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41화 (41/240)

<내 상태창 2개 - 41화>

40. 메인 퀘스트(1)

“555 받은 게 놀랍다니요. 555가 최악 아니었어요?”

“아냐. 555는 시스템에서 최소한으로 주는 능력치거든. 그것도 못 받으면 구제가 안 돼서 말이야. 원래대로라면 333? 폐급인데?”

힘 3, 민첩 3, 마력 3?

아니 얼마나 쓰레기였다는 거야.

아무리 봐도 세계수의 첫 번째 열매는 나에게 너무 과분해.

세계수의 나뭇잎도 계속 효과 보던데 선물 받은 거나 먼저 먹어야겠어.

“그냥 마법 총서가 제일 낫겠네요.”

“그래. 잘 생각했다.”

내가 마법 총서를 만지자 메시지 창이 떴다.

[대신(大神) 아테나와 영혼 중개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이를 수락하자 마법 책이 스르르 사라졌다.

[마법 총서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마법 총서 스킬이 사용자의 마력과 스킬을 감지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이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 언젠간 감지를 다 하겠지 생각하며 시스템 창을 치웠다.

[대신(大神) 아테나가 얻는 SP가 1.4배 증가합니다. 중개자 김지호는 이 중 15%를 수수료로 얻습니다.]

[스킬 레벨이 낮아 대신 아테나가 지구에서 얻는 모든 SP를 중개할 수 없습니다. 일부 지역만 중개합니다.]

스킬 레벨이 2라도 지구 전체를 다 중개하진 못 하나 보다.

그래도 다들 비율이 늘어났으니 SP가 상당히 차겠어.

그렇게 계약을 마치고 나니 증폭검 여의와 아스트라페의 파편이 자꾸 눈에 밟혔다.

“나머지 물건도 가져가고 싶은데 역시 안 되겠죠?”

“당연하지. 빨리 퀘스트 깨고 다 가져가.”

“예.”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네. 퀘스트 깨고 나서 보자.”

폴룩스가 손을 흔들자 이동 포탈이 다시 나타났다.

난 그에게 꾸벅 인사한 후 포탈에 들어갔다.

포탈을 지나자 드러난 건 협회 최상층.

케브리안에서 같이 귀환한 강시아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피로로 수척해 있었는데, 손에는 파일을 들고 있었다.

“지호 씨.”

“아. 강시아 씨. 오랜만에 지구에 돌아왔는데 쉬러 가지 않으셨어요?”

“케브리안 원정대 변경 사항만 보고하고 쉬려고요.”

그녀는 파일을 펼쳤다.

“일단…… 49명은 원정대 포기 의사를 밝혔어요.”

“49명이나요? 왜죠?”

“경험치는 많이 주는데 전쟁터라는 극한 상황을 견디기가 쉽지 않은가 봐요. 우르크한테 잘못 걸려서 좀 고통스럽게 죽은 사람도 많았고요.”

“흠…… 그렇군요. 시아 씨는 괜찮으셨어요?”

“저도 죽을 뻔했는데, 겨우 살았네요. 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할까요?”

“뭐 나가는 거야 상관없습니다. 새로 받으면 되죠. 근데 포기를 하고 싶어도 총 세 번 죽어야 할 텐데요.”

“자살한다네요.”

대체 어떻게 죽었기에 자살까지 고려하는 거지?

죽음을 한 번이나 두 번 더 겪겠다는 건데…….

D급 헌터가 될 정도면 그래도 다들 경쟁에서 이기고 올라온 사람들인데 그만큼 트라우마가 심했나.

“그리고 사망했음에도 십오 분 내에 다시 부활해서 전장으로 복귀하지 않은 사람도 243명이에요. 이건 좀 애매한 문제이긴 합니다. 우르크한테 사지가 하나하나 뽑혀서 죽은 사람들은 도저히 십오 분 만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끔찍하고 고통스럽게 죽었으면, 나라도 바로 복귀는 쉽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일단 포기하겠다는 사람에겐 저희가 다시 케브리안에 들어갈 때까지 확실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오라고 전해 주세요. 일주일 후에도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포기하라고 하죠.”

“일주일 후에요?”

“네. 그 사람들도 원정대 소속일 때 죽는 게 경험치 페널티도 덜하고 좋지 않나요?”

“알겠어요. 그렇게 전할게요.”

“바로 부활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페널티를 가하기가 애매하군요. 규정이 없었으니. 이번에는 구두 경고를 내리고 다음에도 이러면 원정대에서 퇴출하겠다고 말해 줘요.”

“네. 그게 나을 것 같아요.”

1,000명 중에 49명이 포기 의사를 밝힌 거면 거의 5%군……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인 수치인가.

“새로 또 모집을 해야겠네요.”

“원정대에 소속되지 않고 케브리안 따라왔던 사람 중에 들어올 의사가 있는지 물어볼까요?”

“아. 그거 좋겠네요. 비는 직업군에 맞춰서 의사 타진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이거 근데 너무 제 일 도와주시는 건 아닌지…… 제가 강시아 씨한테 월급 줘야겠는데요?”

그러자 강시아가 피로한 얼굴임에도 씩 웃었다.

“지호 씨. 그렇지 않아요. 저야말로 겨우 이런 일 처리를 하면서 엄청나게 득을 보고 있는데요.”

“득을 보다니요?”

“저 여자는 뭔데 이런 일 처리를 대신 할까? 친하니까, 측근이니까 그러겠지? 이런 생각할 거 아니에요. 그런 인식이 엄청난 자산이죠.”

그녀는 파일을 닫고 머리를 쓸어 올렸다.

“최초의 C등급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대단한 업적이에요. 그것도 각성자가 된 지 몇 달 안 된 헌터가 지구 최강이 되어 버렸으니. 앞으로 이 업계는 좋든 싫든 지호 씨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할 거예요.”

“뭘 굳이 눈치까지야.”

“두고 보세요. 요새에서의 일이 소문 더 퍼지면 얼마나 눈치를 볼 거며 얼마나 영입하려고 혈안일지. 어쨌든 이렇게 중요해진 지호 씨의 측근이라고 인식되면 저와 저희 길드에 큰 이득이 될 거예요.”

“그럼 시아 씨 맘껏 부려 먹어도 되겠네요.”

“네. 원하던 바예요.”

그렇게 일할 의욕이 넘치는 강시아와 원정대 문제에 대해 대략적으로 토의했다.

케브리안 원정대는 일주일 후에 다시 활동을 재개하기로 하고, 오랜만에 집으로 향하는 나.

새 집에서 눈을 감자마자 꿈나라로 빠졌다.

[4서클 마법을 배우기 위한 마력이 충분합니다.]

[마법 스킬 레벨이 불충분합니다. 4서클 마법을 익힐 수 없습니다. 마법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 학습 중입니다…….]

[마법과 마나에 대한 기초가 전무합니다. 무의식적인 기초 교육부터 이루어집니다.]

자고 일어나니 마법 총서의 ……이 사라지고 새로운 메시지가 떠 있었다.

잘 때도 교육해 준다더니, 자기가 알아서 해 주고 있구나?

딱히 하루 만에 뭐가 엄청 달라지고 이러진 않았지만, 시범 삼아 실드 마법을 써 보니 효율이 좀 더 올라간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백지상태에서 명령하는 거랑, 대충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효율적으로 일을 지시하는 느낌의 차이.

이대로 날로 이해도가 높아지면 좋겠네. 영혼 중개 스킬도 올랐는데 SP는 얼마나 올랐는지 볼까.

상태창을 열어 SP를 보니 하루 사이에 700가량이 올라 있었다.

정확히 보면 질서 진영에서는 650이 오르고 중립에서는 60이 올랐다.

예전에 양쪽 합쳐 100씩 벌던 때에 비하면 7배가량이 오른 셈.

이거 엄청 쏠쏠하네. 4명이서 이 정돈데 2명 더 추가하면 하루에 천 이상도 가능하겠어.

당장 능력치를 찍을까 싶다가 메인 퀘스트 클리어 후에 찍자고 생각하고 참았다.

“하아암.”

근래 계속 전투만 해 왔기 때문일까.

케브리안에 있을 땐 지구에서 좀 쉬고 싶었는데 막상 오니까 좀이 쑤셨다.

중국집에 음식을 시키고 컴퓨터를 켜서 뉴스를 둘러보고 있는데,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C등급 각성자가 탄생하다!’라는 기사가 메인에 올라와 있었다.

어, 벌써 알려졌어?

뭐라고 써 있나 궁금해서 눌러 보니 ‘당사의 규정에 따라 삭제된 기사입니다.’라고 짤막한 메시지가 떴다.

뭐지. 상부의 압박인가.

각성자들만 이용 가능한 헌터넷 들어가 보니 C등급이 생겼네 마네 하면서 갑론을박이 가득했다.

그리고 C등급 확실히 봤다는 사람들의 글이 올라오는 족족 삭제되고 있었다.

정부에서 별로 알리고 싶지가 않은 건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서 핸드폰을 보니 헌터 협회장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언론에서 김지호 헌터님의 의중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기사를 올린 점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서두를 죄송하다면서 시작한 장문의 문자.

온갖 미사여구를 빼고 핵심만 봐 보니 내가 알려지기를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밀어 주고, 아니면 통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은 상태라 정부에서 일단 삭제한 거였구나. 기특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흠. 굳이 자랑하듯이 적극적으로 나 C등급이요 알릴 필요가 있을까?

귀찮을 거 같은데.

업계 관계자들이 알음알음 아는 거면 모를까, 일반인들에게까지 나 C등급이오! 하면서 자랑하는 건 굳이…….

나는 왕년의 스타였던 강시아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지호 씨가 대중적인 인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 안 알려지는 게 낫죠. 얼마나 피곤한데요.

“그렇죠?”

-네. 지호 씨 정체에 대해 확실히 알려지면 전 세계의 파파라치들이 한국에 모이지 않겠어요? 그런 유명세를 즐기는 헌터들도 있긴 한데, 저는 딱히 추천은 안 드려요.

“근데 이게 통제가 될까요? 다 소문이 날 것 같은데.”

-완전히 통제는 힘들겠죠. 그래도 초반에는 소문나는 걸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케브리안 원정대 사람들에게 비밀 유지 부탁한다고 연락해 볼게요. 그리고 미국의 데이비드가 레벨 50이 금방 된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가 승급하면 묻힐 거예요.

“데이비드…… 스미스 씨한테 레벨 49라고 들어 본 거 같네요.”

-네. 그 사람 스타병 중증 말기라서 승급만 하면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닐 거예요. 그럼 바로 세간의 시선이 그리로 쏠리겠죠. 헌터넷에서야 지호 씨에 대한 소문이 돌겠지만 협회에서 적당히 통제하겠죠.

그녀의 의견을 듣고 난 후, 협회장에게 연락을 해서 유명세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니 적당히 통제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언론에 노출이 되면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다 기삿거리가 되고 파파라치가 끊이질 않지요. 거기에 온갖 사기꾼에 꽃뱀까지 꼬여서…… 어휴…….

그러고 보면 협회장이 조강지처 버리고 바람났단 기사를 예전에 본 거 같았는데. 이 아저씨 자기 경험담인가.

“지금은 부서진 세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유명해져 봤자 지구가 망하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맞는 말입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언론 통제를 지시하겠습니다. 한데…… 그렇게 되면 데이비드에게 최초의 C등급이라는 영예를 한동안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그게 뭐라고.”

신들도 주목하고 혼돈에서도 주목하니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데 지구에서는 편히 쉬자.

어차피 지구인 최초 칭호는 내가 챙겼으니 상관없지.

내가 정보 통제를 부탁하자 협회는 적극적으로 근거 없는 루머라고 하면서 정보를 통제해 주었다.

물론 일반인들만 모를 뿐, 각국 정부와 협회 최고위층은 날 다 알고 있었다. 애초에 날 따라왔던 헌터들 중 CIA 출신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케브리안에서 어떤 힘을 보여 줬는지 잘 아는 그들은 내게 잘 보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 주었다.

강대국들의 정보 요원들이 힘을 쓰자 내 기사는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세계적인 스타들의 열애설, 불륜 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미국의 데이비드가 곧 C급으로 오를 거라고 기사화되자 내 기사는 완전히 묻혀 버렸다.

일이 그렇게 마무리 지어져 가자 난 마법 터득에 열중했다.

아니, 딱히 열중할 것도 없는 게 자고 나면 저절로 하나씩 터득이 되어서 잠만 잤지.

깨 있는 상태에서도 공부가 가능하긴 했는데 터무니없이 어렵더라고…….

그렇게 일주일을 푹 쉬면서 보내고 다시 원정대가 협회에 모였다.

다들 처음에 모였을 때처럼 무작정 밝고 기대감 어린 얼굴은 아니었다.

경험치는 달콤했지만 마지막 날의 공성전이 워낙 힘들었으니…….

다만 워낙 경험치를 많이 준단 소문이 많이 돌아서 케브리안 행성의 참가자 숫자는 600명이나 더 늘어 있었다.

“출발합니다.”

총 2,000명의 D급 헌터.

그들과 함께 모두 같은 시간에 케브리안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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