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4화>
13. D급 승급전(3)
푹!
“크…… 헉…… 사십 명 남았는데…….”
[킬 포인트를 1 획득했습니다. - 현재 킬 포인트 : 4]
1명 남았다.
목표로 했던 마법 망루에는 도달했는데…….
지도를 봐도 근처에 각성자는 없다.
40명이라…….
이제 슬슬 끝이 보인다.
여기서 미적거리다가는 추가 스탯 받지도 못하고 그냥 끝날 수도 있겠어.
나는 마법 망루에 걸려 있는 자물쇠로 다가갔다.
중세풍답지 않게 번호 누르는 곳은 터치형이었다.
6976을 누르자 자물쇠가 풀리며 문이 열렸다.
공략집…… 맞네.
나는 문이 열린 망루를 잠시 바라보다 등을 돌렸다.
암호를 누른 건 어디까지나 공략집의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추가 스탯 3을 포기할 순 없지.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다 빛을 발견했다.
빛은 1층짜리 초소 건물을 비추고 있었다.
저기 숨어 있는 건가.
나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설마 너도 마법 막는 갑옷이 있진 않겠지.
쾅!
첫 번째 파이어 볼에 문이 먼저 박살 나고.
쾅!
두 번째 파이어 볼이 안에서 터진다.
“크아악!”
“라이트닝 볼트.”
불길을 피해 뛰쳐나오는 남자에게 전격 마법을 사용했다.
곧바로 몸이 지지직 하더니 불길 속에 쓰러지는 사내.
활을 들고 있는 걸 보니 궁수였나 보다.
[킬 포인트를 1 획득했습니다. - 현재 킬 포인트 : 5]
3번 연속 2서클 마법을 쓰니 마나가 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목표를 달성했다는 생각에 속이 후련했다.
미니 맵을 보니 남은 인원은 31명.
다들 오크 군단을 피해 중앙 지역으로 모이고 있으니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지도를 보면 내가 제일 외곽에 있는 느낌이군.
시간이 되면 망루 쪽에 다시 갈까 싶었지만, 이미 그 지역은 오크 군단이 점거하고 있었다.
군단의 이동 속도가 점점 빨라져, 지금부터 열심히 뛰지 않으면 내가 잡아먹힐 기세.
지도를 펼쳐 이제는 각성자들을 피해 사람이 없는 쪽으로 뛰었다.
굳이 5명을 죽였는데 더 죽일 필요도 없고, 이미 자리 잡은 각성자가 기습하면 골치 아프니까.
“으아아악!”
“괴…… 괴물!”
멀리서 오크에게 습격당하는 인간들의 비명이 들린다.
패배한 전장. 학살당하는 인간.
끝이 보이지 않는 오크 군단의 물결.
저 비명 소리에 각성자도 있을까.
26명.
숫자가 조금씩이지만 줄어든다.
그리고 등 뒤 오크 군단의 압박도 거세진다.
손도끼도 날아오는데, 아직 닿을 정돈 아니지만 그 속도가 놀랍다.
둥. 둥둥. 둥둥둥.
오크 군악대의 북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이젠 각성자가 있는 방향이건 말건 상관없이 중앙을 향해 직선으로 달린다.
괜히 꺾어서 돌아갔다간 따라잡힌다.
“파이어 볼트!”
“실드.”
숨어 있던 마법사가 마법 공격을 했지만 실드로 간단히 막고 계속 줄행랑친다.
헤이스트 마법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3서클이라 아쉽다.
나한테 마법을 날린 마법사도 열심히 도망치려고 한 것 같지만, 마법사가 빨라 봐야 얼마나 빠를까.
“으아아아!!”
22명.
인원이 또 줄었다.
그리고 오크의 북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온다.
시야가 빨개지며 등이 따갑다.
“윈드! 실드!”
뒤를 보지도 않고 일단 윈드를 사용하고 실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등판에 강력한 충격이 덮친다.
쾅!
으으윽.
크으으으.
이를 악문다. 아…… 아프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죽는다.
뒤를 슬쩍 보니 다행히 손도끼의 날에 맞질 않았다.
윈드의 효과인지 실드가 막아 준 건지 어쨌든 안 박힌 게 다행.
무작정 뛴다.
이제 앞의 각성자들을 경계하기보다는 뒤의 오크들이 더 무섭다.
자리에 일어나서 바로 뛰니 툭, 투툭 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다.
조금만 더 지체했어도 도끼가 박혔겠지.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휘이이잉!
바람 가르는 소리.
앞에서 들려온다.
이거 화살 쏘는 건데…… 왜 위험 감지가 안 되지?
투핸드 소드도 등에 꽂고 미친 듯이 달리는지라 막을 수단이 없다.
젠장. 일단 팔로 머리와 가슴을 막자.
2명 남았어. 조금만 버티자.
곧 있을 충격에 이를 악물며 대비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얼굴인가 가슴인가.
팔 하나는 날릴 각오를 했다.
챙!
예상과 달리 스쳐 지나가는 화살.
그리고 뒤에서 무엇과 맞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뭐지?
다시 힘내서 뛰면서 앞을 보니, 익숙한 실루엣이 손을 흔들었다.
온몸을 가리는 저 비싼 갑옷, 강시아구나!
“저, 쓸 만하죠?”
“사랑합니다.”
안 봐준다더니 이 타이밍에 살려 주다니.
맨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걸크러쉬가 지금 다시 나를 강타했다.
와. 너무 감동해서 그런가.
그녀의 등 뒤에서 천사처럼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몸이 하얗게 변하는 게…… 어?
[최후의 생존자 스무 명 안에 들었습니다. 미션을 종료합니다.]
[킬 포인트 다섯 개를 얻었습니다.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하여 추가 보상을 얻습니다.]
[추가 능력치 포인트 3을 얻습니다.]
깼다! 깼어!
추가 스탯도 얻었다고!
세상이 멈추며 강시아와 내 몸이 새하얗게 점멸된다.
그녀가 사라지기 전, 풋 하고 웃었다.
“살려 줬으니 밥이나 사요.”
“네. 아가씨. 빚은 오억이지만 사 드리겠습니다.”
막판에 2서클 마법 배우려고 빚을 끌어모았지…….
“예. 빚 육억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그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강시아.
농담이라고 한 소리겠지?
그래 아무리 부자라도 한 끼에 1억?
그런 세상이 어디 있어.
없어 그런 건.
없어.
빛이 사라지고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어두운 공간 안에 혼자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빛을 내뿜는 책이 허공에 떠 있었다.
[D등급 각성자로 승급하셨습니다.]
책이 번쩍하자 고저 없이 딱딱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클래스가 NOVICE입니다. 히든 클래스를 개방합니다.]
[클래스가 초보자입니다. 히든 클래스를 개방합니다.]
[사용자의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능력치가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스페셜 클래스를 개방합니다.]
[능력치가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스페셜 클래스를 개방합니다.]
갑자기 등 뒤가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메시지가 두 번 들린다.
클래스도 NOVICE, 초보자라고 들린다.
이거 혹시 직업 2개 선택 가능한 거 아니야……?
[사용자가 선택 가능한 질서 영역의 히든 클래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검사.]
[정령 마법사.]
[샤프 슈터.]
[언령술사.]
[사용자가 선택 가능한 중립 영역의 히든 클래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인.]
[지배자.]
[화염의 주인.]
[재생자.]
와. 진짜 둘 다 고를 수 있나 보네.
중립 진영은 뭔가 직업도 특이해 보였다.
직업들을 더 살펴볼까 했으나…….
애초에 스탯 균등화를 한 건 스페셜 클래스 때문이었겠지.
이쪽을 보자.
[사용자가 선택 가능한 질서 영역의 스페셜 클래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천사.]
[영혼 중개자.]
[사용자가 선택 가능한 중립 영역의 스페셜 클래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용족.]
[영혼 약탈자.]
천사, 용족?
이거…… 종족이 바뀌는 건가?
천사의 설명을 보았다.
[천사.
질서 진영의 최고위 종족이자 신의 사자입니다.
천상의 신이 가장 먼저 만든 천신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노래하며 불멸 불사합니다.
빛의 힘을 다루며 빛의 날개를 얻습니다.
하늘을 날 수 있으며 광체화가 가능합니다.
질서를 제외한 다른 모든 영역의 힘을 배제하고 봉인할 수 있습니다.
질서 영역에 속한 모든 하위 종족에게 명령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천사로 승천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천상의 천사들이 당신의 업적을 축복하며 이를 천상의 노래로 읊을 것입니다.
빛의 날개를 2장 얻습니다. 날개는 힘이 강해질수록 하나씩 늘어납니다.]
종족이 바뀌네…… 설마 용족도?
[용족.
중립 진영의 최고위 종족이자 대지의 지킴이입니다.
용신의 자손으로 신의 피를 잇습니다.
하늘과 혼돈의 간섭을 배제하며 대지의 정체성을 지킵니다.
중립 진영의 종족을 지배하며 자신이 소속된 행성을 수호합니다.
대지의 마나를 지배하며 용언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용족이 될 기회를 얻었습니다.
용족은 이를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며 힘을 다해 당신을 보호할 것입니다.
신체가 변화하고 아기 용족인 해츨링으로 변화를 시작합니다. 수호룡이 소환될 것입니다.]
아니 뭐. 종족이 바뀌냐.
갑자기 스케일이 확 커져서 할 말을 잃었다.
아. 그래.
공략집.
공략집을 보자.
[내가 이 글을 쓰면서도 과연 과거의 내가 성공했을까 의구심을 떨치기가 어렵다. 균등 능력치로 D급 승급이 가능할까? 가능할 시에만 볼 수 있는 페이지지만…… 이 페이지가 영원히 나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어쨌든 네가 이 페이지를 본다면, 클래스를 고를 수 있다면 용족이나 영혼 약탈자겠지.]
그래. 힘들었다.
나도 드디어 클래스 없는 설움 좀 없애 보자.
뭐 고르는 걸 추천할까?
[용족을 고르면 지구는 던전 포탈에서 해방된다. 후손을 향한 용족의 애정과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해츨링이 된다면 용족은 용을 지구로 파견하고, 혼돈은 물러설 것이다. 대신 지구는 용에게 수많은 영역을 내줘야 하며 용족을 지배자로 섬겨야 한다. 그래도 멸망은 막을 수 있겠지.]
지금 클래스 하나 선택했다고 스케일이 지구급으로 변하는 거냐? 그래도 멸망은 막으니 좋은 건가?
[대신 나는 사라진다. 나라는 인격이 사라지는 것이다. 용족에 걸맞은 자아와 영혼으로 승격하며 지금의 나는 하나의 흔적으로만 남게 된다. 세상을 구하고 싶으면, 용족을 택해라. 대신 나라는 존재는 사라진다.]
음.
너 죽고 세상을 살릴래.
너 살고 세상 위기에 빠트릴래.
이런 건가?
음.
나는 나의 자아가 제일 중요하다.
이 세상을 지킨다 한들, 나라는 자아가 사라지면 그게 무슨 의미랴?
지구의 운명도, 나 김지호의 인생이 사라진다면 그 후에 내 알 바 아니지…….
내가 죽으면 세계가 멸망하는 거랑 뭐가 다를까.
나는 위선을 부리지 않겠다.
내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나는 끝까지 나를 유지하며 살 거다.
그래.
벽에 똥칠할 때까지!
[물론 내가 그럴 리가 없겠지. 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거든. 그리고 용족에게 지배당하는 지구도 해피 엔딩은 아닐 거다. 나도 살고 지구도 사는 직업, 영혼 약탈자를 선택하자.]
그래. 용한테 지배받는 지구라니. 끔찍할 거야.
그러고 보면 천사도 종족이 바뀌는데 나라는 놈이 사라지지 않을까?
뼛속부터 무신교도인 내가 신을 찬양하는 찬송가를 영원불멸 노래할 거라 생각하진 않거든.
나는 질서 진영의 영혼 중개자와 중립 진영의 영혼 약탈자를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영혼 중개자.
질서 진영의 스페셜 클래스입니다. 수호신이 사도들에게 얻는 영력(靈力)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중개해 줍니다. 그 과정 속에서 영력(靈力)을 중개의 대가로 받습니다.
SP 스테이터스가 활성화됩니다.
영격(靈格)이 상승하며, 인간 종족의 한계를 돌파합니다.]
[영혼 약탈자.
중립 진영의 스페셜 클래스입니다. 영혼의 일부를 흡수합니다. 영력(靈力)을 흡수하여 자신의 영격(靈格)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흡수한 영력의 능력을 일부 흡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종족의 고유한 특성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SP 스테이터스가 활성화됩니다.
영격(靈格)이 상승하며, 인간 종족의 한계를 돌파합니다.]
영혼, 영력?
와닿지 않는 설명이었다.
약탈자는 흡수라도 하지, 중개자는 뭐 상인도 아니고…….
별로 강해질 건더기가 없어 보이는데.
이 직업을 얻으려고 스테이터스를 균등하게 맞추며 고생했던 건가?
천사, 용족까지는 아니더라도 히든 클래스에 비해서도 별로 좋은 점을 못 느끼겠는데…….
그래도 이왕 공략집 믿기로 한 거 밀고 나간다.
“영혼 중개자, 영혼 약탈자를 선택한다.”
[스페셜 클래스 영혼 중개자를 선택하셨습니다.]
[스페셜 클래스 영혼 약탈자를 선택하셨습니다.]
[D클래스에서 영격(靈格)을 깨달았습니다. SP가 1,000 상승합니다.]
[영혼 중개 스킬 LV1을 획득하셨습니다.]
[영혼 약탈 스킬 LV1을 획득하셨습니다.]
[특성 흡수 스킬 LV1을 획득하셨습니다.]
[영격 강화 스킬 LV1을 획득하셨습니다.]
[이제 SP로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강화하며 한계를 넓힐 수 있습니다.]
메시지 창이 쭉 올라왔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웬 영혼이냐.
중세 시대 창칼로 싸우다가 퇴마물 찍는 느낌이군.
[수호신들이 영혼 중개자에 관심을 보입니다.]
[폴룩스가 당신을 만나려 합니다. 만남에 응하시겠습니까?]
폴룩스가?
뭔가 불안한데…….
[폴룩스가 안심하라고 합니다.]
아, 그러면 더 불안한데.
괜찮은 거겠죠?
[폴룩스가 자기가 언제 강제로 뭘 시킨 적이 있냐고 반문합니다.]
하긴, 다 제안만 했지그래.
에이. 그래 우리 수호신 얼굴 함 봅시다.
내가 알겠다고 하자 책이 사라지며, 거대한 인영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