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5화 (5/240)

<내 상태창 2개 - 5화>

4. F급 던전(2)

급 던전은 초심자 던전이다.

어떻게 보면 튜토리얼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1명밖에 입장을 못 하며, 튜토리얼처럼 도우미가 안에 있다.

엘프 하나, 드워프 하나.

튜토리얼 때와 다른 점이라면, 엘프가 짜증 날 정도로 잘생긴 남자 엘프라는 점일까.

“마력 쓰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생각해 보니 마력 단련을 해야 하는데 쓰는 법을 모른다.

만난 김에 물어보았다.

“마력을 쓰는 법 말입니까?”

목소리도 멋있다.

“네.”

“튜토리얼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나요?”

아! 튜토리얼에서 가르쳐 주는 거였구나.

그게 당연히 튜토리얼에서 배우는 거였네.

“아…… 그랬어요? 제가 오 분 컷을 하느라.”

“아하. 경험치 두 배 버프 때문에요? 그걸 어떻게 아셨대요?”

뜻밖에도 엘프도 이 걸 알았다.

하긴 이들이 도우미로 참가하니 당연히 아는 건가.

이럴 땐 역시 인터넷 핑계다.

“인터넷 돌아다니다 보니 나오더라고요.”

“아…… 인터넷. 정보의 바다라는데. 그 안에서 쓸데없는 정보를 얻으셨네요. 그거보다 튜토리얼 설명 차근차근 듣는 게 나중에 더 나은데…… 저희가 여기 오래 있을 수는 없어요. 오늘은 마력 방출만 설명드릴게요.”

“넵.”

“자. 따라 하세요. 마력 방출.”

“네?”

“마법의 마도 없는 세상. 그 세상 각성자가 하루아침에 마력이 움직이는 걸 어떻게 느끼겠어요? 빠른 습득을 위해 언령을 등록한 겁니다. 마력 방출.”

“마력 방출.”

그러자 가슴 쪽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더니 온몸에 뭔가가 퍼지며 산개했다.

펑!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바람이 내 몸에서 시작해 밖으로 불었다.

그걸 본 남자 엘프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마력 10이었어요? 11인가?”

“아. 아니요.”

5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가 두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아, 다가오지 마. 잘생긴 놈아. 닭살 돋아.

“이 정도면 기본 마법도 가능한 마력량입니다. 제가 역소환되기 전에 파이어 볼트 하나만 배우시죠.”

“네, 스승님.”

엘프님, 멋있으세요. 목소리도 어쩜 좋아.

“아까랑 똑같아요. 파이어 볼트 외치면 돼요. 대신 오른손 검지를 대상을 향해 뻗고요. 파이어 볼트라고 외치시면 불의 화살이 나갈 거예요.”

“파이어 볼트.”

검지를 반대쪽 벽에 대자 손가락 앞에서 불이 화르르 타올랐다.

그 불길은 뭉치더니 하나의 화살이 되었고, 내 손가락이 겨냥한 곳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와! 마법이 이렇게 간단한 건가.

[1서클 마법 ‘파이어 볼트’를 터득했습니다.]

[앞으로 다른 종류의 1서클 마법 네 가지를 터득한다면, ‘마법 1레벨’ 스킬 습득이 가능합니다.]

“단번에 성공하셨군요. 이러기 쉽지 않은데…… 대단한 소질이 있어요. 시간이 부족한 게 안타깝군요. 각성자님.”

다들 한 방에 되는 건 아닌가 보다.

“네 개 더 배우면 마법 1레벨 스킬 얻는다는데…… 아쉽네요.”

“더 가르쳐 드리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을 안 하네요. F급 던전 클리어하러 오실 때 다른 엘프 동료들도 도우미로 참여할 테니 그때 물어보세요. 다들 잘 가르쳐 주실 겁니다.”

미남 엘프가 싱긋 웃으며 드워프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에게 빠르게 걸어갔다.

“오늘도 장비 주세요?”

“오늘 무기는 장검, 도끼, 창, 라운드 실드다. 이 중 두 개만 골라. 빨리. 이제 곧 사라진다.”

“검, 방패요.”

나는 드워프의 재촉에 정석 중의 정석인 검, 방패를 골랐다.

드워프가 주머니에서 빠르게 무기를 꺼내고 바닥에 진열하자마자 그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아슬아슬했네.”

검과 방패를 들고 파이어 볼트 연습을 좀 해 봤다.

이번엔 튜토리얼과는 다르게 빠르게 깨라는 이야기가 없으니 마법 좀 써 봐야지.

사거리는 한 3, 40미터 정도?

20발 쏘고 이어서 다시 파이어 볼트를 하려고 하니 갑자기 가슴이 아프더니 불꽃이 만들어지다 말았다. 이게 마력이 다 떨어진 건가.

마력을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가슴 한쪽에서 물이 차오르듯 무언가가 차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마나인가. 생각보다 빨리 차네.

방패는 왼손으로 들고, 검도 좀 휘둘러 보았다.

무거워 보이는 장검이었지만 상태창 능력이 중첩되는 나에게는 가볍게 느껴졌다.

휙휙. 휙휙.

몇 번 휘두르니 약간 요령을 깨달았다.

난 원래 손재주가 없는데. 뭔가 쉽네.

이게 민첩이나 기예 능력치랑 연관이 있나?

몇 번 휘두르고 방패도 움직여 보고 하다 대충 몸에 익자 이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자.”

검과 방패를 들고 전진.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저번에 봤던 임프가 또 등장했다.

근데 이번엔 저번 임프보다 덩치도 커서 150㎝는 되어 보이고, 장난감 같던 꼬챙이 무기도 꽤 길쭉한 삼지창으로 바뀌어 있었다.

살점이 별로 없던 몸이 꽤 탄탄한 근육질이고.

음. 세 보이는데.

“키에에엑! 인간! 죽어라!”

“파이어 볼트.”

쾅!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임프의 머리에 가볍게 한 방.

불의 화살이 쏜살같이 날아가며 머리에 직격한다.

파이어 볼트가 쾅 하고 터지며 머리에 불이 붙더니 임프가 괴로워하며 바닥에 뒹군다.

어떻게든 불을 꺼 보려는 거 같은데 마법적인 불이라 그런지 더 활활 타오를 뿐 전혀 꺼질 생각을 안 한다.

“으아아악! 살려…… 살려 줘…….”

“너 같으면 살려 주겠냐. 아, 고통을 줄여 주지.”

뒹구는 게 불쌍해 보이니 칼로 마무리하자.

푹!

[전사 임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버프가 적용되어 1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임프의 목을 찌른 검을 푹 빼자 피가 푸슉 하면서 쏟아진다.

잔인한 광경이지만 별 감흥은 없다.

각성자가 되면 이런 쪽의 감정 변화가 덜해지나 보다.

경험치 10이면 얼만가 싶어 상태창을 보니 Lv1이 1.1로 되어 있었다.

10프로군. 경험치 100을 올리면 1레벨 업인가.

좋아. 그럼 죄다 죽이면서 가 볼까.

“인간!”

“파이어 볼트.”

“으아아아악!”

“치사한 놈!”

“다구리가 더 치사해 이놈들아. 너도 파이어 볼트.”

“끼에에엑!”

불타는 임프의 목을 따다 근접전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프 둘을 죽이고 좀 더 걸으니 이젠 셋이다.

“인간!”

“아오, 고만 불러.”

창을 꼬나 쥐고 달리는 임프 셋.

나는 마주 달리며 중간의 임프를 향해 크게 점프했다.

온 힘을 다해 뛰니 몸이 날아갈 것 같다.

중간의 임프가 창을 미처 올리기도 전에 내 발이 그 머리를 짓밟았다.

콰직!

“키에엑!”

전력. 전력을 쓴다.

머리를 온 힘을 다해 짓밟자 콰직 하며 두개골 깨지는 느낌이 든다.

이번엔 베기다.

오른쪽 임프에게 몸을 돌리고.

아래에서 위. 사선으로 휘두른다.

촤아아악!

삼지창이 수수깡처럼 부러지고 가슴을 기점으로 임프가 반 토막 난다.

약하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왼손 방패를 휘둘러 창을 막는다.

우드드득.

삼지창이 튕겨 나가고, 창을 쥐고 있던 임프의 팔이 기묘하게 꺾인다.

임프의 징그러운 눈이 커졌다.

“으으으…… 괴…… 괴물!”

쿵!

방패로 머리를 가격하자 그대로 얼굴이 찌그러지며 쓰러진다.

그 목을 꿰뚫어 간단히 확인 사살한 후, 검을 다시 뺐다.

[전사 임프 셋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버프가 적용되어 3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1마리, 2마리, 3마리를 잡았으니 60. 이제 4마리만 잡으면 되나.

이거…… 생각보다 쉽네.

“후우우우…….”

성남 중원구의 산길에 경찰차처럼 헌터 마크가 달린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 앞에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담배를 피우며 지루한 듯 스마트폰을 매만졌다.

‘아, 하필 F급 각성자 전담팀에 걸리냐. F급 각성자 던전이 시간 계산 제일 안 돼서 싫은데. 오늘은 언제 끝나려나.’

F급 각성자는 던전 클리어 시간이 가장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깨고, 어떤 이는 24시간 한계 시간을 다 채울 때까지 안 나오다가 역소환된다.

F와 E급의 경우 던전 안에서 몬스터에게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게 되면 24시간 후 역소환된다.

E급은 각을 잘 재서 못 깰 거 같다 싶으면 제 발로 나오는데, F급은 꼭 무리하다가 죽어서 하루 뒤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나오게 되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벌벌 떨고 구토하고 똥오줌 싸며 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현실 세계의 몸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던전 안의 몸은 임프들에게 찔리고 찔려서 비참하게 죽은 거니까.

‘아, 이번 각성자는 제발 잘해야 할 텐데. 저번 시즌 각성자 똥 치운 거 생각하면 진짜…… 그래도 한 세 시간은 더 걸리겠지? 좀 잘까.’

후우우우.

담배 연기를 다시 내뱉은 남자는 붉은색 포탈을 잠시 바라보다가 차 문을 열었다.

1시간만 자자.

그는 운전석에 앉아 의자를 뒤로 빼고 넥타이를 풀었다.

시동은 걸어 둔 채 에어컨은 빵빵하게 틀고 잘 준비를 모두 마칠 즈음.

갑자기 포탈이 사라졌다.

“오. 벌써 차가 대기 중이네.”

갈색 면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멀끔한 외양의 남자.

중원구 F급 포탈에 가장 먼저 지원한 김지호 헌터다.

‘아니 뭐지. 왜 벌써 나와. 포기했나? 아닌데. 포탈이 사라진 거 보니까 클리어한 건데?’

넥타이 다시 매고 헐레벌떡 차에서 뛰어나온 남자가 김지호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김지호 각성자님! 헌터 사무국 성남 지부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벌써……?”

“예. 쉽던데요?”

“와. 대단하십니다. 겨우 한 시간 지났는데 벌써 클리어하시다니요. 신기록에 근접하십니다.”

그냥 입에 발린 소리로 아부하면서 신기록 이야기를 꺼내던 남자가 흠칫 굳었다.

‘어, 진짜 신기록일지도……?’

F급 던전 클리어 시간 자체는 신기록이 아닐지라도, 최초 도전에서는 신기록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졸려 하던 남자의 눈이 번뜩였다.

‘이건 상부에 보고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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