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275화 (275/313)

# 275

2부 72화 나는 아직 살아있다.

“형님, 여기요.”

“……고맙다.”

창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저 멀리 걸친 주황빛 황혼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지금 이 땅에 벌어진 소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고 있는 이기적인 석양.

그리고 내 앞 좌석에서 조용히 운전하고 있던 용팔이는 주섬주섬 초코바 하나를 꺼내 사색에 빠진 나에게 내밀었고 나는 속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어쩔 수 없이 초코바를 받아 입에 털어 넣었다.

하지만 복잡한 생각 탓인지 입안에서는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겨우 씹은 초코바를 목구멍으로 간신히 넘긴다.

“- - - - - -.”

그리고 시선을 힐끔 돌려 흙먼지가 가득한 백미러를 바라보자 놈들에게서 뺏은 SUV 두 대가 용팔이가 운전하는 셔틀버스를 바쁘게 따라오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시더빌로 돌아가야 했기에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는 일행들.

그리고 셔틀버스와 노획한 SUV 짐칸에는 2시간 동안 땀 흘려 옮긴 총기와 탄약이 가득 자리 잡고 있었고 나는 흐뭇한 얼굴로 그것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월동을 맞기 전 장독대를 김치로 가득 채운 기분이 이럴까, 시더빌을 지키는 민병대를 무장시키고 한두 번은 충분히 싸울 수 있는 탄약량에 나는 근심 걱정 하나가 사라진 후련한 기분을 느꼈다. 아니, 적어도 그 옆에 흑인 여성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대화하지 마.’

온몸이 제압당해 재갈이 물렸음에도 흑인 여성은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도리어 우리를 관찰하는 모습에 역시 정부 요원이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포로를 잡은 노인은 평소와는 다른 대응을 나에게 알려주며 그녀와 그 어떠한 대화도 가혹 행위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우리는 전문가인 노인에 말을 찰떡 같이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중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흑인 여성은 온몸을 연신 버둥거리며 읍 읍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던질까요?”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아보는 용팔이는 불안한 듯 핸들을 꽉 잡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까부터 우리가 뭔가를 할 때마다 자기를 봐달라는 듯 부산스럽게 버둥거리는 흑인 여성 때문에 용팔이는 드디어 인내심의 한계가 왔는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표정을 잔뜩 찡그렸다.

나를 노리고 이곳에 왔다는 말에 흑인 여성에게 적대심을 가지게 된 용팔이.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그런 용팔이를 달래며 운전에 집중하라고 타일렀다.

앞으로 30분만 더 달리면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을 시더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문제는…, 도착해서 해도 늦지 않는다.

나는 살벌한 눈으로 흑인 여성을 바라보던 노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며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바깥 풍경에 시선을 던졌다.

*       *       *

“거기! 조심히 옮기세요!”

깜깜한 저녁이 찾아오고 우리는 시더빌에 도착했다. 시동을 끈 트럭과 차량 근처에는 귀한 손전등이 대거 투입되었으며 차에서 내린 쳰은 혹시 사고라도 터질까, 모든 신경을 주민들에게 쏟아부으며 현장을 지휘했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와중에 짙은 피곤을 느낀 나는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 자리에 쪼그려 앉았고 용팔이는 운전이 어지간히 힘들었는지 내 옆에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젊은것들이 이러고 있는 사이 잘빠진 SUV 차량에서 내린 노인은 우리가 미리 반대쪽으로 빼돌려둔 흑인 여성을 검은색 포대기로 감싸며 한쪽에서 얼빼놓고 있는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용팔이는 군인들이랑 일가 사람들한테만 넌지시 말해두고 동윤이는 나 따라와.”

노인은 우리가 정부 요원과 접촉하고 그중 한 명을 사로잡은 것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비밀 유지라는 명목도 있었지만, 팀 리더인 내가 미국이라는 강대한 적에게 표적이 되었다는 것을 숨기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분명히 난리가 날 채연이와 강수련, 그리고 나에게 많은 것을 기대로 있을 사람들에게 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노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용팔이는 본 건물을 향해 빠르게 뛰어갔고 나는 주변 눈치를 조심히 살피며 외곽으로 걸어 나갔다.

“읍읍-! 읍!”

퍽!

“입 닥쳐.”

자신이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온몸을 검은색 포대기로 뒤집어씌운 흑인 여성은 아까처럼 소리를 지르며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표적이 되었다는 결론을 내린 노인은 평소보다 배는 과격한 태도로 포로를 상대했고 권총 손잡이에 머리를 맞은 그녀는 온몸을 축 늘어트리며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나와 노인은 기절한 여자를 끌고 가다시피 하며 빛과 인적이 드문 한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으며 광신도 놈들에게 파괴를 당해 이제는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로 교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용히 촛불에 불을 붙이는 노인과 반파되어 덜렁거리는 십자가 앞에 놓이는 의자. 묘한 긴장감이 주변을 스치고 지나갔고 노인은 반대쪽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넌 저기 앉아있어. 절대 껴들지 말고.”

그간 부랑자나 광신도 놈들에게 했던 심문이 단순히 고통과 두려움을 가지고 했던 단순한 행위였다면, 철저하게 훈련을 받았을 흑인 여성에게 가하는 심문은 심오한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노인의 과거를 대략 알고 있는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았고 검은색 포대기를 벗긴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한쪽에 놓인 철 양동이를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차가운 물을 흑인 여성에게 그대로 쏟아내 버린다.

촥-!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한기가 동동 떠다니는 물을 맞았으니, 마치 칼에 베이듯 차가운 고통이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온몸이 흠뻑 젖은 흑인 여성은 비명과 함께 눈을 떴고 온몸이 묶인 의자를 덜컹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정말 거침없이 다가가 여자의 목을 붙잡은 노인은 그대로 힘을 주며 의자에 강제로 앉혀버린다. 보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몰려오는 눈빛과 자비가 없는 손속.

노인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경고했다.

“고개 돌리지 마.”

잡혀 온 와중에도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는 여성.

하지만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그녀의 턱을 잡았고 다시 한 번 무언의 경고를 날렸다.

그리고 검집 채로 오른손에 잡혀있는 대검과 어느새 총알이 장전된 채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권총은 노인의 경고가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자 흑인 여성은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눈알을 굴렸지만 결국 살벌한 노인의 얼굴 앞에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위험한 공간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일렁이는 촛불과 눈앞에 교주와 내 사진을 내미는 노인.

그리고 노인은 그중에 곽동윤의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다 뒤진 마당에 솔직하게 말해. 곽동윤의 제거야?”

요점은 그것이다.

과연 이들이 변종화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곽동윤이 있다고 추정되는 캘리포니아 동북부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거기다 기밀 서류에는 암호화된 교주의 신상정보와 사진이 있었는데, 정부 요원은 나와 교주에게서 도대체 어떤 연관성을 찾았길래 같은 작전에 포함하는 것일까.

하지만 내 신변의 안전이 가장 먼저인 노인은 예상 가능한 최악의 수 중에 가장 경우가 센 요인 암살의 경우를 들먹이며 흑인 여성을 몰아쳤다.

그러자 흑인 여성은 절대 아니라는 듯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노인은 무표정으로 침묵을 지킬 뿐이다.

생각보다 쉽게 말해주는 것 같은 그녀의 태도.

그러나 이내 코웃음을 작게 찬 노인은 대검을 오른손에 잡으며 흑인 여성의 재갈을 거칠게 풀어주었다.

“이름하고 소속. 사족 붙이지 말고 간단하게 말해.”

“다,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거기 곽동윤 씨 맞으시죠? 저희는 에덴 팀을 해치려고 투입된 게 아닙니다! 지금 이분이 오해를 하시고…. 아악!”

미안하지만 나한테 외쳐 봐도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나는 정말 제대로 화난 것 같은 노인의 말을 따라 얌전히 앉아있었고 흑인 여성은 재갈이 풀리자마자 이쪽을 향해 속사포 같은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매를 더 번다는 걸 왜 모르고 있는 것일까. 노인은 검집에 들어가 있는 대검을 그대로 들어 올려 손잡이로 그녀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퍽 하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찢어지는 비명. 그리고 여자의 입에 다시 한 번 재갈을 물린 노인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깊은 한숨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동윤아, 먼저 가서 쉬어라.”

“……영감님은요?”

“내일 내로 입 열게 만들어야지.”

솔직히 말해 나나 용팔이나 포로에게서 진실을 끄집어낼 능력은 없다.

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실을 알아내겠다고 말한 노인은 다시 한 번 양동이에 물을 채우며 손을 휘적였고 흑인 여성은 분명 고문 훈련을 받았음에도 두려움은 가시지 않는 얼굴로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누군가 본다면 정말 참혹하다고 말할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이번 일에 내 목숨과 일행들의 안위가 관련되어있다고 하니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나는 어두운 교회를 뒤로하고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신에게 예배를 드리기 위한 공간에서 그들의 피조물인 사람을 고문한다.

나는 그저 운명이 잠시 눈이 감아주길 기도할 뿐이었다.

*       *       *

“이얏-!”

귀여운 기합과는 반대로 몸놀림이 제법 날렵하다.

채연이는 내가 모르는 사이 어디 센터에서 주짓수와 킥복싱이라도 배웠는지, 재빨리 공격 반경을 피해 내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체격 차이를 극복하려는지 그라운드 기술을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하지 않는 내 몸에 채연이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버린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자기보다 2배는 큰 나를 상대로 기술을 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기술을 파훼했다.

“엄마야!”

중심축을 무너뜨리고 그대로 엎어 치자, 채연이는 그대로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다치기라도 할까 재빨리 손을 뻗어 중심을 잡아주었고 몸이 바닥에 닿기 직전 뒤통수를 손으로 감싸며 피식 웃었다.

그럴싸한 기술은 배웠지만, 아직 낙법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모양.

그리고 순식간에 나가떨어진 채연이는 아직도 사태 파악이 되지 않는지 눈동자를 어지럽게 돌렸고 곧 입술을 다물고 콧김을 훅 뿜어냈다.

“아빠! 실전처럼 하라니까!”

아이가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내가 직접 가르치겠다는 각오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 약속을 잊지 않았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채연이는 눈을 뜨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새벽 훈련을 하자고 보챘고 나는 깜짝 놀람과 동시에 팔불출 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아직 여명만이 보이는 하늘 아래 공터에 도착한 나는 아이에게 가장 기본적인 근접 전투를 가르치고 있었다. 물론…, 마음처럼 잘되지는 않았지만.

“다친 데 아플까 봐 그랬지.”

“훈련은 실전처럼! 아빠는 그것도 몰라?”

그래 노인이 매일 입에 달고 사는 원칙이었지만, 나는 하하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고 잔뜩 삐진 것 같은 아이를 달래며 연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벌써 10번째 대련이었다. 하지만 매번 한 수만에 나가떨어지는 채연이 앞에 나는 체격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열심히 달래줬지만, 채연이는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방방 날뛰었다.

그러나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누굴 닮아 이렇게 잘하는지 채연이의 움직임은 가면 갈수록 날렵해지고 있었고 나는 아이는 분명 재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채연아.”

“응?”

하지만 경험이 없는 채연이는 너무나 무모했다.

물론 그것은 앞으로 겪을 경험과 두려움이 점차 해결해주겠지만, 아빠 마음이 또 그러라고 두고만 보겠는가.

나는 채연이에게 실전은 결코 훈련처럼 진행될 수 없다고 불리할 때는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어린 치기와 호승심을 가지고 있을 채연이가 내 말을 따라줄 지는 모르겠지만, 훈련 때마다 말해준다면 분명 이해해줄 것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반대로 채연이는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아빠는 안 그러잖아.”

“응?”

“아빠는 안 도망치잖아.”

“…….”

채연이의 슬픈 눈과 마주한 나는 말문이 턱하고 막혀 단순한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걸어가는 길을 뒤에서 전부 지켜봤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거짓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키고 투쟁해야 했던 고통 위에 삶. 소중한 것을 품고 있는 나는 도망칠 수 없었고 운명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아지는 흉터는 오직 직진만이 있었던 삶을 대변해주었고 그 덕에 지킬 수 있었던 가족은 내 인생에 있어 한 점의 후회도 없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내 아이가 이런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니, 순간 사고와 생각이 멈춰 눈가를 파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형님! 할아버지가 찾으세요!”

하지만 타이밍 좋게 우리를 찾아온 용팔이는 한동안 이어지던 불편한 침묵을 깨부수며 나를 불러 주었고 채연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흙먼지가 묻은 옷을 탁탁 털어내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울상인 얼굴.

아마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다시는 위험한 곳에 몸을 던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고생하는 내 앞에서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대답하기 위해 벌렸던 입을 꾹 다문 나는 정말 많은 말이 하고 싶었지만 단 하나의 행동으로 모든 것을 대변할 수밖에 없었다.

“다녀올게.”

“……응.”

착하다. 어렸을 때였으면 품에 안겨 울었을 텐데, 어느새 이만큼 커버린 채연이는 꿋꿋하게 서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나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여명 위로 뜨기 시작한 아침 해와 기분 좋게 들려오는 아침의 산새 소리. 나는 물기가 가득한 채연이의 눈가를 한번 슥 닦아주고 어서 가보라는 듯 등을 떠밀어주었다.

언제나 나를 가장 존경한다고, 항상 나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던 채연이.

하지만 나는 그럴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만큼은 나와 다른 길을 걸었으면 한다. 고통이 아닌 행복을. 상실이 아닌 가족을.

심연을 봤을지언정 괴물이 되지 않는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야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사라져야 할 고통의 길을 대신 걷는다.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내 뒤에는 곧 사라질 발자국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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