돼.

상급자가 부하한테 그러면 안 돼요.

100퍼 미투 운동 각입니다.

저도 강시아 씨가 이쁘니까 충동이 들긴 했는데, 취했다고 그러는 건 아니라고 봐요.

[폴룩스가 무한 정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임포 소리를 듣다니 어이가 없다며 당장 스킬 내놓으라고 고성을 내지릅니다.]

[아우렐리아가 명경지수를 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면서 잘했다고 칭찬합니다.]

하. 참.

것 봐. 여신님도 이러잖아.

사고 쳤다가 큰일 날 뻔한 걸 안 거지.

폴룩스가 시스템 창에서 고래고래 뭐라고 했지만 가볍게 무시하면서 걸어갔다.

하지만 걸어가는 발걸음이 왠지 점점 무거웠다.

아, 찝찝해.

병신이 된 거 같은데.

으음…… 이런 게 나중에 10년 후 이불킥 할 사례인가…….

아니야. 난 잘했어.

[연계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디아나의 분노의 정령 소환을 50일간 저지했습니다. 그녀는 이제 온전한 태양신의 사도로 거듭납니다. 태양신이 흡족해하며 보상을 내립니다.]

[퀘스트 보상이 주어집니다.]

[화염 전차 소환 스킬이 LV3으로 강화됩니다.]

[불사조가 강화됩니다.]

[태양신의 축복이 내립니다.]

잉? 오늘이 깨지는 날이었나?

기분이 좀 풀린다.

그래. 아쉽지 않아. 보상 받았잖아.

아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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