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8화 (8/240)

<내 상태창 2개 - 8화>

7. E급 던전에서 만난 사람들(1)

E등급 던전 포탈도 던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 방에 엘프, 드워프 도우미가 없고 무기는 자기가 챙겨 가야 하는 게 달랐을 뿐.

포탈로 가져갈 수 있는 무기는 드워프가 특수 처리한 무기만 가능했는데, 총 같은 건 제작이 안 되었다.

그래서 3억 원을 풀로 써서 드워프제 롱소드와 카이트 실드를 샀다.

갑옷류는 돈이 없어서…… 엘프제 충격 흡수 제복이나 드워프 갑옷은 너무 비쌌다.

“파이어 볼트.”

“키이이이이!”

E급 던전쯤 되니 임프 무리에서 탈피해서 다양한 몬스터가 나왔다.

여기는 주로 대형 곤충류.

지금은 검은색으로 물든 대형 벌들이 윙윙거리면서 덤벼 오는데, 파이어 볼트가 아주 효과적이었다.

“야. 무슨 노비스가 검도 쓰고 마법도 쓰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네. 아, 재네 암컷이냐? 무한 정력 효과가 나는 거냐?”

“아오. 그 스킬 이야기하지도 마라. 그거 레벨 업 되다간 진짜 강간마로 잡혀갈 수도 있어.”

“왜. 설명만 들어도 최고의 스킬이구먼. 모두가 이뻐 보인다니 여자 친구랑 매너리즘에 빠질 일은 없겠네. 너 나중에 폴룩스한테 감사하게 될 날이 올 거다.”

[폴룩스가 이진성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니가 맘에 든대.”

“낄낄. 폴룩스 님 저도 주세요!”

예전부터 관우가 좋다고 부르짖던 녀석은 청룡언월도 같은 무기를 풍차처럼 돌리면서 곤충을 박멸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마상용 무긴데 자기는 로망을 포기할 수 없다나?

“야, 근데 너랑 도니까 진짜 편하다. 마법사 애들은 콧대만 높아서 몬스터 하나만 삐져나와도 대체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빽 지르거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죄다 빽빽 질러. 1서클만 쓰는 게 아쉽네.”

“2서클 마법도 이제 배울 수 있다는데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그거 마력 20은 찍어야 할걸? 난 니가 1서클 마법 쓰는 것도 신기하다. 일단 20 찍고 협회 엘프들한테 돈 주고 전수받아야 해. 개당 일억이래.”

와! 뭐 이렇게 비싸?

“아니 언령으로 묶여 있으니 시동어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걸 돈 주고 배우나?”

“내가 같은 길드 마법사한테 듣기론 아무나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래. 엘프가 ‘이 사람 마법 쓰는 거 허락’해야 되는 거라고 하더라. 마력이 달리면 허락을 해도 시동도 안 된다고 하고.”

으으음.

돈을 모아야겠네.

갑옷도 맞춰야 하고 2서클도 배워야 하고.

3억도 채워 넣어야지.

뭐 이리 돈 들어갈 곳이 많냐.

“헌터가 로또라더니 딱히 돈이 되는 거 같지는 않은데? 세지려면 돈이 더 들잖아 이거.”

“그러니까 길드 들어서 장비 지급받고 월급쟁이 생활 하는 거지. 그래도 E급은 던전 포탈 제압하면 수당 천만 원 나온다. 니가 파티 플레이로 삼십 일 동안 돌면 반띵해서 일억 오천이지. E급은 국가에서 주는 기본 수당도 천만 원이고. 나같이 대기업 들어가면 월급 이천 줌. 그리고 바닥 봐 봐.”

“오. 이게 마나석?”

손톱만 한 크기의 붉은 보석이 바닥에 2개 떨어져 있었다.

“E급 던전 마나석. 몬스터 잡았는데 시체가 갑자기 사라지면 마나석 나오는 거야. E급은 한 개당 백. 용돈 벌이가 가능하지.”

“오. 이런 건 던전 돌 때 몇 개나 나와?”

“평소엔 뭐 한두 개 정도? 말 그대로 용돈 벌이야. 근데 오늘은 반도 안 왔는데 벌써 두 개 나왔네. 운이 좋은데?”

오호.

운이 좋다고?

이거 혹시 행운 스탯이랑 연관 있나?

E급 던전을 돌면서 느낀 소감은 이랬다.

할 만한데?

클래스가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스탯 중첩이라 별로 어렵진 않았다.

거기에 진성이 녀석도 대기업에 스카웃될 정도로 유망한 E급 헌터라 그런지 아주 강해서 더 편했다.

무거운 청룡언월도를 두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는데 저게 힘 스탯 20의 위력인가 싶었다.

힘 대결을 하면 확실히 힘들겠네.

“야. 진짜 편하다. 신경 안 써도 되는 마법사라니. 나 쉬는 날마다 같이 돌자.”

“그래 형이 키워 주마.”

“뭐래.”

대형 벌과 대형 개미를 잡다 보니 어느새 던전의 끝에 도달하고 있었다.

싱글벙글하며 전진하던 진성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야. 던전 마지막 방인 거 같은데, 느낌이 보스다. 아, 보스 원래 잘 안 나오는데…….”

시야가 붉어진다.

이거 위험 감지?

얼굴이 갑자기 따갑다.

나는 바로 방패를 들었다.

“실드!”

쾅!

으윽.

몸이 살짝 밀린다.

방어막 마법이 그대로 찢기며 한 번 충격 완화를 해 줘서 그나마 이 정도 충격인가.

와…… 위험 감지 좋다.

감지 못 했으면 머리가 날아갔을지도.

던전이 너무 쉬워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이언트 스파이더다! 파이어 볼트로 거미줄부터 태워!”

진성이 청룡언월도로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을 가득 메운 거미줄.

나는 양손 검지를 천장으로 향했다.

“파이어 볼트!”

2방이 연속으로 나갔다.

처음엔 바로 불이 안 붙었지만 똑같은 지점에 한 번 더 쏘니 불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인간…… 죽어라…….”

칠판 긁는 쇳소리를 내며 거미가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거미 다리 2개가 내 머리와 몸을 노린다.

왼쪽은 방패로 막고…….

“이놈!”

오른쪽은 청룡언월도가 내리찍는다.

다리가 잘릴 법한 강맹한 일격에 거미가 다리를 쑥 빼고는 후다닥 뒤로 빠졌다.

그러면서 입을 열어 뭔가를 퉤 뱉으려 했다.

그 입안을 조준했다.

“파이어 볼트!”

이번에도 두 손가락으로. 파이어 볼트 2방이 동시에 날아간다.

그와 때를 맞춰 거미 입에서 초록색 독액이 뿜어져 나온다.

진성에게 닿기 전 파이어 볼트에 닿아 불타오르는 독.

하지만 녀석에게 닿을 수도 있으니 실드도 친다.

“오, 땡큐! 합!”

진성이 순식간에 도약하더니 청룡언월도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독을 뿌리느라 힘이 빠진 것일까.

잠시 멈칫하던 거미는 피할 수 없음을 알고 네 다리를 교차해 이를 막으려 한다.

그러나 일격을 막기에는 역부족.

콰직!

“키에에엑!”

네 다리가 그대로 뭉개지며 거미가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진성은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언월도를 휘둘렀고, 나도 녀석의 무기 범위에 안 닿게 옆으로 빠지며 거미에게 다가갔다.

“아이스 애로우.”

거미의 뒷다리 쪽에 아이스 애로우를 날린다.

파이어 볼트보다 조금 더 두꺼운 얼음 화살이 날아가고, 녀석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공격을 감지, 다리를 뺀다.

하지만 다리가 빗나가면 땅바닥을 노리려 했으니 괜찮다.

땅에 아이스 애로우가 닿자 곧바로 서리가 끼며 미끄러워진다.

진성의 공격을 정신없이 피하던 녀석이 미끄러워진 바닥에 금방 속도를 내지 못했다.

“좋아!”

쾅!

언월도에 그대로 몸통이 박혀 튕겨져 나가는 거대 거미.

충격으로 반쯤 뒤집혀서 벌벌 떠는 녀석의 다리를 파이어 볼트로 태웠다.

화르르르.

“키이이이이익!”

고통스러워하는 거미에게 접근한다.

진성은 몸통을 가르려 하고 나는 머리 쪽을 향한다.

접근 와중 시야가 빨개지며 목 부위가 따끔했다.

방패로 대비하니 화살촉같이 날카로운 거미줄이 날아왔다.

“키이이익! 어…… 어떻게!”

툭.

기습 공격이라 위력은 강하지 않았지만, 방패로 안 막았으면 목이 찔렸을지도.

입을 열어 다시 독을 쏘려던 거미 입안을 검으로 쑤셨다.

넣고 한 바퀴, 두 바퀴 돌린 후 그대로 쳐올리자 푸른색 피가 와직 하고 튀었다.

몸이 잠시 경련하다, 축 늘어지는 거미.

촤아아악.

진성이 확인 사살하듯 청룡언월도로 몸을 반으로 갈랐다.

“고생시키네. 이놈.”

“야, 이 정도면 엄청 선방한 거야. 너 마나 무한이냐?”

“지금 딱 끝났어.”

“그래? 타이밍 좋았네. 너 혼자 돈다고 했을 때 미쳤나 했는데 이 정도면 자신감 가질 만하네. 레벨 좀만 올리면 혼자 돌아도 되겠네. 경험치 몇 프로냐?”

“와. 5.7이네.”

“던전 보상까지 받으면 레벨 업 하겠네. 넌 내가 보기에 마력 몰빵이 답이다. 마법사로 가자. D급 클래스에는 니 맘에 쏙 드는 킹왕짱 마법사가 나올 거다.”

아…… 나도 클래스 고르고 싶었다고.

그러고 보니 공략집엔 직업 이름도 안 나와 있었다.

그것도 제한이 있나?

“와우! D급 마나석 나왔어. 이거 삼천만 원이라고 들었는데.”

자이언트 스파이더의 시체가 사라지자 주먹만 한 크기의 노란 보석이 있었다.

“오. 좋아. 반반 콜?”

“콜. E급은 형이 선물로 주마.”

그렇게 나누기로 하고 기분 좋게 둘이 던전핵으로 걸어갔다.

던전핵을 깨려고 할 때 진성이가 날 제지했다.

보기 드문 심각한 표정이었다.

“야. 나가면 직원 있을 테니까 잠시 이야기하고 나가자.”

“응? 그래.”

“내가 생각해 봤는데…… 너 나가면 절대 상태창 보여 주지 마. 니 능력이랑 너무 차이가 심해. 원래 우리 길드 추천할까 했는데 너 능력치랑 실제 능력이랑 갭이 너무 커서 실험이나 해부당할까 봐 못 하겠다.”

“야. 무슨 해부는.”

“아냐. 진짜 그럴 수도 있어. 어차피 니가 능력치 안 보여 주면 남들이 알 수단은 없으니까 보여 주지 마.”

“흠…… 주의해야 할 정도냐?”

“혹시나 하는 거지. 길드 가입하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상부에서는 일반인들보다 몬스터 사태에 대해 훨씬 걱정하더라고. 얼마 안 있어 대재앙이 펼쳐질 거라고, 정부고 기업 길드고 강해지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안 가린다는 소문이 돌아. 너 능력치랑 능력 차이가 너무 심해서 이거 알려지면 인체 실험 할지도 몰라.”

“그래?”

“어. 너도 원인은 잘 모르는 거 같은데, 조심해라. 우리가 아무리 초인 수준으로 강해졌다지만 총 맞고 기관총 맞으면 죽는 건 똑같아. D급 돼서 영체화하면 모를까.”

영체화.

몸이 반투명하게 변하면서 지구의 공격이 아예 안 통하는 상태를 말한다.

하이 엘프 라이아나가 유엔 총회에 난입할 때 총알 다 피하는 걸 보여 줬지.

D급 헌터가 되면 영체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영체화도 온종일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니 몸조심해야지.”

진성이 녀석이 이렇게 주의를 줄 정도면 조심하긴 해야겠다.

앞으로는 스테이터스를 +3 정도씩은 뻥튀기해서 말해야겠군.

8, 7, 7 대신 11, 10, 10?

그리고 파티 플레이할 때는 직업 하나를 특화해서 보여 줘야겠어. 싸움도 잘하고 마법도 잘하면 의심받는단 말야…….

“몸조심해야 해. 나도 각성할 때야 룰루랄라 신났는데 길드 들어가니까 폭풍전야 같더라.”

“예, 선배님. 이번 멘트는 선배님으로 인정해 드리죠.”

“오냐. 선배님이 주는 선물이다.”

진성이는 나에게 E급 마나석 4개를 주었다.

원래 2개씩 나눌 생각이었으니 200만 원을 나한테 준 거나 마찬가지.

뭐, 헌터 기념 선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던전 클리어 후 정산.

E급 던전 포탈 클리어 500만 원. D급 마나석 반값 1,500만 원. E급 마나석 4개 400만 원.

오늘 한 타임 뛰고 2,400만 원이 계좌에 입금되었다.

와, 이래서 로또라고 하는 거구나.

뭐 보스 몬스터 때문에 그렇지 원래는 E급도 나눈다 치면 700만 원이었겠지만.

하루에 7백이면 열흘에 7천, 100일에 7억?

300일에 21억? 헤헤헤.

“야, 너무 좋아하지 마라. 삼 억 투자했고 2서클 마법은 열 개니까 십억 더 투자해야 하잖아.”

“아, 감동에 젖어 있는데 찬물 뿌리냐.”

“킬킬. 사실 나도 이 청룡언월도 맞춤 제작해서 빚이 삼억이다.”

“와. 진짜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

“너도 빨리 장비 질러. 같이 빚 갚으러 던전이나 다니자.”

“관우 덕후 새끼…… 왜. 적토마도 사지그래.”

“오. 음. 야. 너 천잰데? 그래. 엘프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소환사도 있을 텐데 분명…… 탈것. 탈것이 있을 거야…….”

갑자기 표정이 엄숙진지해지면서 중얼거리는 내 죽마고우.

진짜 답이 없다.

“야, 나 간다. 니 다음 휴일 때 같이 돌자.”

“어. 가 봐. 나는 엘프에게 좀 물어보고 갈게. 적토마 아이디어 좋았어.”

“에라이…… 백억은 할 거다. 미친놈아.”

저거 진심이네…… 눈 돌아가면 아무도 못 말리는데.

엘프가 100억, 1,000억쯤 불러서 포기하게 만들어야 할 텐데.

어설프게 몇십억 하면 돈 모은다고 피똥 쌀지도…….

괜히 적토마 말을 했다고 후회하며 귀가했다.

마침 레벨 업을 해서 스텟 포인트를 8, 8, 7로 만들고, 기예를 F에서 F+로 업그레이드하고, 오늘 정산한 금액을 다시 보고 키득거리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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