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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44화 (44/240)

<내 상태창 2개 - 44화>

43. 메인 퀘스트(4)

[아우렐리아가 지금 등급에서 혼돈의 소질을 터득하다가는 몸이 자멸한다며 절대 터득하지 말라고 합니다.]

[폴룩스가 혼돈의 주구가 되고 싶지 않으면 혼돈의 소질을 개방하지 말라고 합니다.]

드디어 양 수호신의 통신이 터진 건가. 둘 다 극구 나를 말리고 있었다.

나도 딱히 혼돈의 소질까지 열고 싶지는 않았다.

열면 상태창 3개라도 되나?

그건 좀 끌리긴 하는데…… 그래도 뭔가 꺼림칙하잖아.

마치 빨리 나를 제압하고 먹으라는 듯이 자살한 데스나이트 킹 암펠리안.

데미지가 51.1%에 달하는 건 어찌 알았는지 그 계산력이 놀라웠다.

그런 이들의 의도에 따르면 왠지 끝이 안 좋을 것 같았다.

능력치가 대폭 올랐다는데 그거나 구경하자.

메시지 창을 확인하다가 입이 턱 벌어졌다.

[힘이 6 상승합니다.]

[민첩이 3 상승합니다.]

[마력이 6 상승합니다.]

허. 6?

아니 총합은 15…….

이거 레벨 30개 올려야 가능한 수치잖아?

미쳤네. 미쳤어.

어떻게 하나 잡고 이렇게까지 능력치가 오르지?

분명 일부분의 일부분만 흡수한 거라고 나왔는데도 이렇다.

반신이라고 한 걸 보면 A급인 거 같긴 하다만…….

거기에 레벨도 60이 되어 있었다.

와. 쩐다.

아무리 보스라고 해도, 아무리 반신이라고 해도 이건 말이 너무 안 되는 거 아냐?

[폴룩스가 반신은 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아우렐리아가 암펠리안이 망자의 문을 연 이유도 그저 자신의 힘을 빨리 소모하여 빨리 죽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정말 사정을 모두 봐줘서 가능한 기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구경은 가능했나 보네?

어쨌든 그렇게 폼 잡으면서 망자의 문을 연 게 빨리 죽기 위해서였구나.

정말 녀석이 제대로 힘을 썼다면 난 진짜 1분 안에 죽어서 지구로 돌아갔겠지.

A급과 C급의 차이는 그만큼 차원이 달랐다.

사실 강해졌다고 자신감이 솟아 나오고 있었는데, 녀석이 아주 찬물을 완전히 뿌려 버렸다.

“지호 씨?”

“괜찮으십니까?”

두 미녀가 가만히 있는 나를 보다가 흔들었다. 내 팔을 양쪽에서 붙드는 동서양의 미녀들. 이게 양손의 꽃인가.

“아…… 예. 괜찮습니다. 적은 데스나이트 킹 암펠리안이었습니다.”

그 말을 하자 강시아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거 최종 보스 아니에요?”

한데 그 이름을 들은 디아나는 눈이 멍해지며 내 팔을 붙잡던 손을 놓았다.

“데스나이트였군요…… 데스나이트…… 데스나이트가 이렇게 강하다니…….”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엘프와 드워프들도 눈이 이상하게 풀려 있었다.

마치 인식을 못 하는 느낌.

그저 데스나이트라고만 알고, 그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

“아. 그 보스 이름은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강시아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속닥거렸다.

나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혼돈의 존재들과 싸울 때는 그래도 인식을 하더니, 암펠리안이라는 이름을 듣자 모두 혼이 나가 있었다.

아, 갑자기 판타지 공성전에서 호러물이 된 거 같아.

눈에 초점이 없는 게 무서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녀석이 갑자기 저랑 싸우더니 자살하더군요. 일부러 죽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부러 죽고 싶어 하다니…… 저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요.”

영혼 흡수에 대해선 설명하기가 애매하니 그냥 그녀의 말에 긍정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엄청난 존재감이었어요. 드래곤 브레스를 볼 때보다도 더 무서웠다니까요?”

그랬다.

용인들이 모여서 불길을 뿜어낼 때보다 더 강력한 존재감.

데스나이트 킹의 검격이 제대로 뻗쳤으면 성벽은 단번에 무너지고 요새는 하루 만에 함락되었으리라.

망자의 문을 열었으면 나 빼고는 모두 결국 제압당하지 않았을까?

나도 뭐 암펠리안이 칼 휘두르면 죽었겠지.

저런 놈을 지구인들이 진짜 제압이 가능하긴 한가?

의문이 들었다.

하아아…… 질서의 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그래도 지구 파멸을 막을 줄 알았는데.

뭔가 일이 점점 꼬이는 느낌이다.

“머리가 복잡하네요. 일단 오늘은 해산합시다.”

내가 손을 흔들자 해산하는 사람들.

저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D급 2천 명이 데스나이트 킹에게 덤볐던들, 상대가 되었을까?

칼 한 번 휘두르면 적어도 50명씩은 몸이 날아갈 거 같은데…….

그렇다면 C급이라면?

C급 2천 명이어도 쓸리는 건 똑같을 거 같은데…….

이걸 정말 깨라고 보낸 거 맞아?

난이도가 높아서 그런가. 에슈타르처럼 낮은 곳으로 갈까 그냥.

고민만 깊어진 채 숙소에 들었다.

보상은 여전히 계속 보류인 채였다.

잠이 들자 예전 만신전에 있을 때처럼 구름 위의 세계에 내가 서 있었다.

꿈인가.

사방을 둘러봐도 그냥 구름 위.

빛만 반짝이고 뭐 눈에 띄는 게 없었다.

[각성자 김지호여.]

갑자기 하늘에서 근엄한 여성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천외천(天外天)에서 소리가 나는 건가.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다.

[나는 대신 아테나.]

대신 아테나?

대신 급이 말을 직접 걸다니 영광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격의 차이가 커서인 거 같고…….

[그대의 생각이 맞다. 아바타라도 모습을 드러낸다면 영웅 등급인 그대가 견디지 못할 터.]

하늘 위의 하늘에서 연한 황금색의 빛이 내려왔다.

[혼돈의 군주 사령대제는 용의주도한 자. 결국 그대의 존재를 깨달았구나. 그대를 확인하기 위해 암펠리안을 그렇게 버릴 생각을 하다니, 적이지만 과감한 자다.]

암펠리안이 아까 했던 행동을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가, 내가 유령을 죽이자 영혼 흡수를 확신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살 준비에 들어갔던 모습.

죽은 이유는…… 자신의 영혼을 흡수시켜서 혼돈의 소질을 연결하려 했던 거겠지.

완전한 소멸은 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타격이 컸었나 보군. 아테나가 저렇게 버렸다고 말할 정도니까.

[그대의 생각이 옳다. 내가 그대의 정신을 보호할 것이나, 사령대제는 어떻게든 그대에게 접근을 해 올 것이다. 적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마음의 굳건함을 잃지 말거라.]

[A급 스킬 마법 총서에 숨겨진 효과, ‘아테나의 정신 보호’가 활성화됩니다.]

원형 유지만으로는 부족한가?

아테나의 정신 보호를 이렇게 직접 불러 활성화시켜 주다니 좋군.

마법 총서에 이런 숨겨진 효과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일단 주는 건 다 받는다.

[우리가 암펠리안을 제압할 시 마련한 보상은 일단 보류되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신의 보상을 내릴 터이니, 조금만 더 참거라.]

“알겠습니다.”

아깝지만 어쩌겠어.

항의해 봤자 씨알도 안 먹힐 텐데.

설마 보상 줄 게 사실은 마련이 되지 않아서 안 주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야.

[……사령대제를 조심하라.]

잠시 말을 멈추다 아테나가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그와 함께 구름 위의 세계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육신은 다시 원래의 침대로 돌아가 있었다.

“후…….”

그래도 아테나의 정신 보호를 얻고 나니까 마음이 든든해진 기분이 든다.

혼돈의 소질을 받아들이겠냐는 시스템 창의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오를 누르고 다시 공성전을 진행했다.

적의 침공은 조금씩 거세지고 있었다.

공중 몬스터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제 오우거 이외에도 다채로운 몬스터들이 성을 침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팠던 것은 자이언트 웜.

몸길이가 10미터가 넘을 정도로 커다란 지렁이와 뱀을 섞은 몬스터.

데스나이트 킹 암펠리안이 패퇴한 이후 다시 등장해서는 성 안쪽에서 계속 머리를 쳐들고 튀어나왔다.

땅의 정령으로 틀어막기엔 너무 강해서 튀어나올 위치를 감지하는 정도에 그쳤다.

“키에에에엑.”

땅바닥을 그대로 뚫으며 튀어나오는 자이언트 웜.

뱀을 닮은 입을 쭉 벌리자 그 안에서 녹아내리던 석상들이 꾸역꾸역 튀어나온다.

“제압하라!”

그동안 가장 활약이 없었던 근접 직군들이 엘프 정령사와 팀을 이뤄 자이언트 웜을 제압했다.

나는 멀리서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만 틈틈이 도와주고 공격을 주도하지는 않았다.

암펠리안을 만나고 난 이후에, 위험 상황이 아니면 지구 출신 각성자들을 좀 키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쟤네들은 별로 경험치가 안 되기도 했고.

레벨 60이 되니까 진짜 경험치가 눈곱만큼 올랐다.

“하하하! 죽어라!”

기병대를 이끄는 이진성은 꽤 놀라운 실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말 위에서 잘 못 싸워서 말을 그냥 운반 수단으로 사용하고 땅에서 싸웠는데, 녀석은 달랐다.

말과 완벽한 혼연일체가 되어서 싸우는데 그 실력이 자못 놀라웠다.

주변 전사들이 역시 대장님! 하면서 따르는데 오! 그럴 만했다.

“레벨 업했습니다.”

“여기는 천국이야!”

신규로 들어온 각성자들은 사도 지휘자의 버프를 받지 못했음에도 몬스터 떼거리를 상대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요새에서 백업도 탄탄하게 해 주지, 몬스터는 끊이지를 않지, 거기에 적 수준은 높아서 경험치도 많이 주지.

에슈타르에서는 던전 하나에 각 길드가 내 거다 니 거다 하면서 싸우고 몬스터도 막상 엄청 많지 않아서 경험치를 많이 못 얻었는데, 여기는 완전히 다르다고 기뻐했다.

자식들이 저번 드래곤 브레스 터졌던 전투를 안 겪어서 그렇지…….

“이제 열흘이 지났네요.”

“일단 귀환하는 게 낫겠죠?”

“네. 다들 경험치가 많이 올라서 신나 있지만 동시에 지쳐 있거든요.”

강시아의 조언에 따라 일단 귀환했다. 다들 일단 귀환했다가 3일 뒤에 다시 전장에 참여하기로 했다.

저번처럼 일주일을 주기에는 별로 전투가 힘들지도 않았기에. 다른 사람들도 다들 쉬운 전투에 몸이 달아서 지구에 오래 있고 싶어 하질 않았다.

집에 돌아온 나는 공략집을 오랜만에 꺼내 보았다.

중립 진영의 내용이라고 해도 혼돈 진영 적에 대한 내용은 참고해 볼 만하니까.

얘는 어떻게 공략했을까?

저번엔 내용이 없었지만 C급이 돼서 그런지 내용이 일부 추가되어 있었다.

[블랙 드래곤이 혼돈을 부르는 소환진을 완성하기 전에 타락한 디아나를 이용한다. 분노의 정령을 폭발시킨 디아나는 소환에 몰두한 블랙 드래곤과 싸울 만하거든. 오크 영웅 그로쉬도 미리 설득을 해서 같이 반란을 하자고 양념 쳐 놔야 한다.]

아하. 애초에 블랙 드래곤이 소환하기 전에 뒤통수치는 거였구먼?

[물론 그렇다고 소환이 실패하진 않는다. 다만 불완전하게 소환이 되고, 데스나이트 킹 암펠리안은 최고 B등급까지의 힘밖에 내질 못한다. 그 정도면 각성자들끼리 다구리 쳐도 이기고, 디아나가 그때까지 살아 있으면 그녀에게 제압시키면 되지. 얘는 간단해. 다른 지역에서 튀어나오는 놈들이 문제지.]

아이, 시발.

디아나 하나로 졸라 우려먹네.

완전 날로 공략했잖아?

으…… 부러운 자식…….

근데 참 그래.

원래 이렇게 절차라는 게 있잖아.

소환진으로 소환해야 튀어나와야지 저번처럼 그런 거 싹 다 무시하고 갑자기 덤비면 안 되는 거 아냐?

뭐 케브리안이 혼돈 애들이 장악한 땅이라고는 하지만…….

[폴룩스가 사령대제가 확실히 무리를 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대가를 치렀다고요? 뭐로?

[아우렐리아가 궁금하면 협회로 가 보라고 일러 줍니다.]

여신의 말에 할 일도 없던 나는 협회로 출근했다.

이제 얼굴이 익숙해 가는 최상층의 이종족들.

그들이 놀란 채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엘프 알레나가 서 있었다.

“김지호 각성자님!”

“네. 또 무슨 일이에요?”

“제가 묻고 싶어요! 무슨 일을 하신 거죠? 케브리안 행성 난이도가…….”

“난이도가 또 왜요?”

“보통이 됐어요! 매우 어려움이었던 난이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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