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2
2부 69화 나는 아직 살아있다.
“부랑자라고 해도 믿겠네.”
노인은 냄새나는 자신의 옷을 들썩이며 피식 웃었다.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해 수척한 얼굴과 잔뜩 엉겨 붙은 머리, 우리의 몸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났으며 트럭 뒤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생존자들은 부랑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더러웠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 나는 노인의 진담 같은 농담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온갖 고철을 용접해 만든 거대한 문과 천천히 마주했다.
그리고 나는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뭉쳐있는 생존자들에게 안심하라는 듯 손을 휘저으며 우리를 발견한 경계 인원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총을 바닥에 내려놓은 채 팔짱을 낀 노인이 내 옆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총 맞는 거 아니냐?”
“기다려봐야죠.”
현재 시각은 저녁 9시, 해가 지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라 시더빌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경계초소에서 분명 내 이름을 전해 들은 초병은 상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후다닥 뛰어갔고 우리는 2분이라는 대기시간을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노파의 도움을 받고자 다시 한 번 찾아온 시더빌.
그러나 이쪽으로 오겠다는 연락은 따로 한 적이 없었기에 오해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생각 외로 조용한 초소를 바라보며 나는 초병이 내 이름을 제대로 전달했기를 빌었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쉰 나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이틀간 감내해야 했던 힘겨운 행군을 회상했다.
트럭을 뒤따르는 생존자들과 일행들은 힘든 행군에 지쳐 하나둘 나가떨어졌다.
거기다 계속되는 광신도들의 추적 때문에 나와 노인은 쉴 틈도 없이 무기를 들어야 했고 수적으로 열약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숲속에서 게릴라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체되는 행군길과 늘어나는 낙오자.
하지만 나는 힘들어하는 일행들과 생존자들을 계속해서 다독이며 행군을 지속했고 결국 이틀이라는 시간을 소비해 시더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잦은 정찰과 전투를 통해 거지꼴이 된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간지러운 뒤통수를 긁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행들과 마치 펭귄처럼 모여 차가운 밤 날씨를 견디는 생존자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빨리 관계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내 기도가 통하기라도 한 것인지, 시더빌 내부에는 부산스러운 인기척이 느껴졌고 굳게 닫혀있던 정문은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긴장한 얼굴로 양손을 들어 올리는 노인과 마른침을 삼키는 일행들. 나는 캠프를 대표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Mitakuye Oyasin!”
“……Mitakuye Oyasin.”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있다. 튼튼한 정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은 무장한 마을 주민과 일가를 대표해 나온 쳰이었다.
그리고 얼굴 한가운데 큰 흉터가 생긴 그는 노파의 일가와 처음 만났을 때 나눴던 인사를 건네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똑같이 응답해주며 쑥스러운 고개를 끄덕인다.
일행들을 구한다고 당당하게 나가서 이런 거지꼴이라니, 차마 입 밖으로 잠시 신세 좀 지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한테 뚜벅뚜벅 다가온 쳰은 우리의 몸에서 냄새가 나든 말든 짙은 웃음과 함께 나와 악수하였다.
“먼 길을 돌아오셨군요.”
그는 완전히 난민 꼴이 되어버린 나와 일행들을 향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먼 길을 돌아 다시 돌아왔냐는 말과 함께 따뜻함이 느껴지는 손에서 체온을 나눌 뿐이었다.
마치 올 것을 알았다는 것처럼…. 아니, 언제와도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쳰은 문은 열어주었다.
딱딱한 표정을 푸는 노인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생존자들.
쳰은 노파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함께 긴 여정의 지쳐있는 나와 일행들을 받아주었다.
별이 흐르는 밤이었다.
* * *
내가 황급하게 빠져 나왔던 시더빌의 마지막 모습은 혼돈 그 자체였었다.
하지만 노파의 일가와 주민들은 내가 교회 첨탑에서 굴려준 눈덩이를 제대로 받아 내었는지, 이곳을 점거하고 있던 광신도 놈들을 몰아내고 고향이었던 터전을 다시 찾아냈다.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사방을 경계하고 있는 민병대들과 곳곳에서 느껴지는 부산스러운 인기척.
난민과 광신도들의 지옥이었던 거리는 차이가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주민들의 집에선 아이의 웃음소리와 가족들이 소곤소곤 떠드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그리고 우리를 살갑게 맞아준 쳰은 가장 먼저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겨주었고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 일행들에게는 깨끗한 숙소와 음식을 제공해주었다.
기대도 하지 않은 따뜻한 이불과 푹신한 침대, 거기다 정성으로 요리한 따뜻한 음식들은 나와 일행들의 피곤을 풀어주기에는 충분했고 목욕이라는 분에 겨운 대접까지 받은 생존자들은 사르르 풀려나가는 긴장감에 하나둘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병실에서 곤히 잠이든 강수련과 채연이의 옆을 한동안 지키던 나는 그 둘이 잠든 것을 확인하자마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내 뒤를 따라오는 일행들과 공손한 태도로 안내하는 쳰.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쳰의 뒤를 따라갔다.
“이쪽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내가 정신없는 하룻밤을 보냈었던 노파의 본가였다.
복도 곳곳에 켜져 있는 촛불들과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방에서 나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소년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쳰이 안내하는 회의실에 문을 열며 조심스럽게 내부로 들어왔다.
여전히 코끝을 자극하는 은은한 약초 냄새와 테이블 위에서 일렁이는 촛불 여러 개.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회의실 정중앙에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노파가 있었다.
“먼 길을 돌아왔구먼.”
“……신세를 졌습니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마주친 노파는 쳰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얼굴에 주름진 미소를 머금었다.
빈털터리 거지꼴이 되어서 찾아왔지만, 한마디 말없이 우리를 받아준 노파와 시더빌의 주민들.
나는 고마운 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고 노인을 포함한 일행들도 내 뒤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만약 노파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드넓은 캘리포니아를 방황하며 비참한 여정을 계속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일행들의 진심이 담긴 인사를 받은 노파는 재떨이 위에 파이프 담배를 조용히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꼭 남의 집에 온 것처럼 말하는구나.”
이방인은 신세를 지고 손님은 대접받는다. 하지만 형제의 자리는 치우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게 한다.
정확하게 3개가 더 준비되어있는 테이블 앞에 의자.
노파는 어서 앉으라는 듯 주름진 얼굴을 끄덕였고 문 옆에서 조용히 눈치를 보던 소년은 기다렸다는 듯 차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준비된 의자를 조심스럽게 매만진 나는 가슴 한쪽에 뭉쳐있던 피곤과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일행들과 함께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일렁이는 촛불과 코끝을 자극하는 차 내음이 우리의 눈앞을 천천히 스치고 지나갔고 기본 좋은 침묵을 지킨 노파가 테이블 위로 조용히 손을 올려두며 우리에게 물었다.
“이분들은?”
“제 일행…. 아니, 가족입니다. 덕분에 다시 만났습니다.”
“다행이군……. 정말로 다행이야.”
아마 노파의 빠른 판단이 아니었다면, 일행들은 국유림에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내 목숨을 구해준 것도 모자라 나의 또 다른 심장인 일행들을 구해준 노파와 일가 사람들.
나는 어떤 말로 이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몰라 먹먹한 눈가와 침만을 삼킬 뿐이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기쁨을 공유한 노파의 일가는 가족과 만나서 다행이라는 덕담을 남기며 조용히 우리를 축복해주었다. 일렁이는 촛불만큼이나 훈훈한 방 안 공기.
그리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 속에서 따뜻한 차를 비운 나는 이 자리에서 꼭 나눠야 할 이야기의 화두를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본대가 곧 다시 올 겁니다.”
“그렇지, 놈들도 멍청이가 아니니까.”
시더빌의 해방은 본대가 자리를 비웠다는 정보와 그간 모습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던 저항세력의 존재가 엇물려 이루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도시의 해방은 어디까지나 찰나의 기쁨일 뿐, 국유림을 점령한 본대의 움직임은 결국 다시 후방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노파는 주름진 얼굴을 찡그리며 막연한 미래 앞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나를 내보내기 위해 급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본대를 막아낼 뾰족할 방법이 없는 실상.
나는 표정이 어두워진 사람들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부족한 게 뭡니까?”
내 신변 정보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정확하게 모르는 이상 한국으로의 귀국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물론 에덴에서 보낸 지원 병력이 뉴욕을 거쳐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 봐야 한두 명이 고작.
그렇다면 일행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더빌의 주민들의 공생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노파의 일가와 주민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곧 벌어질지 모르는 전쟁을 위해 서로의 결함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노파가 눈짓하자 한쪽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쳰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간다.
“총기가 너무 부족합니다. 탄약은 더 심각하고요.”
놈들이 남기고 간 방어시설은 모양새만 유지하고 있는 빈껍데기이며 그나마 남아있는 총기와 탄약은 본대가 움직일 때 전부 가져가 버렸다.
민병대의 개인화기는 저번 교전과 달라질 게 없을 테니, 화력은 기대조차 하기 힘들 테고…….
우리가 노획해온 놈들의 무기로는 10명도 무장시키지 못한다. 이대로 손 놓고 기다린다면 놈들의 침공에 참패할 게 뻔한 상황.
유리한 요소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놈들과 싸울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 우리에게 필요했다.
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고 곧 어두운 표정을 한 쳰에게 물었다.
“다른 도시는요?”
“그들은 스스로 일어날 의지가 없어요. 가축들입니다.”
항상 온화했던 쳰은 정말 감정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냉철한 평가를 그들에게 내렸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경계에 있는 도시는 총 3개. 그곳은 전부 사람이 생존자들과 난민들이 거주하는 도시였고 광신도들의 점거하에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본대가 빠진 틈을 이용해 스스로 도시를 점거한 시더빌과는 다르게 두 개의 도시는 본대가 빠졌음에도 침묵을 선택했다.
아니, 처음부터 저항할 의지가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머릿속에서 일단 그 두 개의 도시를 지워버렸다.
“좋은 병사는 훈련시키면 돼.”
그리고 모두가 침묵을 선택한 그 순간 아까부터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던 노인이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며 말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의 시선은 한순간 노인에게로 향했고 나는 영어로 말하는 것을 깜빡한 노인을 위해 통역을 해주며 그가 에덴에서 교관직을 맡고 있다는 부가설명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노인은 한순간 몰리는 일가 사람들의 관심에도 희망을 품을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 처음으로 꺼냈던 말을 어두운 표정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무기는 못 만들지.”
괴물 대 인간의 전투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전투다.
상대가 총기를 들고 있다면 우리도 총기를 들어야 성립하는 전투에서 아무리 좋은 병사가 있다고 한들 무기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노인은 테이블 위에 양손을 올려놓으며 혀를 찼고 잠시 얼굴이 밝아졌던 사람들도 어두운 침묵을 지켰다.
창문 틈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미친 듯이 일렁이는 촛불.
나는 그 촛불을 넋 놓고 바라보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가정의 총기 보급이 흔했던 미국이라 탄피와 재료만 있다면 재생 탄 정도는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발사할 총기는? 인력도, 시설도, 거기다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총기의 자체 생산이라는 방법은 내 머릿속에서 아예 제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탈취나 노획뿐인데, 예전처럼 광신도 본대를 습격하기에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며 움직여야 하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나 컸다.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그러자 머릿속에는 조금이라도 확률이 있는 방법이 쫙 나열되기 시작했고 나는 그 리스트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머리를 굴렸다.
놈들이 점거하고 있는 남은 두 도시를 습격하는 건 어떨까? 아니, 성공한다 해도 민병대 전원을 무장시킬 만큼의 화기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에덴에 도움을 청해볼까? 하! 내가 생각해도,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방법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돌파구는 없다.
한숨과 함께 막막함을 느낀 나는 의자에 천천히 등을 기대며 어쩔 수 없는 읊조림을 내뱉었다.
“차라리 다른 곳으로 피난을…….”
“형님.”
“- - - - -?”
그리고 다른 대책을 내놓으려는 그 순간 내 말문을 틀어막은 것은 배정해준 숙소로 돌아가 쉬라고 해도 끝내 고집을 부리며 여기까지 따라온 용팔이였다.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집중시키는 용팔이의 단호한 목소리.
얼떨결에 입을 다물고 침을 삼킨 나는 멍청한 얼굴로 용팔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조용히 숨을 들이켠 용팔이는 왜 여기가 생각나지 않느냐는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더글러스 시티요.”
한때 캘리포니아주 방위대가 점거하고 있다가 몰려온 블랙 라인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군사기지.
거기서 변종과 놈들에게 쫓기다 낙오된 기억이 있는 나는 무의식적으로 더글러스 시티라는 군사기지를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팔이의 말을 듣는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요소는 모든 경우의 수에 초록 불이 들어오게 했다.
한순간 힘이 들어가는 손과 손뼉을 짝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노인.
갑자기 바뀐 기류에 촛불은 훅하고 꺼져버렸다.
“- - - - - -아!”
총기의 질과 양은 군사기지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되고 국유림과 경계면 중간에 위치해 거리도 크게 멀지 않았다.
그나마 위협이 될 거라 추정되는 블랙 라인은 노인의 유인을 따라 다른 곳으로 가버렸으며 강력했던 변종은 내가 트리니티강 깊숙한 곳에 처박아 넣지 오래.
고기에만 관심 있는 괴물 놈들이 총기를 가져갔을 리가 없는 상황에서 그곳은 말 그대로 파밍이라는 이름이 어울릴법한 노다지인 것이다.
노인은 깜짝 놀라며 용팔이를 향해 말했다.
“너 이 새끼……. 공부 좀 했구나?”
“고등학교 자퇴했는데요.”
“그럴 줄 알았다. 똑똑한 녀석.”
노파의 일가는 한국말로 신나게 떠드는 우리를 영문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살폈고 나와 노인은 뿌듯한 얼굴로 용팔이의 뒤통수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나타나 대뜸 최고의 해답을 내려준 용팔이.
똑똑하다는 칭찬이 무색할 만큼 기특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노인의 말이 칭찬인지 아니면 욕인지, 긴가민가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용팔이는 노인이 자신을 놀렸다는 걸 다음날이 와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