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0화 (10/240)

<내 상태창 2개 - 10화>

9. 강시아(1)

내가 오늘 처음 보는 여자를 어떻게 알아.

이 여자 처음 볼 때는 지켜 준다면서 걸크러쉬 유발하더니 완전 허당이네?

내가 진심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하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아…… 죄…… 죄송합니다. 당연히 알 줄 알고…….”

“혹시 연예인이신가요?”

“네…… 강시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 강시아! 강시아는 저도 알죠. 재벌집 막내딸인데 연기자 하는 사람이잖아요. 키스 신도 못 찍게 한다는…… 어, 진짜 강시아네?”

헐. 자세히 보니 진짜 강시아다.

왜 못 떠올렸지?

강시아 정도면 톱스타 바로 아랫급 배운데.

얼굴로는 거의 탑 티어에서 놀고 있고.

아, 강시아 이미지가 원래 도도, 고급, 우아였지.

지금처럼 착한 인상에 미안해서 축 처진 모습과는 180도 달라서 알아보질 못했네.

화장도 원래 좀 화려하게 하는 편이었으니까.

생얼이랑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아니, 강시아 씨가 왜 앱에서 팀을 구하고 계세요?”

“아…… 사실…… 제가 궁수 클래스거든요.”

“궁수요?”

“네. 제가 전사 친구랑 같이 다니는데, 자꾸 몬스터를 흘려서 뭐라고 하니까 저보고 니가 전사하라고 해서 홧김에 그러자고 내기를 했거든요…….”

“그런데요?”

“막상 하려니 전사 경험이 없어서 경험을 쌓으려고 앱으로 파티를 구했죠…… 근데 제가 이렇게 못 싸울 줄은 몰랐어요.”

궁수 클래스?

참 나. 황당하네.

어쩐지 전사치고 힘은 없는데 재빠르더라.

민첩 올인이었구먼.

“전사 그거 꼭 해야 하는 거면 투핸드 소드부터 어떻게 좀 하시죠.”

“역시 이건 좀 아니죠? 멋져 보여서 얻었는데…… 친구는 잘 다루던데…….”

도도, 우아 여신 강시아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니 적응이 안 된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친구 분이야 힘 몰빵인가 보죠. 공격 유효타가 너무 안 들어가니 몬스터가 하나도 위협을 못 느끼네요. 가벼운 무기와 방패 들고 싸우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가벼운 무기와 방패…….”

“네. 저처럼요. 제 검 한번 들어 보실래요?”

“아. 이건 들 만하네요.”

“네. 몬스터만 안 흘리면 되는 거라면 굳이 투핸드 소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애초에 그런 쓸데없는 내기를 왜 하는지가 의아하지만.

부자, 연예인의 생각을 내가 어찌 이해하리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녀가 일어나더니 고개를 푹 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래도 재벌 2세에 연예인인데 예의는 참 바르네.

“예. 그 투핸드 소드 환불하면 검하고 방패 살 수 있겠네요.”

“환불요? 환불…… 말로만 들어 봤는데…… 살면서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진짜 모르겠다는 얼굴.

아…… 예의는 바른데 자연스럽게 재수가 없구나.

“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그 강시아가 나한테?

연예인한테 질문을 받다니 뭐라도 된 거 같은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지호 씨는 왜 앱으로 사람을 구하셨어요? 제가 보니 상당히 실력 있는 마법사신데. 길드에서 가시면 되지 않나요?”

진짜 마법사는 다들 길드를 가입하나 보다.

준비해 뒀던 변명을 하자.

“아. 제가 친구가 있는 길드 쪽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남은 기간에는 파티원 구하기가 애매해서 앱으로 구했어요. 승급한 지가 얼마 안 돼서 아는 사람도 없고…… 사실 레벨도 낮거든요.”

“레벨이 낮으시다고요? 근접전도 잘하시고 마법도 엄청 많이 쓰시던데.”

“예. 9레벨이거든요. 이번 던전 깨면 10렙 되겠네요.”

“와. 9레벨이요? 전 사실 16레벨인데…….”

16레벨? 어쩐지 민첩하긴 하더라.

궁수 클래스로선 엄청 잘 싸우는 거 아냐?

“진짜 잘 싸우세요. 기본 능력치가 좋으신가 봐요.”

강시아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이쁘긴 이쁘네.

괜히 어깨가 으쓱한다.

[폴룩스가…….]

메시지는 보지도 않고 바로 치워 버렸다.

“그럼 계속 앱으로 파티원 구하실 건가요?”

“뭐…… 그렇겠죠?”

“그럼 일주일만 저랑 같이 도시면 안 될까요? 제가 일주일 뒤 내기인데 앱으로는 파티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천하의 강시아가 나에게 일주일간 파티 제안이라니.

영광이기는 하지만…….

아까 오크들이랑 투핸드 소드로 허우적대던 걸 생각하니 선뜻 오케이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솔로 플레이보다 낫기는 한데 그래도.

“으음…….”

장비 바꾸면 그래도 0.7인은 되려나?

팀원 구하기 힘들긴 했지.

솔플하기 전에 같이 다녀?

아까 싸우는 거 보니 영 못 미덥긴 한데.

“저기…….”

강시아는 내가 대답을 미루자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당연히 내가 해 줄 줄 알았나?

하긴 어디서 거절당해 봤겠어. 그 미모로.

하지만 예쁜 건 예쁜 거고 실력이 중요하지…….

[폴룩스가 고자냐고 사용자를 질타합니다.]

아, 진짜 이 양반 여자 각성자나 봐요. 여기 보지 말고.

내가 대답을 미루자 강시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투핸드 소드를 내밀었다.

“저, 같이 다녀 주시면 이거 드릴게요.”

“네? 이 투핸드 소드를요?”

“네. 환불은 해 본 적도 없고, 어차피 일주일 후에는 다시 원래의 무기인 활로 돌아갈 거거든요. 가져다 파셔도 상관없으니까…….”

얘, 진짜 부자구나?

이 검 진짜 좋아 보이는데.

일단 내 장비 합친 가격인 3억보단 비싸 보인다.

그걸 겨우 일주일 같이 다닌다고 줘?

이 정도면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 클래스나 가능할 거 같은데.

“제가 충심을 다해 에스코트하겠습니다.”

씨익 웃으며 말하니 강시아가 흠칫하며 검을 다시 자기 품에 가져간다.

“아…… 네…… 검은 제가 차에 뒀다가 일주일 후에 드릴게요.”

음. 너무 물욕이 절은 표정이었나.

내가 먹고 튈까 봐 걱정됐나 보다.

어쨌든 대답 좀 늦게 하니까 이런 보물을 주네.

역시 협상은 기다려야 해.

짐덩이 같던 강시아가 갑자기 보물로 보였다.

다음 날 레이피어와 방패로 무기를 바꿔 온 강시아는 상당히 쓸 만해졌다.

뒤에서 마법을 아무리 날려도 몬스터들이 민첩한 찌르기에 나한테 올 생각을 못했다.

강시아도 신나는지 격렬하게 공격을 하고 있었다.

“후후후. 죽어. 죽어. 죽어!”

투구를 써서 얼굴은 안 보이지만 희번덕한 눈을 하고 있지 않을까?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 준 덕에 우리의 던전 토벌은 매우 손쉬웠다.

“저, 괜찮죠?”

“아주 좋습니다.”

“이 정도면 같이 다닐 만하죠?”

“네. 진작 이러시지 그러셨어요.”

“쳇. 괜히 투핸드 들었다가 첫인상이 안 좋았네요. 저 활 쏘는 거 보면 놀랄 거예요.”

안 그래도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초기 능력치 민첩 10이라고 기사도 떠 있었다.

집안에서는 헌터 일 하는 것을 결사반대했지만 연예인 데뷔 때 고집부린 것처럼 고집을 부려 헌터 일을 하게 되었다고…….

물론 재벌집 눈치가 보여 기사화되진 않았지만 헌터넷에서 소문이 이미 파다했다.

그녀와 다니면서 또 좋은 점은 마나석을 독식할 수 있다는 점.

“이게 돈이 돼요? 네? 애걔. 백만 원?”

“애걔죠? 제가 다 가져도 돼요?”

“그러세요. 아. 저 한 개만 줘 봐요. 기념으로 가지게.”

최초에 한 개를 넘겨준 거 빼고는 모조리 마나석을 독식했다.

한 번 돌면 4, 5개는 나와서 내 재정에 아주 쏠쏠했다.

던전 클리어 보상까지 독식하고 싶었지만, 이건 헌터 관리국에 곧바로 보고되는 거라 그럴 수가 없는 게 아쉬울 뿐.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같이 다닌 지 6일째.

레벨은 어느새 11.7에 이르고 있었다.

스테이터스도 나름 발전했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NOVICE

수호신 - 쌍둥이자리의 신 폴룩스

칭호 - 박쥐 각성자

레벨 - 11.7

힘 ? 9, 민첩, - 9, 마력 ? 10]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초보자

수호신 - 화산의 신 아우렐리아

칭호 - 없음

레벨 - 11.7

신체 ? E, 마력 ? E+, 기예 ? E, 행운 ? D++]

나름 균등 분배를 지키면서도 이번엔 마력에 중점을 두었다.

생각해 보면 레벨 25때 D등급 승급할 때 능력치 포인트가 균등하면 되는 거니까.

마력을 먼저 올려서 2서클 마법을 터득한 후에 나머지 능력치를 따라 올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행운은 D+에서 하나 포인트를 더 주니 C-로 되는 게 아니라 D++로 됐는데, C등급으로 올라가려면 포인트를 더 투자하라고 이렇게 된 거 같았다.

햐. 이래도 질서 진영 스탯은 합이 28이구나.

누군 1레벨에 28, 27도 있는데 말야.

진짜 차별 너무 심하네.

중립 진영 스탯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협회 차를 타고 기분 좋게 집에 가는 도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김지호 님. 대현가의 집사직을 맡고 있는 우정식이라고 합니다. 요즘 아가씨께서 신세를 많이 지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대현가요? 아가씨 누구…… 아, 강시아 씨요?”

-네.

“이제 곧 끝인데요. 뭘.”

-아. 그렇군요. 혹시 언제까지 하시나 궁금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강시아가 내일까지라고 말 안 했나?

왜 전화를 한 거야?

“저기 죄송한데. 그냥 용건 있으면 간단하게 말씀하세요. 제가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니까요.”

-음. 그것이…… 아가씨랑 관계에 대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관계? 뭔 관계.

아, 이거 설마 드라마에 나오는 그건가.

“설마 쌍팔년도 드라마처럼 아가씨한테 들러붙는 해충 쫓는다고 전화하신 건 아니겠죠? 아무 사이도 아닌데. 저 폰 번호도 몰라요. 만나도 사냥 이야기밖에 안 하는데.”

그러니까 대답이 없다.

헐. 설마 진짜야?

시대가 어느 땐데 촌스러운 것들.

장난이나 쳐 볼까.

“아. 아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흑심을 품었습니다. 순진한 아가씨 꼬드겨서 재벌가에 들러붙으려고 합니다. 흑심을 접을 테니 돈 좀 주세요. 2서클 마법이나 배우게. 히히.”

-돈…… 돈이요?

“그래요. 설마 맨입으로? 준비해 둔 돈 있을 거 아니에요. 마법도 배워야겠다, 돈 주면 제가 접근 안 할게요!”

-아. 진, 진정하십시오. 김지호 님. 저희 예산이…….

쩔쩔매는 게 전화기 너머로도 느껴진다.

에휴. 그래 이 사람이 뭔 잘못이냐.

어차피 월급쟁이인 것을…….

내가 헌터가 아니었으면 이런 데 인턴으로 취직해서 조인트 까이고 있었을지도 몰라.

“에이. 장난도 못 치겠네. 이미 강시아 씨한테 비싼 투핸드 소드 받기로 하고 일주일간 파티 하는 거예요. 재벌들이 뭔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내일이면 끝이라고 보고 올리셔요.”

-감, 감사드립니다.

“폰 번호는 어찌 아셨대. 참…….”

-정말, 정말 실례했습니다. 김지호 님. 그리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제.”

“아아악! 아아악! 미쳤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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