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242화 (242/313)

# 242

2부 39화 나는 아직 살아있다.

가까운 캠프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다른 일행들에게는 화장실로 몰래 들어간 메리제인이 짧은 무전을 보내 두었다.

물론 나를 바꿔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노인이 그들 몰래 숨겨 들여온 무전기를 들킬 수는 없는 노릇.

우리는 이곳에서 나가는 즉시 다시 연락하겠다는 소리와 함께 무전기를 숨겼고 별 의심 없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성들을 따라갔다.

“저희가 조금 급하게 모신 게 아닌가, 걱정되네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집 밖을 나서는 와중에도 나를 향한 남성들의 관심은 끝나지 않았다.

이 사람들 갑자기 왜 이래?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호의를 보내오는 이 백인 남자들.

하지만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었던 나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그들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밝은 햇볕이 내리쬐는 마을의 중앙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빅벤드 마을은 대략 6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그리고 주변을 감싸고 있는 깊은 숲들과 바로 앞에서 흐르는 트리니티강은 이곳이 지형적으로 훌륭한 생존자 거점인 것을 말해주고 있었고 숲에서 주는 산림자원을 통해 만든 나무 장벽은 이곳을 쉽사리 넘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큰 분란 없이 살아가고 있는지 곳곳에 보이는 나무 주택들은 내리쬐는 아침 햇살만큼이나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길옆에 펼쳐진 주택 창문에서는 우리를 길을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살며시 내미는 주민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나와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의나 호기심이 단 1%도 섞이지 않은 명백한 경계심. 나는 따가운 뒤통수를 긁으며 입맛을 다셨고 노인은 조용히 코웃음을 치며 내 뒤를 따라왔다.

“요즘 광신도 그 미친놈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많이 예민합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양해해 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을 우리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앞서서 걸어가던 남성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이번 공격으로 광신도에게서 구한 인질의 숫자는 총 20명, 그리고 그중 3명은 이 빅벤드 마을 사람이었고 전부 이곳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이 튼튼한 장벽을 이룬 마을에서도 놈들에게 잡혀가는 사람들이 생긴다니, 국유림까지 진출한 광신도들의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우리를 빤히 쳐다보는 마을 사람들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외부인을 경계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가볍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노인과 메리제인은 1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심드렁한 얼굴로 그들을 외면한다.

그리고 하염없이 걸음을 옮기기를 5분, 우리는 마을 중앙 길을 천천히 지나 우체국과 소방서가 있는 북측으로 향했고 점점 경계가 삼엄해지는 마을 자경단과 하나둘 마주치기 시작했다.

“- - - - -.”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 나는 정면을 보는 척하면서 우리 옆을 지나가는 자경단에게 살며시 곁눈질을 주었다.

마을에 존재하는 성인들은 남녀구분 없이 전부 총을 들었는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자경단의 숫자.

물론 그들 전부를 무장시킬 만큼 충분한 화기는 없었는지 무장은 빈약하기 그지없었지만, 주변 경계를 서는 자경단의 눈빛에는 광신도들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책임감이라는 감정이 깃들어있었다.

그리고 얌전히 뒤를 따라오는 노인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옆구리를 꾹 찌르며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냥 몸 빼기는 힘들겠는데.”

갑자기 태도를 바꾼 그들의 의도를 모르는 이상 앞으로 어떤 변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이곳을 강제로 빠져 나와야 한다는 최악의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무기해체한 상태로 마을에 들어온 우리는 자경단과 마주친 순간, 이곳을 빠져나간다는 경우의 수를 깔끔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광신도들에게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얼굴에 잔뜩 독기가 오른 자경단 인원들이다. 만약 교전하게 된다면 도주하기는커녕 용팔이와 사람들이 무기를 가지고 올 때까지 버텨야 할 판.

나는 체계화된 그들의 구성을 바라보며 빅벤드라고 불리는 이 생존자 마을의 평가를 한 단계 상승시켰다.

천천히 달아오르는 긴장감과 딱딱하게 굳는 근육, 나는 조용히 입술을 핥으며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위험을 마주해야 하는 신세를 한탄했다.

“저쪽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상념에 빠져 있던 그 순간 앞서 걸어가던 남성이 자리에 멈춰 서며 한 건물을 검지로 가리켰다.

저곳이 약속한 장소라는 무언의 제스처, 우리의 시선은 그의 검지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고 분홍색 페인트칠이 되어있는 한 패스트푸드 식당에 멈춰 섰다.

물론 그 패스트푸드 식당은 종말 이후 완전히 문을 닫았는지 반쯤 덜렁거리는 간판과 함께 방치되어 있었지만, 빅벤드 마을의 서장은 아직도 일상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사람인지 패스트푸드 매장을 식사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편하게 문 열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여기까지…….”

그리고 우리를 약속한 장소까지 안내해준 남성들은 다시 한 번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며 이곳에서 천천히 멀어졌다.

침묵이 감도는 길가, 아까까지만 해도 주변을 순찰하던 자경단들이 보이지 않았고 휑한 평지에는 매장과 우리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매장의 불투명한 유리창으로 보이는 여러 명의 그림자와 식탁으로 추정되는 사각형의 형체.

정말 식사를 하려고 우리를 부른 것이었는지, 주변에는 맛있는 냄새까지 풀풀 풍기고 있었다.

“저 매장 햄버거 진짜 좋아했었는데…….”

그리고 나조차도 선뜻 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그 순간 노인의 뒤에서 뒤통수를 벅벅 긁던 메리제인이 눈치도 없이 혼자 중얼거렸다.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내가 쓰러져 있었던 동안 잠을 많이 설쳤는지, 어딘가 멍해 보이는 그녀는 굶주린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셨다.

“........”

과연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하는 걸까.

걱정이 되지도 않냐는 말? 아니면 저 매장이 더는 햄버거를 팔지 않는다는 꾸중? 순간 어이가 없어진 나와 노인은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웃음보를 터트렸고 왜 웃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툭 쳐주었다.

메리 제인 덕에 긴장감이 많이 가신 기분이다. 나는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식당을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       *       *

끼익-.

식당 문을 열자 낡은 경첩이 어서 오라는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식당 내부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공기와 코끝을 찌르는 맛있는 음식 냄새는 식당 부엌에서는 한참 요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고 분주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는 로비 앞에는 딱 4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자 테이블 중앙에 떡하니 앉아있던 한 중년남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를 향해 외쳤다.

“하하, 환영합니다. 어서 와서 앉으세요.”

서장으로 추정되는 그 남자는 황토색 경찰복을 입고 있는 배불뚝이 중년이었다.

하지만 툭 튀어나온 뱃살이 욕심이 많아 보이기보다는 마치 산타할아버지처럼 푸근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서장은 우리와 긴장감을 조성하고 싶지 않았는지 주변을 지키던 자경단을 천천히 물렸다.

정말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자리처럼 보이는 이곳, 하지만 나는 쉽사리 경계심을 털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와인?”

“괜찮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리에 앉자 서장은 한쪽에 세워둔 와인을 자랑스럽게 들어 올리며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제안을 단호하게 사양했고 옆에 앉은 일행들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서장은 기분이 나쁜 기색은커녕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와인을 내려놓았고 이내 우리와 마주 보며 테이블 위에 양손을 올려놓는다.

그의 주름진 손처럼 건조한 주변 분위기, 나는 일단 표정을 풀며 식사 전 이야기에 화두를 꺼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아니요, 저희 주민분들을 구해주셨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그걸 아는 사람이 왜 그랬어? 나는 어제 그들이 노인에게 보여주었던 태도와 오는 길에 봤던 주민들의 눈빛을 기억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았다기에는 너무나 껄끄러워하는 그들의 분위기.

비록 서장이라는 사람은 내 앞에서 웃고 있었지만, 그 얼굴 뒤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나는 목 끝까지 올라온 물음을 삼키며 조용히 미간을 긁적였다.

“아, 음식이 다되었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식사하면서 합시다.”

그리고 대화가 끊어진 그 순간 평상복을 입은 한 여자가 커다란 접시를 들고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러자 서장은 반색하며 짧게 손뼉을 쳤고 우리 테이블에는 커다란 고깃덩이가 담긴 그릇 하나와 그 고기를 덜어 먹을 앞접시가 하나씩 주어졌다.

최근에 사냥이라도 했는지 테이블 한가운데 올려진 칠면조 고기.

아까부터 코끝을 자극하던 그 맛있는 냄새는 주방에서 칠면조를 요리하던 냄새였다.

메리 제인은 칠면조 고기를 보자마자 꿀꺽 침을 삼켰고 앞에서 흐뭇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서장은 가장 먼저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올렸다.

“자, 따뜻할 때 드세요.”

혹시 독이 있을지 모른다는 논란을 종식하듯 서장은 가장 먼저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고 ‘괜찮지?’라는 웃음이 담긴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어제부터 한 끼도 먹지 못한 나와 덩달아 끼니를 거른 노인과 메리제인. 일행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 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조용히 식기를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본능에는 위험신호가 걸리지 않았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 우리의 목숨을 위협할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달그락, 달그락.

서장이 말을 꺼내지 않으니, 우리도 식사에 집중할 뿐이었다.

넷이 먹어도 충분히 남을 정도로 큰 칠면조 고기. 방금 이 음식을 조리한 요리사의 실력이 좋은지 칠면조 고기는 씹으면 씹을수록 풍미가 올라왔다.

하지만 적당히 배만 채우던 습관에 길들어 있는 노인과 나는 필요한 만큼만 음식을 섭취했고 내 옆에 앉은 메리제인은……. 정말 미친 듯이 먹고 있었다.

그렇게 맛있나? 미국인들이 칠면조를 많이 먹는다고 하던데, 실제로 보니 정말 좋아한다.

“그나저나…. 요즘 생존자 캠프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소문 하나가 돌고 있는데, 혹시 들어 보신 적 있으십니까?”

그리고 한참 식사가 진행되던 그 순간 나이프를 조용히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은 서장이 우리를 향해 조용히 물었다.

뜬금없이 소문은 왜? 나와 노인은 입에 남은 음식을 삼키며 그 소문이 무엇이냐는 얼굴로 서장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테이블 위에 냅킨을 내려놓은 서장은 나와 노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의 곽동윤이 미국으로 왔다는 소문이요.”

딸그랑-!

놀란 메리제인이 들고 있던 나이프를 바닥에 떨어트린다.

그러자 묵직한 침묵이 주변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고 나는 폐부에서 끓어오르는 차가운 냉기를 입안에 조용히 머금었다.

뻣뻣해지는 목덜미와 눈앞에 고이는 녹진한 시야. 그리고 그 눈빛과 마주친 서장은 어우 하는 소리와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낸 말을 주워 담을 생각이 없었는지 능청스러운 웃음과 함께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심지어 혼자가 아니라, Mr 엄과 최까지 같이 왔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 먼 미국까지 온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뜬소문을 좋아하는 자들은 자기들을 구원해주기 위해 왔다고 떠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책 속에 나온 이야기처럼요.”

메리제인의 사례를 본 나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강수련의 책이 많이 성행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책은 책, 설마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책 속에 인물을 기억하는 생존자들이 이렇게 많은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소문이 어디서 시작된 걸까? 아니, 찾아봤자 의미가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것 같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채연이의 소문은 퍼지지 않은 것 같으니까.

“미국인들은 참으로 영웅을 좋아합니다. 세상이 이 지경이 났는데, 슈퍼히어로 만화책이 아직도 일부 도시에서 유통되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희망을 잃은 북부 생존자들에게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그 소문은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곽동윤이라는 남자는 영웅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사방이 어둠뿐인 구덩이에서 보이는 건 오직 저 하늘에 떠 있는 태양뿐이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자들에게 영웅이란 그 태양과 같은 존재일 수도 있었다.

내일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조금만 버티면 일상이 돌아오지 않을까? 구덩이에 갇힌 채 태양만을 바라봐야 했던 그들은 소문으로만 존재하는 영웅에게 형체 없는 의지를 보내오는 것이다.

러시아와 일부 국가들이 우상 선전을 했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영웅을 바랬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하하, 아무래도 그분 같은 사람이 같이 있으면 마을 주민분들이 더 힘을 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그저 저희가 좋은 관계를…….”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영웅이 아니었다.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고개를 흔들어지는 위선적인 단어, 영웅. 겨우 그 한마디 명칭을 위해 죽어간 사람이 몇 명이란 말인가?

그동안 살리지 못한 자들의 피가 내 손에 묻어있는 한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부를 수가 없었다.

장벽을 넘기 위해, 그리고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해 폐허에 묻힌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나는 그들을 구할 수가 있었던가. 아니, 그러지 못했다.

능력이 없어서, 또는 내 힘이 부족해서. 내가 잡을 수 없었던 불가항력 앞에 영웅이라는 씹어 먹을 단어는 생겨날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발밑에 고인 피를 봐라. 내가 넘어야 했던 시체의 산을 봐라.

이상이 피를 꽃으로 만들지언정 지독한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죽어간 이들을 위해 다시는 꺼내야 하지 말아야 할 단어 영웅, 내가 죽고 나서 세상 사람들에게 들어야 할 명칭은 그런 껄끄러운 단어가 아닌 명찰조차 찾아주지 못한 묘비명 221이었다.

“……동윤아.”

그리고 감정이 격해진 순간 옆에서 조용히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내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감정을 추스르라는 충고를 보내왔다.

어느새 오른손에 꽉 잡힌 나이프와 이쪽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한 자경단들.

옆에 앉아있던 메리제인은 얼굴이 어느새 창백하게 변해있었고 싱글싱글 웃고 있던 서장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리고 도저히 수습할 수 없어 보이는 분위기에서 나는 조용히 나이프를 놓으며 눈을 감았다. 채연이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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