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화 (2/240)

<내 상태창 2개 - 2화>

1. 상태창이 2개(1)

[화산의 신 아우렐리아가 못마땅해하며 중립 진영 F급 각성자 자격을 내립니다.]

[중립 진영의 각성자로 각성하셨습니다.]

[퀘스트 시스템, 상태창, 인벤토리 창이 활성화됩니다.]

[퀘스트 시스템을 통합합니다…….]

[상태창을 통합 실패합니다…… 분리되어 존재합니다.]

[두 진영의 각성자입니다. ‘박쥐 각성자’ 칭호를 받습니다.]

시스템 창으로 계속 뭐가 올라온다.

정신이 없다.

이거 환각 아닌 거 같은데?

난 이런 상상은 해 본 적도 없다고.

중립 진영은 뭐야?

각성자 마니아로서 처음 들어 본다.

[인벤토리에 네 가지 아이템이 들어옵니다.]

“인벤토리?”

각성자 마니아 일 년 차인 나 김지호.

시스템에 그런 게 있다고 들어 본 적도 없다.

물론 게임에서야 많이 봤지.

근데 반문하니까 눈앞에서 반투명 갈색 주머니가 열렸다.

그 안에는 책, 편지, 검은색 막대기, 구슬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손이 주머니로 갔다.

책, 그림과 편지 그림을 잡자 그림이 사라지며 손 안에 책과 편지가 들어왔다.

일단 편지부터 볼까.

[나에게 내가.

난 미래의 너다. 강해져라. 그리고 이 편지 버리지 마라.]

처음 두 줄은 한글이었다.

하나 그 아래는 태어나서 처음 본 글자로 빼곡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다시 인벤토리에 보관해라.’라고 쓰여 있었다.

나에게 내가?

미래의 나?

믿기지 않는 소리였다.

깜빡이는 켜고 들어와야지 이거 너무 갑자기 박으니 그냥 영문을 모르겠고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이 이상한 글씨는 뭐야.

설명을 해 줘야지 미래의 나 이 새키야.

아, 그래. 책을 볼까.

거기엔 힌트가 있을지도.

표지 없는 책을 넘겨 보니 현대의 A4가 아니라 갈색으로 누리끼리한 양피지 느낌이다.

첫 장 제목은 이랬다.

[회귀 후 김지호 버전 공략법.]

회귀? 뭔 소리지.

일단 한 장 더 넘겨 보자.

[십일월 일 일. 각성을 할 것이다. 튜토리얼에 불려 가면 설명 듣지 말고 고블린 대장장이한테 방패류를 달라고 한다. 방패 받으면 던전 문 열린 곳으로 달려서 던전핵을 잡는다. 임프가 공격해도 싸우지 말고 맞아라. 그냥. 오 분 안에. 꼭!]

악필로 열심히 써 갈긴 게 대견하지만 첫 장부터 틀렸다.

오늘 6월 1일인데…….

그리고 각성자 마니아인 내가 알기로 튜토리얼에서는 엘프 도우미와 드워프 대장장이가 있다고 했다.

뭔 고블린이야.

아! 그러고 보니 0시에 각성하면 1시에 튜토리얼 세계라는 곳으로 강제로 끌려간다고 들었다.

지금 시간은 12시 34분.

26분 남았는데 빨리 검색해 보자.

‘각성자…… 튜토리얼 공략법.’

그렇게 검색창에 타이핑을 하며 보니 실시간 검색 순위에 7위로 랭크된 게 보였다.

‘폴룩스’, ‘쌍둥이자리’ 등도 검색어에 올라와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보군.

[예비 각성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블로그 글이나 볼까 했는데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브랜드 광고와 함께 ‘튜토리얼 공략 가이드’ 링크가 전면에 떴다.

바로 눌러서, 내용을 속독했다.

수능 보기 전보다도 더 집중력 있게 글을 읽다 보니 어느새 12:59분.

몸이 어느덧 손끝부터 먼지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 어떤 고통도 없이.

드디어 가나?

번쩍!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더니 전신이 부유한다.

욕조에서 붕 뜨는 느낌이 들었나 싶을 때쯤.

갑자기 찬 공기가 몸에 닿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느새 축축한 동굴 안에 두 발 딛고 서 있었다.

“어우. 뭐야.”

“환영합니다. 지구의 13기 각성자이시여.”

청아하게 듣기 좋은 여인의 목소리.

귀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귀가 긴 금발 미녀가 은은히 웃고 있었다.

퍼런 눈에 새하얀 피부. 쭉 뻗은 귀.

이런 게 엘프인가.

방송에서 볼 때도 이쁘다고 생각했지만, 실물은 컬쳐 쇼크 급이다. 이쁘다. 너무 이쁘다. 연예인을 오크로 만드는 외모네.

입이 그냥 허 벌어진다.

“각성자 김지호. 이제부터 튜토리얼에 대해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듣고 싶다.

이 여자랑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이런 미녀랑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눈웃음 짓는 걸 보니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하지만…….

“됐습니다. 저기 앉아 있는 드워프 씨. 방패류 있어요? 큰 방패. 몸 가릴 만한 거.”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우락부락 근육질의 수염 기른 난쟁이. 엘프 보느라 눈이 바빠서 그냥 힐끗 보고 만 드워프였다.

“응? 어. 어. 있는데…….”

“빨랑 줘요. 오 분 컷 해야 하니까.”

미녀 엘프를 찢어지는 가슴으로 외면하고 드워프에게 다가갔다. 드워프는 내가 벌써 올 줄은 몰랐다는 듯 엘프를 잠시 쳐다보다가, 자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저것도 마법 주머니인지 갑자기 커다란 방패가 슉 하고 나왔다.

“읏차. 여기 초보자를 위한 카이트 실드네. 근데 설명 안 듣고도 괜찮겠어?”

“오 분 내에 깨야 해요. 방패 감사요. 갑니다. 저기 맞죠?”

“어…… 어. 맞아.”

“아니 각성자님. 그래도 설명은 들으셔야…….”

당황해 하는 엘프와 드워프를 뒤로하고 동굴 안쪽을 향해 달려갔다. 뜀박질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다리에 힘을 주니 갑자기 몸이 덩크 슛하듯이 슝 날아간다.

뭐. 뭐야. 이거.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렇게 용수철처럼 튀어 나갈 줄은 몰랐다.

난 그냥 달리려고 했을 뿐인데.

“저 인간 특이한데?”

“그러게요. 민첩 10인가 봐요. 거기에 예전에 운동만 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설명도 안 듣고 저렇게 나가는 거겠죠.”

저 5, 5, 5입니다만…….

운동도 PT 한두 달밖에 안 했고.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몸에도 활력이 넘치고, 눈도 맑아진 거 같다.

이 동굴은 벽에 횃불이 밝혀져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횃불이 적어져 빛이 희미했다.

근데 눈이 좋아져 예전에는 깜깜했을 앞이 훤히 보였다.

“키에에에엑!”

“인간! 인간!”

임프가 튀어나왔다.

연회색 몸에 1미터도 안 될 작은 몸.

붉은 눈, 뾰족한 뿔, 어린아이같이 작고 왜소한 체형.

꼬챙이를 든 최약체 악마 몬스터.

각성자 협회 튜토리얼 공략 가이드엔 절대 이런 몬스터에게 겁을 먹지 말라고 써 있었다.

성인 남성, 아니 여성도 그냥 주먹으로 맞다이 해도 이긴다고.

그리고 공략 가이드에는 한번 상대를 해 보라고도 했다. 각성자로서 선택받은 이상 전투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각성자는 결국 싸우는 자이며, 전투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결국 괴로운 건 자신이라고 하면서.

그래 맞는 말이지 그거야.

하지만…… 일단 5분 컷이 먼저다.

그냥 들이받는다!

쾅!

“케에에에엑!”

“빠르다. 인간!”

“강하다. 인간!”

방패에 부딪힌 임프들이 그냥 튕겨져 나간다.

볼링공에 날아가는 핀처럼.

가운데에 공간이 생기자 냅다 달린다.

쉭! 쉭! 하며 몸이 날아가는 느낌.

임프들의 비명도 순식간에 멀어진다.

몇몇 무리가 또 나의 앞길을 가로막았지만 그냥 방패로 밀어 버리고, 점프로 뛰어넘었다.

몸이 너무 뛰어나다.

가볍고 강하다.

내가 각성자 마니아일 무렵.

각성자 튜토리얼일 때는 엄청나게 강한 편은 아니니까 그렇게 기대하지 말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레벨 1이 세면 얼마나 세겠냐며. 이제부터 강해지는 거라고.

근데 엄청 센데?

뭐야, 이거. 인간이 아니잖아.

우사인볼트도 이길 거 같아 이 정도면.

스탯 잘못 봤나?

“상태창.”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NOVICE

수호신 - 쌍둥이자리의 신 폴룩스

칭호 - 없음

레벨 - 1

힘 ? 5, 민첩 ? 5, 마력 ? 5]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초보자

수호신 - 화산의 신 아우렐리아

칭호 - 없음

레벨 - 1

신체 ? F-, 마력 ? F-, 기예 ? F-, 행운 ? F-]

능력치 창이…… 2개다?

스탯은 잘못 본 게 아니긴 했다.

똥 수치 맞았다.

5, 5, 5…….

근데 왜 한 개가 더 생겼을까?

능력치 창을 보고, 선물 개방을 한 거밖에 없는데…….

선물 개방?

중립 진영 F급 각성자 자격?

아! 맞다.

상태창 통합 실패라고 했던가?

그게 원인인가!

“인! 간! 죽어라!”

“아, 시끄러워!”

꼬챙이를 들이대는 임프를 방패로 쳐 내면서 일단 앞으로 달렸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동굴 안 제단 위에 붉은빛의 커다란 보석이 빛을 뿜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주위를 임프 10마리 정도가 호위하듯 지켰다.

“이…… 이익. 벌써 여기까지!”

“키이이익! 어떻게든 막아!”

임프들이 절박하게 소리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방패로 힘 좀 쓰면 그냥 날아가는데 뭘…….

앞을 가로막는 꼬챙이를 전진해서 뭉개고 임프를 날려 보낸다.

개중에는 날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뭉개지는 경우도 있지만, 딱히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키에에엑!”

그래. 이렇게 터질 때가 있다.

방패에 온몸이 깨지며 뿔이 부러지고 목이 꺾이며 몸이 으스러진다. 방패를 넘어, 초록색 피가 옷까지 튄다.

근데 별로 징그럽단 느낌이 안 들었다.

그저 그들이 튀기는 초록색의 피가 내 몸을 더럽히는 게 ‘으, 짜증 나!’ 이런 생각이 들 뿐.

별 감정이 들지 않는 게 낯선 느낌이다.

콰직.

바퀴벌레도 흠칫하면서 잡는 난데.

지금은 그냥 임프의 시체를 짓밟으며 던전핵을 집는다.

[튜토리얼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1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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