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301화 (301/313)

# 301

2부 98화 나는 아직 살아있다.

탕-! 탕탕!

드르륵! 드르륵!

온몸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재빨리 공항 밖으로 나오자, 그린베레 대원들과 일행들이 헬리콥터의 로터 소리를 듣고 몰려온 놈들을 향해 연신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물론 숫자가 워낙 적어 채 100m에 접근하기 전에 모두 총에 맞아 꼬꾸라졌지만, 진짜 위협은 남쪽에서 접근하고 있는 교주의 변종 무리.

이곳은 보병 병력에게 맡기고 우리는 재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그리고 내가 공항 내부에서 나와 헬기를 향해 다급히 뛰어오자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노인이 재빨리 사격 중지 신호를 보내며 로터가 돌아가고 있는 헬기를 가리켰다.

그러자 일행들과 대원들은 그쪽으로 향해 뛰어가는 나와 보폭을 맞추며 귀환할 준비를 했다.

“서두르십시오! 빨리 가야 합니다!”

공항이라 그런지 넓기는 더럽게 넓었다. 하지만 열심히 뜀박질한 보람은 있는지 우리는 어느덧 헬기 바로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짙은 안개 속에서 불안한 얼굴로 사방을 경계하던 빅이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향해 다급히 외쳤다.

변종 무리가 접근하고 있다는 위성 첩보를 받고 적잖이 놀랬는지, 딱딱하게 굳어 버린 얼굴. 하지만 도착한 일행들과 대원들이 전부 무사한 것을 확인했는지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그리고 우리는 B팀의 엄호를 받으며 각자 올 때 타고 왔던 헬기에 다급히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조종사는 기기들을 재빨리 켜며 짙은 안개 속에서 두둥실 떠올랐고 나는 거친 숨을 훅 내뱉으며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놨다.

텅-!

“Holy Shit! 이런 건 왜 챙겨 옵니까!”

내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헬기 바닥에 내려놓은 것은 바로 변종의 머리였다.

하지만 짙은 안개 탓에 내가 무엇을 들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던 빅은 뜬금없이 나타난 흉측한 머리에 거의 기겁을 하며 욕설을 내뱉었고 동석하고 있던 다른 그린베레 대원들도 깜짝 놀라 비틀거렸다.

혹시 머리가 있으면 교주가 재생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가지고 온 변종의 머리.

물론 이미 숨통이 끊겨 움직임은 없었지만, 에덴 팀 연구소에 가져다주면 좋아할 특이 변종이었다.

그리고 내가 샘플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꼭 챙겨 가야 한다는 변명을 붙이자, 빅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변종의 머리를 떨떠름한 얼굴로 쓱 밀어 버렸다.

[호크 1, 2. 작전 지역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헬기가 상공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능숙한 헬기 조종사는 기체를 앞으로 기울여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이곳에서 벗어났고 저 멀리서는 안개 속에서 일렁이는 하얀색 변종 떼가 헬기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방금 내가 공항에서 잡은 놈처럼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지만 않지만, 그간 변종보다는 배는 강할 변종 떼들.

그리고 헬기에 탑승하고 있는 모든 인원 또한 그 광경을 보고 있는지 어딘가 복잡해 보이는 얼굴로 각자의 소감을 속으로 삼켰지만, 노인만큼은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는지 자리에 털썩 앉으며 읊조렸다.

“징그러운 새끼들, 어디까지 진화하려고…….”

더 강력하고 더 빠르고 더 영악하게. 노인의 말대로 놈들은 격변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빠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우리가 1년 전에 만든 변종 데이터는 이제는 더 이상 쓸모가 없을 정도였고 일반 보병으로는 변종들을 상대할 수 없을 만큼 큰 격차가 벌어졌다.

현대 문명이 들어선 뒤로 유례가 없었던 생존의 투쟁. 이제 인간은 이 종말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남을지 아니면 우리가 살아남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만 했다.

과연 우리가 가진 총알의 숫자가 더 많을까, 아니면 저 지옥에서 도사리고 있을 놈들의 숫자가 더 많을까?

그리고 내가 상념에 빠진 그 순간 땅 밑에서 미친 듯이 따라오는 변종 떼를 바라보던 빅이 작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야, 새끼들이 웬일로 워트호그를 띄웠지?”

로터 소리에 묻혀 몰랐는데, 저 멀리서 대기를 찢는 굉음 하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린베레 대원들과 우리 일행들은 눈에 이채를 띠며 반대편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곳에서 이쪽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전투기 2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체 앞에 익살맞은 멧돼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저속 전투기.

하지만 오래된 연식과는 반대로 한 마리의 매처럼 날아든 그 전투기는 국제공항을 벗어나 평야를 달리고 있는 변종 떼를 목표로 기관포를 발사하기 시작했고 놈들은 말 그대로 찢어져 육편 조각들이 되어 버렸다.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 유지 비행조차 못 하고 있다고 들은 미 공군.

하지만 변종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는 소식에 기꺼이 지원 요청을 받아 주었는지 다급히 지상 공격기를 보내 주었다.

“하하, 소문이라도 돌았나 봅니다. Mr 곽. 손 한번 흔들어 보세요.”

아무리 변종 떼라고 해도 평야에 노출된 이상 기관포의 밥이었다.

그리고 공군은 유지비 때문에 그간 못 했던 작전에 화풀이하고 가기라도 하듯 놈들을 완전히 전멸시켰고 보란 듯이 헬기 주위를 저공비행하며 우리를 호위했다.

그리고 너털웃음을 터트린 빅은 조종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하자 나도 얼떨결에 그곳으로 다가가 어색한 웃음을 머금고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전투기는 미적지근한 내 반응에도 마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신나서 기체를 양옆으로 흔들고 곧 공중제비를 돌 듯 위로 솟구치며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우울하던 차에 등장한 공군으로 인해 풀려 버린 분위기.

일행들과 그린베레 대원들은 기지로 돌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잡담을 떨며 저 멀리서 지기 시작하는 황혼을 아련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       *       *

밤사이 또 눈이 내렸다. 그리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광활한 숲은 새하얀 눈을 그대로 품었고 주변은 온통 설원뿐이었다.

빽빽한 나무와 목표를 특정하기 힘들게 하는 하얀색 공간. 하지만 나는 그 한가운데를 태연하게 걸어가며 날을 갈지 않은 대검과 천천히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자 고요하던 주변 기류는 한순간 돌풍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희미하던 기척이 한발 먼저 다가온 것을 느끼며 재빨리 대검을 들어 올렸다.

마치 번개처럼 번쩍이는 신경과 온몸에 들어가는 힘. 눈을 번쩍 뜨자 나무에서 뛰어내려 기습을 가한 채연이는 나와 대검을 맞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봐주는 것이 없이 진심으로 몸을 움직였다.

깡-!

마치 알루미늄 방망이로 무언가를 강하게 치는 소리가 하얀색 숲속을 강타했다.

그러자 공중에서 몸을 날렸던 채연이는 내 힘을 이기지 못해 허공에 붕 떠올랐고 푹신한 눈에 털썩 떨어지며 온몸이 하얀색 눈으로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일 뿐, 마치 한 마리의 삵처럼 다부진 눈을 빛낸 채연이는 나무가 빽빽한 지형지물을 그대로 이용해 순식간에 나에게 접근했다.

1시간의 도주 끝에 가한 기습이 실패했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아이.

나는 그런 채연이를 보며 속으로 흐뭇하게 웃었지만, 거의 실전과 흡사한 연습은 한순간의 상념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앞에는 어느새 대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팍!

날을 갈지 않은 대검임에도 겨울철 딱딱한 나무 정중앙에 그대로 박혀 버리는 대검.

비록 완력이 떨어질지언정 무게중심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채연이의 기술은 내 간담을 서늘하게 할 투척술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내가 날아온 대검을 피해 내자 눈을 밟으며 빠르게 달려온 채연이는 오른쪽 허벅지에서 또 다른 대검을 꺼내 들며 내 심장을 겨냥하고 찔러 넣었다.

그러자 대검을 밀고 날을 맞대며 순식간에 이뤄지는 합.

이스라엘의 크라브마가 같으면서도 변종의 본능적인 전투와 더 흡사한 그 합은 날을 갈지 않은 대검임에도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큰 동윤과 작은 동윤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고스란히 흡수한 채연이는 내 그림자 같았다.

퉁!

하지만 전혀 봐줄 생각이 없는 나는 완력이 부족한 채연이의 약점을 고스란히 이용해 손목을 부여잡은 후 어깨로 몸체를 밀었고 아이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삼키며 반동을 고스란히 감내했다.

바닥에 쌓인 눈 때문에 다치지는 않겠지만, 들고 있는 대검이 날아갔으니 이번에도 내 승리가 분명한 상황.

나는 잠깐 느려졌던 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대련을 끝낼 준비를 하려고 했고 채연이는 눈 속에 풀썩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노인이 봤다면 애 상대로 그러면 좋냐고 욕을 했겠기만, 그래도 아빠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한 현실의 과정이니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작은 동윤이는 자신의 아빠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 - - - - 이익!”

어?

채연이가 눈 속으로 날아가는 걸 보고 서부의 총잡이처럼 멋들어지게 대검을 집어넣은 상태였다.

그래, 이번에도 또 대련에서 진 아이를 다독여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익숙한 일이겠지. 하지만 오늘의 채연이는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려고 하는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소매 안에서 작은 무언가를 쑥 빼내었고 눈 속에 파묻히기 직전 나를 향해 단검을 던졌다.

쓰러지는 와중에 던졌다고는 믿기 힘든 속도와 힘이 실린 단도.

말 그대로 방심하고 있었던 나는 꼴사나운 소리를 내며 전력으로 단도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단도는 결국 내 볼에 생채기를 남겼고 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 - - - - ?”

상대는 아직 미성년자에 몸도 자라지 않은 채연이다.

물론 방심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수없이 많은 실전을 겪고 변종의 피지컬까지 완전히 자리 잡은 나는 그것을 완전히 피했어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내가 느려진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빨랐던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피가 주르륵 흐르는 볼에 살며시 손을 올리며 입김을 훅 내뱉었고 노인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손뼉을 치며 인정을 했을 그 마지막 궤적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마른 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그 순간 저 앞에서는 채연이의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대련을 10번 하면 10번 다 승리를 가져가던 나였다. 그리고 나조차도 승리를 예견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본능처럼 단검을 던졌던 채연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거기에 피까지 나고 있으니 아이가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리는 것도 이해가 갔다.

저 앞에서 눈을 해치며 달려오기 시작하는 채연이가 시야에 담겼다. 야무지게 묶어서 뒤로 넘긴 머리와 송골송골 맺힌 땀.

허리까지 오던 작은 체구는 어느덧 가슴팍까지 자랐고 손에는 대검을 잡아 생긴 굳은살로 가득했다.

그리고 볼에서 흘러내린 피가 턱을 타고 주르륵 눈 위에 떨어진 그 순간, 나는 머릿속에 남아 있던 채연이의 어릴 적 모습을 완전히 지워 낼 수 있었다.

실없는 웃음이 나온다. 흐뭇함과 시린 감정이 묘하게 공존했다. 세월이 흘러 딸이 큰 모습을 본 아비의 가슴이 남아 있었다.

“괜찮아? 응? 미안해!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해서…….”

뇌에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 생존 본능과 투쟁심이 몸을 행동하게 한 것이었다.

수없이 행한 고된 훈련을 몸이 기억하게 된 좋은 현상. 나는 그것이 아이가 스스로를 지키게 해줄 무기가 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말없이 손을 뻗어 물기가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채연이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정말 다 커서 내 품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련한 웃음을 머금은 나는 채연이를 꼭 안아주고 그동안 힘들었던 훈련이 이것으로 끝났다는 것을 조용히 읊조려 주었다.

“고생했어.”

“………….”

볼에서 흐른 피가 눈물처럼 떨어졌다. 그리고 나처럼 이 모든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 채연이는 눈가를 파르르 떨다가도 나처럼 변해 버린 현실을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나는 늙어 가고 너는 방금 피어난 꽃처럼 파릇파릇하다. 아무리 거부해도 시간이라는 변화는 우리를 이토록 변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지금의 행복을 알고 느끼듯, 나중에 내 자리에 서서 이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소소한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아픔과 슬픔은 내가 전부 가져갈 것이다. 너는 희망이 되고 희망을 알고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자리를 위해 그래 왔듯…. 너도 마찬가지로.

[ - -칙- - -칙! 동윤아!]

그리고 설산처럼 휘몰아치던 감정이 정리된 그 순간 주머니에 넣어 둔 무전기에서 오랜만에 밝은 목소리의 노인이 내 이름을 불렀다.

무전기 너머에서도 들려오는 시끄러운 주변과 저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웅성거림.

나는 무언가를 잊고 있다 알아챈 사람처럼 깜짝 놀라 손목시계를 확인했고 어느덧 그 시간이 왔음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대검을 전부 수거한 나는 채연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을 헬리콥터를 향해 바삐 뛰어갔다.

*       *       *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칼바람이 불어오는 활주로에 노골적으로 들려왔다.

하지만 나와 노인은 발을 동동 구르는 용팔이와 같은 마음이었기에 별다른 말없이 저 멀리서 착륙하기 시작하는 비행기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떨리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콧구멍을 후비후비 판 두식이는 길게 하품했고 새크라멘토 국제공항을 기지화한 군인들은 모든 시선을 착륙하고 있는 비행기에 집중했다.

1시간처럼 느껴지는 찰나의 1분.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는 드디어 랜딩기어를 내리며 활주로에 착륙했다.

끼익-! 끼이이이익-!

입국 절차나 보안 검사 따위는 필요 없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우리를 태운 험비는 미친 듯이 활주로를 향해 달렸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복장을 단정히 하며 기관총 사수석의 구멍으로 몸을 빼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미국 공무원들과 직원들이 길게 이어진 계단 포트를 비행기에 연결하며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험비를 탄 우리가 근처까지 도착하자, 포트의 문이 열리며 비행기에서 내린 반가운 얼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전원 검은색 임무복으로 무장하고 단순한 에덴 마크가 달린 모자를 쓴 에덴 수색팀들.

타지에서 외롭게 고생해야 했던 나와 일행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오, 동윤 씨! 얼굴이 많이 상했네요?”

“단체장님이라고 부르세요. 예? 사람들 보는 자리잖아요.”

은테 안경, 강 형사, 박대박, 김혜정, 박다혜. 거기에 에덴에서 내놓으라 하는 베테랑들만 모인 최정예 수색팀들도 보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비행기에서 내린 김혜정은 짧은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고 강 형사는 깐깐한 눈으로 그녀를 타박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는 박대박과 환하게 웃으며 안경을 추켜올리는 은테 안경.

반가운 얼굴들이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사수석에서 재빨리 빠져 나와 바닥에 내려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침을 삼켰다.

그러자 이 먼 타국까지 기꺼이 날아온 에덴 팀은 모자를 벗으며 나와 마주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많은 고생을 했을 강 형사가 에덴 팀을 대표해 앞으로 나와 넉살 좋게 웃는다.

“조금 늦었습니다, 단체장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