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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37화 (37/240)

<내 상태창 2개 - 37화>

36. 최초의 C등급(1)

처음으로 우리를 습격한 것은 늑대 무리였다.

인간보다 훨씬 큰 몸집을 자랑하는 거대한 회색 늑대.

그들은 이미 사라진 성문 쪽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

“쏴라!”

브레스에 피해를 입지 않은 성벽 쪽에서 화살비가 쏟아졌지만, 늑대들은 화살이 몇 개 꽂혀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섭게 달려왔다.

“화염 전차 소환!”

불의 전차를 달리게 한다.

몸이 불타오르는 늑대들.

하지만 주변에 불이 붙어도 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미친 듯이 뛰어온다.

불의 전차를 입구를 계속 맴돌게 지시하고 검을 뽑았다.

“실라이온. 도와주세요.”

디아나가 쌍검 중 하나를 뽑더니 검에 입맞춤을 했다. 검에 초록색의 바람이 감돌며 혼자 두둥실 떠올랐다. 검 끝이 늑대를 향하며 그대로 날아간다.

그 속도는 빛과 같아,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늑대의 목이 날아간다.

“저희도 합류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놀고 있던 전사 각성자들이 자신만만하게 나서며 언덕에서 늑대들의 공격을 방어했다.

새삼 든든함을 느끼며 난 늑대들을 향해 달려갔다.

“크와앙!”

푹.

입을 벌려 나를 물려는 늑대의 입에 검을 꽂아 넣고 바로 쑤신다.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이빨이 모조리 부서지며 늑대의 입안을 관통하는 대검.

촤아아악.

검을 그대로 뽑아 사방에 휘두른다. 검을 휘두르는 건 오른손만으로도 충분하다. 왼손은 날 물려고 안달이 난 늑대들의 머리통을 깨부순다.

펑!

“크르르…….”

늑대들은 나를 완전히 에워싸 제압하려고 했지만, 신체 능력의 차이는 극심했다. 녀석들의 움직임은 객관적으론 빨랐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도 느릿했다.

포위망을 구축하려고 덤벼들 때마다 하나하나의 머리통을 날리고 박살을 낸다.

이 정도면 그저 우르크 수준.

내가 아무리 버프가 줄었다지만, 혼자서 깡그리 쓸어 버릴 자신이 있었다.

“크르르르…….”

내 곁에만 오면 다 죽으니 늑대들이 한 발, 두 발 물러서서 날 경계했다.

그럼 내가 가야지.

늑대들 사이로 뛰어 들어가 다시금 살육을 벌였다.

녀석들의 살은 질기고 단단하여 다른 헌터들은 쉽게 처리하지 못했지만, 나에겐 대적하지 못했다.

“괴물이다…….”

뒤에서 한 헌터의 질린 듯한 음성이 들렸을 때, 내 주변은 이미 박살 난 늑대의 시체와 피로 가득했다.

이 정도만 돼도 쉽겠는데.

그렇게 생각할 때 이마가 갑자기 따가웠다.

여기서 위험 감지라니?

옆으로 몸을 피하자 내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도끼가 쿵 하고 땅에 박혔다.

곧바로 거대한 신형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거대 오크인 우르크보다도 한층 더 몸이 큰 오크.

피부는 갈색이며 눈과 뺨에 커다란 흉터가 있다.

오우거급 덩치가 적색의 갑주를 입고 날 바라보았다.

“네가 신의 사도인가.”

“그래. 넌 누구지?”

“그로쉬. 대지모신을 모시는 신의 사도이다.”

그는 내 몸보다도 큰 도끼를 땅에서 다시 뽑아 들었다.

“네 목을 베어 신전에 바치면 모신의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겠지.”

그로쉬라면 공략집에서 오크 영웅이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일반 잡몹은 아닌가.

골치 아프군. 어쨌든 조져야…….

[그로쉬는 중립 진영의 대지의 신의 사도이자 블랙 드래곤 아카르디안에게 정신 제압을 당하지 않은 오크입니다. 그는 현재 흑룡 군단의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으나 대지의 신의 계시를 받지 못해, 용을 따르고 있습니다. 흑룡 군단에서 혼돈의 흔적이 본격적으로 발견된다면, 그가 행동을 달리할 것입니다. 그로쉬를 퇴각시키십시오.]

[서브 퀘스트.]

[난이도 어려움.]

[그로쉬를 죽이지 않고 퇴각시켜라.]

[퀘스트 완료 보상.]

대지의 신의 축복.

대지의 정령 친화력 강화.

갑자기 웬 퀘스트…….

서브 퀘스트라 꼭 안 깨도 될 것 같았지만, 보상이 너무 탐난다.

좋아. 일단 제압을 하자.

“대지여, 묶어라!”

땅이 갑자기 늪지대처럼 흐물흐물해지더니 거대한 손이 발밑에 튀어나온다.

이 녀석, 정령도 쓰는구나.

나는 그 손을 발로 차며 녀석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흡!”

몸을 뒤로 빼며 기합을 넣는 그로쉬. 그의 몸에서 마력이 펑 하고 터지며 나를 튕겨 내려 했다.

예전에 내가 마력 방출을 하는 것과 비슷하군.

내 속력이 잠시 줄자 바로 도끼로 내 검을 쳐 내는 그로쉬.

챙!

동시에 몸이 밀린다.

“인간 주제에 무슨 완력……!”

힘은 엇비슷하다.

해볼 만해.

다만 녀석을 상대하기에는 지반이 너무 불안정하다.

땅의 정령이 자꾸 방해하는 데 신경 쓰이니 안 되겠군.

“화염 전차 소환!”

전차에 올라타 그로쉬에게 돌진한다.

왼손으로는 불의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 양손검을 찌른다.

전차의 돌진과 동시에 검격.

도끼로 검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불의 전차는 물리력으로 막기 힘들 터.

“대지의 방패.”

하나 그로쉬의 전방에 흙의 방패가 형성되자 마력과 마력이 맞부딪치며 전차가 튕겨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내리찍는 도끼의 일격.

검으로 맞받아치자, 몸이 그대로 밀려 나간다.

전차와 함께 뒤로 튕겨 나가는 몸.

쿵. 쿵. 쿵.

그 육중한 몸을 그대로 돌진해 오는 그로쉬.

전차를 이끌어 공격을 피하고 아르테미스의 활을 꺼낸다.

눈을 노리고 바로 쐈으나, 오히려 머리를 내밀어 투구로 마력 화살을 박아 버리는 그로쉬.

빛의 화살이 그대로 사라진다.

투구 저거 뭔 재질인지 단단하네.

영웅이라 좋은 거 쓴다 이거냐?

거기에 저놈은 신성력이 안 통하네.

“피닉스. 와서 도와!”

[알겠다. 주인.]

늑대 잡으라고 보냈던 피닉스를 불렀다.

이거 빨리 제압하지 않고 마력 떨어지면 아주 짜증 나는 상황이 될 것 같아.

불사조가 날아오자 그로쉬는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불사조라니! 하나 아직 연약하구나. 대지의 정령이여. 불사조를 멈추어라!”

땅에서 흙이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늑대의 형상을 띄었다.

그 늑대는 작지만 숫자가 수십 마리나 되었다.

늑대들이 죄다 하늘로 뛰어오르며 불사조를 견제했고, 불사조도 쉽게 이쪽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에라이. 까다로운 자식.

하지만 네놈도 언제까지 대지의 힘을 소환할 순 없겠지!

쾅! 쾅!

검과 도끼가 부딪칠 때마다 폭발음이 사방을 울린다.

이만한 완력을 가진 적과 싸운 적이 없기에 온몸이 쑤셨지만, 쑤실 때마다 무한 정력 스킬이 내 몸의 활기를 더해 주었다.

불사조는 늑대 정령과 싸우고 있었지만, 틈틈이 이쪽으로 불길을 내뿜으며 견제를 해 주었고, 녀석의 대지 방패는 점점 크기가 작아지고 있었다.

“대단하다…… 질서의 사도답군!”

서서히 먹혀 가는 검격.

대지 방패가 작아지면서 그로쉬는 화염 전차를 방패와 도끼로 막고 검격은 그냥 몸으로 받았다.

그로쉬의 갑옷이 뚫리고 살갗이 찢어졌지만, 공격이 들어갈 때마다 슬쩍슬쩍 피하는 동작이 절묘해서 유효 타격은 입히지 못했다.

“크윽…… 대지모신이시여. 저에게 힘을 주소서!”

피가 슬슬 흐르며 동작이 조금씩 굼떠지는 그로쉬.

이대로 싸우면 나에게 유리하다.

마력만 안 떨어진다면.

누구의 마력이 먼저 떨어지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 같았다.

“사도님. 제가 돕겠습니다!”

그때 디아나가 늑대들을 베다가 나에게 소리쳤다. 솔깃했지만 그녀까지 합류하면 녀석을 풀어 주기가 애매했다.

“아니에요. 다른 분들을 도와주세요. 제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디아나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로쉬는 그런 나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네놈…… 날 무시하는가?”

“무시는 무슨. 이대로 싸우면 내가 이길 게 뻔한데. 안 그래?”

그로쉬의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눈이 붉게 변한다. 아 괜히 자극했나?

이러다 필살기라도 쓰는 거 아냐?

난 급하게 이야기했다.

“디아나까지 합류하면 넌 무조건 죽어. 지금은 퇴각하는 게 어때?”

“……무슨 속셈이냐? 신의 사도.”

“불의 성소에 갔을 때 리치를 만났다. 혼돈을 따르는 언데드들. 네가 대지모신의 사도라면 이 사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 거냐?”

“리치라고?”

“그래. 오크 마을을 쓸어 버리고 그들을 좀비로 부리고 있었다.”

“으음…… 쉽게 믿을 수가 없군.”

그렇게 말은 하지만 약간 전의가 사라진 그로쉬.

좀만 더하면 설득이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 생각한 난 갑자기 칭호가 생각이 났다.

[박쥐 각성자.]

[등급 B.]

[두 진영의 수호신에게 가호를 받았을 시 얻게 되는 칭호.

장착 시 메인 수호신의 가호만 드러나게 해 줍니다.

A급 이상의 각성자에게 간파당할 수 있습니다.]

이 박쥐 각성자 칭호를 장착 안 하면 중립 수호신 가호도 나타나지 않을까?

칭호를 해제하자 그로쉬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뭐지? 왜 화산의 가호가…….”

“나는 화산의 여신에게도 가호를 받고 있다. 내가 너의 적이었다면 굳이 너보고 퇴각하라고 할까?”

“그렇군…….”

“돌아가서 한번 알아봐라. 너는 신성력이 담긴 공격에도 아무렇지 않았지만, 용인들은 신성력이 담긴 화살 한 방에 사라졌다. 분명 블랙 드래곤과 혼돈은 연관이 있어.”

“용인에게 미세한 혼돈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블랙 드래곤께서 괜찮다고 하여 믿었건만…… 그런가. 확실히 알아봐야겠다.”

화산의 가호 때문일까.

그로쉬는 생각보다 쉽게 납득을 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는 등을 돌려서 퇴각하기 전, 나에게 말했다.

“땅을 조심해라. 자이언트 웜이 움직일 거다.”

그러면서 그대로 뛰어 사라지는 그로쉬.

나는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대지의 정령 친화력이 강화됩니다.]

[대지의 여신 스카디가 축복을 내립니다.]

[중립 진영 능력치가 1.5배 강화됩니다.]

[땅을 디디고 섰을 시 신체 재생력이 증가하고 마력 회복력이 증가합니다.]

1.5배라니…… 엄청난데?

서브 퀘스트 주제에 이런 축복을 주다니.

불의 전차를 해제하고 땅에 다시 서자, 마력이 차오르는 게 확연히 달라짐을 느꼈다.

거기에 신체 능력 B였는데 여기서 1.5배가 뛰니 체감이 확연히 달랐다.

예전에 아테나의 버프를 혼자 독점할 때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다.

“여신의 사도를 죽여라!!”

그로쉬는 퇴각했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우르크들이 돌진해 온다. 저 녀석들은 통솔 못하는 건가…… 그로쉬 가 봤자 별로 존재감 없는 거 아냐?

뭐 어차피 퀘스트 보상이 빵빵했으니 상관없다.

레벨도 어느새 올라 48.

2레벨만 더 올리면 된다.

앞에는 우르크로 가득하고 하늘에는 어느새 와이번이 석상을 내던지고 있었다.

거기에 땅속에서 자이언트 웜이란 놈이 온다고 하니 눈앞 가득 적만 보이는 상황.

나와 함께 입구를 막으러 왔던 각성자들의 숫자도 조금 줄어 있었다.

벌써 줄면 안 되는데…….

“불의 전차 소환.”

불의 전차로 적을 쓸어 버리며 피닉스에겐 하늘을 부탁했다.

“와이번 숫자만 좀 줄여 봐.”

[저 높은 상공까지 가면 주인의 마력이 상당히 소모될 텐데.]

“대지의 축복을 받아서 이제 마력 소모 좀 괜찮아졌어. 가서 날뛰고 와라.”

[알겠다. 최대한 발목을 잡지.]

불사조는 하늘로 올라가고 불의 전차는 전방에서 좌우로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그리고 전차를 피해 온 우르크의 목을 모두 베며 정신없이 전투를 지속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은 찌그러지고 군데군데 파손되었으며, 불의 전차는 이미 사라졌다.

양손검도 이제 잘 베이지가 않는다. 검은 등에 다시 꽂은 채, 우르크가 들고 온 몽둥이를 양손에 들고 몬스터의 머리를 부수었다.

땅의 정령이 조성한 언덕 지대가 적의 시체로 평지로 돌변할 지경.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 눈이 돌아가며 덤벼 오던 우르크들도 주춤거렸다.

“으으…… 물러서지 마라! 물러서면 아카르디안께서 진노하신다!”

“저놈만 뚫으면 된다. 저놈만!”

우르크들의 파상 공세에 전사 헌터들도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김지호 님…… 다시 부활해서 오겠습니다.”

“크…… 컥!”

주위를 둘러보니 전사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 있었다. 반은 넘게 사라진 것 같은데…….

디아나는 성 가운데에 올라온 자이언트 웜을 막겠다고 갔고, 거의 나와 소수의 전사들만으로 아직도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죽여! 죽여야 해!”

“도끼를 던져!”

“실드.”

사방에 날아오는 도끼를 실드로 막고 다시 돌진한다.

우르크들의 머리를 계속 깨뜨리면서도 나도 살짝 질린 심정이었다.

이 미친놈들은 대체 언제까지 돌격해 오는 거야.

후우우. 지금 나 혼자 장판파를 찍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답이 없는데.

저기 전사들이 다 죽으면 결국 뚫릴 테니까…… 아무리 혼자서 틀어막아도 한계가 있다.

지금으로선 레벨 50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래서 C급이 되는 수밖에 없어.

얼마나 더 싸웠을까.

무한 정력이 있는 나와는 다르게 다른 전사들은 결국 지쳐 쓰러져 갔다.

내 주변에 점점 아군이 보이지 않을 때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 창이 떴다.

[레벨 50이 되었습니다.]

[지구인 최초로 레벨 50에 오르셨습니다. ‘지구의 선구자(영웅)’ 칭호를 얻습니다.]

[업적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각성자 등급 C로 승급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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