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3화>
2. 상태창이 2개(2)
[‘오 분 내에 잡아라!’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앞으로 이 주일간 경험치 획득 속도가 두 배가 됩니다.]
아…….
경험치 버프였어?
아, 물론 좋아.
좋지. 경험치 버프. 아, 근데 뭔가 약간 실망스럽다…….
공략법에서 하도 강조하길래 뭐 엄청난 보상을 주는 줄 알았는데…….
세상이 밝게 점멸해 간다.
또 손가락이 먼지처럼 사라진다.
아아…… 몸이 뜨는 이 느낌.
지금 이 허무함과 궤를 같이한다.
정신을 놓고 있으니 어느새 빛이 번쩍하더니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인벤토리.”
주머니 속에서 책을 꺼내 다시 펼쳐 보았다.
[십일월 일 일. 각성을 할 것이다. 튜토리얼에 불려 가면 설명 듣지 말고 고블린 대장장이한테 방패류를 달라고 한다. 방패 받으면 던전 문 열린 곳으로 달려서 던전핵을 잡는다. 임프가 공격해도 싸우지 말고 맞아라. 그냥. 오 분 안에. 꼭!]
이 내용 아래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보상은 경험치 버프. 최고다. 스탯 포인트는 행운에 찍어. 모든 능력치를 균등하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신체, 마력, 기예는 나 자신이 훈련을 하면 오르지만 행운은 수련으로 올릴 수가 없어. 빨리 버피 테스트해라. 몸을 혹사시켜서 신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아아아.
너무 불친절하다.
왜 행운을 올려야 하는지는 대충 알겠다.
신체, 마력, 기예는 나 스스로 훈련을 해도 포인트 안 쓰고 올릴 수 있다는 거겠지.
근데…… 원래 능력치는 훈련한다고 오르는 게 아닐 텐데?
머리가 복잡하다.
거기에 아래 내용은 처음에 왜 없었던 걸까?
뭔가 글 읽는 거에 제한이 있는 건가?
책이 혼란을 더 일으키는 느낌이다.
옆 장을 보니 한 줄만 추가되어 있었다.
[스탯은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균등해야 한다.]
으아! 불친절해.
지 할 말만 하고 끊어.
분량 제한이라도 있나?
나는 일반적인 스탯 포인트 찍기가 어떤지 알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신입 각성자 여러분! 초반에 주어진 능력치 중 높은 능력치에 집중하시는 게 낫습니다. 힘이 10이었다면 힘 위주로, 마력이 10이었다면 마력 위주로 하는 식이죠. 특히 마력은 능력치 높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만약 마력이 잘 나왔다면 거기에 몰빵하고 길드 후원 받으세요. 스카우트 잘됩니다.
그리고 능력이 5, 5, 5 이런 식으로 균등하게 나오셨다면…… 힘이나 민첩 위주로 가세요. 마력 몰빵은 마력이 7에서 8 이상일 때 해 볼 만하지 5, 6 수준은 안 하는 게 낫습니다.
레벨 업 하면 주는 스탯 포인트는 겨우 1개입니다. 10레벨 이상이 되면 2레벨 업을 할 때마다 주고요. 아주 한정된 자원입니다.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아, 인터넷은 몰빵이네.
거의 대부분의 의견이 몰빵으로 압도적이다.
아버지가 대세를 따라야 손해는 안 본다고 했는데…….
으으…… 미래의 나. 믿는다!
“상태창.”
상태창을 외치니 두 상태창이 동시에 나왔다.
그리고 각 능력치 옆에 + 표시가 나왔으며, 내 이름 옆에 추가 스탯 능력치 +1이라고 표시되었다.
일단 미래의 나라는 놈이 보낸 공략집을 따라 행운 스탯을 올렸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초보자
수호신 - 화산의 신 아우렐리아
칭호 - 없음
레벨 - 1
신체 ? F-, 마력 ? F-, 기예 ? F-, 행운 ? F]
행운 F-가 F가 되었다.
아이고, 기뻐…… 하하하…….
어? 근데 첫 상태창은 변화가 없었다.
[이름 - 김지호(추가 스탯 능력치 +1)
클래스 - NOVICE
수호신 - 쌍둥이자리의 신 폴룩스
칭호 - 없음
레벨 - 1
힘 - 5 +, 민첩 - 5 +, 마력 - 5 +]
여기도 균등하게 해야겠지?
그럼 일단 힘을 찍어 보자.
힘이 6이 되자 몸에서 힘이 불끈 솟는 느낌이 났다.
흠…… 그리고 칭호 칸이 비어 있었군.
터치해 보자 아까 메시지가 떴던 박쥐 각성자 칭호가 옆에 선택 가능하게 나와 있었다.
[박쥐 각성자.]
[등급 B.]
[두 진영의 수호신에게 가호를 받았을 시 얻게 되는 칭호.
장착 시 메인 수호신의 가호만 드러나게 해 줍니다.
A급 이상의 각성자에게 간파당할 수 있습니다.]
흠…… A급 각성자는 없지.
지구 최고가 D급인데. 질서 진영 엘프 도우미 대장 하이 엘프 라이아나도 B급이라 들었다.
간파당하면 별로 좋은 꼴을 볼 것 같지는 않다.
내 초기 능력치는 형편이 없다.
5, 5, 5면 최악 맞다.
근데 세다.
각성자 마니아 입장에서 볼 때, 이건 결코 5, 5, 5가 가질 힘 같진 않다.
능력치 창이 2개인 게 뭔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중립 진영의 능력치 창이랑 질서 진영의 능력치 창이랑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건가.
둘 다 5, 5, 5에 F-투성이의 폐급 능력치지만 폐급끼리 뭉치니 나름 쓸 만한가 보다.
그러고 보니 공략집에 경험치 버프 2배일 때 버피 테스트를 해서 능력을 올리라고 했지.
중립 진영의 능력치는 훈련으로 올릴 수도 있나?
시도해 봐야겠다.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요가 매트를 깐다.
홈 트레이닝 한다고 야심 차게 샀지만 먼지가 쌓인 채 짐덩이가 된 요가 매트.
먼지를 툭툭 털고 펼친 다음 준비 운동을 잠시 하고…….
가볍게 점프하는 순간, 머리가 천장에 닿을 뻔했다.
“어우. 등 깨 버릴 뻔했네.”
눈앞에 등이 보였으니, 좀만 앞에서 준비 운동하고 점프했으면 전등을 깨 먹을 뻔했다.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버피 테스트를 시작했다.
원래는 10개 하면 헉헉대고 20개쯤 가면 못 하는 저질 체력.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해 본다.
바닥 짚고.
엎드려 뻗치고.
팔 굽혀 펴기 하고 일어난다.
몸이 너무 가볍고 움직이는 게 자연스럽다.
순식간에 동작을 끝마치고 어리둥절한 채 다시 시도한다.
5개, 10개, 20개, 30개, 50개…….
그 이후론 세지도 않고 계속한다.
신기하다.
심장과 폐가 기분 좋게 뛴다. 평소처럼 부하가 걸려서 힘들어 죽을 느낌이 아니다.
운동이 재미있다.
그리고 너무 쉽다.
강도를 더 세게 해야겠다.
여기서 점프를 곁들여야 하는데, 천장에 닿을 것 같으니…….
“하아.”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 공터로 천천히 뛰었다.
슉. 슉.
물론 평소보단 훨씬 빠른 속도지만, 점프하지 않게 잘 조절하려다 보니 전력 질주를 하지 못했다.
공터 보도블록에서 버피 테스트를 시작하며 점프를 곁들이니 처음에는 너무 높게 뛰다가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하나. 둘. 셋. 넷…….
처음에 숫자를 세다가, 어느새 숫자 세는 것도 잊어버렸다.
얼마나 했을까.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렸다.
“헉…… 헉…….”
힘들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그래. 원래 이런 느낌이었지.
운동하고 힘들다는 느낌…….
땀은 비처럼 줄줄 나고 입고 나온 흰 면티는 땀에 축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스탯…… 이 정도론 안 오르네.
하긴 밤에 좀 운동했다고 한 번에 오르겠어?
“씻자…….”
힘들긴 하지만 잠깐 숨을 고르니 몸이 빠르게 회복된다.
진짜 이 몸 기똥차다고 느끼며 집까지 뛰어갔다.
이젠 어느 정도 힘 조절도 가능해져서 아까처럼 튀어 나가진 않고 적당히 빨리 뛰었다.
자취방인 원룸으로 들어오자마자 속옷을 챙기고 화장실로 향했다. 땀에 전 티셔츠를 벗자 땀 범벅인 근육질의 몸, 배에는 왕 자가 보였다.
“와. 아까 만질 때 근육이 생긴 걸 알긴 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왕 자라니.”
괜스레 거울 앞에서 헬스 트레이너처럼 몸에 힘을 주어 보았다. 양팔로 힘주는 자세를 해 보니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게 진짜 내 저질 멸치 몸은 사라져 있었다.
아. 좋다. 너무 좋다.
이렇게 각성자가 되었다는 게, 그것도 다른 사람보다 뭔가 특별한 각성자가 되었다는 게 너무 기뻤다.
나는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아서 밤새 인터넷으로 각성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가 해가 뜰 때가 돼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입가엔 절로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