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24화>
23. 어…… 공략집이……?(3)
“저…… 사도님. 조금 쉬어도 되겠습니까?”
“아, 그럽시다.”
오크를 쓸어 버린 후 멋지게 퇴장하고 싶었으나, 생각해 보니 여기 지형을 몰랐다.
그래서 다시 성으로 가 길 안내를 해 줄 엘프 한 명을 소개받고 같이 달리는 길이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물의 성소.
엘프 레인저 단장 레블로가 향한 곳이었다.
내가 망할 공략집에 나온 물과 불의 성소 위치와 두 정예군의 진군 행로를 말해 주자, 물의 성소가 더 가깝다고 해서 이쪽부터 구하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알피드라고 소개한 이 남자 엘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헉…… 헉…… 엘프보다 숲을 더 잘 타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역시 신의 사도이시군요.”
“하하하. 그저 지치지 않을 뿐이죠. 신들의 축복도 있었고요.”
“정말 사도님이 오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제가 금방 다시 안내하겠습니다.”
“천천히 하셔도 괜찮습니다.”
알피드를 쉬게 한 후 나는 칭호 칸을 살펴보았다.
중립 쪽 칸이 비어 있군.
질서 진영 쪽의 박쥐 각성자는 유지하고…….
이번에 받은 칭호 오크 학살자와 오크 정복자 중 학살자는 등급 D고 정복자는 C길래 C를 장착하기로 했다.
[오크 정복자.]
[등급 C.]
[오크 군단을 단신으로 학살할 시 얻을 수 있는 칭호.
오크류 종족에게 능력치에 비례하여 위압감과 공포를 준다.]
너무 심플한데?
그래도 알아서 쫄면 좀 나을지도.
불지옥인데도 하도 달려들어서 너무 많이 죽였다. 무한 정력이 진짜 무한이 아니었으면 지쳐 쓰러졌을지도 몰라.
이번엔 좀 쫄아라, 오크들아.
그래도 얻은 건 많았다.
일단 레벨이 34가 되었다.
군단을 전멸시킨 거에 비하면 좀 짠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30레벨대 돌파하니 기분은 좋았다.
SP도 그냥 중립 진영 능력치를 SP로 모두 C++++ 한계까지로 만들어 버렸음에도 1,412나 남아서 스페셜 상점에서 쇼핑이 가능했다.
중립 진영 추가 능력치가 원래 있던 2개에 보상 3개, 레벨 업으로 인해 4개까지 해서 9개나 있었지만, 그냥 아껴 두기로 했다.
등급 업이 되어 능력치 올리게 되면 SP 소모는 많을 거 같거든. 그때 저 추가 능력치 쓰면 왠지 SP 아낄 수 있을 거 같아.
오히려 질서 진영의 능력치가 문제지.
오크랑 우르크 오우거 등등을 잡고 능력 흡수를 할 때 덩달아 능력치가 오르긴 했지만 주로 힘 위주였다.
거기에 군단을 다 쓸어 버렸기 때문에 능력이 엄청나게 많이 오를 줄 알았는데 또 그런 거도 아니었다.
이게 능력 흡수가 계속되는 게 아니라서 오크 같은 애들은 흡수하다 보니 나중엔 다 흡수했다고 능력을 얻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얻은 최종 스탯은 힘이 5, 민첩은 2.5, 마력은 0.3 정도 올랐다.
솔직히 예전에 5, 5, 5로 빌빌거릴 때 생각해 보면 이게 어디냐 마는 영혼 약탈자로 갑자기 능력치 맥스를 찍으니까 이쪽도 왠지 능력치 한계까지 올려 버리고 싶었다.
마침 SP 보상도 2,000을 받았으니…….
질서 진영 스탯은 25까지는 SP가 20, 30까지는 30, 35까지는 40씩 들었다.
그리고 35부터는 무려 SP가 100씩 들었다.
갑자기 출혈 과단데.
일단 능력치가 엄청 부족하단 느낌은 안 받았으니 전 능력치를 35까지만 찍기로 했다.
추가 능력치 포인트는 아끼기로 하고.
그렇게 눌러 가며 완성된 능력치는 다음과 같았다.
[이름 - 김지호 (추가 스탯 능력치 +9)
클래스 - 영혼 중개자
수호신 - 쌍둥이자리의 신 폴룩스
칭호 - 박쥐 각성자
레벨 - 34
힘 ? 35, 민첩 ? 35, 마력 - 35SP ? 794.2]
2천 받은 게 그냥 스르르르 날아가는구나…….
원래 SP가 2,011.2였다.
그냥 중개로 얻은 건…… 10 정도.
10대 1의 시간 배율이라 그런가?
참 SP 못 얻는다.
퀘스트 아니었으면 여기 능력치 얼마 올리지도 못했겠어.
영혼 중개자가 지구에선 완전 꿀 빠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버려진 세계 오니까 영혼 약탈자가 짱이다.
[이름 - 김지호 (추가 스탯 능력치 +9)
클래스 - 영혼 약탈자
수호신 - 화산의 신 아우렐리아
칭호 - 오크 정복자
레벨 - 34
신체 - C++++(한계)
마력 - C++++(한계)
기예 - C++++(한계)
행운 - C++++(한계)
SP ? 1,412]
중립 진영 능력치는 벌써 한계인데, 사실 SP는 질서 진영에 여기서 더 소모한 느낌인데…….
질서가 더 한계가 큰가?
아무래도 질서 쪽과 많이 연결돼서 그런 건지…….
어쨌든 SP 총합이 2천이 넘네.
속이 든든하긴 했지만, SP 좀 아끼긴 해야 했다.
오크를 계속 잡다 보니 얻는 SP 양이 1 정도에서 나중엔 0.3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르크한테 얻는 수치도 적어졌고.
이게 한 종족한테 얻을 수 있는 게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줄어드는 거 같았다.
그래도 프리미엄 상점 열렸으니 구경이나 해 보자 해서 갔는데 내 D등급이 살 수 있는 아이템은 거의 없었다.
원형 유지 빼고는 죄다 뽑기 아이템이었다.
[D~F등급 랜덤 박스 - 아이템, 스킬] - SP 50
[D~F등급 랜덤 박스 - 아이템] - SP 100
[D~F등급 랜덤 박스 - 스킬] - SP 100이런 종류인데 D~F등급이라니.
이런 건 뽑으면 대부분 F가 나올 테지.
등급이 높으면 한번 질러 봤을 텐데 최고 등급이 D니까 전혀 노리고 싶지 않았다.
이 외에도 영혼 중개자나 영혼 약탈자 스킬 레벨 업 방법을 찾아봤지만, 그놈의 등급 제한 때문에 볼 수 있는 물건이 없는 상태.
C급을 빨리 가야 뭐 좀 수월하겠군. 중립 진영 제한된 능력치도 등급 오르면 더 올릴 수 있겠지?
“전신의 사도님. 이제 다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출발하죠.”
엘프의 뒤를 따라 열심히 물의 성소라는 곳으로 달렸다.
물의 성소는 트레인 지방의 숲속 가운데 있는 이스아 호수에 있었는데, 이게 요새랑 가까웠다.
그래서 레블로 부대가 갈 법한 진군 길을 따라 숲을 주파하고 있는 상태.
이 엘프도 나름 빠르다고 뽑혀서 오는 것 같은데, 레블로 부대도 엘프 레인저 부대라 그런지 암만 따라가도 별로 가까워지는 기색이 아니었다.
열심히 뛰고 뛰는데도 결국 못 따라잡고 알피드가 지쳐 쓰러지자 난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흠. 안되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업히시죠.”
“으윽…….”
맨 처음에 업히라고 하니까 숲의 엘프의 자존심상 절대 그럴 수 없다던 알피드.
결국 두 번 그로기 상태로 뻗고 나서야 나에게 얌전히 몸을 맡겼다.
하아아. 여자 엘프였으면 좋았으련만…….
잘생긴 남엘프 따위를 업어야 한다니.
어쨌든 그를 업고 방향 지시만 하라 그런 후 계속 달렸다.
질서 능력치는 2배로 버프 받고, 중립 능력치는 최고치를 찍으니 달리는 속도가 그냥 미쳤다.
하도 세게 달리다가 내가 조절이 안 돼서 나무를 들이받은 경우가 있었는데 그냥 나무가 박살이 나 버렸다.
“아아아. 사도님…… 나무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업힌 알피드가 애처롭게 소리쳤지만, 대의 핑계 대면서 그냥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갔다.
밤이 돼도 달리고 해 떠도 달리고 그냥 계속 달리고…….
한 10시간쯤 달렸을까.
“사도님. 제발, 제발 잠시만 멈춰 주세요. 저 방광이 터질 것 같습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흠흠.”
그렇게 생리 현상도 해결해 가면서 계속 달렸다.
졸리면 말하라고 했는데 업힌 주제에 잠까지 잘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눈이 시뻘건 채로 알피드는 길 안내를 계속해 주었다.
그렇게 이틀을 달렸을까.
우리는 드디어 이스아 호수 쪽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수 구경 좀 해 볼까 싶던 차에, 뭔가 챙챙 하면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저 먼저 갑니다.”
알피드를 내려 주고는 바로 장비들을 챙기고 뛰었다.
드넓은 호수의 호숫가에 엘프 레인저 100여 명이 다섯 도마뱀 머리의 이족 보행 몬스터에게 제압당하고 있었다.
덩치는 우르크보다도 좀 더 커 보였는데, 5미터 정도로 보면 될까.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그들은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엘프들을 속속 제압하고 있었다.
엘프 레인저들도 요리조리 피하며 화살을 쐈지만 영 통하질 않았다.
음. 왠지 세 보이는데.
“으윽!”
“용인이라니……!”
용인?
어쩐지 머리가 용 같더라.
우르크 같은 애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군.
저런 애들이 선봉대에 한 부대 이뤘으면 죽었을지도 모르겠어.
몰래 활 한번 쏘자.
화살 장전하고 삐약이의 숨결까지 넣은 후 거대 표적 용인에게 발사했다.
피이이이잉.
“누, 구, 냐!”
숲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고함을 지르며 용인 하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곧 날아오는 화살을 발견하고 팔로 이를 막으려고 들었으나.
푹! 쾅!
팔을 그대로 뚫고 지나 가슴에 꽂힌 빛의 화살이 쾅 하고 터졌다. 처음에 그깟 화살쯤 하고 경시했던 건가.
온몸에 불길이 치솟자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용인.
“으, 아, 아, 아!”
한데 불길에 타오르는 용인의 몸에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오며 몸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딱 봐도 사악한 기운 같았다.
“죽, 여, 라!”
자식들 왜 이렇게 말을 굼뜨게 해?
근데 말하는 거와는 달리 녀석들의 속도는 엄청났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나 싶더니 단번에 나에게 날듯이 쏘아져 오는 4마리의 용인.
다들 용머리를 크게 벌린 채 불 뿜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브, 레, 스!”
네 용인이 입에서 화염 방사기처럼 불을 뿜으며 달려온다.
활을 당겨, 빛의 화살 하나를 맨 앞 용인의 입안에 처박았다.
그냥 화살이었으면 닿기도 전에 타올랐겠지.
하지만 마력 화살에 신성력까지 담겨서 그런가.
불길을 그냥 뚫으며 꽂히는 화살.
신성력이 들어가서 그런지 용인의 입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며 주저앉았다.
하나 내겐 아직 세 놈이 더 남아 있었다.
바로 검을 뽑고 싸우려 할 때.
머리 위의 삐약이가 내 앞으로 날아오며 부리를 쫙 벌렸다.
“삐약!”
그러자 용인의 불길이 삐약이의 작은 입에 모두 빨려 들어간다.
진공청소기가 쓰레기를 빨아들이듯 한 번에 슝 하고 빨리는 브레스.
좋았어 삐약이.
“설, 마.”
“피, 닉, 스?”
잠깐 주저한 틈을 타 바로 앞으로 뛰어든다.
신성력이 불타오르는 양손 검을 그대로 용인의 가슴에 꽂는다.
흑빛 갑주, 강인한 피부 모두 소용없이 단숨에 뚫어 재끼는 검격.
가슴에 꽂고 바로 검을 내리긋는다.
피 대신 검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크, 아, 아, 아!”
신성력에 약하군.
그리고 나보다 확실히 약해.
굼떠.
왼쪽 놈의 두 다리를 단숨에 베고.
나에게 다시 브레스를 갈기려는 나머지 한 놈의 입에 도약해 뛰어들어 검을 푹 꽂아 넣었다 뺀다.
머리가 녹아내리며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용인.
“으, 으. 신, 성, 력!!”
다리가 베여 땅으로 떨어진 용인이 원통하게 울부짖는다.
땅에 착지한 내가 가볍게 녀석의 목을 친다.
딱 봐도 질긴 피분데 아주 가볍게 베인다.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검은 연기로 화하며 서서히 사라진다.
이 녀석들은 신성력이 잘 먹히는군…….
신성력으로 한 번에 안 베였으면 좀 투닥투닥 했을 것 같다.
꽤 강한 몬스터였던 거 같으니 메시지 창 한번 확인해 볼까.
[영혼 약탈 스킬이 발동합니다. SP를 13.4 얻습니다.]
[특성 흡수 스킬이 발동합니다. ‘타락한 용인의 마력’ 특성을 0.05% 흡수합니다.]
[완벽한 원형 유지 스킬을 통해 이를 여과합니다. 타락한 용인의 마력 특성이 사용자의 마력과 마력 능력치로 변환합니다. 영혼의 오염을 완벽하게 막습니다.]
[마력이 0.14 오릅니다.]
[마력 능력이 조금 상승합니다.]
와! 많이 주네.
거기에 잘 안 주던 마력이다.
마력 0.14. 5마리면 0.7이군. 와. 엄청 후하네.
그럼 35.7?
얜 꼭 내가 잡아야겠다.
“아…… 누구십니까?”
내가 메시지 창을 보고 좋아하고 있자니 전멸 분위기였던 엘프 레인저들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분은 미네르바께서 보낸 전쟁신의 사도, 최후의 전사이십니다. 트레인 요새를 구원했으며 단신으로 오크 선봉대를 박살 내 신화를 쓰고 계신 분입니다.”
“알피드! 그 말이 사실인가!”
“예. 그리고 이제 사악한 용인 무리도 단숨에 척결하셨군요. 역시 신께서는 저희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알피드가 숲에서 걸어 나오더니 갑자기 내 찬양을 늘어놓았다.
너 무슨 내 위인전이라도 읽냐.
처음에 내가 콘셉트를 잘못 잡았나…… 오글거리네.
“오오. 미네르바이시여.”
“최후의 전사다운 힘이었습니다.”
엘프 레인저들이 날 둘러싸고 또 찬양이 시작될 거 같았다.
내가 급히 손을 들었다.
“엘프 레인저 단장 레블로 님 계십니까?”
“예. 부르셨습니까. 전쟁신의 사도, 최후의 전사이시여.”
장발의 금발 미남 엘프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경건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역시 엘프답게 잘생겼지만, 금빛 수염을 기른 데다가 약간 청년이라기엔 미중년 필이 났다.
어쨌든 이 녀석들은 죄다 짜증 날 정도로 잘생겼다.
게다가 여자 하나 없이 죄다 남자들…….
나에게 보내는 눈빛은 왜 이렇게 반짝이는지.
흠모와 경애, 존경. 이런 느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빨리 이 남탕에서 탈출해야 해.
용건 해결하고 디아나나 구출하러 가자.
“물의 성소를 다시 작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 다행히 저희 엘프가 오십 명 이상이면 가능합니다. 다행히 사도님께서 저희를 구원해 주신 덕분에 칠십삼 명이나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엘프 레인저의 이름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희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쟁신의 사도, 최후의 전사이시여.”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엘프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오른쪽 가슴에 왼쪽 주먹을 가져다 댔다.
뭐 존경의 의미인가?
어쨌든 고맙다니 기분이 좋네.
“다행입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저희가 많이 살아남아 삼십 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여러분들을 지키겠습니다. 바로 착수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엘프들은 모두 일어나 호수의 표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70여 명의 엘프가 빠짐없이 손을 대면서 무언가 주문을 읊는데, 무슨 소린진 당연히 몰랐다.
몬스터가 나올까 해서 숲 안을 감시했지만, 30분간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용인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걸까?
하기야…… 지금 엘프들은 정령력을 사용 못하는데 그 빠르고 단단한 데다가 입에서 불까지 뿜는 괴물을 감당할 순 없겠지.
내가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아아.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