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45화 (45/240)

<내 상태창 2개 - 45화>

44. 메인 퀘스트(5)

엑?

난이도가 또 떨어졌어?

보통이면 얼마 정도야?

“보통이면 뭐 몇 단계가 떨어진 거죠?”

“매우 어려움에서 두 단계 떨어진 거죠. 어려움 다음이 보통이니깐.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난이도가 이렇게까지 떨어지다니…….”

그녀의 눈이 흥분으로 가득 찼다.

“지금 케브리안으로 들어가려는 각성자들이 계속 문의를 넣고 있어요.”

“좋은 소식이군요. 사람은 많을수록 좋지요.”

“아…… 근데 자꾸 일부 각성자들이 자기들이 먼저 들어가겠다며 소요를 일으키곤 했어요.”

“다 같이 출발하지 않고 자기 혼자 가겠다고요?”

“예. 난이도가 높을 땐 안 그러더니 난이도가 떨어지니까 유독 이런 사람이 많네요. 저희들이 다 컷하고는 있는데…….”

난이도 낮아진 게 좋은 게 아니네.

매우 어려움 때는 들어가 보려고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는구나.

흠.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놈들 그냥 밀어 넣으면 딱 봐도 멸망 각인데.

그럼 나도 행성 이적의 자유를 누리게 되는 건가?

그건 좀 끌리지만, 메인 퀘스트 다 깨 가는 와중인데 옮기긴 아까워.

일단은 막자.

“다른 사람이 들어가면 시간이 다시 흐를 거 아닙니까? 그럼 지금 성 수비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데요. 그냥 이틀 뒤에 가자고 해요.”

“예…… 근데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있어서…… 뭐 믿고 저러는지.”

“어느 나라 사람들이 그래요?”

어떤 나라가 그렇게 심해? 잘 보이려고 지금 줄 선 나라가 몇 갠데 어디서 뒤통수를 치려고.

어디야 대체!

“이 나라가 제일 심해요. 다른 나라들은 협회에서 말하면 알아서 걸러진다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사람들이 다 와서 항의하고 있어요.”

살짝 말문을 흐리는 알레나.

쩝…… 이거 원. 김치 파워인가…….

“혹시 그 사람들 명단 있나요?”

“예. 작성해 뒀어요.”

그녀가 준 명단을 보자 거의 50명이 넘었다.

난이도 떨어진 건 어제인데 어떻게 알고 이렇게 몰려오셨대?

“협회장님에게 전화해 볼게요.”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김지호 헌터님. 귀환하셨습니까? 이번에 아주 놀라운 결과를 듣게 되었습니다. 행성의 난이도를 낮추시다니…… 정말 놀라우십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극도로 공손하게 대하는 협회장.

C급 되니까 어째 더 심해지신 거 같은데…….

“예. 다름이 아니라 난이도가 낮아진 다음에 한국 헌터들이 엄청나게 컴플레인을 걸고 있다고 해서요.”

-아, 그렇습니까? 무슨 컴플레인이 들어왔나요?

“왜 단독으로 참여 못 하냐고, 원정대도 못 기다리고 먼저 가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네요.”

-예? 아니 왜…… 그냥 원정대와 같이 가면 될 것을 왜 컴플레인을 거는지…….

“예. 엘프 쪽에서 명단을 줬는데, 이분들에게 연락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같이 가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시간 맞춰 가자고 좀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보내 주시면 제가 바로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협회 차원에서 D급 헌터들에게 안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협회장 핸드폰에 명단을 찍어서 보내고 얼마 안 있어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명단을 보니 특정 대기업 길드 출신이거나, 그 산하 길드 출신의 헌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예? 어딘데요?”

-매일 출신 위주입니다.

매일 하면 국내 장사 위주의 대기업이잖아.

이 새끼들이 왜 장난질이야.

“얘네 왜 이런대요?”

-글쎄요. 분명 목적이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제가 일단 주의를 주겠습니다.

“흠…… CIA에 아는 분이 있는데 그쪽과도 연락해 볼까요? 매일이면 일본이나 중국이 나으려나?”

-아…… 아이고 국내 문제를 굳이 외국에까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전화를 끊은 협회장.

전화를 끊고도 짜증이 가시질 않았다. 안 그래도 혼돈 새끼들 때문에 복잡한데 매일 놈들이 왜 꼬장이야.

대기업 하면 강시아가 잘 알겠지 해서 물어보니 그녀가 냉소했다.

-매일이요? 주제도 모르고 갑질하려고 하네요. 흠. 일단 그쪽 입장이 뭔지 물어볼게요. 이렇게 명백하게 매일 출신인 걸 드러내는 걸 보면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매일 쪽에 연락해 본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강시아.

좀 기다려야 할 것 같군.

협회에서 나와 주변 맛집을 검색해 찾아갔다.

유명하다는 라멘집에서 한술 뜨고 있자니 강시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본론만 말하자면, 매일이 원정대에 자리 놔 달라고 흔들어 본 거네요. 백 명분 자리를 놔 달라고. 하. 주제도 모르고…….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

강시아에게서 처음 들어 보는 말투였다.

“지금 자리 놔 달라고 이런 장난질을 했다고요? 쟤들이 꼬장 부리면 제가 졸아서 자리 준다고 생각했대요?”

-헌터들 중에는 자신의 위치를 잘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지호 씨도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했잖아요?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한번 흔들어 보고 좋은 소리로 회유를 해 보려 했던 거 같아요.

“후. 본보기로 확실하게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호구 취급 당하겠네요.”

-그러니까요. 백 자리를 달라니 미쳤어요. 진짜. 미국 정부가 부탁해서 준 자리가 백 자린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는 사실 제발 와 주기만 해도 감사였지만.

-제가 이 문제 처리해도 될까요? 지호 씨에게 이런 잡일을 별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네요.

“그렇게 해 주세요. 또 이런 일 생기지 않게 확실하게 부탁드립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녀의 의지가 굳건해 맡겨 보았다. 지금 그런 문제에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그리고 이건 다른 문젠데 일반으로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오백 명 정도 돼요.

“일반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요새 지키고 나면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요.”

-예. 그럼 요청하는 대로 다 받을게요.

“알겠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려요. 그리고 매일 쪽에서 봐 달라고 해도 유의미한 피해는 입히고 봐주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그리고 매일 일은 걱정 마세요. 그쪽 집안 아들이 하도 집적거려서 짜증 났는데 이번에 분풀이 좀 해야겠네요. 호호호.

어째 평소보다 짜증을 내더니 그런 이유도 있었군.

그녀에게 일을 맡기고 커피나 한 잔 마시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2일 동안은 그냥 맛집 탐방이나 다니고 이진성과 술이나 먹으면서 푹 쉬었다.

사실 케브리안에 복귀하는 게 맞는 선택일까 싶었다.

데스나이트 킹 암펠리안이 마지막에 한 말도 마음에 걸리고, 사령대제가 있는 땅이니까.

하지만 난이도도 낮아졌고 그쪽에 사도 지휘자로서 나름 터전을 잡은 데다가…….

[폴룩스가 난이도가 낮아져 혼돈이 개입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축소되었다고 합니다.]

[아우렐리아가 걱정할 만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두 수호신도 괜찮다고 하고 아테나의 정신 보호까지 있으니 그냥 다시 복귀하기로 했다.

메인 퀘스트 보상을 받아야지.

“지호 씨. 총 이천칠백 명이 모였어요.”

“와. 사람 많네요.”

“아. 그리고 매일 뉴스는 보셨어요?”

“뭐 조사 들어간다는 거요? 시아 씨가 힘쓰셨어요?”

요즘 뉴스에 매일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형제끼리 주식 가지고 싸우고 세금 탈루로 조사받는다고 그러고.

매일 기사가 언론 1면을 장식했다.

갑자기 팡팡 터지나 싶더니 역시 작업 들어간 거였나.

“원정대 멤버들 중 쟁쟁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냥 귀띔만 넣었는데 자기들끼리 알아서 처리해 주더라고요.”

“아하.”

“케브리안 시간대를 저희가 주도하는 건 아주 중요하죠. 원정대 멤버 전원이 이에 공감했어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도 동의했죠. 매일이 미, 중, 일, 러 정보부와 정부에게 탈탈 털리면 누굴 건드렸는지 뼈저리게 알 수 있겠죠. 다른 데서도 감히 장난을 치지는 못할 거예요.”

그러면서 씨익 웃는 강시아.

최근 본 얼굴 중에 가장 후련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잘하셨어요. 그럼 이제 출발하도록 하죠.”

“네. 연락 돌릴게요.”

인원이 너무 많아진 만큼 각 나라에 연락을 돌려서, 각국의 포탈에서 동일 시간에 진입하기로 했다.

물론 가장 먼저 진입하는 건 한국. 그중에서도 나였다.

공성전은 이제 얼추 끝이 나고 있었다.

적의 공세는 무뎌지고, 좀 위협적이었던 자이언트 웜도 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8일째에 접어들 때쯤.

적이 어느 순간부터 침공해 오지 않아 척후로 간 엘프가 흥분한 음성으로 보고를 올렸다.

“적이 퇴각했습니다!”

“흑룡 군단 본대가 퇴각했습니다!”

“와아아아!!”

원래 케브리안의 요새 주민들은 좋아서 미쳐 날뛰었다.

드워프는 맥주 창고를 개방했고, 엘프들은 춤을 췄다.

순식간에 잔치가 벌어진 트레인 요새 상황.

각성자들은 이런 꿀 사냥터가 사라진 데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기뻐하는 사람들 앞에서 초를 치지는 않았다.

“경험치 좋았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진군해야 하나?”

“정령마 사야 하는 거 아냐?”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퇴각이라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하지만 한번 다시 확인해 볼 필요는 있으니, 제가 가서 바람의 정령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기뻐하던 디아나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겠다며 성 밖을 나섰다.

음…… 너무 단호해서 말리질 못했다.

갈 필요가 없는데.

왜냐면…….

[메인 퀘스트 ‘트레인 요새를 100일간 방어하라.’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를 드디어 깼으니까.

룰루루. SP 10만이다 10만!

[케브리안 행성의 난이도가 변화하여 보상이 나뉘어 지급됩니다.]

네?

[SP 20,000을 얻습니다.]

[‘구세주의 일보’ 업적을 달성합니다.]

[‘케브리안의 용사’ 칭호를 획득합니다.]

[‘B급 이상 랜덤 스킬 상자’ 1개를 획득합니다.]

[‘B급 이상 랜덤 아이템 상자’ 1개를 획득합니다.]

어, 왜 1개요?

칭호 하나 더 주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래 ‘불가능에 도전하는 자’ 칭호!

와, 뭐야.

행성 난이도야 막판에 변화한 거고…… 100일 중 대부분은 내가 쌔빠지게 고생해서 클리어한 거잖아.

[폴룩스가 시스템상 행성 난이도 변경으로 인해 분할 지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우렐리아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받을 거라고 합니다.]

쩝.

난이도 낮은 게 좋은 게 아니구먼?

그래도 주긴 다 준다고 하니까…….

신들한테 안 된다는 걸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고.

사실 SP 2만도 압도적인 수치다.

능력치를 모두 풀로 채울까 싶었지만, 다음 메인 퀘스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금방 나오겠지 뭐.

지금 내 시선을 가장 끈 것은 바로 랜덤 상자였다.

인벤토리에 새로 들어온 B급 이상 랜덤 스킬, B급 이상 랜덤 아이템 상자.

까고 싶다. 까고 싶어.

까기만 하면 무조건 B 이상이라는 거 아냐?

으. 근데 또 사령대제 때문에 못 까는 건 아닌가?

[폴룩스가 이미 그쪽에서 다 알았는데 그냥 열라고 합니다. SP도 그냥 메인 퀘스트 시작하면 싹 다 투자하라고 바람을 넣습니다.]

[아우렐리아가 폴룩스의 말에 동의합니다. 행성 난이도가 낮아진 것은 혼돈의 지배력이 축소된 걸 뜻하니, 이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합니다. 차라리 어차피 적이 알게 된 거 능력을 확실히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우렐리아가 웬일로 폴룩스의 말에 동의했다.

행성 난이도 다운이 그렇게 큰 여파를 불러온 건가?

좋아. 수호신들이 이렇게 단언하는데 까 봐야겠어.

아우렐리아의 말대로 이렇게 된 거 능력을 빵빵하게 갖춰야지.

일단은…… 아이템부터다.

스킬이 더 중요하니까 나중에 까야지. 아이템 상자를 제물로 쓴다.

여기서 구린 거 나오면 스킬이 좋은 거 나올 거야.

물론 아이템 좋은 거 나오면 오늘 운이 좋다는 뜻이니까 스킬이 좋은 거 나올 테고!

제물이다 가자 아이템 상자!

[B급 이상 랜덤 아이템 상자를 개방했습니다.]

[B급 ‘세계수의 열매’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이거 설마…….

디아나가 줬던 세계수의 열매?

인벤토리를 보니 맞았다.

하…… 하하…….

아주 잠재력 똥인 나를 위해 아주 좋은 아이템을 주셨네 그려.

디아나를 잘 꼬드기면 더 받을 수도 있을 아이템이지만 말이야. 하하하하하.

아니다.

제물이야 이건.

이미 불운을 여기다 썼으니까 이번엔 좋은 스킬 나올 수 있어.

후우우.

아. 잠깐. 행운 스탯 찍자…….

아낄라 그랬는데 세계수의 열매 보니까 이거 행운 조금이라도 올려야지 안되겠어.

중립 진영의 능력치 포인트와 SP를 행운에 몰빵하니 B글자가 반 이상 채워졌다.

“후우우. 간다!”

[B급 이상 랜덤 스킬 상자를 개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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